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84
건틀릿이 그녀에게 도달하기 직전, 내가 힘 조절을 한 덕분이었다.
“돌아와.”
나는 곧바로 흑염룡을 거둬들이고 풀었던 마깃붕을 다시 묶었다.
비활성화 주문이 따로 없는 [흑염룡의 그림자]는 내가 붕대를 묶자 알아서 문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백설은 멀뚱멀뚱 눈을 깜박이며 나를 보았다.
나 역시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1분 정도 남았는데 계속 할래?”
“···하하.”
백설은 멋쩍은 웃음을 터뜨리며 대련 중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다듬었다.
“졌어.”
백설은 지팡이를 뻗어서 대련장 바닥에 널려 있던 강철 조각들을 전부 마나로 바꿔서 흡수했다.
저건 집중력을 요하는 기술을 사용할 땐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백설은 마나를 차마 충전할 수 없었을 터다.
즉, 비장의 한 수였던 [아이언 프리즌]이 오히려 백설의 패배를 가속시켰다고도 할 수 있었다.
“아직 멀었네.”
백설은 강철을 회수하는 과정을 마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주먹을 두 손으로 지팡이를 꽉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수고했어.”
“너도.”
물론 그녀는 원작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걸 아는 건 당연히 독자들과 최유성뿐이고, 본인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 소용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백설은 당연히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뒷목을 긁적이며 고민하다가, 백설에게 몇 마디 해주기로 했다.
“네 마법에는 흠이라 할 건 거의 없었어. 그건 직접 경험한 내가 보증할게.”
“···흥. 그런 식으로 위로해줘도 하나도 위로 안 되거든.”
“위로가 아니고 솔직한 평가를 말하는 거야.”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서 말을 이었다.
“대신··· 상대의 기술과 마나 속성을 좀 더 신경 쓰면 좋을 것 같네. 나름 내 전투 패턴은 잘 분석한 것 같았는데, 정작 내가 화 속성이라는 사실은 완전히 잊은 것 같더라 너.”
화 속성 마나는 철 속성 마나에 강한 ‘상극(相剋) 속성’이다.
백설의 마력이 아무리 나를 상회한다고 한들, 그녀가 사용하는 기술도 상극 속성에는 어느 정도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에게는 마력의 영향을 받는 기술엔 저항력이 높은 [용의 투지]와 피부로 화 속성 마나를 방출하는 [끓어오르는 피부]까지 있으니 백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아이언 프리즌]이 손쉽게 무너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확실히 너무 신나긴 했어···. 앞으로는 충동적으로 휩쓸리는 걸 줄여봐야겠네.”
“그래. 그런 점을 보완하다 보면 분명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백설의 [아이언 프리즌]에도 이 정도 저항할 수 있다면 앞으로 등장할 신세계교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것에도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낯 뜨거워지게 왜 그래··· 그런 거 하지 마.”
백설은 얼굴을 상기시킨 채 부채질을 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가 검지로 얼굴을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도 뭐··· 고마워.”
그렇게 말한 백설은 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 옅은 실소를 띤 체 내게 말했다.
“오늘은 이걸로 끝내자.”
“···나머지 네 판은 안 해도 되겠어?”
“응. 결과가 너무 훤히 보이잖아? 그래도 좀 비빌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백설은 냉정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학기 초에 그 오만한 백설과 달리 자신의 부족한 점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을 보며, 나는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오키. 그럼 난 이만 다른 훈련 하러 갈게.”
“···아, 강대용.”
그런 기대를 하며 링을 내려가려 하는데, 백설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우물거렸다.
“오늘 잘 도와줬으니까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응? 신경 쓸 필요 없어. 나도 좋은 기술 경험해봤고, 나름대로 새로운 능력도 시험했는데 뭘.”
“그, 그래도 밥 한 번쯤은 살 수 있잖아! 그러니까···.”
백설은 기껏 다듬었던 머리카락을 검지에 꽈배기처럼 꼬면서 말을 이었다.
“혹시 점심 같이 먹을 사람 없으면···.”
“있는데 이 불여우야.”
그 순간, 우리 등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곧장 백설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낸 다음 고개를 돌렸다.
“오늘 대련만 한다더니. 또, 또 내 남친 꼬시려 하지.”
“아, 알리사?”
우리 뒤에는 분명 아직 독일에 있어야 할 알리사가 우뚝 서 있었다.
“안녕 대용아~”
게다가 그녀는 내게 오른손을 흔들며 싱긋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표정이 너무 무서웠다.
***
“다, 당연히 다른 애들도 모아서 같이 먹으려고 했지! 내가 미쳤다고 네 남친이랑 단둘이 먹겠어?”
“흐응···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분이 왜 이리 차려입으셨을까?”
“마, 마법사의 기본적인 몸가짐이야!”
백설은 잠시 알리사에게 변명(?)하다가 우리에게 인사하고 유유히 대련장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갈 때까지, 알리사는 백설의 뒤통수를 집요하고 매섭게 바라보았다···.
“휴우. 하루 일찍 돌아오기 잘했네~”
내가 이 시간에 백설과 대련장에 있는 것을 알리사가 알고 있던 이유는, 내가 미리 백설의 대련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허락을 그녀에게 맡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루 일찍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일찍 올 거면 미리 말 좀 해주지. 마중 나가는 건데.”
“깜짝 이벤트는 원래 이런 묘미잖아?”
그렇게 말한 알리사는 내 팔에 팔짱을 끼며 한껏 미소를 머금었다.
“길드 일은 일찍 끝났나보네?”
“응! 우리 여보 보고 싶어서 후딱 끝내고 왔지!”
“여, 여보···?”
어째 나를 부르는 호칭이 ‘여보’가 된 것이 신경 쓰였지만,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알리사와 데리고 대련장에서 나왔다.
대련장 밖은 당연하게도 여름방학이라 그런지 생도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여보. 근데 눈이 왜 그래?”
“응, 아··· 이거.”
나는 알리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당연히 윤희진에게 얼버무렸던 것과 똑같은 내용의 변명이었지만, 그냥 잘 넘어간 윤희진과 달리 알리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몸에 나쁜 건 아니지···?”
“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컬러렌즈도 주문해놨으니까 가리고 다닐 수 있을 테고.”
“···음? 안 가려도 괜찮은데 왜?”
“넌 내가 뭘 하든 좋잖아···.”
알리사는 “들켰네!”라고 말하며 강아지처럼 내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그렇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던 알리사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바닥을 쫙 펴고 그 위에 주먹을 살짝 내리쳤다.
“대용아! 정 그러면 컬러렌즈 말고 다른 방법도 있어!”
“응?”
알리사는 배시시 웃으며 안경을 쓰는 시늉을 했다.
“검은색 선글라스! 너한테 딱 어울릴 것 같아!”
“···그래도 실내에서도 계속 쓰고 다니면 뭔가 이상하지 않을까?”
“음··· 그럼 안대는 어때? 벗기도 편하고 나름 멋지잖아.”
“···하하.”
나름 전부 생각해 본 것들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전부 기각이다.
뭐, 전투 시에는 비장의 한 수로 왼쪽 눈을 숨겨두었다가 간편하게 벗을 수 있는 물건들로는 그녀가 말한 게 제격이긴 했다.
“아 여보! 다음 주 여행··· 우리 오빠 데려간다면서?”
“응. 아무래도 미성년자끼리 호텔이나 펜션 잡는 건 외국에서도 불법이다 보니까, 부탁할 수밖에 없었어.”
사실 게스트하우스나 다른 대체 숙소도 다른 관광지라면 넘칠 정도로 많았겠지만, 슬라임을 비롯한 마물이 다수 서식하는 ‘탱글탱글 섬’ 같은 휴양지에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알프레드의 협력을 굳이 구한 이유는, 아직 미성년자인 우리가 호텔을 예약하려면 꼭 법적인 보호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알리사는 단둘이 가는 여행이 깨져버려서 조금 실망한 눈치다.
하지만 알프레드에게 ‘우리가 노는 데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세워둔 만큼, 그가 우리의 행동을 저지하는 일은 거의 없을 터였다.
“그래도 괜찮아! 우리 오빠는 잠이 많은 편이거든.”
“응?”
알리사는 바로 표정을 풀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어쩐지 그의 보라색 눈동자에서 요염마저 느껴졌다.
그녀는 슬며시 내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밤에 내 방으로 와줄 거지?”
내 귀에 속삭이는 그녀의 야릇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고 말았다.
“아, 어···.”
···아무래도 밤에 아티팩트를 캐러 유적에 간다는 내 계획은, 진정한 남자가 된 다음이 될 듯 보였다.
***
알리사와 교내 데이트를 즐긴 후에는 흑염룡을 복종시키는 할당량을 채우고 기숙사로 향했다.
“들어가면 톡 해 여보!”
“응. 내일 봐.”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생각한다.
훈련으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또 훈련해서 능력치를 상승시키고.
이상적인 사이클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곧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
“어?”
기숙사 역시 생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우 조용했는데, 나는 의외의 인물들을 만났다.
“강대용!”
바로 한창 밖에서 기연과 아티팩트를 독식하고 있어야 하는 최유성과 길드에서 일을 배우고 있어야 할 황재빈이었다.
나는 바로 한쪽 눈을 가리고 녀석들의 시선을 피했다.
“헹! 가려봤자 이미 소문나서 다 알고 있는뒈~”
“하아···.”
비아냥거리는 황재빈의 말을 듣고 나는 순순히 손을 뗐다.
황재빈은 내 눈을 보자마자 폭소를 터뜨렸다.
“와, 무슨 사X안이냐?”
“···알아서 생각해.”
···그나저나. 이 밤에 왜 이 녀석들이 남자 기숙사 앞에 서 있었지?
“근데 너희는 왜 아직도 학교에 있냐.”
“아, 사실 우리 축구 보러 영국 다녀왔거든? 근데 최유성이 갑자기 너 보러 가자고 해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정말 영문을 모르겠어서 눈살을 찌푸리고 최유성을 째려보았다.
영국이라면 아마도 방어를 보강할 아티팩트를 얻으러 간 거였을 텐데, 뜬금없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뭘까.
“무슨 일인데.”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
그렇게 말하는 최유성은 갑자기 등 뒤에 매고 있던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진(眞) 흑염룡이 아무래도 저 회귀자 놈이 가져온 물건은···!]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내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37 : 즐거운 여행 준비
“뭐냐 이게?”
최유성이 꺼낸 물건을 본 황재빈은 눈을 거슴츠레 떴다.
그가 꺼낸 것은 얼핏 보면 그냥 검은 돌멩이 같기도 하고 석탄처럼 보이기도 하는 수상하고 이상한 물건이었다.
[진(眞) 흑염룡이 비록 대부분의 힘을 잃긴 했어도 이 물건은 그것이 확실하다고 당신에게 말합니다!]하나, 나는 저 물건이 뭔지 알고 있었다.
최유성 역시 자신이 꺼낸 물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용의 비늘.”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물건을 내밀었다.
최유성의 말대로 이 물건은 용의 비늘이다. 너무 오래된 것이라 그 특유의 마기와 마나를 잃었지만, 희미한 ‘용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면 확실했다.
그나저나, 최유성은 어디서 이 비늘을 발견한 걸까.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최유성은 입아귀를 올린 채 말했다.
“런던에 있는 골동품점에서 사온 거야.”
“···경기 끝나고 어디 다녀오겠다더니. 골동품점 다녀온 거였냐?”
“응. 나 골동품 같은 거 구경하는 게 취미잖아.”
아무래도 최유성은 방어 아티팩트를 사러 간 곳에서 이 물건을 발견한 모양이다.
녀석의 기술 [진리를 꿰뚫는 자]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물건’을 찾아내는 것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는데, 아마도 그 기능이 비늘에 발동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비늘이 ‘중요한 물건’으로 녀석에게 비춰진 게 좀 걸렸다.
“별걸 다 파네.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냐?”
“보자마자 느낀 거 없어?”
최유성은 뭔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가 굳이 이 비늘을 보여주려고 꺼냈을 때부터 조금 예상했다.
녀석은 이 비늘이 ‘나의 것’이라는 걸 확신하고 내게 보여준 게 틀림없다.
“글쎄다.”
“···그래?”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최유성이 굳이 이 비늘을 나에게 보여주는 의도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오! 내 거 맞아!’라고 솔직하게 말했다가 녀석과 관계가 틀어지거나 하면 매우 곤란했다.
“이거 보고 네 변신한 모습이 생각났는데.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것 같네.”
“…….”
오묘한 정적이 우리 사이에서 감돌았다.
최유성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날 보았고, 나는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짓기 위해 신경을 썼다.
서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소리 없는 심리전이었다.
“뭐야? 뭔데 너희끼리만 얘기 하냐.”
그 심리전을 심드렁한 눈빛으로 보는 황재빈은 지루한 듯 말했다.
그리고 황재빈이 불만을 제기함과 동시에 심리전은 끝났다.
최유성은 피식 웃음소리를 터뜨리더니, 검은 비늘을 나에게 더 들이밀었다.
“이 비늘은 선물로 줄게.”
“···골동품점에서 산거면 비싸게 산 거 아니냐? 왜 나한테 주는 건데?”
“그걸 보면서··· 네가 천천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는 최유성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부담스러운 표정을 애써 무시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최유성이 준 물건을 받았다.
“그래. 선물이라니까 받는다 받아~”
그리고 용의 비늘을 손에 쥐었던 그 순간이었다.
[용의 왕이여. 정말로 살아있었군.]···뭔데.
왜 비늘이 말을 하는 건데.
***
“방학 잘 보내라!”
강대용이 다급한 움직임으로 기숙사 방에 들어간 뒤.
최유성은 오늘 있던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다.
‘오하와 그 여자. 대체 무슨 생각이지···?’
최유성은 런던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