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85
그 만남은 자신의 조력자(?)이자 수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기분 나쁜 여자, 오하와와의 조우였다.
‘왜 나한테 강대용의 물건을 부탁했던 걸까.’
런던 한복판에서 최유성과 만난 오하와는 그에게 대뜸 어떤 물건을 내밀었다.
그 물건은 바로 용의 비늘.
최유성은 그 비늘을 보자마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강대용과 똑같은 기운을 품고 있는 거 말고는 너무 평범해.’
자신의 ‘진리를 꿰뚫는 자’로 보아도 강대용과 똑같은 기운이 느껴질 뿐인, 힘을 잃은 용의 비늘이었으니까.
오하와는 보통 그런 물건은 잘 주지 않았다.
딱 봐도 엄청 수상해 보이는 물건이나 엄청난 능력을 담고 있는 것만 골라서 줬지 저런 물건을 주는 건 처음이었다.
‘···결국 알 수 있는 사실은 그것뿐인가.’
짙어져만 가는 의문 속에서 하나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오하와가 강대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뿐.
그렇지 않다면 그녀가 굳이 ‘무조건 강대용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이라면서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최유성은 예상했다.
‘역시 강대용은 예언의 용이 확실해.’
때문에 최유성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강대용을 대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했다.
이야기를 ‘결말’을 만들어 줄, 예언의 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결심을.
***
최유성, 황재빈과 헤어진 뒤 나는 곧바로 내 방으로 들어와 비늘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야.”
[………]허나 비늘은 최유성에게 건네받았던 이후론 도통 말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아까 들은 목소리는 절대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 이 비늘은 여자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었다.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겠네.”
혹시나 해서 대용위키로 비늘의 정보를 출력해보았는데, 대용위키는 ‘출력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올 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 비늘은 나에게 무척 중요한 물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계속 지켜보기로만 하고 침대 옆에 비늘을 올려두었다.
[진(眞) 흑염룡이 매우 중요한 것이니 계속 가지고 다니라고 당신에게 충고합니다!]“알았어 인마.”
그 후 나는 언제나처럼 정보창의 상태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과 이번 여행 계획을 정리하고서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다.
띠리리링!
4시간의 수면 후, 준비를 마치고 나가니 아침 9시.
나는 알리사와 같이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최종적인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강남 시내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서 함께 쇼핑했다.
코톡으로 틈틈이 얘기해놓은 대로, 우리는 가장 먼저 입고 다니기 편안한 커플룩을 고르기로 했다.
“여보! 이거 입어볼까?”
“괜찮네. 한 번 입어보자.”
알리사는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곤, 그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3분 후,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수줍어하는 표정을 하고 걸어 나왔다.
“어때?”
“오···.”
언뜻 보면 수수해 보일 수도 있는 하늘색 원피스는 그녀의 찰랑거리는 은발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알리사가 쓴 밀짚모자가 화룡점정이 되어, 안 그래도 예쁜 그녀를 여름 분위기로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예쁘다. 너무 잘 어울리는데?”
“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그럼 여보도 한 번 입어 볼래?”
“응. 이제 나만 어울리면 되겠다. 그거랑 세트로 나온 게 이거였지?”
나는 곧바로 탈의실에 들어가, 하늘색 셔츠와 하얀 반바지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내 모습을 본 알리사는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와··· 여보! 너무 잘 어울려!”
“그, 그래?”
“응응! 우리 남편 너무 멋진데? 이 탄탄한 기럭지 좀 봐~ 모델해도 되겠어 진짜!”
“하하. 야. 그건 좀 오바다.”
···알리사가 너무 과장해서 말하긴 했지만, 확실히 오하와가 준 정수를 흡수한 뒤로 내 육체는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신장/몸무게 : 184cm/77kg]저쪽 세계에선 170대에서 멈췄던 키는 이제 그것을 훌쩍 넘어 이와 같은 수치가 되었다.
몸무게도 헬스로 키웠던 몸무게랑 별반 차이가 없게 되었다.
“그럼 이걸로 할까? 아니면 더 둘러볼래?”
“벌써 1시간 돌아봤는데 이걸로 하자! 살 거 많으니까~”
···아무튼. 커플룩은 서로가 만족하는 것으로 이것들로 결정됐다.
우리는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입은 뒤, 카운터에서 바로 옷을 계산하려 했다.
“총 32만 8,000원입니다!”
“이걸로···.”
“여보 잠깐만!”
그런데 알리사가 그런 나를 제지했다.
알리사는 지갑을 꺼내서 익숙한 검은색 카드를 꺼냈다.
“이걸로 계산하자~”
“…….”
그 카드는 저번 길드 실습에서 윤희진이 꺼냈던 ‘언니 카드’와 비슷한 카드인 듯 보였다.
물론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카드에는 오빠인 알프레드의 이름이 적혀 있는 ‘오빠 카드’라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동생 사랑이 지극한 알프레드 덕분에 돈이 굳은 나는 기분 좋게 쇼핑에 임했다.
우선 오늘이 휴일이라 컬러렌즈를 내일 살 수 있는 관계로 선글라스도 하나 사고, 벌레 쫓는 스프레이랑 선크림 등 필수적인 여행용품들도 신중히 골랐다.
그렇게 이것저것 사다 보니 어느새 쇼핑 3시간째.
우리는 수영복을 고르기 위해 수영복 매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이거 어때?”
“···패스.”
“으음···. 그럼 이건?”
“패스.”
나는 왼팔 문신을 가려야 해서 입을 수영복이 한정되어 있으니, 우선 알리사의 수영복부터 고르기로 했는데···.
알리사는 계속 노출도가 높은 수영복으로 손을 뻗었고 나는 그걸 저지하는 것이 반복됐다.
“···여보. 혹시 내 몸매를 의심하는 거야?”
결국 잦아진 저지에, 알리사는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괜히 오해를 살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이, 이런 건 단둘이 있을 때만 보여줘.”
“···응?”
“탱글탱글 섬 해변엔 사람 많잖아. 이런 걸 입으면 다른 남자들이 얼마나 널 쳐다보겠어? 안 그래도 이렇게 예쁜데···.”
그녀의 마음은 잘 알지만, 난 절대 다른 남자들이 알리사를 바라보는 걸 원치 않는다.
지극히 여자친구를 걱정하는 남자친구의 걱정 같은 거다···.
“으구. 그런 걱정을 다 하셨어요?”
알리사는 걱정을 털어놓는 나를 보곤 배시시 웃으며, 내 양쪽 볼을 살짝 잡아당겼다.
“좋아. 그럼 여보 말대로 최대한 수수한 걸로 살게. 대신 그 중에서 예쁜 걸로 잘 골라줘야 해? 알았지?”
“하하. 알았어.”
그렇게 원만하게 이야기가 풀린 후, 우리는 다시 수영복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간의 수많은 토의와 조율 끝에,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으로 굳혀져 가고 있던 그때였다.
“대용아! 리사야!”
우리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상황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동급생도의 목소리였다.
나는 목이 고장 난 인형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안녕안녕!”
“···너희가 여긴 무슨 일이냐?”
수영복을 고르는 우리 왼편에 윤희진과 백설, 그것도 모자라서 마스크와 모자를 쓴 이상은까지 서 있었다.
“뭐 하러 왔긴! 백화점에 쇼핑하러 오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겠어?”
“···그렇긴 한데.”
“대용이 너야말로··· 리사랑 단둘이 뭐 하러 오셨을깡?”
윤희진은 능글맞은 눈빛을 우리에게 보냈고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우리도 그냥 쇼핑.”
“우리 다음 주에 같이 여행 가서~ 내 수영복 고르고 있었지.”
그런데 알리사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전부 이실직고해버렸다.
“···아 그래? 대용이가 여행 간다는 게 리사랑 가는 거였구나~”
그 얘기를 들은 윤희진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고, 이상은은 눈웃음을 지으며 “어머어머”를 반복했다.
그리고 백설은 뭔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흥···. 너희 어디로 가는데?”
“불여우 씨가 알 필요 없는데요?”
“야! 불여우 아니라고!”
그에 알리사는 한껏 조소를 띤 채 비꼬듯이 백설에게 말했고, 백설은 성난 사자 같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그런 백설을 보던 알리사는, 뭔가 재미가 들렸는지 입가를 비틀며 말을 이어갔다.
“탱글탱글 섬으로 가기로 했어. 참고로··· 숙소는 대용이가 정했다?”
“올. 대용이 할 때는 하는 남자였구나!”
“당연하지. 우리 남편이 얼마나 세심한데!”
‘남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백설의 얼굴이 흡사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그녀는 손까지 덜덜 떨며 알리사에게 삿대질을 했다.
“누, 누가 누구 남편이야! 너희 뭐 결혼이라도 할 거냐?”
“응! 이미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건데? 너 같은 불여우가 끼어들 틈 없게 말이야!”
두 여자는 용과 호랑이처럼 서로 노려보며 본격적인 말싸움을 시작했다.
“또! 또! 불여우래! 내가 네 남친한테 뭔 짓을 했으면 자꾸 불여우래?”
“대용이한테 상습적으로 갠톡하기, 대용이한테 자꾸 이상한 눈빛 보내기, 다른 사람 두고 대용이한테 도와주라고 하기. 딱 불여우가 할 짓만 골라서 하는 거 같지 않니?”
헌데 이번에는 싸움의 도화선이 제대로 붙은 듯 보였다.
이러다가 싸움이 커질 것 같아서, 나는 알리사의 두 어깨를 살며시 붙잡고 말려 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흥분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은아, 얘네 또 싸워.”
“이래야 설이랑 리사지~”
결국 윤희진, 이상은과 함께 두 여자의 충돌을 막아야 했고, 그 둘이 성난 백설을 끌고 다른 곳으로 사라진 후에야 싸움은 끝이 났다.
***
잠시 분쟁이 있었던 알리사와의 쇼핑 겸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후.
밤 9시가 돼서야 학교로 돌아온 나는 남은 시간을 훈련에 할애했다.
* [복종 단계 – 1단계] : [흑염룡의 그림자]를 활성화한 시간에 따라 증가한다. (다음 단계까지 43시간)
* 모든 능력치가 [33] 증가한다.
겨우 1단계로 왔건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조건이 24시간씩 더 붙고 있다.
잘 때 흑염룡의 그림자를 해방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아직 나를 완전히 따르지 않는 이 그림자는 매우 사나워서 그럴 수는 없었다.
“뭔가 효율적인 방법이 없으려나.”
우웅-
그것이 아쉬워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면 그때, 내 스마트워치에서 진동이 울렸다.
[싸가지]알리사의 전화인가 해서 봤더니, 몇 주 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황투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 시간에 웬일이래.”
그래서 받을까말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오하와의 소식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
그런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잘못 건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 번 더 물었다.
“여보세요.”
– 『ㄱㄷㅇ. ㅌㄱㅌㄱ ㅅㅇ ㄱㅁ ㅇㄷ···!』
“뭐?”
뚝-!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길한 노이즈 뿐.
그 이후로는 소리가 뚝 끊겼다.
뚜. 뚜. 뚜···.
갈 곳을 잃은 신호음만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38 : 탱글탱글 섬에서 생긴 일
탱글탱글 섬 (Chubby Island).
서태평양에 있는 하와이와 비슷한 크기의 이 섬은, 위험도가 그리 높지 않은 마물인 ‘슬라임’이 여러 종류, 대거 서식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었다.
“와아~”
오늘은 8월 첫째 주, 약속의 수요일.
나와 알리사, 그리고 보호자인 알프레드는 워프 게이트를 여러 번 통과하여 이 탱글탱글 섬에 왔다.
이곳의 워프게이트는 전망이 아주 좋은 해변에 있어,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탁 트인 바다와 그 주변에서 귀여운 외모의 슬라임들이 통통 튀는 모습이 보였다.
“여권이랑 신분증 보여 주세요~”
탱글탱글 섬에는 슬라임을 제외한 약한 마물들도 상시로 출현하기에, 초능력자─혹은 초능력자 보호자를 동반한 무능력자─에게만 출입이 허가된 휴양지였고 초능력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의 지참은 꼭 필요했다.
“SHA 생도 두 분, 그리고··· Oh my g···!”
그 신분증을 확인하는, 아무리 봐도 서양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가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하는 게 좀 어색했지만 ‘악마를 삼킨 회귀자’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archmage···!”
“···조용히.”
이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다른 강대국들과 견줄 정도다.
초능력자와 도어가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1960년.
한반도에서는 재앙급 기현상─S급 도어나 유적, 마경발생 등─이 수없이 일어났으며, 그 영향 때문인지 한반도에선 강력한 초능력자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초능력자 인구의 절댓값은 미국이나 유럽의 열강, 중국이나 일본보단 확실히 적었지만, 능력의 질이 가장 높은 것은 대한민국이었고, 그것이 한국의 위상이 드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아,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 죄송합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언어인 한국어는 이 세계에선 영어와 더불어 보편적인 언어가 된 것이었다.
“세 분은 입장하셔도 됩니다!”
어쨌든 직원의 허가를 받은 후, 우리는 당당히 탱글탱글 섬으로 발길을 내디뎠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알리사의 폰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자기야. 여기 봐!”
알리사는 내 애칭을 바꿔 부르는 것에 맛이 들렸다.
저번 주 일요일까진 ‘여보’였다가 월요일에는 ‘리블링(Liebling)’, 어제는 ‘용이’, 오늘은 ‘자기’로 바뀌었다.
그 이유를 오늘 아침에 물어봤는데 “애칭 하나로는 내 애정을 다 표현할 수 없다!”란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늘은 알리사의 ‘자기’가 된 나는 그녀의 셀카봉을 보며 활짝 웃었다.
“잘 나왔네.”
“나중에 코톡으로 보내줄게!”
기념촬영을 마친 뒤, 알리사와 나는 신랑 신부처럼 팔짱을 끼고 본격적으로 섬을 거닐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은 탱글탱글 섬의 시간으로 오전 9시.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이므로 그때까진 짐만 호텔 카운터에 맡겨놓고 탱글탱글 섬에서 유명한 볼거리를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따라서 첫 행선지는 숙소로 잡은 [그랜드 프리미엄 호텔]이었다.
“하암. 여긴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냐.”
마스크랑 선글라스를 써서 표정이 안 보이는데도, 우리 옆에서 걷는 알프레드의 목소리에서 따분함이 느껴졌다.
그 목소리가 거슬렸는지 알리사는 무서운 웃음을 짓곤 그에게 말했다.
“분위기 좋은데 깨지 말아주시죠? 오라버니?”
“···Es tut mir leid.(미안해.)”
“우리나라 말로 분위기 잡지 마!”
그 이후로도 알프레드는 침울한 목소리로 독일어를 중얼거렸다.
알리사는 그런 오빠를 우리 옆에서 떨어뜨리려는 듯 걷는 속도를 올렸다.
“으휴! 우리랑 떨어져서 걸어!”
알리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동생이고, 알프레드는 상상 속 오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