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88
2. 진(眞) 흑염룡(을)은 강대용(갑)의 육체 주도권을 빌리는 대가로 ‘해룡의 핵’을 반드시 탈취하고, 신세계교가 ‘수마의 핵’을 감싸고 있는 봉인을 풀지 못하도록 저지한다.
3. 진(眞) 흑염룡(을)은 강대용(갑)에게 이 맹약을 이후론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4. 진(眞) 흑염룡(을)은 이 맹약을 어겼을 시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소멸시킬 것을 맹세한다.
─────
“흠···.”
24시간이라는 게 조금 많이 걸린다.
나는 당연히 이 부분을 꼬투리 잡아서 녀석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왜 하필 24시간인데.”
[진(眞) 흑염룡이 24시간이 현재로서 당신의 육체에 ‘강림’할 수 있는 ‘최대시간’이라 사용하는 힘의 범위도 넓어지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직접 왕비의 환생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너무 솔직해 보이는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귀중한 24시간을 이 녀석에게 줘야하는 것이 뼈아프지만 맹약의 내용만 보면 나에게 나쁜 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 더 추가하기로 했다.
“저기서 두 가지만 더 추가하면 주도권을 내어줄게.”
[진(眞) 흑염룡이 당신에게 말만 하라고 합니다!]“첫째, 알리사가 싫어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기. 둘째, 24시간 동안 빌어먹을 중2병 짓은 하지도 말기. 콜?”
흑염룡은 잠시 메시지가 없었다.
나는 마음을 ‘암중비약’을 유지할 수 있는 타이머를 확인하며 녀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진(眞) 흑염룡이 자신의 웅대한 세계를 세상에 펼칠 수 없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전부 맹약에 추가해주겠다면서 당신의 요구를 수락합니다!]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흑염룡은 내 앞으로 금빛 메시지 창을 하나 출력했다.
[진(眞) 흑염룡이 당신에게 운명의 맹약을 권유합니다. 맹약을 맺겠습니까?] [수락/거절]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서 메시지 창에 나타난 버튼으로 검지를 뻗었다.
대용위키에 나온 내용대로니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흑염룡이 한 말이 거짓말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가 ‘운명의 맹약’에는 절대 거짓된 내용을 적을 수 없으니 안심하라고 당신에게 귀띔합니다!]하지만 나는 대용위키의 메시지까지 보고 과감히 [수락] 버튼을 꾹 눌렀다.
“으윽···!”
그것과 동시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
꽤 이른 시기에 육체 주도권을 넘겨받은 나는 육체의 상태를 점검했다.
“후우. 설득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구나.”
일단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왕비의 환생과 그리 격렬한 운동을 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새삼 내가 나중에 완벽히 차지하게 될 육체지만 꽤 놀라웠다.
“그럼··· 이제 나가보실까.”
나는 암중비약의 어둠 속에서 위를 바라보며 힘차게 점프했다.
“피라미들을 정리해야지.”
감히 내 ‘여동생’의 ‘심장’을 건드린, 하찮은 피라미 떼를 정리하기 위해서.
다음화에 계속
Episode.39 : 절대적인 악(惡)
첨벙!
나는 다시 유적의 돌길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환영인사로 곳곳에서 수많은 마법 화살과 마법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멈춰라.』
하지만··· 무르다. 너무 무른 공격이다.
아니, 공격이라 말하기도 민망하구나. 어찌하여 인간의 힘은 갈수록 퇴보하는 것인가.
아무리 장기 말이라지만, 아즈모데는 정녕 이런 질 떨어지는 약자들을 ‘수마의 핵’ 탈취라는 중요한 일에 사용할 인원으로 투입한 건가?
그 음흉한 놈도 다 죽었군그래.
“이 정도 격(格)을 가진 공격들로는 짐에게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빠르게 앞으로 직진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계속해서 수많은 공격이 날아왔지만, 그래 봤자 나에게 다다르기 직전에 멈춰서 소멸할 뿐이었다.
“호오.”
결국 원거리 공격으론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나를 공격하던 놈들은 내 주변으로 둥글게 포위망을 만들었다.
그 중 한 놈이 감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 유적엔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허.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대화해 보겠다?
얄팍한 수를 쓰는구나. 나약한 인간들.
“네놈이 알 건 없느니라. 비켜라.”
“아, 그건 곤란합니다. 이 유적은 현재 민간인에게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거든요. 보아하니 바닷속에서 길을 잃어서 잘못 들어오신 것 같은데, 저희가 출구로 안내해 드리지요.”
“네놈들은 길 잃은 나그네를 이런 식으로밖에 대하지 못하는 건가? 짐에겐 마치 적을 포위하려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만.”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검은 로브가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 탄식이 들려오기 무섭게 녀석들은 품에서 서서히 무기를 꺼내들고 있다.
“일이 커지기 전에 나가주시지요. 무척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길드 차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니 부디···.”
“위험한 작업? 설마 ‘수마의 핵’의 봉인을 푸는 작업을 말하는 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내 뒤편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나를 향해 총을 쏜 모양이다.
허나, 총알이 이 나에게로 도달하는 일은 없었다.
팅─
그 전에 허공에 붙들렸던 총알은 달달 떨리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쏜 작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인간 계집이었다.
“네놈들은··· 정말 짐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만 골라서 하는구나.”
“···수마의 핵을 어떻게 알고 있지?”
“하하! 그걸 알아서 뭘 어쩌려고? 어차피 너희들은···.”
더 이상 놀아주기도 귀찮구나.
여기선 ‘권능’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만 시험하고, 수마의 핵에 장난질을 치고 있는 놈을 치러 가야겠어.
“여기서 죽게 될 터인데.”
쿠오오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살기]를 개방했다.
무기를 겨눴던 인간들은 내 [살기]를 느끼곤 팔을 축 늘어뜨렸다. 나를 둘러쌌던 놈들은 이내 전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도록.』
그들이 전부 바닥에 꿇은 것을 확인한 나는 [절대명령]을 사용했다.
몇몇이 몸을 일으키기 위해 낑낑거리는 것이 보였지만, 당연히 일어서지 못했다.
“방금 내 머리로 총을 쏜 건 누구냐?”
나는 그들 사이에서 맴돌며 물었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 옆에 있던 사내의 이마에 검지와 중지를 올렸다.
『터져라.』
푸확!
그런 다음 놈의 머리통을 통째로 터뜨렸다.
뇌수와 피, 뼛조각 같은 게 터져 나왔지만, 나에게 도달하는 일 없이 그 주변으로만 흩뿌려졌다.
이 역시 모든 사물을 조종하는 [절대명령] 덕분이었다.
“으, 으아악!”
“머리! 머리가!”
“···호들갑 떨지 말아라. 내 질문에 대답하기만 하면 이 꼴이 되진 않을 테니까.”
오랜만에 [파괴]를 사용해보았는데, 강대용이 강해져서 그런지 권능의 힘도 많이 회복된 듯 보였다. 이에 나는 부활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에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으어어···.”
아직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지, 인간들은 비명과 신음성을 흘리고 있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공포가 내게도 뚜렷이 느껴진다.
공포의 냄새는 오랜만에 맡아도 여전히 향긋했다. 나는 그것을 음미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다시 한 번 질문하지. 누가 감히 짐을 향해 총을 쐈느냐?”
실망스럽게도 이번에도 침묵뿐, 대답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방금 터뜨린 놈 옆에 있던 여인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사, 살···!‘
『터져라.』
푸화악!
여자의 머리가 조금 전과 똑같이 폭발했다.
그 옆에서 피와 살덩이를 뒤집어쓴 인간들은 실금하거나 눈을 뒤집고 덜덜 떨었다.
“남은 인원은 열여덟인가. 이거··· 빨리 나서는 게 좋아 보이는데···.”
그때, 한 여자가 손을 들었다.
아까 나에게 총을 쐈던 그 계집이었다.
“제, 제가 쐈습니다.”
“···이리 가까이 오거라.”
계집은 일어나지 못했다.
그저 어깨를 덜덜 떨며 제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오지 않는 것이지?”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계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부러 아쉽다는 표정을 띤 채로, 나는 다음 표적의 이마에 손가락을 올렸다.
“살려주십시오! 정말 저는 신세계의 신을 섬길 뿐인···!”
『터져라.』
푸슉!
머리통이 피를 뿜으며 사라진다.
역시 이 중엔 내 권능의 힘을 견딜 인간이 한 명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러니 권능을 발동해보는 시험은 이만하면 충분해 보였다.
“어째서 오지 않는 것이냐?”
계집에게 한 번 더 물었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면서, 내게 호소하듯 말했다.
“모,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저만 죽이시고 나머지는 살려주십시오!”
“그래. 네가 내 앞까지 걸어온다면 모두 살려주마.”
나는 미소를 띤 채 그렇게 답했다.
계집은 내 대답을 듣곤 입술을 깨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터져라.』
네 번째 머리가 폭발했다.
이제 인간들은 손을 싹싹 빌면서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이유를 내세우면서, 나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터져라.』
다섯, 여섯 번째 머리가 터졌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인간임을 잊고 짐승처럼 울음소리를 흘렸다. 참으로 추악한 모습이었다.
『터져라.』
일곱, 여덟, 아홉, 열 번째 머리가 사라졌다.
놈들은 이제 체념했는지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허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터져라.』
그렇게 터뜨리다보니, 이윽고 열아홉 번째 머리가 터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나에게 총을 쐈던 그 계집 하나뿐이었다.
계집은 머리가 터지면서 나온 오물에 범벅된 채로 덜덜 떨고 있었다.
“네가 일어나지 못해, 너의 동료는 모두 죽었다. 머리가 터지는 감각은, 그 어떤 통증보다도 고통스러웠을 터인데.”
더러운 피를 밟으며 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다음 몸을 숙여서 여자의 턱을 꽉 붙잡았다.
그녀는 텅 빈 눈동자로 눈물을 흘렸다.
“누, 누구십니까··· 갑자기 나타나선··· 왜··· 왜 제 형제들을···”
“정녕 알고 싶으냐?”
나는 그 인간여자의 이마에도 손가락을 올렸다.
극한의 공포와 절망감에 휩싸인 이 계집에게는 다른 권능을 사용해볼까 한다.
“히, 히이익!”
“나는 너희 같은 가짜들과 다른···.”
손가락으로 누른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진짜 악(惡)이다.”
“으, 끼아악─!”
계집은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저 여자에게 사용한 권능은 [축복].
내 축복을 받은 저 여자는 이제, ‘마귀’로 변모하여 신세계교 내부에서 종양처럼 커질 터졌다.
“어떤 인간의 글에 이런 말이 있더구나.”
나는 그 여자를 뒤로하고,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귀가 될 그녀에게 도움이 될 조언을 남겼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녀가 부디 많은 신세계교의 신도를 먹어치우길 바라면서.
“그 심연 또한 널 들여다볼 것이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축복했다.
***
질투의 유적 최심부, 거대한 사원(寺院) 앞.
그곳에서는 수많은 신세계교의 신도들과 그들이 거느리는 마물들이 열심히 유적을 파헤치는 중이었다.
“땅에 묻혀있는 푸른 수정을 4개 찾고, 이렇게 생긴 기둥들만 골라서 부수면 된다!”
그들의 사령탑인 말단 사도(使徒), 크리스틴은 상층부에서 하사받은 홀로그램을 확인하면서 신중히 명령을 내리는 중이었다.
‘거의 다 끝났다. 오늘 부로 동남아시아는 지도에서 사라지고, 신세계교의 위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크리스틴은 A등급에서 벽을 느낀 미국 출신 여전사였다.
세상이 불공평하다 느낀 그녀는 ‘이 세상을 백지로 만들고 신세계의 주민이 되어 모든 것을 누린다.’라는 신세계교의 사상에 심취하여 1년 전부터 열심히 포교 활동을 했고, 2달 전에 사도의 자리에 올라 영광스러운 작전을 이끌게 된 것이었다.
이번 거사는 성공만 한다면 약소국 몇 개는 우습게 지울 수 있는 재앙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이 목적인 신세계교는 이번 작전에 고급 인력들을 투입했다.
‘그나저나 정말 대형 길드 규모로 데려왔네. B급 이상만 50명이라니.’
이곳에 온 50명의 신도 전원이 B등급 이상─평균 능력치가 350 이상인─의 초능력자였고, 그거로도 모자라 길들여놓은 B+급의 마물 50마리까지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
수마의 핵을 해제하는 것에는 고된 작업을 할 많은 인력이 필요한 터라, 이 정도는 되어야 필시 ‘열쇠’ 역할을 할 최성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쿠구구구─
그 정도로 공을 들인 덕분에, 일요일부터 봉인은 수월히 해제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 봉인에 영향이 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커다란 진동이 울려 퍼졌다.
크리스틴은 그 진동이 느껴지자마자 사원 안에 있는 제단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최성운에게 달려갔다.
“후우우.”
“성운 님! 봉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막바지. 유적 주변에 있는 장치들만 풀면, 3단계 봉인도 끝이다.”
무뚝뚝한 어조로 답하는 최성운은 자신이 해제한 봉인들을 올려다보았다.
쿵쾅. 쿵쾅.
역겨운 마기를 내뿜으며 살아있는 듯 요동치는 푸른색 심장.
그 반응은 곧, ‘질투의 해룡’이 부활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레비아탄]을 조종할 수 있는 건 확실하겠지?”
“물론입니다! 영혼도, 의지도 없는 빈껍데기라, ‘탐욕’께서 하사하신 ‘악마석’을 사용한다면 즉시 저희가 조종할 수 있는 병기가 되어줄 겁니다!”
“좋아. 그럼 슬슬 나가보지.”
최성운은 심장에 꽂아두었던 두 자루의 창을 뽑아들고 크리스틴과 같이 사원 밖으로 나왔다.
사원 밖 구조물들에서 마지막 봉인의 해제를 의미하듯,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았다.
최성운은 그 광경을 보며 조용히 입가를 비틀었다.
“크리스틴. 어서 저들에게 지시하도록. 마지막 의식을─”
그러고서 명령을 내리려는데, 불현듯 최성운의 뇌리에 이상한 기운이 스쳤다.
그는 미간을 좁히고 최심부의 입구로 눈을 돌렸다.
“무슨 일이십···.”
크리스틴 역시 최성운과 같이 눈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