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89
최성운과 크리스틴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왼손에 검은 붕대를 감고, 발목엔 초록색 끈을 묶고 있는 검은색 수영복 차림의 사내가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크리스틴?”
최성운은 예상치 못한 손님에 눈꺼풀을 깔았다.
“그, 글쎄요···.”
하지만 크리스틴 역시 예상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사이판’ 근처에서 아주 힘들게 발견한 입구는 ‘탐욕의 파편’을 사용해 꼼꼼히 숨겨두었을 텐데, 저 사내는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란 말인가?
“형제들이여! 침입자를 막아라!”
물론 그런 걸 추론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야 비원이 코앞인데, 수상한 침입자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순 없었다.
크리스틴은 작업하던 신도들에게 쩌렁쩌렁 외쳤다.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
그 외침을 들은 신도들과 그들이 거느리던 사냥개형 마물들은 일제히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그 표적이 된 사내는 여유로운 기색을 잃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입아귀를 찢어질 듯 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꿇어라.』
그 작은 목소리는 유적 전체에 전달되었다,
파동처럼 진동한 그의 선언은 달려들던 신도와 사냥개 무리를 멈추게 하고, 사원 앞에서 그들에게 명령하던 크리스틴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쿠웅!
명령을 받은 자들은 한 치에 오차도 없이 동시에 바닥으로 무릎을 꿇었다.
마치 한몸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뭐야 이거···!’
정신계 기술의 카운터격 재능을 갖추고 있는 크리스틴은 깜짝 놀랄 수밖엔 없었다.
이 정도로 무력하게 조종당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크리스틴.”
“서, 성운님! 성운님은 멀쩡하신 겁니까?”
사내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았던 것은, 대마신의 분신인 최성운뿐이었다.
그러나 그 최성운조차 사내가 뿜어대는 기운에 압도당하고 있다.
“후우···. 심장 주변에 파리들이 많이 꼬였구나. 귀찮군.”
서른 한 명의 인간과 50마리의 마물을 단번에 조종한 사내는 짜증 나는 듯 연달아 머리카락을 털었다.
그러곤 바닥으로 침을 찍 뱉더니,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다음화에 계속
Episode.39 : 절대적인 악(惡) (2)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절대명령]으로, 나에게 달려들던 잔챙이들이 서로 싸우게 하였다.나에게 무릎을 꿇고 있던 놈들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기 옆에 있던 아군과 엉망으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컹컹-!
“모, 몸이!”
“아악!”
그리고 저들은 당연히 ‘제정신’이다.
내 권능의 능력 중 하나인 [절대명령]은 ‘정신계’ 능력이 아닌 ‘조작계’ 능력이기 때문이다.
[절대명령]으로 살아있는 것에 명령을 내릴 경우 ‘정신’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게 아닌 ‘육체’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좋다.
당하는 입장에선 이게 더 끔찍한 경험이 될 테니까.
“서, 성운님! 피하십시오!”
사원의 입구에서 금발머리 여자가 대검으로 검은머리의 사내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내는 맞서 싸우지 않고 피하기만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보다 격이 높은 ‘대마신’의 분신이 바로 저 놈인가 보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별의 파편과 싸우고 있는 자는 공격에 멈춰라.』
“허, 허억···.”
두 사람에게 다다른 뒤, 나는 금발머리의 여자가 공격하는 것을 중지시켰다.
버릇없게도, 금발머리 여자는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면상을 땅에 처박고 있도록.』
“끼악!”
여자는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딱딱한 돌 바닥으로 쿵, 얼굴을 박았다.
그 행동을 본 나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마신의 분신에게 말을 걸었다.
“별의 파편이여.”
“···네놈은 누구냐.”
“하! ‘네놈’? 대마신이 낳은 존재라서 기대했건만, 말본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 협박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별의 파편은 아무래도 나와 싸우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기야. 사내로 태어나서 입으로 싸우는 건 너무 치졸하지.
“무기를 들어라. 별의 파편이여.”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살아갈 생각 마라, 침입자.”
별의 파편이 자신의 기운을 해방하자, 녀석으로부터 전 속성과 수 속성의 마나가 요동쳤다.
나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왼팔에 묶어두었던 붕대를 풀었다.
“해룡의 핵을 흡수했나보군. 네놈의 심장을 꿰뚫어서 앗아가 주마!”
콰아아아!
그것에 반응하여 붕대 밑에 가려져 있던 [흑염룡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날뛰어라 흑염룡!”
쿠오오오!
활성화 주문을 외치자마자 그림자가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의 설명대로, 아직은 내 마음대로 조종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흑염룡의 그림자여.』
결국, 나는 절대명령으로 흑염룡의 그림자를 억지로 길들였다.
내 왼팔을 죄어들며 주변의 사물을 부수던 그림자는 내가 말을 하자마자 얌전해졌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형태로 모습을 바꿔라!』
내 말을 듣기 시작한 그림자는 천천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적은 그걸 보고만 있을 바보는 아니다.
별의 파편은 예리한 기세로 금색 창과 보라색 창을 번갈아가며 나에게 내질렀다.
슈왁! 슈왁! 솨악!
나는 그 연격을 가볍게 뒤로 점프하는 것으로 피하며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별의 파편은 보라색 창을 나에게 겨누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망이냐!”
쾅-!
놈은 두 무릎을 크게 굽힌 다음 바닥으로 수 속성 마나를 방출하여 나에게 돌격했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옆으로 피하며 낮게 읊조렸다.
“느려.”
“윽···!”
그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별의 파편의 움직임이 현저히 떨어졌다.
사안의 저주가 성공적으로 들어간 듯 보였다.
녀석은 전기가 튀는 두 자루의 창으로 내 머리를 연이어 노렸지만, 가볍게 고개를 틀어내는 것만으로도 피할 수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
게다가 나는 피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놈의 창을 피할 때마다, 나는 다리에 화 속성 마나를 두른 채로 녀석의 어깨를 걷어찼다. 강대용이 익힌 기술들은 꽤 쓸 만했다.
슈우우우-
그 사이, 내 왼팔에서 꾸물거리고 있던 그림자가 변화를 마쳤다.
나는 [흑염룡의 그림자]가 만들어낸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날 지켜보고 있던 별의 파편은, 두 눈을 좁히면서 내게 물었다.
“네놈··· 검사였나?”
“후후, 그래 보이나? 그럼 성공이구나.”
놈이 말한 대로, 흑염룡의 그림자로 만들어진 것은 틀림없는 검의 형태였다.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10년 만이로군···.”
사실 계속 맨손만 사용해서 질려가던 참이었는데, 내 검과 똑같은 형태로 변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기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검의 손잡이를 한 손으로만 잡고 풍차처럼 가볍게 붕붕 돌려보았다.
오랜만에 휘두르는 것이었으나, 그 특유의 느낌은 익숙했다.
“창병이여. 들어오지 않고 뭘 하는 것이지? 아까 나를 살려 보낼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나?”
“…….”
별의 파편은 입을 다운 채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놈의 주변에서 생명의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생명부여] 권능을 사용해서, 골렘이라도 만들어볼 작정인 듯 보였다.
타닷!
뭐, 재밌는 잔꾀를 부리는 것 같지만 놀아줄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발바닥과 등으로 화 속성 마나를 방출하여 놈에게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부웅─
왼손에 들고 있던 검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별의 파편은 두 창을 교차시켜 그 공격을 대응했다.
카앙─!
파찰음이 울리며 불똥이 튀었다.
역시 능력치가 높아서 그런지 놈은 가볍게 막아냈다.
키아앙─!
두 번째 공격은 사선 베기였다.
이번에도 녀석은 창을 비틀어서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을 받아낸 직후, 놈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놈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는지 생명의 기운을 거둬들이고 육탄전에 임했다.
“하압!”
놈은 기합을 내지르며 자신의 몸에서 전 속성의 마나를 주변 반경으로 뿜었다.
뿜어낸 마나는 강력한 충격파가 되어 나를 덮쳤다.
쿠콰아앙─!
충격파는 놈의 반경에 있는 모든 것을 갉아내며 재로 만들었다.
그 힘의 여파로 내 몸은 뒤로 크게 밀려났다.
“후욱. 후욱.”
놈은 굵직한 숨을 내쉬며 나를 노려보았다.
아마도 내가 방금 공격을 버틴 것이 의문인 모양이었다.
“훌륭한 공격이었다.”
사실 놀라울 정도로 따끔했다.
하지만 아쉽구나. 하필이면 상대가 이 몸이라니.
“분화!”
콰앙-!
나는 발바닥에 맴돌고 있던 화 속성 마나를 터뜨려서, 그 추진력으로 재차 돌진했다.
그림자 검을 쭉 뻗어서 녀석의 심장을 노렸다.
별의 파편은 이번에도 훌륭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놈은 간과했다.
“산을 무너뜨리는 왕의 폭염! 받아 보아라!”
지금껏 나는 왼손으로만 공격했다는 사실을.
나는 오른손으로 [태산염왕격]을 사용하여 녀석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크헉!”
콰앙-!
별의 파편은 그 일격과 함께 사원의 벽면으로 날아갔다.
그 도중에 왼손에 들고 있던 창을 하나 놓쳐서, 내 앞으로 보라색 창이 데굴데굴 굴러 왔다.
“후우우···!”
벽면에 처박혔던 놈은 금방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뒤척거렸다.
허나 놈은 몸을 제대로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뚝. 뚝.
내가 [태산염왕격]을 꽂아 넣었던 왼쪽 어깨가 팔과 함께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졸지에 외팔이 된 별의 파편은, 피를 토하며 남은 오른손으로 창을 잡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팔이 떨어졌는데도 일어나다니.”
나는 내심 감탄하며 내 앞으로 굴러 왔던 창을 주워들었다.
그 다음 허리를 크게 비틀고 팔을 뒤로 빼는 투창 자세로 그것을 내던졌다.
슈아악─
콰직!
투척한 창은 정확히 별의 파편의 흉부에 처박혔다.
놈은 “카악!”하고 비명을 한 번 뱉더니, 그 자리에서 다시 넘어졌다.
“···아직이다.”
하지만 놈은 다시 일어섰다.
녀석은 가슴에 창이 박힌 채로, 오른쪽 창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슈우우우!
놈의 창으로 물과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갔다.
금빛 창에서 강력한 번개의 기운이 감돌았다.
“인드라의─”
쿠과과과과-!
별의 파편이 들고 있던 금색 창에서 한 줄기의 금빛 섬광이 뻗쳐 나왔다.
잔잔한 물의 흐름이 놈의 주변에서 날카로운 수류로 격변하고 전류가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심판!”
놈은 필사의 힘으로 그 창을 나에게 던졌다.
저 궁극오의 역시 암중비약으로 피할 수 없는 필발필중의 투척이었다.
“나의 힘에 전율하라!”
그러나 나에겐 도달할 수 없다.
나는 [용왕의 투지]를 앞으로 전개하여 창에 대항했다.
검은 용의 형상으로 변모한 오라는 찬란한 섬광을 머금었던 창을 짓이기고 휘감으며 첨예한 기세를 한순간에 소멸시켰다.
쿠와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폭발하는 인드라의 심판.
그 여파로 수류폭풍이 발생하여 주변에 있던 구조물을 부수고 사원의 건물을 무너뜨렸다.
나는 그 폭풍에 밀려나지 않도록 [흑염룡의 그림자]를 바닥 깊숙이 박아 넣고 몸을 고정했다.
스스스스-
곧 물살이 잦아들고 고요가 찾아왔다.
나는 그림자를 바닥에서 뽑아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져있는 별의 파편에게 다가섰다.
“끄어어···.”
···지독한 놈.
그 창을 던지고도 정신을 붙잡고 있다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실소를 터뜨리곤, 놈의 가슴에 박혀 있는 창을 붙잡았다.
꾸드득!
그것을 몇 번 비틀어서 놈의 심장을 도려냈다.
나는 [염동]을 사용하여 그 심장 안에 있던 물건을 내 앞으로 띄운 후에, 뒤덮여있는 오물과 피를 씻어냈다.
그러자 찬란한 푸른빛을 띤 육각형의 보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꽤 아름답군.”
이 보석이 바로 해룡의 핵이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감상하다가 그것을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꿀꺽했다.
“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