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90
그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세계교의 잔당들은 몇 놈만 살아남은 채로 바닥에서 뒹구는 중이었다.
슉, 슉!
살아남은 자들은 푸른빛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늦게나마 상황을 파악한 신세계교가, 살아남은 자들이라도 회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조처를 하는 모양이었다.
저 중엔 분명 내가 마귀로 만든 자도 포함되어 있겠지.
덥석.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내 발목을 뭔가가 붙잡았다.
“허어. 아직도 그럴 힘이 남아있는 것이냐.”
“침입자···.”
그 무언가는 바로, 해룡의 핵을 빼앗긴 별의 파편이었다.
녀석은 심장이 찢기는 부상을 당하고도 끈질기게 정신을 잡는 중이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놈을 내려다보았다. 놈의 눈동자엔 아직도 투지가 깃들어 있었다.
이름이 최성운이라 했던가? 아무튼, 놈은 대뜸 나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냐···.”
“···너에겐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지.”
나는 녀석을 인정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내 이름은 강대용. 이 세계 최강이 될 남자다.”
“네, 네놈이···!”
놈은 그 대답을 들은 후에야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던 것처럼, 푸른빛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
신세계교의 잔당들을 일망타진한 후.
나는 무너진 사원의 잔해 속에서 두근두근 뛰고 있는 심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재봉인’을 택했다.
[소멸] 능력의 사용은 회복한 격이 너무 낮아서 무리였으니 이게 최선이었다.쿠구구구-
물론 다시 발견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적의 입구들은 완전히 파괴했다.
그 후 나는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도록 공간을 숨겼다.
“후우. 한동안 권능의 힘이 약해지겠군.”
그간 꽤 회복했던 ‘격’ 중에 상당 부분을 사용해야 했지만, 나는 나중에 신세계교가 또 이곳을 찾아내서 봉인을 푸는 것보단 내가 조금 희생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에 대한 보상은 심장의 주인인 ‘황투희’에게 뜯어낼 생각이니 분명 남는 장사일 터였다.
“···이 창은 왕비에게 줘야겠어.”
게다가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해룡의 핵을 탈취한 건 물론, 왕비의 환생에게 줄 선물까지 얻었으니 실보단 득이 더 컸다.
그 덕분에 나는 기분 좋게 탱글탱글 섬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흐음.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니.”
강대용의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확인하니 현재 시각은 새벽 4시경.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계약의 시간은 아직 꽤 많이 남았다.
다다다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두 팔을 뒤로 뺀 다음 그대로 모래사장을 질주했다.
[‘또 하나의 인격’이 그딴 식으로 달리지 말라고 당신에게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응? 이게 뭐 어때서 그러는 거지?
이 달리기 방식은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인데.
[‘또 하나의 인격’이 여러 실험을 통해 거짓으로 밝혀진 이야기를 진실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아~ 모른다 이놈아.”
나는 음소거 기능을 사용한 후, 계속 똑같은 자세로 달렸다.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굳이 잔소리는 듣기 싫었다.
“하하. 기다리시오 왕비!”
대신 조금이라도 빨리 찝찝한 몸을 씻어내고, 왕비를 끌어안고 싶을 뿐이었다.
“좋은 선물을 들고 그대에게 가고 있으니!”
내게 남은 시간은 약 23시간.
내 심오하고 드넓은 심상세계를 펼칠 수 없는 만큼, 나는 다른 방식으로 즐겁게 지낼까 한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40 : 알리사의 집착
빠르게 질주하여 호텔로 돌아오니 새벽 4시 반.
삐릭.
나는 카드 형태의 열쇠를 대고 강대용과 대마도사가 묵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세상모르고 자는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어두운 방.
침대에서는 대마도사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수면을 취하고 있다.
나는 녀석이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강대용의 캐리어로 다가가 짐을 정리하고 왕비에게 줄 선물을 그 곁에 세워두었다.
쏴아아-
그 다음 바로 욕조에서 샤워하고 강대용의 옷 중 가장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크큭···.”
고맙다 강대용.
왕비의 환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어서.
그간 네놈의 안에서 그 비단처럼 고운 머릿결을 훔쳐보며 몇 번이나 욕망을 삼켰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하루라는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내가 원하는 짓은 전부 할 수 있겠지.
네놈 같이 간이 작은 놈과는 다른,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
그런 마음을 품고 방에서 나와, 나는 옆방의 문 앞에 섰다.
그러곤 문을 열기 위해 카드키를 가져다댔다. 허나 반응이 없었다.
“뭐야.”
나는 몇 번이고 카드키를 손잡이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런 고물 같으니라고.”
어째서 반응하지 않는 것이지?
분명 이게 열쇠였지 않았나.
옆방의 문은 이거로 잘만 열리더니만 왜 왕비의 방문은 열지 못하는 것이냐.
“빌어먹을.”
나는 결국 직접 여는 것을 포기하고 방문에 노크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다. 왕비는 곤히 잠에 빠져있는 듯하다.
“···일단 나도 잠을 좀 자야겠구나.”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안은 육체의 피로를 더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지고한 존재라고 한들, 강대용의 육체는 엄연히 인간이기 때문에 숙면을 취해서 체력을 보충하긴 해야했다.
충분히 체력을 안배한 후에 왕비와 어울리는 것도 분명 나쁘지 않으리라.
삐릭.
나는 방문에 카드키를 찍고 강대용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긴 멀쩡히 되는데 왜 저쪽은 되지 않는 것일까?
“하암~.”
그게 의문이었으나 나는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냥 잠이나 자기로 했다.
몇 시간 뒤엔 아름다운 왕비의 얼굴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
오전 8시.
강대용의 옆에서 자던 알프레드는 번쩍 눈을 뜨고 이불을 찼다.
“드르렁···.”
“···있군.”
그는 자신 옆에서 강대용이 코를 골고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혹여나 소중한 여동생을 잠도 재우지 않고 험하게 대했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그는 꽤 신사적인 남자였다.
‘우선 씻을까.’
알프레드는 샤워를 하려고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침대에 누워있던 강대용으로부터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이건.’
그로부터 풍겨오는 역겨운 마(魔)의 냄새.
이 냄새는 자신의 힘이 폭주했을 때 피어올랐던 그 냄새와 같았다.
심각성을 느낀 알프레드는 마도서를 소환해 숨을 죽이고 강대용에게 다가갔다. 그는 입에서 침까지 질질 흘리며 수면에 취해있는 중이었다.
‘육체는 강대용의 것이 맞아. 하지만 기운은 아니다. ···설마, 힘이 폭주한 건가.’
알프레드는 침음을 삼켰다.
강대용에게 정체불명의 존재가 봉인되어 있다는 건 작년 4월에 이미 눈치 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폭주할 줄은 몰랐다.
‘너무 강한 기운이다. 우선 묶어둬야겠어.’
그는 일단 강대용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조치부터 취해야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알프레드는 마도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촤라라락!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 쇠사슬 4개가 뻗어 나오더니, 강대용의 팔과 다리를 강하게 옭아맸다.
여전히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는 강대용. 알프레드는 그가 깨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하다가, 이내 위기감을 느꼈다.
‘알리사!’
강대용이 폭주했다면 혹여나 알리사에게 위해를 가했을 수도 있다.
알프레드는 그런 판단을 내린 뒤, 다급히 방문을 열고 알리사가 머물던 1002호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휴우.”
다행히 종달새 같은 여동생의 목소리가 멀쩡히 들려왔다.
그래도 알프레드는 알리사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그녀를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다. 리사야.”
“아, 오빠야?”
어째서인지 불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그리고 그 목소리와 어울리는 뚱한 표정의 알리사가 민낯으로 문을 열었다.
알프레드는 보자마자 생각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여동생은 민낯임에도 아주 아름답다. 그리고 아주 멀쩡하다.
“대용이는 어디 가고 오빠 혼자 왔어.”
하지만 안심하는 것도 잠시.
알프레드는 동생에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할까 고민해야만 했다.
“···어제 체력을 많이 쓴 것 같더구나. 아직 자고 있다.”
“아, 그래?”
알프레드는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강대용이 이상한 게 씌워져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분명 그녀는 큰 충격을 받을 테니까.
“그럼 대용이 깰 때까지 옆에 누워있어야겠다~.”
그런데 귀여운 여동생은 굳이 강대용 옆에 누우시겠단다.
알프레드는 그것에 당황하여 두 손을 강하게 저었다.
“동생아. 지금 강대용이 아무것도 안 입어서 그건 좀 허락하기 힘들겠구나.”
“···뭐 어때? 내 남친인데.”
그는 동생에게 거짓말하는 게 무척 서툰 편이었다.
다른 사람은 잘만 속여 넘기는 그였으나, 동생 앞에선 한없이 약해졌다.
“아, 안 된다. 이 오빠는 그런 건 허락 못 한다. 내가 깨울 테니까, 너는 강대용한테 잘 보이려면 화장이라도 옅게 하고 나와라.”
“···흥. 알았어.”
그래서 억지를 부렸다.
거짓말을 하는 것보단 교육한다는 스탠스로 완강히 그녀를 막아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것이 통했는지, 알리사는 다행히도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듯 보였다.
“라고 할 줄 알았지?”
···근데 아니었다.
알리사는 쏜살같은 속도로 알프레드를 제친 후, 살짝 열려있는 1001호실로 들어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알프레드는 반응조차 못 했다.
“안 돼!”
“벗은 대용이는 못 참··· 응?”
하지만 늦었다. 알리사는 방 안에 펼쳐진 광경과 냄새를 이미 맡았을 것이다.
알프레드는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일이 좀 복잡해진 것 같다.
“대용아···.”
알리사는 현실을 부정하듯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며 강대용이 있는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바로 눈치챘다.
강대용으로부터 어제 새벽을 함께했던 그 다정한 냄새가 사라지고, 지독한 악마의 냄새가 풍기고 있다는 것을.
“아, 안 돼···!”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강대용.
그러나 알리사는 그 얼굴을 보고 웃지 못했다.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강대용의 이름을 애타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대용아대용아대용아대용아대용아···!”
“으, 으음?”
그때, 강대용이 눈을 떴다.
알리사는 강대용을 경멸의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눈을 뜬 강대용은 알리사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와, 왕비?”
“나와.”
“뭐, 뭐라?”
알리사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강대용의 배 위에 올라탔다.
그러곤 강대용의 목으로 두 손을 뻗었다.
“나와 이 악마 새끼야.”
알리사는 그대로 강대용의 목을 졸랐다.
강대용은 저항하려고 했으나 두 팔과 두 다리가 차가운 쇠사슬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대용이 몸에서 나오라고!!!”
“커, 컥!”
눈물을 흘리면서, 알리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강대용은 아직 버틸 만했으나 이대로라면 큰일이 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또··· 또 너희야? 너희는, 너희는, 너희는!!! 왜 내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가는 거냐고!!!”
알리사는 목청이 터지도록 절규를 내질렀다.
그녀는 강대용의 배 위에 앉아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손아귀의 힘도 더했다.
“···진정해라.”
알프레드는 이대로라면 강대용이 위험하다 생각하여 여동생의 움직임을 [염력]으로 막았다.
알리사는 이빨로 입술을 짓이기며 눈물을 흘렸다.
“이, 이거 놔 오빠. 대용이 안에 이상한 게 있어. 저걸 뽑아내야 해. 안 그러면 대용이··· 우리 대용이···.”
“···일단 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할 테니까, 넌 지켜보고 있어라.”
“이거 놔아아아!”
알프레드는 여동생의 상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아리아의 말대로 꽤 회복된 줄 알았던 알리사의 ‘장애’는,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으, 으흑··· 제, 제발 대용이를 돌려줘··· 제발, 제발··· 이건 아니잖아. 왜 또 내 사람을 빼앗아가는 건데. 대체 왜···.”
결국 그는 알리사와 강대용을 마법으로 꽉 묶어두고 케리어에서 약통을 꺼냈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계속 챙겨다니고 있었던, 알리사 전용 특수진정제였다.
“삼켜라.”
알프레드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여동생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약을 삼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