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92
SHA 여자 기숙사 1층.
그곳에 있는 홀에서, 알리사는 사뿐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이 있는 복도로 가고 있었다.
“응?”
그 도중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불여우, 그런 주제에 성적도 자신보다 좋고 얼굴도 예쁜 최고의 경계대상. 바로 백설이었다.
“안녕.”
“…….”
백설은 알리사와 마주치자마자 쭈뼛쭈뼛한 자세로 인사를 했다.
알리사는 인사조차 나누고 싶지 않았지만, 그냥 대충 “안녕.”이라고 똑같이 말하는 것으로 받아주었다.
“···여행은 잘 다녀왔어?”
“응.”
“가서 뭐하고 놀았냐?”
“안 말해줄 건데.”
백설은 고양이 같은 눈매를 날카롭게 좁히고 알리사를 째려보았다.
그에 질세라, 알리사도 보라색 눈동자를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백설을 노려보았다.
“뭐, 뭐 생도로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도 했나 보지? 왜 그렇게 떳떳하지 못···.”
“응. 했어.”
“···뭐?”
“첫날에는 6번, 둘째 날에는 8번, 세 번째 날에는 10번, 마지막 밤에는 없이 했어. 왜?”
백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했다.
‘키스를 저렇게나 많이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이 화끈해졌다.
근데 없이 했다는 건 무슨 말이지?
화장 없이 했다는 건가. 아무튼, 엄청나게 부럽다.
그래서 백설은 몹시 질투가 났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사, 사이가 좋네···.”
그런 다음 이 이상 얘기하면 배가 아플 것 같아서 조용히 알리사를 지나쳐가려고 했다.
“야.”
“···왜?”
그런데 알리사가 갑자기 백설을 멈춰 세웠다.
백설은 시큰둥한 눈빛으로 알리사를 쏘아보았다.
“너··· 앞으로 대용이랑 뭐 하려고 할 때 나한테 꼭 허락 맡아.”
“···강대용이 무슨 네 물건이냐?”
“물건은 아니어도 내 남자니까. 당연히 여자친구인 나한테 허락을 맡는 게 순리지 않겠어?”
알리사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 왜 이러지?’
백설은 그 표정과 목소리를 듣곤 생각했다.
평소라면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 채로 자신을 놀리는 목소리로 말했을 텐데, 혹시 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나?
“아, 알았다고. 누가 보면 내가 자기 남친 뺏으려고 하는 줄 알겠네···.”
백설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재빠르게 알리사를 지나쳐갔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기만 할 뿐,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
알리사가 지금 자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
여행 이후로 방학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 세계에서 더 이상 탈취할만한 아티팩트가 없었기에, 남은 기간은 대부분 훈련의 연속이었다.
[흑염룡의 그림자]를 길들이는 훈련, 알리사와 같이 훈련, 베일에게 얻어맞으면서 훈련, 알리사의 감시하에 백설과 대 마법사 전 훈련···.그 시간 외에는 종종 알리사와 데이트를 즐기거나 했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개학까지 불과 3일밖에 남아있지 않은 그 시점.
나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훈련을 마치고 알리사와 함께 훈련장 안에서 쉬는 중이었다.
“하와이도 놀 거 많아 보이네.”
“나중에 신혼여행으로 하와이 가면 되겠다~.”
우리는 내 폰으로 윤희진이 보내준 사진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리사가 느닷없이 신혼여행 이야기를 꺼내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윤희진이 담은 하와이의 풍경은 썩 봐줄 만했다.
그래서 사진을 더 보기 위해 쓱쓱 옆으로 스크롤을 넘기는데, 갑자기 윤희진의 수영복 차림 사진이 나타났다.
“···이건 보지 마.”
알리사는 그 사진을 황급히 옆으로 넘겼다.
그녀는 윤희진이나 이상은의 수영복 사진이 나타날 때마다 그걸 넘기는데 급급했다.
“우 씨···.”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워서,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여느 때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위해 뒷머리로 손을 뻗었다.
우웅-
그때였다.
진동이 울리며 내 스마트폰 화면이 통화 화면으로 전환된 것은.
나는 곧바로 발신인을 확인하였다.
[오하와]···어이가 없네.
두 달 가까이 되도록 연락이 없다가,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전화하는 거지?
어쨌든 잘 됐다. 이 여자한테는 물어볼 것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알아서 연락을 해주네.
“미안 리사야. 잠깐 통화 좀···.”
나는 바로 수신 버튼으로 엄지를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알리사가 손으로 내 엄지를 강하게 붙잡았다.
“누구야?”
“아, 요즘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인데···.”
알리사의 눈이 탱글탱글 섬에서 봤던 그 텅 빈 눈으로 급변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짙은 불길함을 느꼈다.
“여자야?”
다음화에 계속
Episode.41 : 개학 직전에 일어난 소동
알리사는 수신 버튼으로 손가락을 뻗으려는 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어두운 눈으로 날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여자야?”
그녀가 한 번 더 묻는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응. 여성 분이셔.”
“그럼 끊어.”
알리사는 그대로 통화 거절 버튼을 꾹 눌렀다.
“리사···?”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그녀의 집착증이 갑자기 도진 건가?
젠장. 아까 수영복 사진을 넘길 때 귀엽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위기감을 느꼈어야 하는 건데.
“하하. 리사야. 점심은 뭐 먹을까?”
나는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알리사가 방금 온 전화에 대해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내 그런 노력에도, 알리사의 표정은 뭔가 어두웠다.
“···나중에 그 사람이랑 통화할 거야?”
알리사는 내 겨드랑이와 팔 사이로 천천히 자신의 팔을 끼우면서 물었다.
여전히 텅 비어있는 그녀의 동공을 보고서, 여기서 할 말을 잘못 선택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절대 안 하지. 연락처에서도 삭제할게. 어차피 요새 연락도 끊겼던 사람인데, 뭣하면 차단이라도 할까?”
“…….”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그녀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알리사는 나를 향해 방긋 웃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난 우리 남치니를 믿을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싶었지만, 괜히 알리사가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속으로만 삼켰다.
알리사는 내가 그런 긴장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내 품에서 강아지처럼 머리를 비빌 뿐이었다.
“용아.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너 먹고 싶은 거로 먹자.”
“그럼 파스타 먹으러 가자!”
아슬아슬했던 상황을 겪으면서 나는 다짐했다.
알리사 앞에서는, 되도록 내 폰이나 스마트워치는 사용하지 말자고.
***
한편, 인천 국제 워프게이트 터미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강대용에게 퇴짜를 맞은 오하와는, 터미널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뚱한 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전화를 끊어버리지?’
황투희에게 연락을 받은 바로는, 강대용은 자신이 했던 말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게 궁금해서라도 자신의 통화는 받았어야 했는데 왜 거절을 한 것일까?
‘혹시 단단히 삐쳤나? 이건 예상 못 했는데.’
확실히 거의 2달 동안 잠적하면 삐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나, 이건 그리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큰일이야···.’
강대용이 자신과 연락을 끊는다.
그것은 곧 자신의 계획과도 많이 어긋나는 부분이었다.
그녀의 계획에서 강대용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한데, 벌써 오가는 대화가 끊겨버리면 앞으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이다.
‘직접 찾아가야 하나? 어차피 학교 안이긴 하니까.’
오하와는 아즈모데가 플롯을 들먹거릴 줄 알았더라면, 그냥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하는 편이 나았겠다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거기에 더해, 강대용의 마음을 돌릴 만한 정보와 ‘선물’이 필요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이것저것 많이 사왔으니까 비싸고 좋은 거로 강대용을 꼬셔봐야지···.’
오하와는 크나큰 한숨을 쉬었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인간이 다 됐구나.“
최유성의 11번째 회귀부터, 짙은 안개에 가려진 듯 미래의 향방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포커페이스와 허세로 다른 ‘환생체’와 최유성을 속이고 있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끼고 있다.
‘오빠도 똑같겠지? 자신이 쓰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려 가는지 이젠 모르겠지?’
하지만 이것은 어찌 보면 희소식이기도 했다.
‘새로 추가되는 플롯을 내다보는 능력’으로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세계를 조작하고 있는 대마신조차 ‘이야기’를 이어가나는 힘인 ‘필력’을 많이 소실했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과연 오빠를 꺾고 자격을 얻을 수 있을까?’
다만 오하와는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대마신의 필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들.
마신이었던 시절에 갖고 있던 능력을 대부분 소실한 채, 강대용과 최유성을 이용해서 대마신을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
그 시각, 따뜻한 휴양지 괌에 위치한 신세계교 서태평양 본 교회.
교회의 지하에 있는 치료실에서, 수마의 핵 해제 작전에서 살아남은 신세계교의 신도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조차도 죄다 중상을 입은 상태라, 그들을 치료하는 나머지 신도들의 손이 매우 바빴다.
“···shit.”
그 참담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고위사도, 에릭슨은 이빨을 으득 갈며 낮게 중얼거렸다.
저번 작전으로 투입된 50명의 신도 중 불과 11명만이 살아남았으나, 치료를 받던 도중 3명이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같이 투입한 마물들은 전부 죽었다.
“하필 그런 놈이 난입해서···.”
책임자였던 크리스틴은 머리에 큰 충격을 연달아 받아 말더듬이가 되었고, 작전의 핵심이었던 최성운은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그리고 이 막대한 피해는 단 한 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강대용···.”
한국 지부 쪽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정하고 있던 SHA의 생도.
영웅도 아니고 생도였다. 심지어 1학년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에릭슨은 본부로부터 세부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사건 당시에 전해 받았던 에릭슨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마신 그 자체라니···.”
한국의 요주인물들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별의 파편도 아니고, 칠마신 중 하나를 몸에 담고 있는 괴물이라니.
아무리 힘의 대부분을 잃었다지만, 칠마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에릭슨은 똑똑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일어난 피해를 애써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본 교회는 왜 이런 데이터를 꼼꼼히 숨겨둔 거지?’
동시에 그는 의문도 같이 들었다.
칠마신 그 자체인 인물이 버젓이 생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왜 다른 교회에는 공표하지 않은 것인가?
사실 윗분들의 뜻은 항상 이해하기가 힘들다지만 이번 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교회에 알리는 편이 나았겠다고, 에릭슨은 내심 생각했다.
“아직은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마세요.”
에릭슨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그의 뒤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황급히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릭슨의 등 뒤에 있는 공간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상심이 커 보이네요. 에릭슨.”
“···헉!”
이윽고 허공에 구멍이 뻥 뚫리며, 검은 드레스를 입은 갈색머리의 동양인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릭슨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구, 구세주시여!”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익히 잘 아는 존재의 기운이었으니까.
“이, 이 누추한 곳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빠르게 정리를···.”
“됐습니다 에릭슨. 너무 긴장하실 것 없어요.”
허겁지겁하는 에릭슨을 내려다보며 여자는 히죽 웃었다.
대충 봐도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는, 자신의 웨이브 파마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큰 피해가 있었던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마신의 혼을 가진 자와 충돌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그 말을 듣고도 여유로운 듯 미소를 머금었다.
“괜찮습니다. 수마의 핵이 해방되지 않아도 신세계를 건설하는 것엔 딱히 차질이 없으니까요. 단지··· 저는 안타깝군요. 저를 따르는 많은 신도들이 목숨을 잃은 부분이 말이죠.”
여자는 주변을 쓱 둘러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으나, 에릭슨은 마음을 졸이며 더욱 크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아. 진짜 괜찮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건 당신을 탓하려고 온 게 아니에요. 다음 지령을 내리려고 직접 방문한 것뿐이죠.”
“···어, 어떤 지령입니까. 말씀만 해주십시오. 색욕이시여!”
에릭슨이 색욕이라고 자신에게 말하자, 여자는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색욕이나 구세주라고 불리는 것은 이제 슬슬 질려가고 있었으니까.
‘흠. 원래 몸 주인 이름이 뭐였더라.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이번엔 원래 주인이 있는 몸을 자신에게 맞는 몸으로 고친 만큼, 색욕보다는 그녀의 이름으로 신도들에게 불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원래 주인의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에릭슨은 그 표정을 보고는 화가 났다고 멋대로 오해하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조아렸다.
“아!”
“히익!”
그러던 중, 여자는 드디어 그 이름이 떠올라서 탄성을 내질렀다.
에릭슨은 여자가 호통을 치는 줄 알고 비명을 내지르며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
“앞으로는···.”
물론 여자가 호통을 치는 일은 없었다.
단지 그녀는 [염력]을 사용하여, 머리를 땅에 붙이고 있던 에릭슨의 얼굴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며 자신의 새로운 호칭을 말해줄 뿐이었다.
“저를 ‘이민희 교주님’이라고 불러주세요.”
***
개학 D-1.
대부분의 생도가 학교로 복귀하고 훈련장과 생도 식당도 활기를 되찾아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