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93
“어이 강대용!”
그리고 당연히 시끄러운 녀석들도 이곳으로 돌아왔다.
나랑 알리사는 여느 때처럼 생도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뒤편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재빈 어서오고.”
“욜. 이제 좀 익숙해졌나보네?”
딱 봐도 ‘우리 하와이 다녀왔음’이라 애써 표출하고 있는 최유성 무리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녀석들은 순식간에 우리가 앉아있는 자리 주변에 짐을 두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우리에게 물었다.
“야. 강대용. 이 형이랑 안 놀고 여친이랑 단둘이 여행 갔다면서?”
“뭐 그렇지.”
“하아~ 그거 아쉽네. 여기 있는 3명은 이 형이 제공해준 최고의 여행지에서 많은 걸 누리고 왔는데 말이야.”
황재빈은 그 이후로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불나불 풀어놓았다.
아마도 훗날 나를 황제로 데려가기 위해 입김을 불어넣는 작업인 듯 보였다. 물론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리사얌~ 보고 싶었어!”
“리사쓰~ 남친이랑 여행은 잘 다녀왔어?”
알리사는 살가운 표정으로 윤희진과 이상은의 백허그를 받아주는 중이었다.
저 세 사람은 자주 수다를 떨고 갠톡을 나누면서 매우 친해진 듯 보였다.
“대용아.”
그 훈훈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 내 옆에서 최유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은 괜히 불안하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알리사랑 여행은 잘 다녀왔어?”
“···어. 뭐. 잘 다녀왔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최유성은 왠지 씁쓸한 미소로 표정을 바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알리사가 날 좋아하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변명했다.
“잘 됐네. 앞으로도 잘 챙겨줘.”
“그래야지.”
최유성은 그런 충고(?)를 하고는 뭔가 생각난 듯 내게 물었다.
“아, 대용아. 설이는?”
“백설? 모르지 난.”
최유성은 일행 중 백설만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 역시 백설의 행방은 모른다.
어제부터 백설은 나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으니까.
매일같이 연락하던 그녀였는데, 아무래도 바쁜 일이 좀 생긴 모양이었다.
“어! 저기 설이다! 설아~”
내가 최유성에게 그렇게 답한 그 순간, 윤희진이 오른편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 저기 왔네. 설이는 계속 학교에 있었지?”
“응. 쟤 교관님한테 개인 교습 받았잖아.”
그곳에서 백설이 진이 다 빠진 듯 보이는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흔들며, 내 바로 뒤편 비어있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백설공주. 아침부터 왜 이리 죽상이야?”
“···신경 꺼.”
황재빈은 백설이 오자마자 장난을 걸었지만,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백설의 상태는 시끄러운 그가 입을 다물 만큼이나 좋지 않아 보였다.
“설아 괜찮아?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백설은 하나도 안 괜찮아보였다.
그녀는 배를 부둥켜안고 식탁에 고개를 숙인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야, 백설···.”
그녀의 바로 뒤에 있던 나는 백설의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내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만들자, 주변에 있던 녀석들도 덩달아 걱정하는 말을 하며 백설에게 다가갔다.
“괜찮다니까···.”
백설은 귀찮다는 표정을 만들며 손을 휙휙 저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서, 설아?”
그녀는 양팔로 배를 붙잡고는 옆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백설!”
“설아!!!”
나는 고꾸라지던 백설을 겨우 낚아채고서 다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난 몹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몸이 뜨거워?”
그녀의 몸이, 화 속성 마나를 가진 내가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불덩이였으니까.
다음화에 계속
Episode.41 : 개학 직전에 일어난 소동 (2)
“설아!”
고꾸라진 백설은 바로 의식을 잃었다.
나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의자에 눕히며 윤희진에게 말했다.
“···윤희진.”
“응 대용아!”
“일단 119부터 불러줘. 몸이 너무 뜨거워.”
윤희진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최유성에게 부탁했다.
“최유성. 백설한테 냉기 좀 방출해줄 수 있어? 너무 강하게는 말고.”
“알았어.”
그러자 최유성은 바로 백설을 향해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말했다.
“···무슨 증상인지 알고 있나보네.”
어. 대충 뭔 상태인지 알 것 같아. 다만 확실히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나는 차분히 생각했다.
통증이 있는 듯 배를 부여잡더니 갑자기 쓰러지고, 비정상적인 고열이 난다···.
이건 분명 내가 아는 증상이다, 그런 확신이 뇌리에 박혔다.
“···삼라만상이 짐의 아래에 있으니. 내가 바로 유일한 지배자니라!”
“대용아···?”
“아니 강대용! 이 상황에서 뭔···.”
그래서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흑염룡을 해방했다.
마지막 확인을 위해, 대상의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용안]을 발동해야 했으니까.
[급격한 격(格)의 상승으로 대상의 체내에 있는 마나의 흐름이 과부하 되어 고열이 발생했습니다!] [백설의 영핵이 그 격을 키우고 있습니다. (상격(上格) > 영웅격(英雄格)]···역시나.
지금 백설은, 악마를 삼킨 회귀자에 등장했던 ‘격의 성장통’을 앓고 있다.
‘격의 성장통’이란 영핵의 격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증세를 뜻하는 말인데, 극히 일부의 초능력자들만 겪는 증세였다.
“갑자기 변신은 왜···?”
“내 능력 때문에. 변신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격의 성장통의 원인이 되는 영핵(靈核)은, 복부, 흉부, 두부 중 한 곳에 형성되는 초능력의 근원이자 마나를 생산해내는 기관으로, 오직 초능력자에게만 존재하는 ‘두 번째 심장’이었다.
이것의 격(格)이 성장함에 따라 능력치의 성장 한계치가 증가하는데···.
중격(中格)은 각 능력치 상한이 600(A등급).
상격(上格)은 800(A+등급).
최상격(最上格)은 1000(S등급).
영웅격(英雄格)은 1200(S+등급).
그 이상(측정 불가등급)부터는 초월격(超越格)이라고 이 세계에서 흔히들 부르고 있다.
“무슨 능력 때문에?”
“···몸 상태를 대충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야. 나중에 자세히 알려줄게.”
“···그래.”
보통 초능력자들의 영핵은 중~상격까지만 성장한다.
물론 세계를 지탱하게 될 주역들은 SHA를 졸업하기 전에 전부 영웅격으로 성장을 마치고 그 후 1년을 거치면서 전부 초월격이 된다.
하나 그렇다 해도, 백설이 영웅격으로 성장하는 것은 2학년 말의 이야기.
즉, 그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거다.
“영핵의 격이 성장하면서 복부에 통증이 발생한 모양이야.”
아무튼 내가 가진 지식으로 백설의 상태를 가늠해보자면···.
백설은 영핵이 복부에 있으니까 당연히 복부로부터 강한 통증을 느꼈을 테고, 체내에 있는 마나가 일종의 폭주를 일으키며 고열까지 발생했기에 그녀가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것이다, 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대용아! 곧 도착할 거래. 식당 앞으로 나오라 하셨어.”
“오키.”
어쨌든 열을 낮추는 응급처치도 했으니 병원에 가서 조금만 치료받아도 백설은 무사할 터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백설을 등에 업고 식당에서 나가려다….
아. 알리사.
“리사. 다른 사람이 들기에는 몸이 너무 뜨거우니까 내가 업어야 할 것 같아. 괜찮지?”
“응···? 왜 내 눈치를 봐? 위급한 상황이니까 당연히 괜찮지···.”
나는 천천히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다른 녀석들은 줄줄이 날 따라왔다.
“대용아.”
그 도중에 최유성이 내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녀석에게 답했다.
“왜.”
“오늘 따로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아무래도 녀석은 백설의 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에 위화감을 느낀 듯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녀석의 부탁에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개학 직전에, 녀석과 할 이야기가 좀 많아질 듯했다.
***
“으음···.”
갑작스럽게 기절한 백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그녀에겐 낯선 텐트의 천장이었다.
백설은 그것 때문에 짙은 위화감을 느꼈지만, 곧 주위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고 조금은 안도했다.
‘윤희진, 이상은, 최성아, 알리사···.’
뭔가 스타일이 달라졌지만, 확실히 그녀들이었다.
백설은 어째서 자신의 주변에 그녀들이 누워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바로 그녀들을 깨워보려고 했다.
“···몸이.”
하지만 백설은 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조종당하듯, 몸이 전혀 다른 행동을 했으니까.
‘왜 이러지. 이거 꿈인가?’
혼잣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눈을 비비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그 때문에 백설은 답답함을 느꼈지만, 일단 상황을 좀 지켜보기로 했다.
‘자각몽···? 뭐 그런 거겠지.’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백설은 이내 텐트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피까지 얼어붙는 착각이 들 정도로 굉장한 한기가 느껴졌다.
텐트 바깥에는 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펼쳐져 있었다. 한데 그 나무는 평범한 나무가 아닌 푸른빛을 띤 얼음으로 이루어진 나무였다.
백설은 그 중심에서 덜덜 떨며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곧 텐트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 설아. 깼어?”
사내들 중 한 명이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헝클어진 검은색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동자. 저 재수 없는 낯짝은 분명 최유성이었다.
‘옆엔 누구지?’
옆에 있는 은빛 뒤통수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최유성만큼 키도 크고 등도 쩍 벌어진 게 참으로 남자다운 풍채였다.
사내는 오른손에 담배꽁초를 하나 들고 있었는데, 백설이 아는 가깝게 지내는 남자 중에선 흡연자는 스승인 이만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는 절대 아니었다.
“일어났네.”
한데 그 은발의 사내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는 피고 있던 담배를 끄면서 서서히 백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설은 사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강대용?’
얼굴은 확실히 강대용이었다.
한데 풍겨오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안 그래도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뭔가 더 차가워졌다고 해야 하나?
“너흰 아직도 안 자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행동뿐만 아니라 할 말도 정해지는 모양이었다.
백설은 그제야 이 상황을 확실한 꿈으로 단정 지을 수 있었다.
“우린 원래 잠이 많이 없잖아. 이제 곧 ‘교만의 층’이기도 하고.”
“···겁이라도 나는 거야?”
백설이 그렇게 말하자, 강대용이 갑자기 그녀의 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그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백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대마법사님이 계시는데 뭐가 걱정이겠어.”
“···흥. 아부 부리긴. 어차피 또 둘이서 몽땅 해결할 거면서.”
그 말을 들은 강대용은 어깨에 얹었던 손을 떼더니, 백설에게 더욱 바짝 붙었다.
강대용의 행동을 본 백설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얘가 뭘 하려고 이렇게 가까이 붙지?’
그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돌연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강대용이 백설을 와락 껴안은 것이었다.
“아니. 너 없었으면 정말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오글거리게 왜 이래.”
강대용은 백설을 안은 채로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다.
백설은 강대용의 눈을 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대용은 한참이나 백설을 안은 채로 그녀의 얼굴만을 보았다.
그러다가 강대용은 더 부끄러운 짓을 했다.
쪽.
‘뭐, 뭐, 뭐야아아아!’
바로 그녀의 이마에 소리가 날 정도로 진한 입맞춤을 한 것이었다.
“모든 게 끝나면, 약속대로 웨딩드레스 고르러 가자.”
“···흥. 다, 당연히 그래야지. 약속했으니까.”
백설은 이 꿈이 악몽 중에서도 제일 지독한 악몽이라는 생각을 했다.
‘웨, 웨딩드레스?’
꿈속에서의 자신이 강대용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니.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개, 개꿈이네. 하하. 완전 개꿈.’
백설은 그런 마음으로 꿈속의 강대용을 보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서 커다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고 있었다.
『꿈이 아니야.』
뚝.
그 말을 듣자마자, 백설의 시야는 암전됐다.
그와 동시에 몸을 휘감고 있던 한기가 사라지고 포근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으, 으음···.”
이윽고 백설의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그녀의 눈에는 입원실의 하얀 천장이 보이고 있었다.
“하···. 역시 꿈이네.”
백설은 헛웃음을 흘리며, 허리만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