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97
탓!
하나, 스즈키는 이번에도 다시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그녀에게 돌진해 잽을 연속해서 날렸으나, 스즈키는 그것을 흘리거나 코팅으로 노련하게 받아냈다.
퍽! 퍽!
대련장 내부가 고요에 잠겼다.
스즈키는 그만큼 독종이었다.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그대로 맞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계속 일어났다.
그 때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어느새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후우.”
나는 당연히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 공격을 막아낼 승산이 보이지도 않음에도 그녀는 항복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내 전력을 가늠해보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 두 사람 모두 훌륭한 대련이었다.”
결국 3분이 모두 지나고 말았다.
스즈키는 아무 말 없이 꾸벅 고개를 숙인 다음, 링에서 걸어 내려갔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내려왔다.
“이야. 강대용. 전학생한테 신고식 제대로 해줬네?”
“잘 싸우더라 대용아! 이따가 코팅 요령 좀 알려줄 수 있어?”
내려오자마자 황재빈과 윤희진의 칭찬 세례가 쏟아졌으나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
나는 조용히 스즈키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한데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녀 또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즈키는 나를 보면서, 꺼림칙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
개학 후 첫 방과 후.
나는 알리사에게 조금 처리할 일이 있으니 먼저 훈련장에 가 있으라고 한 뒤, 혼자서 본관 5층에 왔다.
“어째서 전학생을 많이 받지 않는 SHA가, 그런 놈들이 전학 오는 걸 허가한 거지?”
“이사회의 결정이었습니다. 이탈자가 너무 많아서요. 수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당연히 이번 전학생들에 대해서 이사장인 신태양에게 따지기 위해 온 것이었다.
“너 이사장 아니야? 완전 허수아비가 따로 없네.”
“···맞는 말이군요.”
“학교의 이사장으로서 안전한 학교는 만들지 못할망정, 위험한 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는 게 말이 돼? 심지어 녀석들에 대한 정보도 아는 네가?”
내가 언성을 높이자 이사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커피를 후루룩 넘긴 뒤, 나에게 토로하듯 말했다.
“오하와에게 ‘금제’ 이야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하. 설마 너한테도 비슷한 게 걸려있다는 얘기는 아니지?”
“아쉽지만, 저에게도 걸려있습니다. 믿든 말든 강대용 군의 마음입니다만···.”
그는 살짝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전 이야기에 깊게 관여할 수 없지요. 관여한 순간 ‘인과율’을 엉켜놓게 되니까요.”
나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나와 최유성 말고 인과율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니.
아무리 십이영웅의 리더였다지만,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나?
“네. 저는 대마신의 최초 숙주였습니다.”
“···뭐?”
“세간엔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죠.”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칠마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제가, 독자로 선정된 이유 또한 그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마신과 짧은 시간이나마 이어졌던 자로서···. 그가 세계의 형세를 읽을 수 있는 자격을 저에게도 준 것이겠죠.”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시력을 거의 다 잃었음에도, 그의 초점은 무척이나 꼿꼿하고 정확했다.
“설령 제가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다 해도, SHA는 저 혼자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사회, 길드, 국가 기관 등 여러 곳이 얽혀있죠.”
“···결국 개입할 수 있다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했다는 거네.”
이사장은 내 말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전 그저 자료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서, 최종 결재를 진행하는 결정권자일 뿐입니다.”
“···더는 할 얘기가 없겠네.”
나는 결국 체념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사장은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주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저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지만, 학교의 경비를 강화하는 것 외엔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군요. 물론 사건이 터지면 이사장의 책무를 다하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제 권한을 남용할 순 없는 겁니다.”
“아, 알았어. 그냥 내가 알아서 잘해볼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사장은 자신의 손목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조언했다.
“제가 여름방학 때 드렸던 팔찌. 되도록 학교 안에서도 차고 다니세요. 위기가 닥쳤을 때 분명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그러고서 바로 나는 두 번째 행선지로 가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카페 : 데빌프린스’였다.
***
같은 시각, SHA 제1 공원.
그곳에 있는 벤치에서 요한 프리드리히와 스즈키 리에, 그리고 최성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즈키. 강대용은 직접 상대해보니까 어땠어?”
요한은 다정한 얼굴로 스즈키에게 물었다.
“강했습니다. 제가 진짜 무기를 들고 덤빈다 해도, 아마 처참히 패배했을 겁니다.”
“아~ 역시 그렇구나.”
“네. 게다가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응? 그럼 너한테는 어느 정도 힘을 쓴 것 같아? ‘퍼센트’로 표현해볼래?”
스즈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는 가진 힘의 10% 정도만 쓰고도 저를 압도했습니다. 힘들어하는 척 연기를 꽤 잘했지만, 제 눈을 속일 순 없지요.”
“오.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이야?”
“네. 확실합니다.”
요한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스즈키는 그렇다는데? 네가 보기엔 어땠어?”
“······.”
최성은은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고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모른다!”
“하하···. 성은아, 오늘은 네가 너무 급했어. 전학 오자마자 그러면 강대용이 아니라도 싫어할 걸?”
“아, 모른다! 본 황녀의 제안을 그렇게나 많이 거절하는 녀석 따윈 이제 필요 없다. 가질 수 없다면 철저히 부숴버릴 뿐이지···.”
최성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 밖으로 마나를 방출했다.
그 기운을 느낀 스즈키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평정을 잘 유지하는 그녀가 반응할 정도로 강력한 마나였다.
“진정해. 스즈키가 말했잖아? 강대용은 무척이나 강해. 그러니··· 직접 쓰러뜨리는 것보단 다른 방향으로 공략하는 게 훨씬 더 잘 먹힐 거야.”
“···크흥. 그럼 말해 보아라. 강대용을 굴복시킬 방법을.”
요한은 스마트폰을 켜서 어떤 사진을 화면에 띄워놓았다.
“본인을 직접 건드는 것보단, 녀석의 주변 사람들을 철저히 이용해서 ‘협상’을 걸어봐야지.”
“···현명하십니다.”
“현명한 게 아니고 당연한 거야. 우리의 정체야 이미 녀석이 잘 알고 있을 거고, 어쩌면 세부적인 능력까지도 전부 꿰뚫고 있을 텐데. 정면승부는 당연히 피해야지.”
그 사진은 바로 최유성 일행의 사진이었다.
“우선~ 강대용의 주변 인물들을 분열시킨다. 그걸 첫 번째 목표로 삼고 가자고.”
그렇게 말하는 요한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그에게는, 그들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다음화에 계속
Episode.44 : 행사 준비
오후 5시 30분.
나는 알리사에게 코톡으로 조금 더 늦는다고 말해둔 뒤, 카페 데빌프린스에 왔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당연히, 나에게 거짓말을 한 뒤 잠적을 탄 여자의 낯짝을 보러온 것이었다.
“어서오세···.”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여자의 눈이 나를 보고서 동그랗게 변하는 걸 목격했다.
나는 실소를 머금고 그녀에게 인사하며 카운터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응. 오랜만이야.”
오하와는 변함없이 당당한 미소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는 그 뻔뻔함에 당장에라도 욕을 한 바가지 박아주고 싶었지만, 손님이 좀 있어서 가까스로 참았다.
“전화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매장에서 먹고 갈게요.”
“아, 그래.”
나는 오하와에게 카드를 내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학 때는 안 보이시던데.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셨나 봐요?”
“···응. 뭘 좀 구해야 해서.”
오하와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겐 저 미소는 보기 좋아 보이겠지만, 내게는 시꺼먼 속내를 감추려는 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다.
나는 그런 마음을 굳히며 바로 가장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왜 저한테 거짓말을 했죠?”
“거짓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걸까?”
“계속 시치미 뗄 셈이세요? 그 녀석이 그렇게나 구체적으로 말했는데.”
내 말에 오하와는 자신의 입술 위에 검지를 세워서 올렸다.
“쉿. 그 이야기는 여기서 하기는 좀 그렇지? 나중에 전부 설명해줄 테니까···.”
“···이래놓고 또 잠적하시는 건 아니죠?”
“물론이지. 다음부터는 긴 시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너한테도 미리 말하고 갈게.”
그 대답을 들었음에도 나는 표정을 풀지 않고 오하와를 노려보았다.
“빠른 시일 내에 시간을 내주세요. 묻고 싶은 게 산더미니까요.”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줄게. 그리고 이거···.”
오하와는 나에게 입구가 밀봉되어 있는 종이가방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나는 당연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뭐에요?”
“영국에서 사온 선물. 여기서 열지 말고 기숙사에서 혼자 열어보렴.”
···갑자기 웬 선물?
무슨 속셈이지 이 여자. 역시 찔리는 게 있으니까 내 환심을 사려고 주는 건가.
“나한테 크게 실망한 건 알고 있단다. 그래도 그 선물은 부디 의심하지 말고 받아주렴. 이상한 거라 판단되면 버려도 돼.”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오하와가 눈웃음을 짓고서 작게 말했다.
나는 저것을 받을지 말지 잠시 고민하다가, 금방 받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녀에 대한 의심이 크긴 해도 지금껏 그녀에겐 도움이 되는 것들만 받은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비해서 일단 대용위키에게 물었다.
‘종이가방에 어떤 물건이 들어있지?’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다리보호대와 3권의 ‘스킬북’이 들어있다고 당신에게 알려줍니다!]‘그중에서 나에게 해가 될 만한 물건이 있나?’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확실히 없다고 알려줍니다!]역시 대용위키야. 성능 확실하구만.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오하와가 준 종이가방을 받아들었다.
그녀가 준 가방은 다리 보호대가 들어있는 만큼 꽤 묵직했다.
“잘 받을게.”
“후후. 비싼 걸로 사왔으니까 기대할 만할 거야. 여기 주문하신 아메리카노도 받으시고요~.”
나는 짐짓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새 완성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받았다.
“만날 장소는 여기. 시간은 제가 될 때 따로 연락할게요.”
“오케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순식간에 빨대로 빨아들인 뒤, 그녀에게 구체적인 약속까지 잡았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나니 더는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슬슬 알리사가 기다리고 있을 훈련장으로 가려고 했다.
“강대용.”
“네 점장님.”
내가 아메리카노 잔을 반납하고 등을 돌리자, 오하와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살짝 걱정되는 눈빛으로 나에게 충고했다.
“지금부터는 곤란한 상황이 많이 생길 거야.”
“···알고 있어요.”
“조심하렴.”
그녀의 말에 고개를 살짝 까딱인 뒤, 나는 카페를 나섰다.
오하와가 굳이 저렇게 말하지 않아도, 나는 최유성과 머리를 맞대고 전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생각이었다.
***
2학기 첫날은 훈련, 저녁밥, 훈련, 최유성과의 면담이라는 정석적인 스케줄로 마무리되었다.
“모두 자리에 앉아라!”
그리고 이튿날, 조례시간.
“여름방학 때 미리 공지가 나가서 알겠지만, 오늘부터 학교 체육대회와 축제에 대한 사항을 결정하고 많은 종목의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이만수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생도들에게 말했다.
물론 그런 이만수와 달리 생도들은 무척 들떠있었다.
SHA의 대형 행사 중 하나인 체육대회와 축제.
전교생 수는 다른 학교에 비해 절대 많다고 할 수 없는 SHA지만, 체육대회와 축제의 규모는 그 궤를 달리한다.
행사 기간 SHA는 출입을 허가받은 수많은 외부인에게 개방된다.
게다가 두 행사가 진행되는 일수는, 자그마치 월요일부터 토요일.
즉, 6일이나 된다.
“종목은 초능력 사용 금지 종목과 사용 가능 종목으로 나뉜다. 목록은 지금 화면에 띄워 줄 거고··· 지금부터는 반장이 인원을 뽑도록 하겠다.”
– 네!
“1, 2교시는 수업 대신 체육대회와 축제에서 담당할 부분을 정하는 시간을 가질 테니까 자습하고 싶으면 조속히 정하도록.”
체육대회는 사흘 동안, 온종일 진행된다.
종목 수는 매우 많기 때문에, 외부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1학년 종목 목록]────────
[초능력 사용 금지 종목]1. 단체 종목 (전원 참여)
– 놋다리밟기
– 줄다리기
···
2. 전통 종목 (일부 인원 참여)
– 계주 (6명)
– 이인삼각 달리기 (2명)
– 복불복 릴레이 레이스 (5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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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사용 가능 목록]1. 대련 (일부 인원 참여)
– SHA 천하제일 무술대회 (5명)
2. 스포츠 종목
– 축구 (11명, 교체선수 무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