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99
어찌됐든 내 노래가 대중들에게 통한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뿜었다.
“···잘했다!”
옆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이만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내게 물었다.
“혹시 다른 장르의 노래도 부를 수 있나?”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으려고 했다.
한데, 갑자기 내 가슴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었다.
[재능 : 힙합의 황제가 자신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표출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힙합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이게 뭔. 무슨 이딴 재능이 다 있어?
노래 한 번으로 충분했던 나는, 당연히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힙합의 황제] 재능은 쓸데없이 힘이 강해서 나는 결국 입에서 손을 떼고 말해버렸다.
“···힙합도 할 수 있습니다.”
“오···. 힙합이라고? 그것도 한 번 짧게 보여줄 수 있나?”
“물론이죠.”
생도들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을 뚫을 만큼 높아져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나는 망할 재능 때문에 한 번 더 노래를, 그것도 힙합을 하게 생겼다.
[재능 : 힙합의 황제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비트에 몸을 맡겨봐!”] [당신이 부르는 첫 곡은 무조건 ‘자작곡’이 되어야 합니다!] [진(眞) 흑염룡이 자작곡 ‘내 이름은 강대용’을 당신의 머릿속에 입력합니다!]게다가 뭔 자작곡이야?
나는 속으로 제발 멈추라고 말해보았지만, 내 입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유성. 인터넷에서 아무 비트나 찾아서 틀어줘.”
“···응? 갑자기?”
“어서.”
멋대로 움직이는 입은 이미 ‘내 이름은 강대용’을 부를 준비를 마쳤다.
가사는 이미 내 머릿속에 완벽히 입력되었다.
자아도취로 꽉 찬 가사를 본 나는, 마음속으로 더 간절히 “멈춰!”를 외쳤다.
“대용아. 이거로 틀게?”
“후후. 고맙다.”
그 와중에 최유성은 진짜로 흥겨운 비트가 흐르는 뉴튜브 영상을 틀었고, 생도들은 그 비트에 맞춰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Yo, Yo···.”
그리고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 재능은 ‘흑염룡’의 인격을 강하게 하는 재능이라는 것을.
즉, 지금 내가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는 이유는 흑염룡의 인격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이름은 강대용! 나는 용 중에 용···.”
차마 맨정신으로는 듣기 힘든 가사들이 내 입에서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눈을 꽉 감으려 했지만 흑염룡의 인격이 그걸 가만히 둘 리 없었다.
도리어 정말로 래퍼라도 된 것처럼, 그루브까지 타면서 힙합과 혼연일체의 경지가 되었다.
“은랑 신검 신궁! 용사들아, 기다려라! 이! 소설에서 흑염룡은 절대 죽지 않아!”
-······.
“나는 강하지! 엄청 강하지! 내 어둠은! 모든 걸! 집어삼키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세계에서 한 그 어떤 중2병 짓보다도 자살 충동이 들었다.
“가즈아! Yeah!”
생각보다 길었던 곡이 끝나고, A반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드디어 재능의 힘에서 벗어난 나는 사형수가 된 것처럼 눈꺼풀을 질끈 감았다.
“끄, 끝났다···.”
“미쳤냐고···.”
“랩도 잘하긴 하는데···. 우욱···.”
생도들은 내가 록을 불렀을 때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주역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대부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황재빈은 아예 나를 모르는 척 휘파람을 불고 있다.
심지어 그간 내 중2병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 알리사마저도 어색한 웃음을 내게 보냈다.
내 자작 랩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건···.
“커다란 자신감을 가사에 담은, 속도감 있는 노래구나! 그래야 내 대항마답지!”
저 순혈 중2병 전학생뿐이었다.
표정을 잘 감추는 스즈키와 요한조차도 힘들어하는 게 보이는데 아주 혼자서 신이 나셨다.
“쿨럭. 힙합은···, 정상적인 가사가 있는 걸로 해야겠군.”
그리고 내 옆에서 노래를 듣던 이만수 역시,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기침하며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수치심이 나를 죄어온다.
흑염룡 이 미친놈이 준 특성 때문에 한순간 좋아졌던 내 이미지가 다시 중2병 환자로 실추해버렸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옆에서 알리사가 등을 두드려주었지만 달아오른 얼굴을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아무튼 노래는 강대용과 윤희진, 이 두 사람이 나가는 걸로 한다! 이견은 없겠지?”
– 네!
···어쨌든, 이걸로 장기자랑 노래담당을 담당할 반대표는 결정됐다.
이만수가 묻자 생도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유성은 비어있는 항목에 ‘강대용, 윤희진’을 입력했다.
***
“투표 결과, 우리 반이 담당할 부스는 ‘무기모양 과자 만들기 체험’이 됐어. 축제 준비는 내일 방과 후부터 시작할 거고, 체육대회 예선전은 오늘부터 시작이니까 각자 자기가 참여하는 종목 잘 확인해서 참여해! 늦으면 실격이라니까 조심하고!”
1, 2교시 동안 최유성의 훌륭한 진행으로 모든 것이 수월하게 끝났다.
그 후부터는 평소에 하던 학교 수업과 체육대회 예선전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면서 빠르게 모든 일정이 끝났고, 금방 종례까지 마무리됐다.
“대용아!”
그래서 곧장 훈련장으로 가기 위해 주섬주섬 짐을 싸고 있었는데, 내 옆에서 윤희진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아 그게···, 음···. 일단 억지 부려서 미안하고···.”
그녀는 살짝 우물쭈물했다.
아침에도 갑자기 나를 지목하지 않나, 오늘따라 얘가 왜 이러는 걸까.
“생각 안 나면 나중에 말···.”
“아냐 지금 말할게! 혹시 오늘 방과 후에 시간 되나 해서···.”
나는 윤희진에게 그렇게 물어본 이유를 되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에 나보다 먼저 반응한 사람이 있었으니···.
“대용이한테는 왜?”
바로 내 옆에 있던 알리사였다.
그녀가 두 눈을 게슴츠레 좁히며 윤희진에게 대신 되물었다.
“아! 우리 둘이 노래 대표가 됐잖아? 그래서 같이 부를 노래 정해야 하니까, 노래방 가자 하려 했지. 상은이가 발성도 코치해준대!”
“음···.”
그 말에도 알리사는 살짝 퉁명스러워 보였다.
아직은 탱글탱글 섬에서의 여파가 남았는지 그녀는 나를 다른 여자들이랑 두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나도 같이 가도 돼? 너랑 용이 노래하는 거 구경하게.”
“그럼! 당연히 되지. 리사도 대용이랑 같이 가자!”
···근데 왜 내가 가는 걸 전제로 두고 있는 건데.
나는 당연히 멋대로 결정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내 확실한 의사를 표현하려고 했다.
“용아.”
그때, 갑자기 알리사가 내 머리 위에 얼굴을 올리고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갈 거지?”
알리사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고, 내 옆에 있는 윤희진도 제발 같이 가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부담스러운 눈빛들을 보다가 픽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그래. 간다, 가. 대신 저녁 먹기 전까지 정해. 나 훈련할 거 많으니까.”
“으구! 이 훈련벌레!”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알리사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순순히 수락한 이유는 비단 알리사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어떤 역할을 맡게 된 이상 열심히 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좋아! 그럼 바로 나가자!”
아무튼 우리 세 사람에 이상은이 낀 노래방 파티가 결성됐고, 나는 두 사람과 함께 교실 뒷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용이 데려왔어!”
“응···?”
그런데 노래방 파티에는 딱 이상은만 끼는 게 아니었다.
“여! 자아도취 힙찔이!”
“···넌 왜 있냐?”
그 파티에는 당최 왜 끼어있는지 모르는 음치 황재빈과···.
“···얘는 왜 끼어있어?”
“너야말로 왜 끼는 건데?”
또 왜 참여한 건지 도통 이유를 알 수 없는 백설까지 있었다.
한마디로, 최유성 없는 최유성 무리의 집결이었다.
“윤희진 때문에 끼었다. 왜.”
“난 대용이 때문에 끼었거든?”
“또 시작이네···.”
최유성 무리의 ‘환장의 짝꿍’이라 할 수 있는 백설과 알리사는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말싸움을 시작했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그녀들을 말렸다.
“자자. 그만 싸우고 출발하자!”
그 후, 이상은은 언제나처럼 쾌활한 목소리로 앞장서서 노래방 파티를 이끌고 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복도로 나가자마자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됐다.
“뭐야.”
“···왜 저렇게 몰려있지?”
바로 옆 반인 B반 앞에 생도들이 잔뜩 몰려있었으니까.
“내가 알아볼게!”
그 때문에 이상은은, 복도를 막고 있는 생도 한 명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물었다.
“하연아!”
“아, 상은아!”
“이 앞에 혹시 무슨 일 있어?”
이상은이 말은 건 생도는 우리 반이었기에, 그녀는 이상은에게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 막 들은 건데, B반에서···.”
다음화에 계속
Episode.45 : 불투명해진 미래
“단체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대.”
“···잉? 대체 왜?”
“이유는 모르겠어···. 나도 앞에 있는 애들한테 들은 거라서.”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불길한 확신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SHA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는 확신이.
“너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대, 대용쓰?”
분명 타락의 영향일 거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단체로 싸우는 것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니까.
“내가 확인하고 올게.”
타락으로 폭발한 감정은 빨리 진압할수록 누그러뜨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 때문에 나는 일찍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 생도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요, 용아?”
“야, 강대용!”
일행이 당황한 기색으로 불렀지만 난 멈추지 않고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다.
몸이 유연해서 그런지 나는 금방 B반 교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퍽! 퍼억!
살벌하게 눈알을 부라리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생도들. 사방에서 상스럽고 날카로운 욕설이 쏟아지고, 선혈이 낭자한다.
바닥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생도들도 몇 있었으며, 부상이 심해 보이는 생도들도 보였다.
“교관님께는 연락했어?”
“응. 지금 회의 중단하고 꼭대기 층에서 내려오고 계시데···.”
교실 앞에서 그 난장판을 지켜보고 있는 생도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웅성대는 중이었다.
저렇게 개판으로 싸우고 있으니 생도들이 말릴 엄두를 내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갔다.
싸움을 말릴 작정으로 들어온 나조차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니까.
[■■룡의 계승자] (특성) [악의 기운 축적량 : 38% / 100% 달성 시 두 번째 키워드 해제, 효과 강화.]···하지만 기왕 들어왔으니 정리하는 게 좋겠지.
타락도 엄연히 악의 기운 중 하나니까 꽤 짭짤하게 기운도 얻을 수 있을 거고, 어제 오하와에게 받은 스킬북으로 습득한 기술도 하나 시험해봐야 하는 참이었으니.
“···야. 저기 들어가서 뭘 어쩌려고?”
나는 한 생도의 우려를 뿌리치고 바로 B반 교실로 들어갔다.
이곳저곳에서 필기구 같은 게 계속 날아왔지만, 나는 가볍게 피하면서 곧 교실 중앙에 도달했다.
“후우···.”
기술사용을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금부터 사용하려는 것은, 이성을 잃은 대상들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기술이다.
사실 사람이 아닌 마물에게 사용하라고 만든 기술이지만, 타락에 심취한 녀석들에게는 분명 효과가 있을 터이다.
“아, 아─”
나는 목청을 가다듬은 다음···.
“갈(喝)─!!!”
[기술 : 사자후(獅子吼)를 발동합니다!]그대로 크게 내질렀다.
오하와에게 받은 스킬북 중 하나는, 바로 제압계 기술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자후]의 스킬북이었다.
삐이이이─!
내 입으로부터 돌풍이 휘몰아치는 듯 거대한 소음이 발생했다.
소음은 곧 특정한 대상의 고막을 괴롭히는 초음파가 되어 B반의 생도들을 덮쳤고, 그들은 하나 둘 씩 귀를 틀어막으며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졌다.
“······.”
이윽고 B반에는 고요가 찾아왔다.
나는 혹시나 쓰러지지 않은 생도가 있나 해서 주변을 쓱 돌아보았다.
“하하···.”
딱 한 사람, 사자후를 버티고 서 있는 생도가 있었다.
치마 길이를 민망할 정도로 줄이고, 머리도 불량한 갈색으로 염색했으며 얼굴에는 짙은 화장을 한 여생도였다.
“대용···. 또 너야?”
“···차유라.”
내가 기말고사 때 제압해서 리타이어 시켰던 바른 생활소녀였던 궁사, 차유라.
타락의 영향을 누구보다 짙게 받았던 그녀였기에 기말고사 당시와 판이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나를···.”
“아니.”
“···후훗. 단호하네.”
그녀는 기분 나쁜 웃음을 히죽 흘리면서 흉흉한 마나를 방출했다.
나는 자세를 잡고 그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녀는 기말고사 때 상대했던 그 차유라가 아닌 것 같으니까.
‘차유라의 특이점만 정리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