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206)
206. 소원
그 자신부터가 강대한 워록이자, 아크한의 모친인 인야.
인야는 과거 유일보스, 리치의 몸에 깃들어 있던 존재였다.
당시 놈을 해치우면서 그녀와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어째서 지금 그녀가 티모루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녀가 이어 말했다.
– 이 괴물의 힘의 근원은 바로 공포의 신, 세베크….
세베크라면 분명… 인게임 설정 중, 모든 데몬족의 근원이라며 한 줄 정도 간신히 나오는 이름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세계가 그냥 게임이 아니라면, 한 줄이라도 나온 그 이름 역시 허투루 적힌 이름은 아니겠지.
– 엄마는 오랜 세월 이 괴물의 심연 속에서 지내오며… 그 외신과의 커넥션에 접근할 수 있었단다. 그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파괴하고자 했지만… 내게는 더 이상 그럴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지. 하지만, 아주 잠깐 정도는 연결을 끊어놓을 수 있단다.
‘그렇다는 말씀은….’
– 이미 너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게는 프타께서 직접 내려주신 힘이 있단다. 그 사이에, 그 힘을 사용하거라… 고작 이 정도가, 이 어미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겠구나. 미안하다, 내 아들, 아크한….
그 말과 함께, 이미 한 번 목격한 적이 있었던 영령의 형상 하나가 티모루스의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이어 그 영령은 곧장 티모루스의 목을 졸랐다.
콰악-!
『이런 미친년이…! 그 영원한 겁화 속에서 기어올라와? 하지만 헛된 일이다!』
티모루스를 붙잡은 인야의 영혼은 곧바로 떨쳐질 것 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 어서 하려무나. 그것을.
“…!”
즉시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의 상태에 적혀있던 ‘반신’이라는 버프가 잠시나마 사라졌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것은 언제 다시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는 인야의 모습을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아이템 스킬, ‘황혼의 빛’을 사용하였습니다.]나는 즉시 황혼빛의 돌창을 들어올리며 동시에 마지막 함성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아─!!”
아무런 말뜻도 담겨있지 않은, 그저 내 의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힘찬 함성이었다.
그와 동시에 목에 차고있던 ‘말하는 머리’가 화음을 맞추듯 함께 이 마지막 일성에 공명을 일으켰다.
『아아아아아아아아─!!』
투확─!!
함성이 섞인 에너지가 퍼져나갔다.
문득, 세상이 고요해졌다.
내세의 하늘이 원래 이런 색이었던 건지는 몰라도, 시야가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며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확률 반전을 일으킨 뒤에는 무조건 하루간 기절을 하게 된다.
눈을 감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이던 풍경은 순식간에 코앞까지 당도한 티모루스가 이글거리는 손끝을 내 몸으로 찔러넣는 장면이었다.
‘인야… 놈을 놓쳤나.’
[‘샤우트 오브 둠’에 의해 총 1기의 적이 즉사했습니다.]그 메시지의 내용을 읽은 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까맣게 암전됐다.
***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낯선 움막집의 천장과 벽면에 달린 공룡 머리 박제였다.
익숙한 천장이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사… 삼촌? 정신이 들어요? 모두 여기봐요! 삼촌이 깨어났어요!!”
“우… 울룰라냐?”
느닷없이 배에 충격이 가해졌다.
“리리에요! 꺅! 때리면 안 됐는데!”
“크윽!”
살펴보니, 여기는 첫 번째 마을에 마련된 대족장용 움막집.
어째서인지 이곳에는 휘하의 영웅 유닛들이 한가득 모여있었다.
“주군!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 그럭저럭?”
“살아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로…!”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듯, 주저앉은 루리는 고개를 숙여 붉어진 눈시울을 숨겼다.
이어, 요르하가 다가와 내게 신성력을 쬐어주기 시작했다.
나는 붕대로 둘둘 감긴 몸을 바라보며 요르하에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되었던 거지?”
“복부에 심각한 관통상을 입으셨습니다. 그리고… 벌써 사흘째 누워만 계셨구요.”
“사흘이나?”
“당분간 식사가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다행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십니다.”
“그렇군. 알겠다.”
아마도 마지막 순간 티모루스에게 일격을 허용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이내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이 모든 이들이 살아 모여있다는 것은, 결국 내가 쥬크의 히든보스, 티모루스까지 완전히 클리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시선을 올려, 종료하지 못한 채 시야에 잔뜩 떠있는 상태 돌판들을 확인했다.
[유일보스, ‘반신 티모루스’가 사망했습니다.] [아크한 가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58 -> 59] [아크한 가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59 -> 60] [아크한 가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60 -> 61] [캠페인 31. 해묵은 악의 – CLEAR]미션 오브젝트 :
반신 티모루스를 제거하라 (완료)
지옥 난이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31번 캠페인까지 클리어.
[CONGRATULATION!] [축하합니다, 당신은 현실 난이도를 클리어 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지옥 난이도를 깬 뒤 떠오르는 크레딧의 내용과 비슷한 메시지 몇 가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중에는, 난생 처음 보는 메시지도 있었다.
[지금부터 ENDLESS 모드에 들어갑니다.]…엔들리스 모드?
그렇게 메시지를 확인하는 동안, 내 상태를 살피던 요르하와 사제단이 처치를 마친 뒤 우르르 움막집을 빠져나갔다.
“깨어나셨군요. 줄곧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습니다.”
이어 트리센나가 다가와 의자를 끌고 내 옆에 앉았다.
“언젠가 이 세상을 구원하는데 성공하게 된다면, 저랑 따로 하실 이야기가 있으셨지요.”
기절해있는 동안 하루 종일 나를 간호해주었다는 루리와 리리에게 잠시 나가 있어 달라는 눈짓을 했다.
결국 움막집에는 나와 트리센나 단 둘이 남게 되었다.
“그래. 나도 기다려왔다. 그렇기에 지구로 갔다가 다시 여기로 되돌아온 것이고.”
솔직히, 그녀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그것을 그대로 이루어줄 거라는 사실을 딱히 신용하지는 않았다.
당장, 마나가 없어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껍데기뿐인 엘프 여왕이 아닌가.
그녀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딱히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현실에 계속 남아있어봤자, 그녀… 그러니까 한노래는 영영 깨어나지 않을 터.
이곳은 적어도, 퍼석퍼석한 지구와는 달리 촉촉하고 신비한 힘이 머무는 세상.
마치 시한부 환자가 신을 찾기 시작하는 것처럼, 나는 의지할 곳이라곤 이 하잘 것 없는 약속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약속된 보상을 요청했다.
“그래서, 어떻게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거지? 혹시 드래곤볼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아무리 마나를 못 쓰는 영웅이라 할지라도, 트리센나는 100레벨의 5성급 영웅이다.
1:1로 나를 제압할 정도의 일신의 무력은 갖추고 있긴 할 테지만, 그게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트리센나가 말없이 작게 웃었다.
“비슷한 건 있다고 해야할지.”
“…?”
그리고는 품속에서 ‘백색의 보옥’을 꺼내 허공에 두둥실 띄워보였다.
“이게 뭔지는 아시겠지요?”
“연옥 탈출 키잖아.”
저것은 엘프족 여왕의 궁전 지하에 위치한 장소, 연옥.
그곳에서 탈출하는데 사용되는 캠페인 전용 아이템인 ‘백색의 보옥’이었다.
일전에 엘프족 장로 에렌드리엘과 치고받고 싸웠던 곳.
그립진 않고, 벌써 기분이 개 같아졌다.
“연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궁전 지하 감옥…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아주 운이 좋게도…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말이었지요.”
“그게 그 백색의 보옥으로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당신의 그녀… 이름이 한노래 씨라고 하셨지요?”
“그렇다.”
“그녀는 현재 시간선에 갇혀 미아가 된 상태입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확신하지?”
“예전에 이미 경험해봤으니까요.”
“예전에…?”
어느새 트리센나가 떠올린 백색의 보옥이 하얗게 빛나더니, 허공에 뚫린 하나의 구멍이 되었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새하얀 구멍.
“자, 여기에 손을 대 보세요.”
“손을 대면 어떻게 되지?”
“시간선의 미아가 되어 영원한 세월을 떠돌고 있을 한노래 씨의 영혼에게 그 출구의 위치를 알려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이 만들어낸 문을 발견하신다면, 분명 무사히 빠져나오실 수 있겠죠.”
“그렇다면….”
나는 그녀가 만들어놓은 새하얀 빛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흰 구멍은 마치, 내 영혼을 빨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점점 더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천천히 손을 옮겨가던 찰나.
옆으로 살짝 돌린 내 눈동자에, 미묘하게 흔들리는 트리센나의 입꼬리가 스쳤다.
“트리센나.”
“네?”
“그러고 보니, 네 여동생도 시간선의 미아인지 뭔지가 되었다며?”
“그렇긴 합니다만, 그걸 당신이 어떻게?”
“피네가 말해줬다.”
“그랬군요.”
“내가 여기에 손을 대면, 네 여동생도 함께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건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흠, 그래? 그렇다면 참 이상하군.”
“뭐가 말이죠?”
“이런 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네가 직접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뭣하러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거지?”
“아시다시피, 저는 마나를 이용할 수 없는 몸이라서요.”
“지금 네가 일으킨 이 빛은 마나가 없어도 가능한 일인가?”
“이 정도의 간단한 힘 정도는 제 영력을 소모해도 충분합니다.”
“그러고보니 그것도 묻고 싶었다. 왜 너는 마력이 없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MP가 0에서 안 차오르는 거냐?”
“그건… ‘시간의 그릇’을 두 번 사용한 댓가입니다.”
“궁을 두 번 썼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아시다시피 그건 한 번만 사용해도 큰 힘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두 번이나 사용할 경우… 다행히도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그건 자칫 목숨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큰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했던 거지?”
“후후, 궁금한 것이 많으시군요.”
피네는 잠시 미약한 웃음기를 지어보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는 구원자 님을 이 세상에서 불러오기 위해… 제 딸 피네를 그릇으로 사용하려 했어요. 화이트 엘프의 피를 이어받은 그 아이라면, 구원자 님을 받아들일 그릇으로써 충분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말은… 내가 피네의 몸에 빙의될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원래 당신의 몸의 주인, 아크한 님께서 반대하셨지요.”
“다행이군.”
“그 대신, 재능있는 워록의 피를 이어받은 아크한 님께서는 제안하셨습니다. 자신이 그 그릇이 되겠다고 말이죠…. 저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아크한 님보다는 제 딸 피네가 더 소중했기에….”
“본론으로 돌아오지. 그런데 왜 꼭 내가 직접 저 이상한 빛에 손을 집어넣어야 하는 거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손을 넣으면 안 되는 건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의심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시간선은 아주 넓고 방대한 무한의 영역입니다. 그곳에서 미아가 된 이를 찾으려면, 그 사람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의 염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 사람이 나 뿐이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만약 내가 널 못 믿어서, 여기 손대는게 영 꺼려진다면?”
“그녀를 구해내는 건 불가능하겠죠.”
그 말과 함께 트리센나의 얼굴에 작은 실망의 빛이 일렁였다.
이어, 트리센나가 품속에서 뭔가를 잡았다.
눈을 돌리자, 그녀의 손끝에 살짝 튀어나온 끄트머리가 보였다.
새하얀 검 손잡이… 피네의 검?
나는 그 즉시 쥐고 있던 땅울림의 방울을 작게 흔들었다.
딸랑-
“지금 뭐 하시는 거죠?”
“네놈이야 말로 뭘 하자는 거지?”
“뭘 하긴요.”
스릉-
트리센나는 결국 검을 뽑아들며 작게 말을 이었다.
“소원을 이루어드리는 중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