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207)
207. 재건 (完)
검을 쥔 엘프 여왕의 자세는 피네의 것과 비슷했다.
그녀가 아무리 마나 0에 지능형 스탯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레벨 100짜리 5성급 영웅이다.
그런 그녀가 무기까지 들었으니, 잘못하면 슥삭 하는 순간 내 목이 날아가리라.
하지만 나는 태연했다.
지구에 갔을 때, 피네로부터 이미 이 상황에 대해 귀띔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길게 말할 것 없이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과 함께, 트리센나의 신형이 움직였다.
놀라운 속도였다.
움막집 바깥에 루리와 리리 등이 대기중일 테지만, 그런 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그녀의 검끝이 내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마도 속전속결로 상황을 종결시킨 뒤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려는 게 아닐까.
하지만.
“어리석군.”
투확-!
작은 중얼거림에 불과했지만, 힘이 실려 있는 음파가 방 안에 울렸다..
“…!”
철퍼덕-
‘샤우트 오브 둠’, ‘썬더러스 워크라이’의 연타에 얻어맞은 트리센나의 신형이 방구석을 허무하게 굴렀다.
“큭…!”
이어, 즉시 나는 날듯이 뛰어가 트리센나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일단 흉기부터 내려놔라.”
“이… 이럴 수는…!”
트리센나는 레벨 100의 어마어마한 악력으로 검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삐빅-
[‘일시정지’를 사용하셨습니다. 남은 횟수 2/3]멈춰버린 시간 속에서는 그러한 악력도 무용지물이었다.
삐빅-
[‘일시정지’가 해제되었습니다.]나는 뺴앗은 검을 곧바로 저 멀리까지 날려버렸다.
챙그랑-!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크흑…!”
“왜 내 소원을 강제로 이뤄 주겠다고, 내 손을 저 정체불명의 흰 빛에 집어넣으려는 거냐?”
“그건….”
“말해라, 대체 왜지?”
“…알겠습니다. 말씀드리죠.”
곧이어 나온 트리센나의 말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당신의 그녀… 한노래가 바로, 제 여동생이기 때문이지요.”
“뭐라?”
“제 여동생은 라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전 차원에 뿌렸했어요. 이 세계의 구원자가 될 만한 이를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선별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침내 당신을 찾아냈죠. 저는 당신이 우리 세계에 왔을 때의 시간선을 엿봤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죠. 당신은 진실로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라는 것을. 그녀의 시스템은 완벽하게 적절한 인물을 선별해내는 데 성공했어요.”
내가 아무 말 않자, 트리센나가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당신이 우리 세계에 올 가능성이 매우 적어졌어요. 우리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라곤 당신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그래서 제 여동생은, 남은 힘을 모두 사용해 당신을 찾아갔지요. 당신을 이곳에 데려오기 위해선, 무너진 당신의 마음부터 치유해줘야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요.”
“…….”
“물론 저는 반대했어요. 그러나 그 아이는 확고했지요. 자신이 가야만 한다고. 자신이 가서 당신을 이곳에 데리고 오고야 말겠다고.”
“…그랬던건가.”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당신의 삶은 거기서 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희생으로 당신은 삶의 기력을 얻고, 다시 재기할 수 있었지요? 그게 당신이 내 동생에게 진 빚이에요. 그러니 당신의 소원 역시도… 반드시 당신의 손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저기에 손을 넣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저 안쪽은 인위적인 시간선인 연옥이 아니라, 실존하는 시간선입니다. 그곳에 문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적지 않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영혼은, 그 일을 해낸 댓가로 깨끗이 소멸해 버리겠지요.”
“하지만, 노래는… 분명히 돌아온다는 거지?”
내 말에, 트리센나는 만족한 듯 웃음기를 띠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알겠다. 트리센나, 그러면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말씀하세요.”
“너는 네 동생을 정말로 사랑하나?”
“당연한 말씀을….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일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미 이 주변은 ‘땅울림의 방울’에 의해 소리가 퍼지기 좋은 상태로 다져져있는 상태였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단전에 힘을 줬다.
“나도다.”
[2스킬, ‘배틀 커맨드’를 사용하셨습니다.]투확-!
갑작스러운 함성 사용에 의해 트리센나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
“아크한 님…?”
“너는 그저 날 이용하고 속이려 했지. 방금 전, 네가 진실만을 얘기했다면 속는 셈치고 내 손을 넣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곤란하지.”
“지, 지금 뭘 하시려는…!”
“마침 너도 네 동생을 사랑한다고 하니 잘됐군. 희생은 네가 부탁한다.”
“무, 무, 무슨.”
“집어넣어라, 네 손을.”
“…!!”
[‘배틀 커맨드 – 강제 명령’이 적용중입니다.]“잠… 잠깐만…!”
트리센나가 내 명령에 저항하려 했지만, ‘말하는 머리’가 한 번 더 명령을 제창했다.
『손을 집어 넣어라.』
투확-!!
“이… 이럴 수는…! 아크한…!!”
그렇게 트리센나의 손이 빛에 닿는 순간.
방 안이 환하게 빛나며 타올랐다.
툭- 투툭-
트리센나는 쓰러졌고, 빛을 잃어 더 이상 백색이 아닌, 회색이 된 보옥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이걸로 진짜 끝인가 하여튼 뭐 하나 쉽지가 않군..”
그때.
움막집의 문이 활짝 열리며 루리와 리리가 들어왔다.
“삼촌?!”
“주군! 방금 뭔가 큰 소리가!”
루리는 땅바닥에 떨어진 흰 칼과 쓰러진 트리센나를 번갈아 보더니 혼란스러운 눈을 했다.
그러나 나는 대충 둘러댔다.
“어어. 별일 아니야.”
트리센나는 의식이 없었다.
아마도 식물인간과도 같은 상태가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왕을 모셔라. 보다시피 아무 일도 없었으니, 마을에 있는 엘프족들에게는 그녀가 그 동안의 과로로 쓰러졌다고 전하도록.”
트리센나의 말대로, ‘백색의 보옥’의 힘으로 시간선의 미아가 된 한노래를 돌려놓을 수 있다면, 언젠가 그녀를 보게 될 날이 오겠지.
트리센나의 말은 적어도 절반 정도는 사실이었다.
뭐, 너무 늦는다 싶으면 그때 다시 시간선의 균열을 향해 내가 다이브를 하는 날이 오겠지.
‘한노래….’
나는 고개를 돌려 첫 번째 마을의 곳곳을 살펴봤다.
그 동안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어쩌면 여기 있는 이들이 이 쥬라기 대륙의 최종 생존자의 숫자일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부상자들이 단체로 치료받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새롭게 마련된 고인돌터로 시신들이 옮겨져 속속들이 무덤이 생겨나고 있었다.
요르하는 그곳에서 사자들을 위한 의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래도 모든 부족민들의 얼굴에는 한 줄기 희망이 걸려 있었다.
마침내 악의 근원을 해치웠고,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할 것이 남지 않았으니까.
나는 이제부터 이 쥬라기 대륙의 최후의 생존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마을을 정리하고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어거지로 맡은 이세계 출신 대족장이라고는 해도, 나는 여전히 이 휴먼부족연합의 대족장이었으니까.
아니, 이제 나는 티라노족과 엘프를 합친 모든 아인종의 대족장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군.”
무너진 2차, 3차 성벽의 재건이나 대장간의 일 등, 일감은 그야말로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하다못해 그린 솔루션으로 정화된 영역을 넓혀가는 일 또한 일시 중단된 상황.
하여튼 악신 세베크인가 뭔가 하는 놈의 잔재를 처리하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듯했다.
그러던 찰나.
서쪽에서 브릿지 마을의 생존자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모두들… 무사히 살아주었구나!!”
브릿지의 생존자, 총 인원 약 500명.
“대족장님!!”
“흘흘흘.”
“대족장님을 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선두에 있던 공룡에서 브릿지 마을의 제사장, 체체가 내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온몸에 붕대를 두르고 멀쩡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들 모두는 살아있었다.
그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대족장님. 마침내 해내셨군요….”
나는 체체의 머리를 헝클어주었다.
평소에 이런 걸 썩 좋아하지 않던 녀석이었지만, 지금의 체체는 그저 눈을 감고 미소지은 채 가만히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브릿지 마을의 상황은 먼저 온 이들로부터 대충 들었다.”
“네,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브릿지 마을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군.”
캠페인 30때 선택 미션이 실패했다고 떴기에,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로써 지금껏 내가 키워온 브릿지 마을은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하지만 브릿지 마을은 멸망하는 대륙으로부터 모두를 이끌어준, 이름 그대로의 훌륭한 다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의지를 계승하여, 다른 일도 해나가야겠지.
마침 체체가 말했다.
“대족장님. 현재 서쪽에서 저희를 쫓아오는 데몬족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방어를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
“아아. 재건도 중요하지만, 디펜스도 중요할 테지.”
디펜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륙에 퍼져 있던 데몬족들은 현재 망해버린 브릿지 마을을 통해서 하나둘씩 건너오고 있었다.
아마도 놈들의 목적은,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인류를 완전히 절멸시키는 것일 터.
“좋아. 리리, 즉시 비상종을 울려라.”
“네, 삼촌!”
“즉시 마을의 모든 주민들에게 알려라. 지금부터 서쪽 성벽의 방어전을 준비한다!”
““알겠습니다!!””
뎅뎅뎅뎅!
‘엔들리스 모드다.’
***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1년.
첫 번째 마을은 이제 인류 재건의 중심지로서 그 인프라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남은 데몬족의 잔당들은 브레인도 없이 헤매고 있는 짐승 같은 놈들이었으니, 놈들을 막아내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일이 그렇고 보니 내 일상이라는 것도 판에 박힌 듯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는데…
“주군! 피네 님이 깨어나셨습니다!”
그 말에, 나는 되물었다.
“피네? 아… 피네가 깨어났다고? 알겠다. 그런데 왜 그렇게 소란이냐?”
“그런데… 피네 님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 자세히 말해봐라. 그게 무슨 말이지?”
“피네 님이 자신을… 한노래라고 불러달라 하고 계십니다.”
“…!”
나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식물인간 상태였던 피네의 움막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침대에 걸친 채 앉아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외모는 여전히 영락없는 피네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반가운 눈 속에서, 내가 아는 사람의 영혼을 알아볼 수 있었다.
“노래야?”
그리고 기다렸던 그녀에게서 익숙한 음색이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쥬벅 님?”
그녀가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서 강하게 껴안았다.
한노래가 웃으며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정말로.”
이제야 엔딩 크레딧 음악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아니, 정말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쥬크 OST의 Track 10에 수록되어있는 였다.
♩♬♪~ ♭
푸른 상처 자국, 정렬의 기억, 꿈만이 무기인 전사들.
그저 슬픔만이 계속 내리는 마을에서, 사는 것조차 하나의 전쟁이지만.
바람 속에서 숨을 멈추고 보았던 영원보다 긴 여름을
잊을 수 없어요.
비에 젖은 당신의 바로 곁에 천사가 있던 이야기를.
평범한 돌을 빛내는 것이 사랑의 의미라고 당신은 말했죠.
잠드세요, 그리고 고마워요.
한노래가 속삭였다.
“남은 이야기도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어요. 지구의 아크한 님께도, 피네 님께도.”
내 눈이 커졌다.
“그 둘이 지금 그곳에 가 있는 거야?”
***
“쥬하!”
방송이 켜졌다.
“자! 오늘은 래더를 돌리려고 하는데요. 네? 요즘 손가락 다쳤냐고요? 아뇨. 제 손가락은 멀쩡합니다. 네? 퇴물이라고 놀렸더니 요즘엔 진짜 퇴물이 됐다구요? 죄송한데 이건 진짜 밴하겠습니다.”
시청자 수는 나날이 감소해갔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구요? 싫으면 나가세요. 나참.”
“…….”
“아니, 피네. 스트리밍이라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네. 다들 욕밖에 안 해.”
“…그냥 방송은 그만두고, 예전에 다녔던 검도관이나 다시 가서 일하게 해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대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겠어요. 당신은 쥬벅 님이 아니지 않나요.”
“글쎄, 받아줄지 모르겠군. 또 찾아오면 경찰을 부른다는데….”
“그러게 왜 원생을 그렇게 혹독하게 대하셨던 거예요.”
“설마 이 세계의 인간들이 그렇게 나약할 줄 내 어떻게 알았겠나.”
“큰일이네요… 저번에 합의금 낸다고 돈도 다 써서, 이제는 진짜로 생활비가 모자란데…….”
그때.
간만에 후원 메시지가 화면 상단에 떠올랐다.
그런데 반가운 마음에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에게, 웬 익숙한 이름이 떠올랐다.
[아크한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병신, 방송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잠깐, 이 새끼 쥬벅 아니야?”
[아크한 님이 미션을 걸어주셨습니다.]– 캠페인 모드 지옥 난이도 클리어하기
– 성공 시 10,000,000원! 제한 시간 1개월
“어…?!”
“아크한, 저 돈이면 당신 검도관 알바 5개월치 돈이에요. 어서 시작해요!”
“어? 어어… 아크한 이놈, 대체 돈이 어디서 난 거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자, 지금부터 캠페인 모드 지옥 난이도, 시작하겠습니다!”
[아크한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실패하면 쥬크 접어라 ㅋㅋ 넌 검도장에서 호구나 쓰는 게 어울림
[아크한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호구~
“쥬벅, 아니 아크한 이 개자식…!”
아크한, 이제는 쥬벅이 된 그가 키보드를 내리쳤다.
이제는 현대에서 적응하고 있는 전직 쥬라기 대륙의 대족장 아들래미, 아크한.
장소가 어디든, 사람 사는 데는 쉬운 일 하나가 없는 법이었다.
쥬라기 디펜스의 족장이 되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