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83)
83. 수월한 방어전
“충돌! 충돌을 대비해라!!”
“과연 이게 버틸 수 있을까?”
“너 자신을 믿지 말고, 우릴 믿는 족장님의 말씀을 믿어라! 족장님께서 우릴 보고 계신다!!”
““족장님께서 우릴 보고 계신다!!””
전사들의 걱정과는 달리, 브론토 험비는 매우 튼튼했다.
이름 : 브론토 험비
HP : 3,550/3,550
OP : 30 (일반)
DP : 30 (기계)
중형 초식 공룡, 브론토의 묵직한 힘과 체중.
그리고 사방으로 둘러쳐진 두터운 철판 프레임.
그로 인해 얻어진, 티라노를 능가하는 견고한 맷집.
그것은 유닛의 스펙에도 착실히 반영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딜계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졌다.
‘혼돈 타입의 공격을 반감시켜주는 기계 타입의 방어. 그리고 30의 방어력… 그럼 다 처맞을 것을 가정한다 해도, 브론토 험비 한 마리당 커버할 수 있는 맹독성 그렘린의 숫자는…….’
최대 17마리.
콰과과과과광-!!
《부오오!》
《부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브론토 험비’들은 불안정한 맹독성 그렘린들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굳건했다.
맹독을 머금은 폭연이 주위로 터져나갔지만, 목이 긴 초식공룡인 브론토에게는 그 연기가 닿지 않았다.
폭발에 의한 충격 또한, 성문의 재질과 똑같을 만큼 두터운 장갑에 고작 생채기를 내는 게 전부였다.
가히 살아있는 생체 성벽이라 부를 정도의 강인한 맷집과 어마어마한 탱킹력!
그뿐만이 아니었다.
“쏴라!”
투칵!
각 브론토 험비의 등에 달린 발리스타가 거대 화살을 직선거리로 사출했다.
푸슛! 푸슈슛!
그 위에 탄 궁병들의 화살도 연이어 쏘아져 나갔다.
등에 올려놓는 무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공격 능력과, 그로 인한 어그로성 효과까지.
험비의 성능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쿠콰콰콰콰콰쾅!
그 덕에, 성벽을 향해 달려들던 맹독성 그렘린들의 타겟도 자연스럽게 브론토 험비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마… 막아냈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잠시라도 쉴 틈은 없었다.
피막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는 코아틀 리퍼의 무리가, 어느새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어왔기 때문이었다.
《흐허어어헉! 하아아악!!》
하늘을 울리는 기괴한 괴성.
“샤이아아아!!”
“예에…!”
“흐흐흐! 바로 이맛이지!!”
거기에 스팀베리를 빤 궁수들이 기이한 신음으로 회답했다.
좀 더 있으면 약물 중독에 빠질 것 같긴 하지만… 뭐 어쩌겠나, 다 마을 살리자고 하는 짓인데.
“빛이여, 우리를 보호해주소서!”
그들의 곁에 선 사제들이 일제히 보호막을 펼치고, 약에 중독된 궁수들을 즉시 치료했다.
퉷! 퉷퉷퉷!
그 와중에, 약 100여 마리의 코아틀 리퍼가 쏟아내기 시작한 맹독성 타액의 비.
쉬이이익!
타액이 닿은 성벽 표면이 연기를 피워올리며 지글지글 타올랐다.
이름 : 코아틀 리퍼
HP : 120
OP : 10 (혼돈)
DP : 1 (경장갑)
독에 의한 지속피해를 제외하고 즉발 피해량만 계산하면, 놈들의 공격에 HP 40의 일반 전사가 버틸 수 있는 피해는 총 4방까지였다.
그러나 사제들이 달라붙어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가면, 일반 전사라고 해도 그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벙커를 잘 활용하면, 치료되는 HP까지 해서 한 방 내지 두 방까지는 더 맞아도 버틸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상성상, 코아틀 리퍼는 활 든 전사부대를 상대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애초 놈들의 HP부터도 그렇게 높지 않기도 하고.
하지만…
“예상대로군.”
놈들은 궁수들의 사정거리 안과 밖을 왔다갔다거리며 짤짤이를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이는 모든 코아틀 리퍼들이 개별적으로 펼치는 비현실적인 컨트롤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면서도, 놈들이 뱉어대는 독성 타액은 정확히 4발이 한 전사를 향해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도 사제의 보호막이 미처 펼쳐지지 못했거나, 전부 커버하지 못한 곳에 서있던 전사들 위주로.
촤아악!
“꺼흑!”
“끄하아악!!”
몇몇 전사들이 그러한 일점사에 쓰러졌다.
그러나 몸을 날려 타액을 방어해내고 있는 방패병들과, 뒤늦게 달려든 사제들의 힐이 그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주었다.
“이봐, 괜찮나?”
“빛이 그대를 치유하리라!”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 정도의 컨트롤이었다.
하지만 저런 건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그래봤자 결국 잡기술에 불과한 것.”
코짤을 백 마리로 하든, 천 마리로 하든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곧장 짤짤이를 이어가던 코아틀 리퍼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지금부터 화망을 펼쳐라!”
우리 마을의 대공 방어 체계는 이미 갖출 만큼 갖춰놓은 상태였기에.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체체를 비롯하여 부관들의 외침이 성벽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화망! 화망을 형성하라!”
“훈련받았던 내용을 기억해라! 서둘러 화망을 전개하라!”
지금까지 모아온 약 50여 기의 스톤쓰로워.
그리고 총 10대의 신무기, 클러스터 스톤쓰로워까지.
그것들의 포신이 일제히 허공을 향했다.
“발사!!”
투칵! 투칵! 투카가각…!!
일순, 하늘에 돌의 그물이 펼쳐졌다.
거대 석재탄환이 일제히 하늘을 날며 장관을 만들어내었다.
“다 뒤져라!”
콰콰쾅! 콰콱!
하늘을 통째로 쓸어버릴 듯한 기세로 쏘아진 돌덩이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쏟아지는 화망 사이에는 미세하지만 빠져나올 틈이 있었다.
짤짤이를 하다 급히 돌덩이들을 피해 기동하던 코아틀 리퍼들은,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핑!
그 하늘의 오솔길에 붉은 빛기둥이 내리더니, 얼핏 과녁과도 비슷한 빛무리가 일렁였다.
[패시브, ‘긴급명령 – 집중공격의 명령’이 적용 중입니다.]나는 그놈들을 가리키며 힘차게 외쳤다.
“인스네어 쓰로워, 발사아!!”
이번 방어전에 동원된 또다른 뉴 테크 메카닉 유닛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이름하야 ‘인스네어 쓰로워’.
퉁!
묵직한 파열음과 함께, 둥글고 시커먼 무언가가 뭉쳐진 코아틀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날아간 인스네어 쓰로워의 투사체는, 임계점을 넘은 순간.
투화악!
모종의 장치로 터져나가면서, 하늘 한복판에서 드넓은 공룡잡이 그물을 펼쳤다.
한 곳에 몰려 있던 코아틀 리퍼들이 어떻게 될지는 이미 자명한 사실이었다.
“명중이다!”
“만선이다, 만선이야!”
이윽고 뭉쳐진 코아틀 리퍼들은 고기잡이 어망에 걸린 참치들처럼 서로 뒤엉킨 채 추락하기 시작했다.
새카맣던 하늘이 순식간에 클린해졌다.
“조져라! 깡그리 태워버려라!”
일사불란하게 화살촉에 불을 붙인 궁병들이, 이번엔 지상을 향해 활시위를 튕기기 시작했다.
슈슈슛! 슈슉!
발사 전부터 기름을 잔뜩 머금고 있던 공룡잡이용 그물.
그곳을 향해 불화살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물에 얼기설기 엮인 채 꿈틀대던 코아틀 리퍼들이 비명을 질렀다.
《히에에엑!》
하지만 놈들도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흐허허헉…!》
촤악! 촤아악!
독성 타액이 흘러넘치며, 공룡잡이 그물이 흥건히 적셔지기 시작했다.
그때문에 그물에 붙은 불은 타오르다 꺼지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불타라! 화살촉아!!”
쐐애액!
한쪽에서 불화살을 머금은 조니의 ‘저격’이 날아와 그물에 박혀 들어갔다.
독성 타액에 젖어있지 않은 위치를 정확히 노린 조준사격이었다.
화아아악!
삽시간에 타오르는 불길에, 한 무리의 코아틀 리퍼가 괴성을 질렀다.
“선배님, 저도…!”
조니의 옆에있던 후배 궁수, 보먼 역시 쥐고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푸슛!
날아가던 보먼의 불화살은 마찬가지로 Q스킬, ‘갈래 사격’에 의해 십수 개로 늘어나며 온갖 곳에 떨어져 내렸다.
화르륵!
조니만큼 정확한 사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먼이 들고 있는 무기는, 일전에 조니에게서 선물 받았던 희귀 활, ‘엠버키퍼의 단궁’.
활의 옵션, ‘점화’ 덕분에 여기저기서 사그라들던 불씨가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줄어가는 미니맵의 적 카운트.
‘이제 남은 건… 놈들의 본대라 할 수 있는 코아틀과 러커 뿐.’
발리스타, 트레뷰셋 등 메카닉 유닛들에게 강제 어택을 시켜놓기는 했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결국 놈들의 접근은 어느 정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 : 코아틀
HP : 160
OP : 10 (혼돈)
OP : 20 (공성)
DP : 2 (경장갑)
《우흐허허허!》
《으허학!!》
“저… 저게 뭐지?”
“놈들이 뭔가를 발사한다!”
놈들이 피막을 펼치며 쏟아내고 있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가시뼈.
그 가시 뼈들은 흡사 생체 클러스터 로켓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파바바박!
동시에 놈들은 아가리 또한 쉴 새 없이 놀렸다.
퉷! 퉷퉷!
그것은 지금껏 보았던 것과 같은, 굵직한 맹독성 타액!
어마어마한 가시뼈 세례와 독의 급류가 성벽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번 러시의 목적은 바로 성벽의 파괴.’
인게임에서 코아틀의 독특한 특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건물 파괴 속도’였다.
그 이유는 바로, 건물 타입을 때릴 때 추가로 발사되는 공성 타입의 가시뼈 때문이었다.
‘어째서 가시뼈 따위가 공성 타입인 건지.’
이유야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총력전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방패병과 사제들은 놈들의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라! 그리고 지금부터는 가용 가능한 모든 화력을, 남아있는 코아틀에게 전부 쏟아붓는다!”
핑! 핑!
동시에 켜진 두 가지 핑.
하나는 성벽에 내려앉은 방패 모양의 빛무리, ‘수호의 명령’.
또다른 하나는 남은 코아틀 무리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검 모양의 빛무리, ‘총공격의 명령’.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체체와 부관들이 반복하여 지시를 하달했다.
“방패병은 전방으로!”
“사제들은 힐은 나중에 하고 일단 보호막부터 전개하라!”
“저놈들이 마지막이다!! 총공격이다!!”
휴먼족도, 데몬족도.
지금 이 순간, 양쪽을 향해 총공세에 들어갔다.
콰직! 콰지직!
통나무와 돌에 깔려 하나둘씩 피떡이 되어가는 코아틀들.
기관총처럼 날아드는 가시뼈에 두들겨맞고, 소나기처럼 들이치는 독성 타액에 뒤범벅이 되어가는 브릿지의 동쪽 성벽.
쿠구구구구궁!!
“무… 무너진다!!”
“쫄지 마라! 그래봐야 추가 외벽이 무너진 것뿐이니까!”
그 압도적인 공격에, 성벽을 감싸고 있던 추가 목재 외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마침내 드러난 매끈한 레벨 3 성벽의 본모습.
이름 : 브릿지 마을의 동쪽 성벽 (Lv.3)
HP : 29,995/30,000
DP : 16 (건물)
나는 모든 전사들을 향해, 상황의 마무리를 위한 큰 함성을 내질렀다.
“동요하지 마라! 성벽은 여전히 굳건하다!”
[패시브, ‘사자의 포효’가 적용 중입니다.]“화력을 더 끌어올려라! 남은 놈들을 싸그리 쓸어버려라!”
[1스킬, ‘하울 오브 테러’가 사용되었습니다.]전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빠르게 줄어가던 적들은 일순 공포에 걸려 뒷걸음질을 쳤다.
“와아아!”
“돌을 날라라!”
“통나무를 날라!”
“쏘고 또 쏴 버리자!”
이번 방어전의 끝이 보였다.
호위해줄 병력 하나 없이 오롯이 노출된 코아틀들은, 이제 사제+궁수, 그리고 메카닉 유닛들의 십자포화 앞에 케찹이 되어 녹아내리는 일만 남아있었다.
이름 : 브릿지 마을의 동쪽 성벽 (Lv.3)
HP : 28,229/30,000
HP : 28,130/30,000
HP : 27,950/30,000
…….
성벽의 HP가 빠르게 깎여나가고는 있었지만, 그보다는 적의 병력이 녹아 없어지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상황.
[적 : 582] [적 : 550] [적 : 525]…….
이대로만 계속되면, 이번 러쉬는 짤막 각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그 뒤에는 이제 코아틀 덴을 파괴하러 갈, 공격 타이밍만 잡으면 되었다.
[캠페인 6. 뱀의 굴]미션 오브젝트 :
코아틀 덴을 파괴하라
0 / 1
(선택) 마을에 발생한 소요사태를 진압하라 1 / 1 (완료)
(선택) 레프티레스 코아틀을 제거하라
0 / 1
이미 전진 스톤타워에 있을 루리 쪽에는 언질을 해 둔 상태였다.
적의 병력이 거진 빠져나오면, 데몬즈리프트 산맥의 질 좋은 석재를 채집하는 것이 필요하니 이를 위해 바로 확장 기지를 건설하라는 지시였다.
여유가 된다면 미션 오브젝트의 타겟인 코아틀 덴이 있을, 데스랜드의 ‘임업 지구’의 탐사까지 먼저 시작해도 좋다는 지시까지.
계획대로 된다면, 나는 마을 쪽의 상황이 수습되는 대로 루리를 백업해주기 위해 지원대를 조직하여 나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희망적인 생각을 이어가던 때였다.
“이것이 바로 ‘승리’의 향기…? 저의 턴은 오지 않는 것입니까, 치프틴?”
“그래. 넌 좀 더 기다려라.”
“크큭, 제 [영겁의 겁화]를 뿌리기에는 미진한 전장이란 말씀이시군요. 큭큭큭!”
에른의 헛소리를 흘리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뭔가 불안했다.
정확히 무엇이 불안하냐고 하면…
‘너무 쉽다.’
이전의 경험으로 미루었을 때, 이 빌어먹을 현실 모드에서 미션 오브젝트의 추가 미션은 거의 무조건 마주치게 되는 듯했다.
그렇다는 것은, 저 (선택) 으로 표시된 보스몹의 출현 역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인데…
‘저놈은 원래 여기까지 움직이는 놈이 아니란 말이지….’
물론 그렇게 따지면 지난번 그렘린 웨이브 때에, ‘리치’를 만난 것부터가 버그이긴 했지.
‘아무튼, 당장 고민할 건 아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미리 심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당장 신경 써야 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까.
그것은 바로.
이름 : 코아틀 러커
HP : 260
OP : 30 (공성)
DP : 3 (중장갑)
“족장님, 코아틀 러커들이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전장을 면밀히 관찰하던 조니의 보고.
나 또한 먼지구름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는 코아틀이 마지막 고기방패가 되어주는 동안, 성벽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여 땅을 파고 숨어들기 시작한 러커들이 있었다.
이어 몇몇 놈들이 땅속에서 가시 촉수를 쏘아 올리며 성벽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촤자자자작! 쿠구구궁!
“성벽이 흔들립니다!”
놈들의 공격이 공성 타입이어서 그런 것일까?
성벽에 가해지는 충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성벽의 HP가 깎여나가는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저놈들에 대한 대비 역시, 진작 끝난 상황이었으니.
“스캔을 뿌려라! 러커가 있는 지면을 향해 집중포화를 가하라!”
틱틱! 틱틱틱!!
봉화에 설치된 라이프폼 카운터가 특유의 요란한 소음을 울려댔다.
휴먼족을 플레이하면 결국 귀에 익을 수밖에 없는 스캔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미니맵상 숨어있던 빨간 점들이 우후죽순 드러났고,
“땅속에 숨어든 놈들을 싹 다 밖으로 끄집어내라!”
그 위치를 향해 메카닉 유닛들의 십자포화가 이어졌다.
쿠콰콰콰쾅!!
그때.
라이프폼 카운터를 조작하던 스미스로부터 뭔가 들은 게 있는지, 체체가 내게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족장님! 버로우한 러커들이 점점 성벽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 보고를 듣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느린 속도긴 하지만, 러커들은 땅 속에서 헤엄을 치며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방금 체체의 보고는… 놈들이 성벽을 넘어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일부는 성벽을 때리고, 일부는 마을 내부로 넘긴다.
그렇게 놈들은 양쪽 스팟을 동시에 타격하여 상대를 정신없게 만들어버리는… 이른바 멀티태스킹 견제를 시도하려는 듯했다.
“러커의 접근을 절대로 허락하지 마라!”
“족장님, 이미 너무 많은 놈들이 성벽에 접근해서, 모두 제거할 수가 없습니다!”
설마 이 시점에 강제로 마을에 러커를 집어넣는 전략을 취할 줄이야.
하지만 그정도는 즉시 별도의 병력을 보내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처리하면 그만인 일.
고작 이 정도의 흔들기 따위로 나를 어떻게 해보려 했다면,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휘이익!
“…?”
모래?
펄럭! 펄럭!
갑자기 불어닥치기 시작한 거센 모래바람에 체체가 들고있는 ‘인내의 깃발’이 거칠게 흔들렸다.
“갑자기 날씨가?”
“시야가 너무 좁다!”
“무슨 바람이…?!”
“큭, 눈에 모래가! 앞을 볼 수가!”
체체가 내 앞으로 와서 신성력의 보호막을 펼쳤다.
갑자기 불어오기 시작한 거친 모래바람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족장님! 이건 대체?”
그 안에서, 나는 곧 맵 끝에서부터 다가오고있는 하나의 빨간 점을 목격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 조니의 외침이 들려왔다.
“족장님! 저 너머에 무언가가!”
“…!!”
이곳에 나타나서는 안 될 무언가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 싶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족장님, 저희가 날리는 모든 투사체가 빗나가고 있습니다!”
체체의 다급한 보고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보스 스킬이 켜졌으니, 이제 원거리 공격은 봉인당한 거나 다름없어졌다.’
지금 보이는 효과는 바로, 캠페인 6 때 해금되는 유일 보스의 스킬 효과였다.
물론 원작에서 유일 보스의 AI는 후반 캠페인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저 데몬족의 본진만을 배회하게끔 세팅되어 있던 놈이었지만….
‘그런데 그런 놈이, 직접 공격을 나왔군.’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현실모드였다.
그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일 뿐.
굳이 따지면 이 상황 역시, 예측범위 안에 있었다.
나는 가늘게 눈을 떴다.
모래폭풍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그것의 실루엣.
날개와 깃털이 달린 거대한 뱀의 몸체는 물론이고, 여러 개의 머리, 인간과 같은 팔, 다리까지 달린 괴물이 이쪽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데몬족 영웅 유닛, 레프티레스 코아틀.’
지금 불어오는 모래폭풍은 바로, 그놈이 지닌 대-휴먼족 최강의 Q스킬.
‘샌드 스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