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화(1/18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황태자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국이나 미국으로 갈걸.”
하-
난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역사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역사 게임엔 수많은 나라들이 등장하지만, 보통은 플레이어의 조국이나 유럽 국가들을 골라서 플레이한다.
전자는 본인의 조국을 거대 제국으로 키우며 국뽕을 느낄 수 있었고 후자는 게임의 주인공 격인 국가들인지라 고증도 더 세심하고 미션과 이벤트 같은 콘텐츠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놈의 반골 기질 때문에 인생이 망하는구나.”
일반적인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나는 이상한 기질이 있었다.
게임을 하더라도 강대국보단 강대국에 두들겨 맞고 개망하는 나라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은 M 기질 아니냐고 놀렸지만···. 하여튼, 최근에 가장 많이 플레이한 국가는 멕시코다.
현대엔 자타공인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그런 미국에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명분으로 국토의 55%를 빼앗기고 삼류 국가로 전락한 멕시코가 내 이상한 기질을 자극했다.
비주류 국가라 이벤트도 거의 없는 멕시코를 다양한 방법으로 키워 미국을 때려잡고 최강국으로 만든 것도 여러 번.
계속하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라도 생겼는지, 어느새 유튜브에서 멕시코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진짜 한번 가볼까.’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비교적 안전한 멕시코 시티정도는 가볼 만하지 않을까?
머릿속에 한 번 박힌 생각은 빠지질 않았고, 결국 멕시코에 가기로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여행도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재미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한국에 얼마 없는 멕시코 역사책까지 사서 읽었다.
여행은 즐거웠다.
물가도 싸고 호텔도 마음에 들었고 볼거리도 많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재미있게 놀았으면 그냥 집에 가서 쉬었으면 좋았을 것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저녁, 뭔가 아쉬운 마음에 근처 술집에 간 것이 패착이 될 줄이야.
멕시코 현지의 테킬라를 마셔보러 갔던 술집에서 웬 할아버지가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순간 긴장했으나, 인자한 얼굴의 할아버지는 내 서투른 스페인어를 천천히 기다려줬다. 멕시코 여행이 어땠는지부터 시작한 대화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친절한 멕시칸 할아버지는 술을 엄청나게 잘 마셨다. 나는 대화가 길어지자 잔뜩 취해 할아버지에게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미국 놈들이 뺏어간 캘리포니아, 텍사스가 미국 50개 주 중에서 GDP와 인구에서 1, 2등을 하는 걸 보면 속이 뒤집어진다니까요?”
“허허···. 자네 나라도 아닌데 왜 속이 뒤집어지고 그러나.”
“억울하니까 그렇죠. 금, 석유 같은 자원 있어, 날씨도 좋아, 농사도 잘돼. 이 땅들만 있었어도···.”
“···허허허.”
그 뒤로 나는 독립 직후 멕시코 지도자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물론 나는 전문가는커녕 전공자도 아니고, 겨우 책 한 권과 유튜브에서 본 얕은 지식을 떠드는 것에 불과했다.
“그럼, 멕시코가 어떻게 했어야 하나?”
아니 이럴 수가. 정말 친절한 할아버지가 아닌가!
내 헛소리를 참고 들어줄 뿐만 아니라, 질문까지 해주다니.
독립 후 멕시코가 어떻게 해야 했는지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설 회사에 다니며 몇 년간 토목 일을 해온 나다.
자연스럽게 어설픈 역사적 지식과 토목공학에 대한 지식을 엮어 국토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열변을 토했지만, 요약하면 당시 멕시코에 풍부했던 천연자원을 종잣돈 삼아 국토개발과 산업화를 밀어붙이자는 이야기였다.
지금 정신이 들고 보니 그냥 한심한 소리였다.
그 시대 사람들이라고 금이 싫었겠는가? 모르는데 어떻게 캐나?
‘하···. 책 한 권만 본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그게 나였을 줄이야.’
그래도 내 헛소리가 그 멕시칸 할아버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여기였거든.
“······그래서, 내가 누구라고?”
“아구스틴 헤로니모 데 이투르비데(Agustín Jerónimo de Iturbide) 전하이십니다.”
“어···. 그래?”
대화가 거기에서 멈추자, 하녀는 ‘이건 뭐 하는 놈이지’ 하는 눈빛이었다.
황태자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다급히 덧붙였다.
“···그런 내 방이 이렇게 더러우면 되겠나! 에잇! 다시 청소하도록!”
방은 깨끗한 편이었지만, 나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고 나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하···. 멕시코 제국이라니, 그것도 멕시코 제1제국.’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딱 봐도 여행자인 동양인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건 것은 그럴 수도 있지만, 내 허접한 스페인어 실력은 아직 현지인과 대화할 수준이 아니라는 걸 지난 며칠 간의 여행에서 여러 번 느끼지 않았던가?
‘그 할아버지랑 대화할 때는 말이 술술 나왔지. 술 덕분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난 말하기뿐만 아니라 듣기 실력도 별로잖아?’
그 할아버지랑 대화할 때는 스페인어가 한국어처럼 잘 들렸다. 지금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러고보니 지금도 스페인어가 유창하네?”
그 할아버지가 나와 대화하기위해 준 능력이 아직도 남아있나보다.
‘그건 그렇고, 하필 왜 이 시기, 이 인물입니까, 할아버지. 제가 진상 좀 부렸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거 참. 생각보다 뒤끝 있으시네.’
에스파냐의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킨 후로부터 무려 300년.
오랜 지배 끝에 세워진 첫 독립 국가라는 의의가 있긴 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하는 멕시코 제1제국, 심지어 아구스틴 1세 본인도 아니고 그 장남이 아닌가!
‘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100년간은 계속 개판이긴 하지.’
독립 후 끝없이 이어지는 혁명, 내전, 반란의 향연과 심심할 때마다 강대국들에 뜯어먹히던 멕시코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아예 시작점인 지금이 나을 수도 있다.
‘일단 미국-멕시코 전쟁 후는 절대 안 되지.’
캘리포니아, 텍사스 같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졌으면서도 농사까지 잘되는 좋은 땅들을 포함해 전 국토의 무려 55%를 빼앗긴 이후라면, 무슨 짓을 해도 미국과 비견될 만한 국가를 만들 자신이 없었다.
인물로는 독립 직후 멕시코의 극심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잠재우고 국토개발과 산업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아구스틴 1세 이후로도 권력을 차지한 인물은 많지만, 독립을 실현시킨 영웅이자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첫 국가의 황제로 즉위한 아구스틴 1세만큼 강력한 명분을 지닌 인물은 없었다.
그런 면에선 이 몸의 아버지인 아구스틴 1세가 최적이지만, 그는 곧 중년에 진입하는 나이인지라, 미멕 전쟁 시기엔 살아있을 확률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나보고 이 나이부터 멕시코를 열심히 발전시켜서 미국을 막으라는 건가. ···청소년에게 이 정도 노동을 시키는 건 불법인데.’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나.
나를 무려 200년 전의 인물로 빙의시킨 신적 존재의 의지가 아닌가.
이곳으로 보내지기 전에 선택지를 줬으면 모를까, 이미 온 이상 거부하겠답시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의미 없는 개죽음일 뿐이다. 어차피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처자식도 없었으니, 딱히 미련도 없긴하다.
하나 걸리는 것은 이 몸의 원주인인 헤로니모의 영혼은 어디로 갔냐는 건데, 명색이 신적 존재가 빙의시킨 거니 알아서 잘 처리했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일단 지금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아까 하녀가 전하라고 부르는 거 보니 아직 망하진 않은 것 같고, 중요한 건 지금이 몇 월이냐는 건데.’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연도부터 따지는 게 순서겠지만, 운 좋게도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 몸의 아버지인 아구스틴 데 이투르비데, 통칭 아구스틴 1세는 1822년 5월 19일에 멕시코 제국의 황제로 즉위했고, 1823년 3월 19일에 공화주의자들의 혁명에 의해 퇴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전하라고 불린다면 1822년 5월에서 1823년 3월 사이라는 거다.
“다시 생각해도 황당하네.”
무슨 짓을 해야 국가 독립의 영웅이자 대중의 지지를 받아 제국의 첫 황제로 즉위한 사람이 고작 10개월 만에 망한단 말인가.
남 일이었을 때는 실소가 나오는 일에 불과했지만, 아구스틴 1세와 같이 쫓겨나게 생긴 내 입장에서는 복장 터지는 일이다.
‘권력이 있건 없건 일단 멕시코에 있어야 발전을 시키든지 말든지 하지.’
이 몸의 아버지인 아구스틴 1세는 여러모로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식민지에서 출생해 장교가 되었다는 점.
부잣집 여식과 결혼해 대지주가 되었다는 점.
군재가 뛰어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점.
독립 국가의 첫 지도자가 되었다는 점 등이 그것이었다.
나름 비슷한 행보를 걸어온 두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이 달랐는데, 바로 아구스틴 1세는 근왕주의자였고 조지 워싱턴은 공화주의자였다는 점이다.
조지 워싱턴은 왕이 되어달라는 여러 인물의 권유를 거절하고 투표를 통해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직위에 올랐다.
이 당시엔 유럽에서 가장 공화주의적인 국가들조차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었으며, ‘President’라는 단어는 그저 ‘한 단체의 수장’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상황이었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독립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계속해서 권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번째 임기가 끝나자, 권력을 내려놓고 본인의 농장으로 낙향해 아름다운 선례를 만들었다.
‘대단한 사람이지.’
아구스틴 1세는 누에바에스파냐의 장교였다. 이 시기의 에스파냐 본국은 나폴레옹 전쟁에 휘말린 후 내전까지 터져 식민지인 누에바에스파냐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식민지 군대에 대한 지원도 시원찮았는데, 아구스틴 1세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놀라운 군재를 발휘해 멕시코 독립군들을 철저하게 때려잡았고, 에스파냐 본국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해 멕시코 북부 지역의 에스파냐군을 통솔하는 사령관 자리에 오른다.
신나게 멕시코 독립군들을 때려잡던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에스파냐 본국에서 자유주의자들이 국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자유주의식 개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구스틴 1세는 그걸 치욕이자, 더 큰 권력을 탐낼 명분으로 여겼겠지.’
그는 독립군 지도자 비센테 게레로와 타협하여 이괄라 계획(Plan de Iguala)을 발표하고, 멕시코를 독립시킨 후 독립 영웅으로서 시민의 지지를 받아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아구스틴 1세는 의회와 대립을 지속하다가 국가 전복 음모를 핑계로 반대파 의원들을 체포했고, 이에 의회는 더 격렬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의회 해산이라는 최악의 선택으로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어버렸지.’
아구스틴 1세로서는 본인이 군사령관 출신인 만큼 무력을 꽉 잡고 있으니 의회 해산쯤은 상관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문제는 그의 생각만큼 군대에 대한 지배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회 해산 후 아구스틴 1세의 민심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하자 공화주의 사상을 가진 지방의 장교들은 아구스틴 1세를 몰아내기 위한 계획인 카사 마타 계획(Plan de Casa Mata)을 세운다.
‘이 장교 중에 이후 멕시코 대통령만 9번을 해먹은 산타 안나(Santa Anna) 장군도 있었지.’
반란 진압을 위해 보낸 군대의 지휘관마저 산타 안나에게 설득 돼버리자, 아구스틴 1세는 이탈리아로 도망쳤다가 보수파들의 충동질에 혹해 귀국을 시도하다 잡혀 총살되었다.
‘멕시코라는 신생 국가에겐 최악의 시작이 되었지.’
선례는 곧 기준점이 된다. 법을 포함해 선례가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선 선례를 참고하기 마련이다. 한낱 인터넷 게시글에서까지 첫 댓글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조지 워싱턴은 미국에 큰 선물을 준 것이고, 아구스틴 1세는 멕시코에 죄를 지은 것이다.
아구스틴 1세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할 일이 떠오른다.
‘일단 이 몸의 아버지가 헛짓거리하는 것부터 막는다.’
거기서부터 이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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