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0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00화(100/180)
태평양 함대 (1)
“선생님! 프랑스가 전쟁에서 져서 부채에 대한 권리를 멕시코로 넘겼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었니?”
그의 동료들이 퍼뜨린 소문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제라르 시몽은 천연덕스럽게 당황한 듯한 연기를 펼쳤다.
“제가 어디서 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맞냐구요!”
프랑스가 아이티 독립에 대한 대가로 엄청난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이 학교에 다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았다. 다들 아이티에선 상류층 집안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시간에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맞단다. 크흠. 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자꾸나.”
“그럼! 우리 아이티가 멕시코로 합류하면요? 그 빚은 전부 없어지는 건가요?”
“에밀!”
제라르 시몽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는 꺼내지도 마라!”
아이티가 노예 혁명을 일으켜 독립하긴 했지만,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진 않았다.
프랑스 관계자만 사라졌을 뿐, 독립 당시 군사 지도자들과 기존 지주들의 끈끈한 결합이 이루어진 상태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다행히 전부 지주 집안의 아이들이기에 군사 지도자들에게 이 일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아주 위험한 발언이었다.
“아 왜요! 프랑스 놈들은 싫어도 멕시코는 나쁘지 않다고요. 프랑스 놈들을 혼내주기도 했고, 쿠바의 흑인들도 해방해서 잘 살게 해줬다고 저번에 선생님이 가르쳐 줬지 않아요. 맞지 제롬?”
“응. 저번에 분명히 그렇게 말씀해주셨어.”
군사 지도자와 지주.
지주 계층도 독립 이후에 군사 지도자들 본인들과 측근들, 그리고 일부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줌으로써 생겨났으니, 이 두 계층은 한 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연히 입장 차이가 있다.
군사 지도자들이 군대라는 실질적인 무력, 그리고 독립에 기여했다는 명분을 힘으로 삼아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지주는 정치권력을 갖지 못했다.
“우리 아이티가 얼마나 힘들게 독립했는데, 그걸 포기하자니. 어른들이 들으면 경을 칠 테니, 그런 소리는 꺼내지 말아라.”
“네에.”
선생인 제라르 시몽이 화를 내자, 에밀은 꼬리를 내렸다.
제라르 시몽은 이 상황을 진심으로 우려했다.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었다.
아이티인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도 그럴 게 역사상 최초의 노예 혁명으로 독립한 국가가 아닌가.
에밀의 발언은 독립 이후에, 부모가 이미 지주인 환경에서 자란 철없는 15살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직은 공감받기 어려운 말이기에 자제시켜야 했다. 사회적 반발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동안 했던 작업이 통하긴 했군. 예상외로 잘 통해서 놀라긴 했지만.’
제라르 시몽은 멕시코 정보부대의 첫 번째 흑인 요원이었다. 한때는 노예였으나, 멕시코 제국 황가의 은혜로 자유인이 되었다.
그는 다른 해방 노예들과 다른 선택을 했는데, 바로 멕시코 군에 입대한 것이다.
최근에야 프랑스와 전쟁을 거치면서 흑인들도 군에 많이 입대했지만 7년 전, 노예제 폐지 직후의 수만 명의 해방 노예 중 멕시코 군에 자진 입대한 것은 그를 포함해서 10명도 되지 않았다.
다들 시골로 가서 땅을 받고 농사를 짓거나, 도시로 가서 집을 받고 노동할 생각을 했지, 뜬금없이 입대하는 자는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티를 해방해서, 입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으리라.’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은 착취 받는 쪽이 아닌 착취하는 쪽 집안의 아이들이지만,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반대해야 할 기득권층을 오히려 찬성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박식하고 외부 세계의 사정에 밝은 선생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지금 아이티엔 박식한 이도 정말 드물고, 외부 세계의 사정에 밝은 이도 정말 드물다. 그렇기에 제라르 시몽의 명성은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
“바로 아시아라네.”
“아시아 말입니까?”
내 회사들이 버는 모든 돈은 다시 그 회사에 재투자된다.
이런 상황에서 레알 인베르시온을 통한 투자를 늘리려면 그 많은 회사가 아닌, 외부에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
그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아시아다.
“그래. 내 알아본 바로는 일본의 금 시세가 아주 재미있더군.”
“일본···. 아, 그 동아시아의 국가 말씀이시군요. 요즘은 무역량이 증가해서 금과 은의 시세차익을 노리기 아주 힘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좀 다릅니까?”
디에고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창밖으로 펼쳐진 베라크루즈의 도시 풍경이 황혼에 물들고 있었다.
“놀라지 말게, 무려 4.5대 1이라더군.”
“예? 그게 사실입니까?”
한때는 멕시코와 남미에서 대량의 은이 유통되며 전 세계 금과 은의 교환 비율이 요동치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한 비율로 거래되고 있다.
그 시절보다 무역량도 증가했고, 경제의 규모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다, 우리 멕시코에서 대량의 금이 나온 것도 있다.
“그래. 15대 1의 교환비를 가진 세계 표준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지.”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일본이 무역 협정을 맺어주지 않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게도 무역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 시기의 일본은 사코쿠(鎖国) 정책을 펴고 있었는데, 이를 직역하면 국가 폐쇄라는 말이다.
예외적으로 네덜란드만 나가사키에 위치한 데지마라는 인공섬에서 교역을 허가받고 있었다. 이는 교역으로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본 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진 정책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우리가 무력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이를 외교적으로 풀 방법은 없을 거다.
“그래서 태평양 함대를 창설하지 않았나.”
“아. 그래서였군요.”
이 세상에 온 지도 벌써 18년이 지났고, 15살이었던 이 몸은 33살이 되었다.
외부 집단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고민은 이미 원주민들을 강제로 굴복시키며 결론을 내렸다.
나는 멕시코 제국의 황태자고, 황태자로서 내 최우선은 멕시코 제국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일부러 잔혹하게 대할 필요도 없지.’
제국주의 시대라지만 우리 국토를 온전히 소화하기도 바쁜 이 상황에서, 쓸데없는 식민지를 늘리거나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나중에 오명만 뒤집어쓰고 유지하지도 못할 식민지들이 아닌가.
적당히 영향력을 발휘해서 우리 멕시코가 이익을 챙기고, 그것으로 본토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지금쯤이면 우리 함대가 태평양을 건넜겠군.”
***
1841년 2월 1일.
정체불명의 함대가 일본의 에도만에 나타났다. 찬란한 아침 햇살 아래, 그 위압적인 함대의 모습이 바다 위에 드리워졌다.
이 정체불명의 함대는 100만 인구를 먹여 살리는 에도의 해운을 꽉 막아버렸다.
오랜 시간 안정을 누려온 에도의 일상은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저거 설마 배 전체에 철을 두른 것이오?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아니, 나도 보고 있소.”
“대포의 크기도 어마어마하군.”
그 모습을 보던 일본인들의 말대로 선두의 함선은 크기도 크기지만, 철을 두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달고 있는 대포의 엄청난 크기에 에도 막부는 수군을 출동시킬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저 정도라면···. 최근 청나라와 전쟁 중이라는 영국의 함선인가.”
도쿠가와 이에요시의 눈길이 멀리 함대를 향했다. 그는 뜬금없이 나타난 함대의 정체를 추측했다.
최근 거대한 제국인 청나라가 유럽의 영국이라는 국가에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에, 저 정도 함대라면 그 영국이 아닐까 한 것이다.
“네덜란드 상인들에게 듣기로는 저 국기는 멕시코 제국이라는 나라의 것이라고 합니다.”
부하의 목소리가 무거운 공기를 뚫고 나오자, 도쿠가와 이에요시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멕시코? 그건 또 어디···. 아니, 일단 이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 연락선을 보내게.”
“예.”
에도 막부의 연락선이 멕시코 제국의 함대에 도달했으나, 일본엔 에스파냐어를 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나름 네덜란드어, 영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자를 골라서 보낸 것이지만, 에스파냐어는 할 줄 몰랐다.
사실 멕시코의 태평양 함대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자가 있었으나, 에스파냐어를 할 줄 아는 자를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협상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었다.
연락선은 어쩔 수 없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가 네덜란드인 중에 에스파냐어를 할 줄 아는 자를 찾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안 온다고···. 위협사격을 한번 해야겠군.”
멕시코 제국 태평양 함대(Flota del Pacífico)의 사령관, 다리오 나바로 제독은 위협 사격명령을 내렸다.
“예!”
잠잠하던 멕시코 함대의 2개의 주포탑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 펼쳐진 무거운 침묵이 주포탑의 회전 소리에 깨어났다.
“어? 어어? 대포가 움직인다!”
바다를 조준한 주포가 불을 뿜었다.
콰쾅!···콰쾅!
강렬한 폭음이 에도만을 뒤흔들었다.
쐐애애액-
풍덩!
그 간담이 서늘해지는 위력에 멀리서 구경 중이던 네덜란드 상인들마저 경악했다.
“저게 프랑스 함대를 박살 냈다는 멕시코의 신형 함선인가 보군.”
한 상인이 탄식하듯 말했다.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어. 저 정도면 전열함이라도 바로 관통되고도 남을 것 같지 않나?”
“충분해 보이는군.”
네덜란드 상인들이 느긋하게 멕시코 함선의 위력을 평가하는 동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은 겨우 에스파냐어를 할 줄 아는 자를 찾아냈다.
함대가 도착한 지 2일 만인 2월 3일. 아직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멕시코 제국과 에도막부 간의 첫 대화가 이루어졌다.
“어떤 연유로 함대를 끌고 오셨는지요.”
“멕시코 제국 황태자 전하의 친서를 가져왔소. 이를 당신들의 장군에게 직접 전달할 테니, 상륙을 허가해주시오.”
“···이만한 함대를 상륙시키겠다니요. 그건 불가합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함대를 끌고 에도로 진입할 수밖에 없겠군.”
막부 측 인사의 어투는 공손했지만, 멕시코 측 인사의 어투는 고압적이었다.
철갑함 1척, 104문급 전열함 2척, 장갑 프리깃 4척과 고속 연락선으로 구성된 태평양 함대는 이 동양에서는 상대할 국가가 없다.
멕시코 제국 해군 장교들에게 일본의 군선은 장난감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에도 막부의 관리는 그 무시무시한 협박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바꿨다.
“제가 돌아가서 허가를 받아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3일 안에 대답을 가져오시오.”
***
“저놈들을 에도로 들이는 건 미친 짓입니다! 놈들의 무례한 태도를 보셨잖습니까!”
“그런다고 놈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습니까? 주군,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들여서 봉쇄를 풀어야 합니다.”
에도 앞바다를 봉쇄당하는 것은 에도 막부의 입장에서는 목이 졸리는 것과 같았다.
지금 막부의 해군력으로는 놈들의 함대에 흠집조차 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협상하자는 의견이었다.
‘맞는 말이지만, 놈들이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다면?’
도쿠가와 이에요시의 고심은 길어졌지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 놈들이 통보했던 3일이 지나자, 함대를 끌고 에도로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놈들의 함대가 움직입니다!”
“당장 상륙을 허가해야 합니다!”
당장이라도 포격 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에도를 덮쳤다.
“상륙을 허가하겠네.”
도쿠가와 이에요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