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0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03화(103/180)
태평양 함대 (4)
1841년 7월.
영국과의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 끝에 비밀 협정이 타결되었다.
“허허,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이럴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커졌습니다.”
파켄햄 대사가 초췌한 얼굴로 말했다.
파켄햄 대사는 몇 달간 멕시코와 영국 사이의 협상을 중재하며 스트레스가 상당했는지 체중이 꽤 빠진 것 같다.
이런 협정을 체결할 생각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기회를 낚아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사님의 노력 덕에 멕시코 제국과 대영제국 간의 협력이 계속 이어질 테니, 큰일을 해내신 겁니다.”
나는 적당히 립서비스를 날려주었다.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노력한 보람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서명하시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내 이름을 써넣었다.
쓱쓱-
리처드 파켄햄 대사도 이름을 써넣었다.
비밀 협정(Acuerdo Secreto)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1조
멕시코 제국은 아프리카 대륙, 인도, 인도차이나반도, 오세아니아에 대한 대영제국의 우위를 인정하며, 이러한 지역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군사적 개입도 하지 않기로 한다.
제2조
대영제국은 남아메리카 대륙, 카리브해, 일본, 조선, 필리핀에 대한 멕시코 제국의 우위를 인정하며, 이러한 지역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군사적 개입도 하지 않기로 한다.
제3조
이 협정은 공개되지 않으며, 양국 간의 비밀 유지는 필수적이다. 이 협정의 내용은 양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대표들에 의해서만 알려질 수 있으며, 그 외의 경우에는 엄격한 비밀로 유지되어야 한다.
—————
영국은 집요하게 중국에서의 우위를 집어넣으려고 시도했지만, 나는 끝까지 거절했다. 이미 영국 쪽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중국까지 넣으면 협약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린다.
결국 서로 민감한 중국, 오리건, 중동과 동남아의 섬 지역 등은 전부 빼게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도 큰 성과다.
영국에서는 내가 물러서지 않자, 협상을 포기하려는 기색을 보였지만 내가 끈질기게 설득해서 타결시켰다.
조선과 일본을 키워서 러시아를 견제하도록 할 것이라는 내 설득이 영국에 제대로 먹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러시아를 견제할 생각은 없지만.’
어차피 그건 협정문에 넣기 애매한 말이기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나와 파켄햄 대사는 악수를 하곤 헤어졌다.
***
약 2달 동안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태평양 함대에서 기다렸던 보고가 올라왔다.
필리핀의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 영국 놈들, 이걸 확인을 해주지 않아서 시간을 낭비하게 했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아니라고 한마디 해주면 되는 것을.”
“시간을 끄는 것을 바란 거겠지.”
나바로 제독의 보고에 따르면 필리핀에 접근하니, 정체불명의 함대가 멀리서 대포를 발사하며 경고해왔다고 한다.
무려 전열함 2척이 포함된 함대였다.
물론 태평양 함대의 전력이라면 가뿐하게 쳐부술 수 있지만, 지금 아시아에 전열함이 포함된 함대를 가진 국가는 유럽 강대국뿐이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후퇴했다고 한다.
국기가 없었으니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인가 했지만, 그것도 추측이었고 정체를 확신할 수 없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가 필리핀을 집어삼킨 것이라고 판단하고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느라 보고가 늦었는데, 그 함대의 정체는 전혀 의외의 존재였다.
“에스파냐에서 임명했던 총독 놈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본국에서 보내라고 명령한 함대도 자기 손에 꽉 쥐고 있던 것을 보니, 권력욕이 대단한 놈인가 봅니다.”
“욕심이 났겠지. 에스파냐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쯤은 그놈도 알았을 테니, 자기 손에 쥐어진 함대와 병사들만 잘 가지고 있으면 필리핀의 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야.”
“참 어리석군요. 우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강대국들이 개입할 것이 뻔했는데요.”
전열함 2척이면 아시아에서 강한 전력인 것은 맞지만 제국주의 국가들에겐 별것 아닌 전력이다. 아무런 정통성도 없이 작지도 않은 나라를 집어삼킨 놈을 놔둘 리가 없지 않은가.
아직 에스파냐가 공식적으로 필리핀을 포기하지는 않아서 놔둔 것뿐이지, 절대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욕심은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법이지.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부린 그놈 덕분에 필리핀 사람들이 죽는 것은 화가 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니, 진정한 독립국이 탄생하겠군요. 우리 멕시코는 독립을 도운 대가로 무역을 허가받을 것이고요.”
놈은 식민지 태생도 아니었던 주제에 필리핀 독립 국가를 제창했는데, 당연히 통할 리가 없었고 필리핀인들을 위한 국가를 만들자는 현지 독립 세력과 충돌하고 있었다.
우린 그 독립 세력을 도울 것이다.
***
“멕시코 놈들이 어떻게 그렇게 움직였나 했더니, 이게 있었던 것이 틀림없어.”
“아니, 그렇다면 멕시코는 전기 전신을 6년 전부터 썼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광범위하게? 그게 말이나 됩니까?”
“우, 우리 미국에서도 발명은 3년 전에 되었으니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네.”
국방예산을 화끈하게 증액시킨 미국은 당연히 코만치를 비롯한 원주민들을 싹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믿음은 6개월 만에 처참하게 박살 났다. 분명히 멕시코 놈들이 그랬다는 것처럼 리볼버 권총을 들려줬음에도 이기지 못했다.
“리볼버를 들고 비슷한 수의 코만치 기병에게 못 이겼다니,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나도 잘 이해가 안 되네.”
프랑스를 이겼다는 것도 애써 운 좋게 신형 함선을 건조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치부했던 미국인들이었다.
미국 군대가 정식 작전을 펼쳤음에도 코만치에게 깨졌다는 소식은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국인들의 충격은 정치인들의 위기감으로 이어졌고, 미국 정부는 국방력 증강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후장식 소총이오! 멕시코 놈들이 쓴다는 것보단 못하지만, 큰 차이는 없을 거요.”
리볼버에 이어 월등한 성능을 가진 라이플이 도입되고, 경험을 쌓아가며 교전에서 승리하기 시작했지만, 코만치 부족은 크게 손해 보지 않은 채 게릴라전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지구 끝까지 도망칠 기세로 도망가는 코만치 부족을 쫓아가다간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쟁은 장기전이 되어갔다.
그러던 도중, 사무엘 모스라는 자가 그 소식을 듣고 육군에 제안했다.
“이 전기전신을 국경에 광범위하게 깔면 놈들의 게릴라전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거다! 이거야!”
전신이라는 것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턱없이 넓은 국경에 비해 부족한 병사 수 때문에 숭숭 뚫리던 여러 마을을 성공적으로 지킬 수 있었다.
코만치 부족의 약탈은 봉쇄되었고, 코만치 부족은 미국이 멕시코처럼 엄청나게 많은 병사를 동원한 듯한 착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디로 약탈을 하러 가도 귀신같이 미군 놈들이 사방을 점거하기 시작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몇 개월간 지속되자, 코만치 부족은 쌓아놓은 식량을 전부 소모하고 굶주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모습.
그것은 코만치 부족에게 트라우마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고,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코만치 놈들이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
1841년 11월.
영국군은 압도적인 무력을 뽐내며 중국 수비군을 간단하게 분쇄했다. 상하이를 함락시킨 영국은 대운하를 점거했고, 청나라의 제2 도시인 난징을 봉쇄했다.
일본이 에도 앞바다를 봉쇄당하자 싸워볼 생각도 하지 않고 개항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중국엔 난징과 대운하가 그런 요충지였다. 난징은 중국의 경제수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난징과 대운하의 봉쇄는 장강 경제권과 수도 북경의 연결이 끊어짐을 의미했고, 수도 북경을 포함한 화북의 인구를 부양하는 것은 바로 강남의 곡물이다.
영국군이 봉쇄만 유지해도 중국인 수천만 명이 아사할 위기에 처했고, 청은 전쟁을 지속할 의지를 완전히 잃었다.
[영국이 동양의 거인을 무릎 꿇리다!] [대영제국의 승리! 중국의 개항과 홍콩 할양!] [더러운 전쟁이 끝나다.]서구 국가들은 영국의 승리를 예상했고, 각국 언론에서는 영국에 대한 태도를 드러냈다.
난징 조약 체결 소식이 들리자, 여러 유럽 강국들은 청나라에 교섭을 요구했다. 청이 종이호랑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쟁 직후인 지금, 청은 열강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으리라 여겼고, 그 추측은 사실이었다.
청나라 정부는 다른 열강들을 이용해 영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합리화하며 교섭을 받아들였는데, 멕시코 제국도 여기에 동참했다.
“영국보다도 강한 함선을 가지고 있다고? 순 허풍 아니야?”
“그 프랑스와 전쟁을 해서 이겼다잖소.”
그런 소문이 도는 와중에 멕시코 외교관과의 교섭이 시작되었다.
멕시코 제국은 통상적인 조건, 즉 광저우, 푸저우, 샤먼, 닝보, 상하이 등을 멕시코 상인에게 개방하고, 치외법권과 고정 관세 등을 요구하면서도 특이한 조건 하나를 걸었는데, 조선에 대한 것이었다.
“이 마지막 부분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조선은 우리 청의 속국이지만 내정과 외교는 자주에 맡기고 있습니다.”
“잘 생각하시오. 육지에서는 러시아, 바다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우리 멕시코 제국과도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 과연 청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시오? 이는 영국과도 합의된 이야기요.”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소.”
청의 관리는 속으로 피눈물을 삼켰다.
***
청이 처참하게 패했다는 사실은 조선과 일본에도 전파되었다.
“싸우지 않고 진작 개항한 게 잘한 거요.”
“그래, 저 청나라도 깨졌다는데, 우리라고 무슨 방법이 있을 리 없잖은가.”
서구 열강들의 강대함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일본인들은 그렇게 비교적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조선은 달랐다.
그야말로 세계관이 뒤흔들리는 충격이었다.
패전 직후의 청나라도 굳이 조선에 말하지 않았고, 외부와 교류도 없는 조선이거늘, 이상하게도 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갔다.
“다시 한번 말해주게 정말 청나라가 졌다고?”
“그렇다니까. 홍콩이라는 곳을 할양까지 했다고. 심지어 치외법권까지 인정해줬다고 하더군. 처참하게 깨진 것이 틀림없어.”
어디선가 정보를 입수한 동생, 조인영은 미리 충격을 받았는지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
“그래, 놀랍겠지. 나도 그랬으니.”
“···그럼 그 편지가 사실이었다는 말인가.”
무슨 이런 편지를 보냈냐고 욕하며 치워버린 그 멕시코 황태자의 편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조만영만이 아닌, 김좌근을 비롯한 당시 자리에 있던 모든 신료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충격의 연속.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그 상황에서 또 한 번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청나라로부터 서신이 도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