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09)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09화(109/180)
핵심 도시와 자본가들 (3)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에르난도 모라는 자신이 있었다. 이런 계약을 한두 번 체결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리핀 대통령 호세 가르시아는 다시 한번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고 서명했다.
쓱쓱-
“상호 간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계약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회사는 자원 탐사와 개발의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하고 수년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던 이유는 상호 간에 이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콜롬비아의 석탄, 페루의 구아노, 칠레의 초석으로 시작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베네수엘라로도 진출했는데, 해당국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 없이 알아서 자원을 탐사하고 개발해주는 데다 현지 인력까지 고용해주는데, 이익까지 분배받을 수 있는 편리한 계약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직접 개발하는 것이 더 이익이 크겠지만 돈, 장비, 기술력이 없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남미의 독재자들보다 더 신중한 필리핀의 가르시아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
이로써 ‘민다나오섬 금광 탐사와 개발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 필리핀 정부와 모라 자원 간의 계약이었다.
“멕시코 제국 황태자 전하 소유의 기업이니 믿겠습니다.”
“하하, 우리 황태자 전하에 대해 많이 조사하신 것 같더군요.”
에르난도 모라는 최근 필리핀 정부가 통과시키고 시행 중인 ‘불법 토지 회수 법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었다.
필리핀에 남아있던 모든 에스파냐인, 국왕을 자청했던 전 총독, 그 국왕의 곁에서 이권과 토지를 나눠 받았던 일부 기득권층의 토지, 그리고 그 토지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회수한다는 법안이었다.
“그분에 관해 공부하면 할수록 현재 멕시코의 황금기는 전부 그분이 만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생 독립국의 대통령으로서 우리 필리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영감을 주신 분이십니다.”
“대단하신 분이지요. 혹시 법안을 실행할 때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부담 없이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군인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어보니 멕시코에 남는 구식 무기들을 모아서 팔아주면 상당히 도움이 되더군요.”
“아,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태평양 함대로부터 많이 지원받아서 무기는 충분합니다.”
태평양 함대가 준 무기들은 멕시코엔 구식 무기였지만 필리핀의 무기 상황에선 신식이었다.
필리핀에서도 재산을 빼앗기게 생긴 많은 자들이 저항하고 있었지만, 지원받은 무기들로 무장한 중앙군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긴다고 해도 문제인데, 필리핀 정부가 위험해지면 멕시코 제국의 태평양 함대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대부분은 저항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신생 정부가 필리핀 공화국에 합류하지 않은 지방을 제압할 때 태평양 함대가 도와줬었기 때문에 생긴 인식이었다.
저항하지 않으면 토지의 크기에 따라 큰 가방이나 수레 등에 귀중품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해줬기 때문이다.
“그러시군요. 필리핀의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에르난도 모라는 진심이었다.
그의 회사는 남미의 많은 국가들에 적지 않은 돈을 안겨주었지만, 그 돈을 국가를 위해 쓰는 자는 거의 없었다.
통치자들은 자원을 팔아서 얻은 이익을 자신의 친위 세력과 나누어 먹기 바빴고,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했다.
국민들의 불만을 명분 삼아 일어나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도 비슷한 짓을 저지르다 보니, 치안도 불안해져서 그 고통은 전부 국민이 감당하고 있었다.
필리핀은 그 길을 걷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
“오늘은 공장 쪽으로 가지. 상하수도 쪽은 나 없이도 당분간은 진도를 나갈 수 있을 테니.”
“예, 전하.”
나는 상하수도 시스템을 제외한 도시의 수많은 건물은 오르테가 건설의 건축가들에게 맡겨놓은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은 건물이 있다.
바로 소독제 생산 공장이다. 이 공장은 상하수도 시스템 완공 전에 염소화 석회와 알루미늄 황산염 양산을 시작해야 한다.
공장 부지에 도착하니, 이미 나와 있는 베니토 가이탄(Benito Gaitán)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찍 나왔군, 그래.”
“전하! 당연하지요. 제 성을 딴 회사의 첫 공장이 건립되는 현장 아닙니까.”
내 화학 회사 ‘가이탄’을 맡은 베이토 가이탄은 에스파냐의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던 사람인데, 내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황립 대학의 화학공학과의 교수가 되었다가, 결국 내가 새로 만든 회사의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도심에 ‘가이탄’ 본사도 건설 중인 것으로 아는데, 공장 부지에 나와 있을 줄은 몰랐네.”
“본사는 알아서 잘 지어주시겠지만, 화학 약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은 다들 익숙지 않으니까요.”
“음, 그렇지.”
나는 가이탄의 말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중요한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초창기엔 회사 경영자들에게 지분을 10%씩 줬지만, 뒤에 설립된 회사일수록 그 지분은 작아지고 있었다.
그 당시엔 황태자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아무 기반도 없었고 따로 인맥을 써서 도와주기도 힘들었다.
그저 계획을 알려주고 돈 몇 푼을 쥐여주며 경영자들이 알아서 잘해주길 바라는 상황이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잘 해줬다.
지금은 그렇게 만들어놓은 수많은 기반 덕에 성공이 보장된 상황이나 다름없기에 많은 지분을 주지 않는다. 거의 리스크 없이 거액을 받는 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안 주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주기는 준다.
가이탄에겐 내가 짜놓은 로드맵에 따라 회사를 잘 성장시킬 경우에 여러 단계에 걸쳐서 총 2%의 지분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공장 건설 현장에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지분은 적어졌지만, 앞으로도 회사 이름은 계속 사장의 이름이나 성을 따서 지을 예정인데, 그게 기대한 대로 엄청난 동기부여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름 짓기가 훨씬 편하다는 것도 있고.’
투자 회사인 레알 인베르시온은 ‘황가’의 투자회사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기에,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러고 보니, 치와와시는 좀 어떤가? 모렐리아보다는 많이 작아서 아쉽진 않은가?”
“아쉽기는커녕 기대가 됩니다. 전하께서 계획하신 것들을 제게도 공유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곧 대단한 도시가 될 것을 아는데 여기에 집, 본사, 공장과 연구소까지 짓도록 해주셨으니, 꿈만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니 좋군.”
사실 이 도시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가이탄’의 본거지를 여기로 정한 것인데, 내가 일방적으로 결정했음에도 오히려 좋아하니 다행이었다.
내 회사 중 지점을 낼 수 있는 사업들 같은 경우에는 건설되는 도시마다 전부 들어갈 예정인데, 그런 회사가 꽤 많았다.
요식업과 숙박업을 하는 ‘솔리스’, 물류를 담당하는 ‘리오스 익스프레스’, 금융을 담당하는 ‘리오스 뱅크’, 텐트와 청바지에서 시작하여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섬유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로 성장한 ‘라몬’, 투자회사 ‘레알 인베르시온’ 등이 그것이었다.
학위를 가진 전문인력은 본사에서 수급하여 배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군은 최대한 현지에서 수급하라고 지시했으니 고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양산에도 신경 쓰느라 바쁘겠지만, 상하수도 처리시설 운영에 관한 연구 용역도 잘 진행해주게. 제대로 처리를 할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시스템이니까 말이야.”
“예, 화공과 교수들과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대학생들까지 동원하여 많은 실험을 진행 중이니, 완공 전까지 충분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현대적인 상하수도 시스템은 이 도시의 것이 세계 최초이므로 그 운영 방법도 처음부터 쌓아나가야 한다.
내가 토목공학 전공자로서 상하수도 시스템에 대해 잘 안다고는 해도, 그 구조와 건설에 대한 것이지, 폐수 몇 리터에 어느 정도의 소독약을 사용해야 하고, 어느 정도 크기의 여과기를 써야 하는 지 등의 세부적인 운영 디테일까지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세부적인 운영 방법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맡겼었는데, 잘 진행 중인 것 같다.
‘아니 근데, 대학원생도 아니고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대학생까지 동원하다니···. 그건 좀.’
하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
1842년 12월 1일.
뜨거웠던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온 지도 한 달.
노동환경 실태조사가 끝났다.
언론을 통해 신문에 적나라하게 발표된 멕시코 제국의 노동환경은 참혹했다.
“이게 진짜라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일을 시키면 누가 거기서 일을 한다는 말이야?”
“이 친구 순진하군. 이건 우리 같은 자유인들뿐만 아니라, 페온들까지 전부 조사해서 나온 결과라고.”
“페온? 자유인? 멕시코는 다 자유인 아니었나?”
“아, 자네는 유럽에서 왔었지.”
도시 근로자인 빅토르 에레로는 동료이자 친구인 헨리에게 페온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래서 고용주가 시키는 노동 조건이 가혹해도 거부할 수가 없다는 거지. 거부하면 다른 곳을 갈 수가 없으니 굶어 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건··· 노예가 아닌가. 멕시코에서 노예제는 폐지된 것으로 알았는데?”
“크흠···. 돈 좀 더 벌겠다고 이런 짓까지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니. 쯧쯧.”
헨리는 황당하다는 듯 묻자, 빅토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멕시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메스티소인 빅토르는 부끄러웠다.
그에게 조국, 멕시코는 자랑스러운 국가였다.
자력으로 독립을 해내고, 지배자였던 에스파냐를 이기고, 빠르게 발전하여 프랑스까지 이겼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가는 모든 국민들을 아꼈다. 원주민들과 흑인들, 각종 혼혈이 다른 나라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멕시코는 노예제를 폐지했을 뿐만 아니라 개척 이민과 도시 이민 등의 혜택을 주며 한 명의 멕시코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임금도 꾸준히 올랐고, 고용 경쟁 때문에 노동 조건도 나쁘지 않았으며, 치안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도시 이민을 온 동료인 헨리와 함께 이만한 나라가 어디에 있냐며 멕시코의 많은 장점을 칭송하지 않았던가.
그런 와중에 어딘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빅토르는 결심했다. 내일 일이 끝나면 의회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이전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일도 아니고, 지주가 보복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그는 자유인이었으며, 황실 기업의 노동자다. 그의 주머니 사정은 지주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지주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노동환경을 개선하라!”
“개선하라! 개선하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노동법을 제정하라!”
“제정하라! 제정하라!”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외쳤는데, 그게 본인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안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경쟁 때문에 노동 환경이 나쁘지 않지만,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르는 일이다. 안 그래도 멕시코 제국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프랑스가 멕시코에 선전포고한 직후, 전 국민이 공포에 떨었던 그때도 일어나지 않았던 대규모 시위가 12월 내내 지속되었다.
“슬슬 여론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전달하게.”
“예, 전하.”
1842년이 끝나갈 무렵, 황제파 의원들이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노동법’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