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11)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11화(111/180)
핵심 도시와 자본가들 (5)
노동기본법이 통과되었다.
현대인 출신인 내 입장에서는 참 부족한 점이 많은 법이지만, 시대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야겠지,
‘최저 시급까지는 무리수겠지만, 근로 계약서 작성 의무화까진 넣을 걸 그랬나···.’
아니다. 아직 1843년이다.
지금 통과된 법만 하더라도 이 시기 치고는 상당히 진보된 법이다.
이 이상으로 추가했다가는 반발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고, 산업화에 실제로 악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현대 기준에서는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우리 멕시코의 경쟁 상대는 노동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 미국과 매우 한정된 노동법만이 존재하는 영국이다.
노골적인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 이 세계에서 산업화의 뒤처짐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항상 급진적인 방법보다는 작게 시작하여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법안이다.
“페온을 구매하는 자본가들의 수는 좀 줄었나?”
법안이 통과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법안 통과 직후, 정보부대에 페온 매매의 동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들의 말로는 ‘채권’을 매매하는 것이고 사람을 매매하는 것과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결국 사람이 넘어가게 되는 것은 똑같다.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요원은 대답하며 품 안에서 문서를 꺼내 공손히 내밀었다.
보고서였다.
“거의 줄지 않았다?···정말이군. 이번 법안이 페온을 쓰는 공장주들한테는 꽤 손해가 있었을 텐데?”
일반 노동자를 고용하는 공장주나 지주들은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공장주들이 페온을 살 메리트는 확실히 떨어졌을 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주들에게 페온의 채권을 사서 노동시킨다는 방법을 새로 알게 된 공장주들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로 멕시코시티 인근의 공장에서만 암암리에 일어나던 일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
좋은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동 시간 제한, 그리고 새벽 근무 추가 수당. 이 둘은 치명적일 텐데?”
“노동 시간 제한은 확실히 타격이 크다는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노동자보다 압도적으로 적은 임금을 강요할 수 있으니 아직 메리트가 있다는 반응입니다. 원래 임금 자체가 푼돈이라, 자연스럽게 새벽 근무 추가 수당도 푼돈이 됩니다.”
추가 수당의 금액을 일정하게 정해놓지는 않았다. 원래 임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 주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최저 시급 제도가 없으니, 먹고살려면 무조건 고용주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페온들의 임금은 턱없이 낮아서 효용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가 아닌가.
이 노동기본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조장한다는 큰일까지 벌였는데.
“···”
“그, 그래도 안전 대책 조항이 있으니 노동 현장에서 과로사가 일어나면 고용주가 엄청난 벌금을 물거나, 심하면 구속될 수도 있으니 근무 환경 자체는 예전보다 훨씬 개선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 표정이 심각해지자, 조용히 나와 요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디에고가 나섰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페온들의 임금은 그대로일 수 있어도 근무 환경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예, 맞습니다. 노동기본법에는 처벌 조항도 달려있으니, 신경을 안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공장마다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디에고, 좋은 지적이었네.”
“감사합니다, 전하.”
노동자의 권리라는 것은 중요하고 지켜져야 할 것이지만 높을수록 좋다는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노동권은 너무 약해도, 너무 강해도 문제가 된다. 지금은 아예 없는 수준이니, 만든 것 자체는 잘한 일이지만 페온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겠답시고 노동권 자체를 너무 높여버리면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높이기도 어렵지만 한번 높여 놓은 것을 내리기란 그것보다 수십, 수백 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페온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하겠군.”
“예, 전하.”
“저도 동의합니다.”
잠시 침묵 속에서 고민하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에고와 정보부대 요원도 동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덩치 자체는 몇 년 전부터 급속하게 커지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은 미약했던 자본가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지주가 자본가로 변신한 경우나, 지주들에게 투자받은 경우도 꽤 많지만, 그런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즉, 내 입장에서는 내가 구상 중인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세력에 지주와 교회에 이어서 자본가가 추가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에 대해서 대응하긴 해야 하는데···. 자본가 중 황제파 성향을 가진 이들도 꽤 많단 말이지.’
황제파 중 나를 따라서 투자나 사업을 벌이는 자들도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내 사업과 관련되어 있거나, 내 투자 회사에 투자받은 이들도 엄청나게 많다.
무작정 적으로 간주할 만한 하나의 통합된 세력이라기보다는 지주들이 황제파, 지주파, 공화파에 나뉘어 분포된 것처럼, 자본가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황제파의 메리트도 만만하지 않다. 일단 이 멕시코 제국에서 나보다 큰 사업을 하는 자는 없고, 각종 국토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 중이며, 엄청난 자본을 가진 투자회사도 소유 중이다.
‘잘만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겠어.’
***
치와와시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처음이라 가장 난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상하수도 시스템을 건설하는 것도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소독제를 생산할 화학 공장도 잘 건설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시 계획은 처음부터 체계적인 도시 확장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일세,”
“그렇군요.”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건축가들을 가르치던 것처럼, 국토부 공무원들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는 국토부의 수장인 국토부 대신도 포함이었다.
행정부의 새 부처인 국토부는 철도, 댐과 관개시설, 그리고 계획도시 건설 등 국토개발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였다. 이전에는 이 모든 것을 재무부에서 같이 처리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진작에 있었어야 했다.
나는 국토부 신설을 추진하며 실무를 아는 건축가들을 공무원으로 앉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그 덕에 여러 건설사 출신 인사들이 국토부에 배치되었다.
그중에서도 오르테가 건설 출신이 많이 스카우트 되었고 나는 가고자 하는 이들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총리가 상신하는 대신 자리마저 오르테가 건설 출신 인사가 되었다.
‘한때 새크라멘토에서 나와 같이 나무망치를 두드리던 자가 대신이 될 줄이야.’
국토부 대신은 새크라멘토에 처음 정착촌을 건설할 때 있었던 30명의 목수 중 한 명이었는데, 오르테가 건설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국토부 대신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이미 여러 번 내게 배운 만큼 거리낌 없이 질문했다.
“하지만 전하, 치와와시의 예를 들어보면, 지금 건설 중인 영역도 이미 구도심의 5배가 넘는 규모이고, 그 공간이 예정대로 잘 채워질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이상의 확장 계획까지 미리 짜는 것은 낭비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낭비가 될 수 있지. 자네가 지적한 것처럼 확장 계획이 쓰일지 아닐지도 모르고, 그 외에도 기술의 발전이나 여러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여건의 변화로 미리 짜놓은 확장 계획이 무용지물이 되어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네. 하지만 그런데도 도시가 계획 없이 무질서하게 팽창하는 ‘스프롤 현상(Dispersión urbana)’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낭비가 될 수 있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 낫네.”
“‘스프롤 현상(Dispersión urbana)’ 말입니까?”
“그래.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 항구의 외곽 쪽을 생각해보면 될 걸세.”
“아···. 그런 의미군요.”
국토부 대신, 로드리고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스프롤 현상이라고 하면 미국의 거대한 단독 주택 단지가 도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형태로 건축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것을 포함하여 모든 무계획적인 도시 확장을 말하는 용어다.
“스프롤 현상은 자네가 우려하는 여러 낭비를 뛰어넘을 만큼 경계해야 하는 현상일세. 무계획적으로 개발되기에 환경이나, 교통, 국토 이용의 효율성, 경제적 불균형 등의 수많은 문제가 고려되지 않지.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한번 그렇게 개발된 토지들을 다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재개발하는 일은 정말로 어렵다는 것이네.”
“음···. 그렇겠지요. 엄연히 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지금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에서는 꼭 허가받아야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세.”
이제 산업화가 진행 중인데 벌써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스프롤 현상은 20세기 중반 이후 자동차의 본격적인 보급과 함께 일어난다.
문제는 한번 무계획적으로 개발된 곳을 다시 재개발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중요한 위치에 비계획적으로, 비효율적으로 개발된 곳들이 많은데, 그런 곳을 재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위치임에도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어 정부에서도 반쯤 포기한 지역들이 생길 정도다.
심각한 현상은 아니라지만 지금도 엄연히 스프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고, 그 부작용을 알고 있는 현대인 입장에서 이것을 경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시 확장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서 확장되도록 유도하면 되는 일이라 국토부의 인력이 좀 더 필요할 뿐인데, 우리 정부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는다.
‘국토가 거대하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개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
황태자로서, 그리고 전생의 토목기술자로서 내가 만들고 싶은 국가는 단순히 미국의 위치를 멕시코가 차지한 패권국이 아니다.
미국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토목기술자였고, 도시 계획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생의 대학 시절에 건축 관련 학과가 전부 통폐합되며 배운 이론밖에 없지만 그게 어디인가.
지금 시대엔 억만금을 줘도 못 배울 지식이다. 더 까먹기 전에 최대한 많이 가르쳐 놔야겠지.
***
“전하, 곧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는 보고입니다.”
리카르도 대령이 보고했다. 중요한 이야기인 만큼, 그가 직접 온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며 준비해온 일이다.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 혁명을 일으킬 곳은 바로 아이티다.
“우리 멕시코로 합류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겠나?”
“예, 아이티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해뒀고, 특히 아이티의 지배에 대한 불만이 큰 옛 에스파냐 식민지 지역의 사람들은 불씨만 던지면 폭발할 정도로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히스파니올라섬의 동쪽, 그러니까 전생의 도미니카 공화국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였다. 오랜 시간 동안 섬의 서쪽은 프랑스, 동쪽은 에스파냐 식민지로 지내다가 1795년 바젤 조약으로 에스파냐는 히스파니올라섬의 동쪽 부분을 프랑스에 양도했다.
아이티의 독립은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동쪽 지역은 독립 이후의 몇 년 동안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고, 아이티 독립 정부는 동쪽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은 1821년. 섬의 동쪽 부분은 독립을 선언한 뒤 자치 정부를 구성했으나 이 정부는 1822년에 아이티의 장-피에르 보예르 대통령이 전 섬을 통일하겠다는 목표하에 동쪽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끝났다.
그 후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아이티의 지배를 받으며 불만이 쌓이고 있었고, 그 불만은 곧 우리 멕시코 제국에게 아주 유리한 방향으로 폭발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