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15)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15화(115/180)
반란과 혁명 (4)
“콜롬비아와도 전쟁을 하게 될 모양이군.”
콜롬비아의 에란 대통령은 아마 이 조약 때문에 실제로 전쟁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전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 겨우 뒷돈 좀 받자고 조약을 체결할 리가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그렇지 않다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
어찌 되었든 한번 체결된 조약을 무를 수는 없으니, 우리 멕시코 제국은 ‘양면 전선’이라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하, 브라질 같은 남미의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리카르도 대령의 의견이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 브라질 황가와는 혼맥도 있으니, 방위 조약 정도는 체결할 수 있을걸세. 하지만 그럴 경우 전쟁이 끝난 후 콜롬비아의 영토를 요구하겠지.”
“음···. 애매하군요.”
“그렇지. 콜롬비아의 영토를 떼준다는 대가를 치르면서 다른 국가를 끌어들여야 할 만큼 콜롬비아가 위협적인 국가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인 자네 의견은 어떤가?”
나도 주기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수집된 정보를 보고 받지만 정보 부대의 수장인 리카르도 대령이라면 더 상세한 내용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콜롬비아 군의 무기와 훈련도는 형편없으며,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봉기를 막아내기에 급급한 형편입니다. 플린트락 머스킷마저 부족해서 우리 멕시코에서 돈을 주고 사는 형편입니다.”
콜롬비아라는 국가의 현재 상황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멕시코 독립 직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보다 12년이나 빠른 1810년에 독립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해결하지 못했으며, 중앙 정부는 지방의 군사력을 쥔 지역 엘리트들과 대립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남미의 다른 나라들도 비슷했는데, 라틴 아메리카 국가 중 멕시코만이 혼란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상황이다.
“그래. 거기다 콜롬비아의 해군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이 않은가. 그렇다면 상륙을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국경만 틀어막으면 콜롬비아 군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네.”
“국경의 폭이 길지도 않으니 요새화하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콜롬비아는 철도는커녕 도로망조차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으니, 대군을 동원하기 위한 대규모 보급망조차 구축하기 힘들다. 결국 콜롬비아가 전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
‘그렇다면 굳이 남에게 영토를 떼어 줄 필요는 없겠지.’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리카르도 대령에게 명령했다.
“콜롬비아에서 준비하던 계획은 폐기하고, 프랑스와 비슷한 패전 후 시나리오를 새로 준비하도록 하게.”
“예, 전하. 어차피 기반을 쌓는 도중이었으니, 작전이 변경된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콜롬비아를 위한 덜 급진적인 계획이 있었지만, 이왕 전쟁하게 된 이상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급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정보만 보더라도 전쟁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전을 더 빠르게 실행하려면 예산이 부족하지 않은가?”
“예, 맞습니다. 작전 계획을 다시 수립해봐야 알겠지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확실하니, 지금의 예산으로는 힘들 것으로 사료됩니다.”
정보부대는 그 인원수에 비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갔다.
요원들의 임금이나 훈련에 쓰는 돈도 일반 장교들보다 훨씬 많이 들지만, 그것보다는 현지에 기반을 구축하는 일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예로 프랑스에서는 사업가라는 위장 신분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정말 사업을 일으켜야 했고, 거기에 수만 페소가 소요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지의 여러 인물과 인맥을 다지는 것도 전부 돈이 들었다.
돈뿐만 아니라 최소 수년 단위의 시간도 들었는데,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의 요원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보다는 시간을 쓰며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시작해서 아이티에 콜롬비아와 기타 남미 국가들에도 지원하려니,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군. 기존 군부의 예산으로 충당하기엔 너무 규모가 커져 버렸어.”
정보 부대는 그 존재를 숨기기 위해 군부 내의 일개 부대로 창설되었을 뿐, 따로 예산을 추가로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은 독립 이후 꾸준히 증액시켜 온 국방 예산으로 충당해왔지만, 이제는 무리다. 백만 단위의 금액을 그 규모나 목적이 완전히 숨겨진 부대에 쓰는 것은 남이 보면 횡령으로 의심하기 딱 좋지 않겠는가.
“예전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결국은 정보 부대의 존재를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오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지휘관인 그에게도 말을 했었다. 하지만 존재를 알리는 것은 안 된다.
“아니, 존재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창설’하게 될 것이네. 그것도 기관의 존재와 목적만 알리는 것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기밀로 붙여질 것이고.”
“예, 알겠습니다.”
이런 정보기관이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굳이 알려서 쓸데없이 국내외의 여러 사람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리카르도 대령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은 듯했다.
“정보기관의 창설은 상당히 정치적인 일이 될 것이니, 자네는 지금 진행 중인 업무에 집중해 주게. 다른 것들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 것이네.”
“예, 전하.”
1843년 4월.
의회에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인 ’군사 정보국(Dirección de Inteligencia Militar)’의 공식적인 창설이 제안되었다.
정보를 다룬다고 순화했으나, 간첩 및 방첩 활동을 하리라는 것은 뻔한 일.
황가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군대 내의 기관인데다, 구체적인 활동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막대한 예산까지 요청했으니 순순히 통과될 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군사 정보국의 창설이라는 안건이 멕시코 제국 정치계의 도마 위에 올라왔다.
***
히스파니올라섬의 동쪽, 도미니카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멕시코 제국의 군대가 들어오고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을 싹 정리하자, 공무원과 판사 등 정부 인력들이 들어와 토지와 세금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이티의 엘리트들에게 빼앗겼던 토지는 전부 회수되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고, 소유권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만 정부의 재산이 되었다.
“세금이 이전의 사 분의 일 수준이라고 하더군.”
“이제야 좀 나라다운 나라에 사는 것 같군.”
“그래. 이게 나라지, 아암!”
멕시코는 새로 합류한 이 지역의 주민들에게 강압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현지인들에게 섬의 통치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를 제안했다.
주(Estado)와 성(Provincia)급 책임자는 멕시코 제국 정부의 사람으로 임명되었지만, 도미니카 지역 전체를 포함하는 ‘도미니카 구(Distrito de la Dominicana)’의 구청장(Alcalde) 자리는 지역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후안 파블로에게 돌아갔으며, 가장 작은 행정 구역인 도시(Ciudades)와 타운(Pueblo) 들의 최고 공무원 자리도 현지인으로 채워졌다.
그 밖에도 에스파냐어를 할 줄 아는 많은 이들이 공무원으로 뽑혀 현지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산토도밍고 항구는 증축되기 시작했으며, 철도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런 공사들은 자연스럽게 대규모 현지 고용을 유발했고,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섬의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에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듣자 하니 아직도 인디오나 흑인들을 노예로 착취하는 자들이 있다던데, 전부 찾아서 해방하도록 하시오.”
“예!”
흑인과 물라토가 사회를 장악한 서쪽과 다르게 도미니카 지역은 아직 백인과 메스티소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고, 암암리에 노예를 부리고 있는 자들도 많았다.
노예 혁명으로 탄생한 국가인 아이티에서는 불법이었으나, 행정력 부족, 혹은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완전한 노예 해방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잠, 잠깐! 그놈들을 다 데려가면 일은 누가 한다는 말이오!”
졸지에 큰 재산을 잃게 생긴 지주는 당황해서 외쳤지만, 멕시코 공무원과 병사들은 냉정했다.
“정당한 임금을 주고 고용하면 될 것 아니오. 그게 싫으면 본인이 직접 일하시던지.”
“그게 무슨···.”
그렇게 해방된 인원들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되거나, 정부 소유의 농장에서 일하게 되거나, 본토로 이주하는 3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다.
“그 정도 임금을 주면 정말 남는 것이 없단 말이오!”
사정이 급해진 지주들은 그렇게 호소했다.
“혹시 ‘기계식 수확기’라고 들어는 보셨습니까? 수확기 말고 ‘파종기’나 ‘탈곡기’도 있습니다.”
호소하는 지주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예?”
멕시코에서 건너온 상인들이었다.
***
섬의 동쪽이 엄청난 변화를 겪는 동안, 서쪽은 다른 의미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었다.
“도대체 정부는 하는 게 뭐냐!”
아이티의 각 지방에서는 크고 작은 봉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 주체는 혼란을 틈타 권력을 잡아보려고 하는 야심가부터,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무기를 든 농민들까지 다양했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든 것은 거의 20년 전부터 똑같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아이티에 얼마 되지 않는 중산층인 상인, 기술자, 지식인들도 이 봉기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불만에 불을 붙인 것은 바로 ‘자부심’의 파괴였다.
자부심.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데는 그리 필요 없는 것이지만,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기도 했다.
현실은 참혹했지만, 많은 아이티인의 마음속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노예 혁명을 성공시키고, 흑인 국가를 건설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 자부심이 멕시코에 영토의 2/3를 빼앗기며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무력을 통해 정권을 잡은 직후 도미니카를 정복하는 위업을 달성하며 인기를 얻었던 장피에르 대통령은 도미니카를 잃으며 몰락하게 되었다.
물론 도미니카를 잃은 것만이 원인은 아니고, 20년이 넘는 독재 기간 쌓인 부정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였다.
“각하, 지방의 소요가 멈추지를 않습니다.”
장피에르 대통령을 몰아낸 장군, 샤를 리비에 에라르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22년간 나라를 망친 장피에르를 몰아낸 것이 바로 이 몸이거늘! 왜 아직도 소란을 피운다는 말인가! 다 진압해버려!”
“예!”
아이티의 엘리트들이 완전히 민심을 잃은 장피에르 대통령을 버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그였다. 어차피 이 아이티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무기를 가진 군대는 다 그를 지지하고 있으니, 농민들의 귀여운 반란쯤은 금방 진압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지 겨우 일주일.
참담한 소식이 들려왔다.
“각하! 남부 지역에서 정부군이 패배했다는 소식입니다!”
“뭐라? 패배했다니? 설마 총도 없는 놈들에게 졌다는 말인가?”
너무나도 빈곤한 탓에 흔한 총 한 자루도 시장에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아이티 아닌가. 기껏해야 농기구로 무장 했을 놈들에게 지다니?
“아닙니다. 자칭 ‘혁명군’이라는 군대가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총기들을 잔뜩 가지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총기?”
에라르 대통령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대통령이 된 지 이제 겨우 2개월.
그의 몰락이 너무나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