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1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16화(116/180)
반란과 혁명 (5)
1843년 4월.
“선생님!”
제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을 보고 반갑게 불렀으나, 제라르 시몽의 반응은 반가운 사람을 본 느낌이 아니었다.
“너희가 왜 여기에 있느냐! 여긴 전쟁터다.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야! 당장 돌아가!”
반기기는커녕 돌아가라고 화를 내는 선생님. 하지만 순순히 돌아갈 것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선생님, 우리도 이제 열 여덟살이에요. 어른이라는 소리죠. ‘진정한 해방’을 돕기 위해 왔으니,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맞아요! 이 나라가 정부와 대지주들만을 위한 나라라는 것을 알려준 것은 선생님이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혁명을 주도하는 것은 오랫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은 농민들이 아니라 비교적 먹고살 만한 중산층의 사람들이었는데, 주로 상인, 소지주, 지식인, 전문직 등에 종사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제라르 시몽은 한때 제자였던 에밀과 제롬의 눈을 봤다. 신념이 담긴 눈빛이다.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들의 눈을 통해 보였다.
“···알았다. 정 돕고 싶다면 보급을 돕는 임무를 줄 테니, 전장에 나갈 생각은 하지 말거라. 앞날이 창창한 너희들까지 전장에 나가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니.”
“하지만 저희는···”
피 끓는 젊은이인 두 사람이 후방에서 보급품이나 나르는 임무에 만족할 리 없었지만, 시몽은 단번에 말을 자르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내가 아직도 학교 선생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혁명군은 군대다. 들어오고 싶으면 명령을 따르고, 싫으면 돌아가.”
“···알겠습니다.”
에밀과 제롬은 불만이었지만, 이제는 혁명군 수뇌부 중 한명이 된 옛 선생님의 말씀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정식으로 혁명군에 소속된 에밀과 제롬은 곤아이브 (Gonaïves) 항구에서 열심히 보급품을 날랐다.
“아이고 허리야. 대체 이 많은 보급품을 어디서 구하는 거지?”
보통 혁명군이란 가난하고 보급도 부족한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 않은가. 하지만 곤아이브에는 무기와 보급품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못 들었어? 혁명군을 지지하는 사업가분이 전 재산을 털어서 외국에서 사다 주시는 거라고 하던데.”
“이 정도로 부자인 사람이 혁명을 위해 전 재산을 털었다고?”
“그래. 감동적이지 않냐?”
“···그러네.”
항구에 가득 쌓인 무기들과 보급품들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이게 다 혁명군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지원한 거라니.
갑자기 혁명군에 대한 자부심이 부풀어 오른 에밀은 당장이라도 전장에 나가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을 포함한 10대 소년들은 전부 보급 임무를 담당하도록 명령을 내려버린 것이다. 덕분에 항구는 소년들로 가득 찼다.
“그래도 전황이 좋은 것 같으니 다행이야.”
“그래.”
소년들이 전장에 나갈 일은 없었다.
***
아이티 북부를 장악한 혁명군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점점 더 많은 지역을 점령할수록 혁명군에 가담하는 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군은 한번 패배 후 남쪽에 있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고, 북부에 남은 것이라고는 일부 대지주들의 사병뿐이었다.
“농민들을 해방하라!”
혁명군이 당도하는 곳마다 농민들은 ‘드디어 때가 왔다!’ 라고 말하는 듯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저 무지렁이 놈들이 북부 전체를 장악했답니다.”
“미쳤군.”
“이,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니오?”
아이티에서 군대를 조직해 권력을 탈취하려는 시도는 한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2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장피에르 대통령도, 그를 몰아낸 에라르 대통령도 결국은 아이티의 여러 엘리트와 결탁하여 다른 엘리트들의 권력을 탈취한 것에 불과했다.
권력의 중심이 이동했을 뿐, 대부분의 엘리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혁명’은 그런 종류의 분쟁이 아니었다.
“혁명군 수뇌부와 접촉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원 없이 우리와 싸운다는 것이 말이 되나? 누군가 배신한 게 아니냔 말이야!”
“지금 우리끼리 싸울 떄가 아니오. 이대로 지면 우리가 모두 끝장이란 말이야!”
“맞소. 우릴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한 셈이니, 혹시라도 안일하게 본인한테는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원하지 않는 자는 없길 바라오.”
혁명군은 기존 아이티의 어느 정치 세력의 후원도 받지 않고 있다. 그것이 아이티의 엘리트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놈들이 승리하면 자신들의 구호인 ‘진정한 해방’이라는 것을 정말 실현하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놈들이 말하는 ‘진정한 해방’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토지 개혁’ 이다. 심지어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공포스러운 방식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막기 위해 에라르 대통령은 친정에 나섰다. 한때 장군이라고 불린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로군. 이 아이티의 장교들은 전부 이쪽에 있는데,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군대를 조직할 수 있단 말인가. 보급품은 그 혁명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상인들이 구해왔다고 하더라도, 군대에 대해 아는 자도 없는 저 무지렁이들이 어떻게 정부군에 대항할 수 있는 거냔 말이야.”
“이게 다 병사들 탓 아니겠습니까. 우리 병사들이 총을 쏘는 속도가 적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지 않습니까.”
부관은 자연스럽게 병사들의 탓으로 돌렸다. 실제로 아이티 정부군의 훈련도는 혁명군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정부에 돈이 없으니 상비군을 운용할 수도 없었고, 제대로 훈련을 시킬 수도 없었기 떄문이다.
정부군이나 혁명군이나 평생 농사만 지었던 농민에게 총을 쥐여 준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1843년 5월.
북부를 장악한 혁명군, 남부 아이티 기득권의 역량을 집결시킨 정부군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
로베르트 멘도사 의원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열정적으로 군사정보국의 필요성에 대해 연설했다.
군사정보국을 창설하여 안보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외부 위협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국가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멕시코 제국은 프랑스의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에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때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프랑스와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말에 여러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멕시코 제국 황가와 로베르트 의원, 군부의 최상위 지휘관 등 최측근들은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
그 극소수 인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멕시코인이 선전포고에 경악했었으니,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다.
“으음, 그때는 모두 깜짝 놀라긴 했었지···.”
“확실히 그런 정보들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긴 하겠군.”
로베르트 의원은 그 외에도 대내외 정보 수집 능력 향상으로 군사 작전뿐만 아니라 외교나 국내의 반란과 대규모 범죄 등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타국에서는 이런 정보기관을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나폴레옹 전쟁 당시 나폴레옹은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전례 없는 수준의 첩자들을 운용했었죠. 이런 첩자들의 활동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군사 정보국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인 방첩 업무의 중요성까지 언급한 로베르트 의원은 본회의에서 한 연설을 마쳤고, 법안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정보기관에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보기관이 꼭 군부에 소속될 필요가 있을까요?”
한 지주파 의원이 그렇게 지적하자, 많은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것이 바로 군대다. 그런 곳에 정보기관을 둔다는 것은 황제의 힘만 더 키워주는 꼴이 아닌가.
“군사 정보국은 ‘안보’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관이니, 군부 내에 있어도 이상한 것이 없지 않습니까?”
로베르트 의원은 그렇게 반박했지만, 이번엔 공화파의 수장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이 말했다.
“안보 관련 정보를 모은다고 꼭 군부, 정확히 말하면 ‘육군’ 내에 존재할 필요는 없지요. 육군 자체도 엄연히 행정부인 국방부에 속하지 않습니까? 정보기관이 육상전에 관련한 정보만 모으는 것도 아닐 테고, 굳이 육군에 소속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육군의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고요.”
이제는 해군도 엄청나게 커졌지만, 한때는 배 한척도 없었던 멕시코 제국인 만큼 보통 ‘군부’라는 용어는 ‘육군’을 의미했다.
육군이 아닌 국방부 산하로 이동시킨다고 황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방부 대신은 총리와 의회가 결정한 중립적인 인사이지 않은가. 오로지 황제에게만 충성하는 육군 본부에 소속시키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예상외로 날카로운 지적에 로베르트 의원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육군이 아닌 국방부 산하에 소속되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황제파 입장에선 육군, 해군, 국방부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헌법에서부터 ‘군권’은 황제가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고, 거기서 유일한 예외는 ‘전쟁 선포’ 뿐이다. 전쟁 선포는 의회 의원의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별로 달라질 것이 없었기에 이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그렇게 정리하자, 다시 한번 지주파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이제 시작하는 기관인데, 그 첫 예산이 70만 페소라니요.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이 금액이면 전열함 2척을 건조할 수 있는 돈입니다. 대체 왜 이 정도 금액이 필요한 지 제대로 해명해주시죠.”
공화파에서도 동의했다.
“맞습니다. 기밀 유지가 중요한 기관이라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못한다고 쓰여있는데, 아무리 기밀이 중요하더라도 대략적으로는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음, 알겠습니다. 대략적으로 말씀해드리지요. 효과적인 정보 수집, 혹은 방첩 업무를 위해서는 일회성 임무보다는 현지에 기반을 만들고 신뢰를 쌓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로베르트 의원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이 기반이라는 것을 세울 때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현지에서 살 집도 구해야 하고, 그럴듯한 직업을 구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사업을 만들어야 하죠. 여기부터 큰돈이 듭니다. 하지만 현지에 정착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죠. 정보를 구해야 합니다. 인맥을···”
왜 이렇게 많은 예산을 신청했는지에 대한 로베르트 의원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고, 지주파와 공화파 의원들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만큼 합리적인 이유였다.
“그렇군요. 하지만 이 안건은 그 금액이나 중요성이 크기에 바로 결정할만한 것은 아니니, 다들 좀 더 고민해보고 표결을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로베르트 의원의 답변이 끝나고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자, 의장이 그렇게 말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있어야 할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동의합니다.”
지주파와 공화파는 기다렸다는 듯 동의를 외쳤고, 그날의 본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국가에 정말 필요해 보이는 법이라고 하더라도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그냥 통과시켜 줄 수는 없는 법.
로베르트 의원은 그런 의회의 속성을 잘 알기에 기다렸다.
‘어떤 카드를 들고 올지 기대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