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1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17화(117/180)
반란과 혁명 (6)
며칠 후, 공화파의 페드로 의원은 뜬금없이 새 법안을 제안했다.
이른바 ‘경찰 조직의 신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이었다.
‘이거였나.’
로베르트 의원은 예상치 못한 법안을 들고 온 페드로 의원을 바라봤다.
며칠 전과는 반대로, 페드로 의원은 의회 본회의에서 연설을 준비 중이었으며, 로베르트 의원은 황제파 의원들의 자리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페드로 의원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의회 동료 여러분, 오늘 저는 우리 멕시코에 ‘경찰 조직’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경찰’이란, 치안 유지와 공공의 질서를 전담하는 전문 조직을 의미합니다.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합니다.
첫째로, 경찰 조직의 존재는 치안 유지 및 범죄 대응에 있어 군대보다 훨씬 전문화되고 효율적인 방법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전문성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범죄율을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전문화와 효율성 향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로베르트 의원은 내심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지주파 쪽의 반응을 살폈다.
‘역시. 이미 다 이야기가 끝난 거로군.’
경찰 조직의 장점에 대한 페드로 의원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현재 멕시코 제국의 치안은 군대에 의해 주로 담당 되고 있습니다. 수도 지역은 중앙군이, 지방 주요 도시는 지방군이, 그리고 그 외 지역은 중앙이나 지방에서 파견한 수비대와 민병대가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법률이나 수사에 있어 전문가가 아닙니다. 반면, 경찰 조직은 법률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며, 법 집행 과정에서 법적 절차의 준수를 엄격히 강조합니다. 이는 법의 지배를 강화하고, 모든 시민의 법적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더 나아가, 치안 유지를 위한 군의 역할에서의 분리를 통해, 군은 국가 방위와 외부 위협 대응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국가 안보의 효율성을 높이고, 군대의 전략적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전국에 들끓는 도적과 마적의 토벌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의 동원이 필요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치안이 상당히 안정되었으며, 범죄의 유형 또한 변화하였습니다.
이제는 전문화되고 효율적인 치안 유지를 위한 특화된 기관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러분의 깊은 고민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페드로 의원의 연설이 끝나자, 로베르트 의원은 내심 감탄했다.
‘잘 준비해왔군.’
실제로 멕시코 제국에 여러 이점을 제공하면서도 황제파도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수였다.
사실상 육군이 관할하고 있는 치안에 대한 권한과 기능을 내무부로 이전 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닌가.
육군의 인력, 예산, 권한을 전부 떼어서 새로운 조직을 창설하는 것이니, 그만큼 육군의 힘이 약해진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반대할 명분이 없다.’
멕시코 제국에서 새로운 정부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국가가 성장하며 정부도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청도 황태자의 요청으로 비교적 쉽게 창설되었고, 최근엔 아예 재무부와 내무부의 기능을 떼서 국토부라는 최상위 행정부서를 신설하지 않았는가.
공화파가 일방적으로 법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인력과 예산과 같은 것에 대해 태클을 걸며 법안을 막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서로 주고받는 거래 상황이다.
‘거기다 이미 지주파와도 합의를 끝낸 것으로 보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
그동안 황제파는 공화파와 지주파의 대립을 유도하고, 그 사이에서 중재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였다.
황제파의 힘이 너무 강력해진 것이다. 공화파와 지주파의 의원들도 바보는 아니니, 계속 둘이 싸우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두 정치 세력은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완전히 의견을 함께할 수는 없지만, 그런 민감한 안건이 아니라면 황제파의 힘을 뺄 기회에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로군.’
“의견을 교환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표결은 내일 하는 것으로 하죠.”
며칠씩 시간을 끌지 않고, 오늘 안에 바로 결정하겠다는 말이었다.
“좋습니다. 내일 다시 모이는 것으로 하시죠.”
회의는 끝났고, 로베르트 의원은 그의 주인, 황태자를 찾았다.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하게. 안 그래도 슬슬 경찰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 대신, 신설될 경찰 조직의 책임자와 고위 간부들은 중앙군 인사들로 하는 방향으로 하지. 이 멕시코에 수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육군에 있으니, 명분도 충분할걸세.”
“예,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황태자는 거래를 받아들였고, 황제파와 공화파, 지주파 간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내무부 소속의 ‘경찰청’, 국방부 소속의 ‘군사정보국’이 출범했다. 두 개나 되는 새 정부 기관이 생겨난 것이다.
군사 정보국의 국장과 인력은 내정된 사람들로 채워졌다.
***
전투는 혁명군의 승리로 끝났다.
단순히 혁명군이 더 많은 병력과 무기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혁명군의 사기는 하늘 끝까지 치솟은 상태였고 정부군의 사기는 바닥을 기다 못해 밤마다 수백명의 탈영병이 생겨났다.
탈영한 이들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자들도 있었지만, 혁명군에게 합류하는 자들도 많았다. 병사들도 보고 듣는 것이 있었고, 대세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장교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으로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사형! 사형! 사형!”
이제는 혁명 정부가 된 혁명군은 그대로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 에 입성했고, 에라르 대통령을 붙잡았다.
혁명 정부의 판사는 온갖 죄목을 가져다 붙여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네 놈들! 네 놈들이라고 뭐가 다를 줄 아느냐!”
겨우 3개월간 아이티의 대통령 자리를 지낸 에라르 대통령의 마지막 말이었다.
성공적으로 정권을 장악했다면 아이티 최고의 대지주가 되었을 에라르 대통령을 시작으로 많은 대지주가 순순히 전 재산을 내놓는 조건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건지거나, 끝까지 저항하다가 처형당했다.
“모두에게 토지를!”
“이제야 비로소 해방되었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급진적인 ‘토지 개혁’ 정책이 실행되었다.
“이거야 원, 소작농이 없어서 우리가 직접 농사를 짓게 생겼군.”
혁명에 참여한 소지주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그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토지가 분배되었고, ‘진정한 해방’ 이라는 혁명군의 구호가 실현되는 듯했다.
혁명군에게 동참한 이들은 승리를 자축했고, 국민들은 그에 오랜만에 전국적인 희망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에라이! 오늘은 축제다! 창고를 개방하지!”
심지어 수년 만에 축제가 열리는 지역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 반대로, 침울한 분위기에 잠식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위치한 공식 대통령 거주지이자 정부의 중심지인 ‘국립궁전’이었다.
“···”
“···선생, 다시 계산해보게. 그게 정말인가?”
“···사실 계산은 일주일 전에 끝났습니다. 끊임없이 다시 계산해봐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혁명을 성공시킨 주역이자, 혁명 정부의 수뇌부들이었다.
가장 기뻐해야 할 그들은 절망하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엄청난 부채를 탕감시켜준 격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계산이 된 건가?”
혁명군의 수장, 알베르 마르탱(Albert Martin)은 절박한 심정으로 선생에게 물었다.
“예, 아이티의 부채 9천만 프랑을 넘겨받고 겨우 2억 5천만 페소로 갚으라고 통보해왔으니, 프랑과 페소의 교환비가 거의 5대 1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을 탕감해 준 격입니다. 어차피 절대 갚지 못하는 금액이고, 이자까지 있으니 선심 쓰듯이 결정한 것이겠지요.”
대략 4억 5천만 페소의 부채 중 2억 페소나 탕감해준 셈이지만 당연하게도 아이티는 그조차 갚을 돈이 없었다.
“대지주들의 재산을 싹싹 긁어모아도 겨우 이자나 내는 셈이라니.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아나갈 수 있어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열 명이 넘는 인원들이 자리한 이곳에서, 알베르의 한탄만 울려 퍼졌다.
“···”
“···”
엄청난 세율을 기준으로 편성된 국가 예산의 80%를 납부해야 겨우 이자를 채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해방’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토지를 나눠준 것은 좋지만, 농사지은 것을 거의 다 가져가 버리는 수준의 세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과연 바뀐 것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런 의문이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의 머릿속을 채웠다.
“뭔가 방법이 없겠나?”
“세 가지 정도 있겠군요. 현실성이 있는 것은 한가지 뿐이지만요.”
“···일단 전부 들어는 보지. 첫 번째는 뭔가?”
“멕시코 제국과 전쟁해서 승리하는 것. 이건 절대로 불가능하죠.”
“두 번째는?”
“멕시코 제국을 견제하고 싶어 하는 타국을 이용하는 것. 이건 첫 번째보다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해상에서 멕시코를 이길 수 있는 영국이 최근에 카리브해의 식민지들을 죄다 멕시코에 넘긴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봐야겠죠.”
“···마지막은?”
방 안의 모두가 숨죽인 채 선생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멕시코에 특정한 권리를 넘기고 빚을 탕감받는 겁니다.”
알베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 안의 다른 이들도 선생을 향해 쏘아붙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권리를 넘기자니! 그게 나라를 팔아먹자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래도 혁명 동지였기에 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방 안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때였다.
“잠깐! 이야기를 더 들어보도록 하지!”
혁명군 최고의 거부, 모리스 토마였다. 승리의 주역 중 한명인 그의 말에 방 안의 분위기가 정리되었다.
“선생, 부디 더 자세히 말해주시게.”
“여러분, 멕시코 제국이 언제까지 우리를 가만히 놔두겠습니까. 어차피 우리가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가 불어나기 시작하고, 그 부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아이티에 개입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과연 그때에도 특정 부분의 권리로 끝낼 수 있을까요?”
“···”
멕시코 제국의 카리브해에서의 확장 주의적 행보를 보면 선생의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우리 쪽에서 손을 쓰자는 겁니다. 권리를 팔아서 부채를 탕감받고,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갈 수 있게 되면 마지막에는 그 권리들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 말을 들은 알베르는 냉정을 되찾고는 물었다.
“그 권리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들을 말하는 건가?”
“일단 광산 개발권이 있을 수 있겠죠. 그 외에는···”
아이티 혁명 정부는 현실을 맞이했고, 그 끝도 보이지 않는 수렁에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
‘이대로면 마틴 밴 뷰런. 저 네덜란드 놈이 또 대통령이 된다.’
지난 1841년까지 대통령을 해 먹었던 미국의 8대 대통령 마틴 밴 뷰런은 이번에도 민주당의 대선 주자로 확정되어가는 분위기였다.
뷰런에게 많이 뒤떨어지지만, 민주당의 대통령 주자 2 옵션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포크는 절박했다.
“조금 이르지만 지금부터 지지 운동을 시작하지.”
“예? 대선은 내년 말이고, 아직 정식 후보로 지명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답답한 소리! 지금 그 지명이 못 되게 생겼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부터 해야지.”
제임스 포크는 그의 답답한 비서를 꾸짖고는 민심을 가져올 회심의 문구를 작성했다.
겁쟁이 뷰런은 감히 꿈에도 상상도 하지 못할 구호, 엄청난 리스크를 가지지만, 현 미국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구호다.
“오리건은 우리의 것이다! Fifty-Four Forty or Fight!”
미국의 오리건 영토를 북위 54도 40분으로 확정하지 않으면 영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구호였다.
그 도발적인 구호에 미국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