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19)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19화(119/180)
오리건 국경 분쟁 (2)
“’Fifty-Four Forty or Fight’ 라니, 미국 놈들이 미쳤군.”
북위 54도 40분이면 전생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절반까지 내놓으라는 소리다.
원 역사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 세계에서의 미국은 내가 일으킨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일어났다.
“우리로서는 나쁠 것 없지 않겠습니까.”
디에고의 말이었다.
“그렇지. 오히려 기회라고 할 수 있겠군. 영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왔으니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인들의 팽창 욕구가 표면 위로 올라왔고 정치인들까지 그것을 자극하는 이상 아무 일 없이 식어버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지금은 명분이 있는 영국 쪽으로 노리고 있지만, 과연 더 만만한 우리 멕시코를 놔두고 영국과 전쟁을 할까?’
그럴 리가 없다.
원 역사에서도 강경하게 나가서 외교적으로 실리를 챙기고 전쟁은 멕시코와 하지 않았는가. 멕시코가 원 역사보다 훨씬 강해지긴 했지만, 비교 대상이 영국이다.
멕시코인을 포함한 전 세계 누구에게 물어도 영국이 더 강하다고 답할 테니, 미국의 팽창 욕구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없는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멕시코를 노릴 것이다.
‘하지만 팽창 욕구가 그리 쉽게 진정될 리가 없지. 그 저주받은 욕구는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배부르게 먹거나, 아주 처참하게 패전해야만 진정시킬 수 있다.’
결국 미국과의 전쟁은 필연이라는 소리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군사 동맹을 추진해볼 생각이시군요.”
“그렇지. 이대로 미국에 오리건을 넘겨주면 태평양으로 나갈 길을 열어주는 셈이니, 영국에서도 탐탁지 않을 걸세.”
나는 주멕시코 영국 대사를 소환했다.
***
“···거절이라고?”
“예, 전하. 본국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거절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영국 대사, 찰스 뱅크헤드(Charles Bankhead)가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 거절하기로 했는지 들어볼 수 있겠나?”
내가 제안한 것은 미국과의 전쟁 발생 시 멕시코가 영국의 동맹으로 참전하는 대신 오리건 영토의 북쪽 2/3는 영국이, 남부 1/3은 멕시코가 나눠 가지자는 제안이었다.
“대영제국에서는 이런 분쟁을 전쟁보다는 외교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전하께서 제시해주신 조건 아래의 군사적 옵션과 외교적 옵션을 비교해본 결과, 외교적 옵션이 대영제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쟁을 외교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얼마 전까지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을 벌여 놓고선 잘도 뻔뻔한 소리를 하는군.’
하지만 영국이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영국과도 싸움이 성립하는 국가들과는 군사 행동보다는 외교로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긴 했다.
“‘내가 제시한 조건 하의 군사적 옵션’이라. 그렇다면 달리 원하는 조건이라도 있는가?”
대사는 군사적 옵션과 외교적 옵션을 비교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굳이 ‘내가 제시한 조선 하의’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가 있을 터.
“앞서 말씀드렸듯, 영국은 이 일을 외교적으로 풀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전쟁을 해야 한다면, 오리건 영토는 영국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 본국의 판단입니다.”
“···미국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피를 흘려 싸울 국가는 우리 멕시코가 될 텐데, 그 성과는 전부 영국이 가져가겠다는 말인가?”
“이전의 비밀 협정도 있었던 만큼 남아메리카 쪽 영토는 전부 멕시코가 가져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오리건 영토는 영국이 가져가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뱅크헤드 대사는 남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멕시코의 우위를 인정했던 비밀 협정을 언급했다. 하지만 주인 없는 땅으로 여겨지는 오리건을 차지하는 것과 엄연히 독립국이 존재하는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 같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남아메리카 방면으로 오리건 영토만큼의 토지를 가지려면 콜롬비아 전체를 집어삼켜도 모자라는데, 그걸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오리건 영토는 단순히 전생 오리건주와 워싱턴 주를 합친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절반, 오리건, 워싱턴, 아이다호주의 대부분과 몬태나, 와이오밍주의 일부를 포함하는 거대한 지역을 말한다. 이는 현 누에바그라나다 전체보다도 거대한 영토다.
“우리 영국에서는 협정을 존중하여, 멕시코 제국이 남아메리카에서 행사하는 일에는 개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영국은 묵인하겠다는 이야기지만, 한 국가를 통째로 집어삼킨다는 게 영국만 묵인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당장 국제 사회에서 멕시코의 평판은 땅에 떨어질 것이고, 남미 국가들은 멕시코를 극도로 경계하게 될 것이다. 반면 영국은 오리건 영토에 대한 명분이 있었으니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남아메리카 방면’이라고 꼭 집어서 언급한 것은 오리건 영토가 아닌, 미국의 다른 영토를 멕시코가 가지는 것조차 허가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알았네. 영국의 의중은 잘 알겠으니, 이 건은 없던 일로 하지.”
나는 협상을 포기했다.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우리 멕시코 제국을 미국과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태도는 그렇지 않고서야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제시한 조건은 멕시코가 더 큰 리스크를 지면서도 더 작은 리턴을 가지겠다는 것이었는데, 영국은 그 작은 리턴마저도 우리에게 주기에는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억울하다.
그동안 우리 멕시코가 얼마나 영국에게 납작 엎드렸던가.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책정되었던 부채도 호구처럼 전부 갚았고, 에스파냐, 프랑스와 전쟁에서 이기고 나서도 영국에 중재를 요청하며 넉넉한 대가를 쥐여주었다. 멕시코에서 개발한 신무기인 철갑선도 마음껏 조사하도록 해줬고, 불가침 조약을 맺었으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비밀 협약까지 맺었다.
이 정도로 영국에 적대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여줬으면 우호 세력으로 여길 법도 한데도 영국은 멕시코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유럽의 균형’을 외치며 ‘패권 전쟁’을 벌이는 대영제국의 감성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
치와와시 구 도심 근처의 블록들이 완공되기 시작했다.
대학교도 꼭 필요한 건물들만 지어지면 일단 개교하고 순차적으로 건물을 지어나가는데, 하나의 도시를 다 완성해놓고 한 번에 공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완공된 블록부터 공개하도록 하게.”
내 지시와 함께 현대의 공사 현장처럼 공사 주의 표지판으로 둘러싸여 있던 블록들이 오픈되었다.
“와~”
“오오···.”
직접 들어와 본 시민들이 감탄을 흘렸다.
도시 설계대로 잘 정리된 구획, 널찍한 도로와 인도, 디자인에 신경을 쓴 새 정부 청사를 비롯한 각종 건물에 곳곳에 배치된 공원까지.
나와 함께 공사 현장을 돌아다녔던 디에고마저 건축 자재들을 치우고 깔끔하게 오픈한 거리를 보며 감탄했다.
“미래 도시에 온 기분이군요.”
“하하하, 극찬이로군.”
디에고의 감상에 살짝 놀랐지만, 여유롭게 웃으며 잘 정돈된 거리를 걸었다.
외각의 넓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꽤 많은 블록이 완공되었다.
현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 거리를 걷다 보니, 살짝 열이 올랐던 머리가 정돈되는 듯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군.”
“예?···아, 영국 이야기입니까?”
갑작스럽게 꺼낸 이야기에도 디에고는 금방 알아들었다.
“그래. 영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알겠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더군.”
“영국의 입장 말입니까? 우리 쪽에서 제시한 조건은 영국에게도 좋지 않았습니까?”
나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설명했다.
“영국은 우리만큼이나 미국에 대해 높은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네. 미국의 팽창 욕구가 강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영국에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보다는 적정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곘지.”
우리 멕시코의 북쪽 국경은 북위 42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북위 54도 40분이었으니, 그 중간지점은 48도 20분이다.
원 역사에서 북위 49도로 타협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거의 중간인 셈이다.
“으음···. 확실히 그쪽이 더 설득력이 있긴 합니다.”
“오리건 영토를 미국과 반반 정도로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우리 멕시코의 손을 잡고 전쟁을 벌여서 나누어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렇게 되면 미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다는 의의가 있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차피 미국이 아니어도 우리가 태평양에 진출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니, 영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태평양으로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애초에 우리 멕시코를 이용해서 미국을 견제하려고 했던 것처럼, 미국을 이용해서 멕시코를 견제하려고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영국은 ‘유럽의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것처럼, 북미에서도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걸세.”
“전 세계를 영국의 의도대로 주무르려고 한다는 거군요.”
“그렇지. 균형을 유지하고 싶은 영국 입장에서는 확고한 동맹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테니,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겠지.”
영국은 오리건 영토의 1/3이라도 우리에게 줄 바엔 미국에 절반 이상을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영국과 손을 잡는다는 계획은 지운다. 오히려 영국의 개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우리 멕시코 제국에는 이미 동맹이 있으니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낫겠지. 아메리카의 싸움에는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영국과의 협상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국가다.
영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우려면 유럽의 동맹을 키우는 것이 제일이다. 영국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유럽의 균형 아닌가.
지금 상태로는 써먹기 어렵지만, 독일을 통일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프로이센과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겠어. 해군력이 부실하다고 들었는데, 구식 군함을 싸게 팔아줄 테니 살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야곘군.”
어차피 새로 나오는 군함들은 죄다 증기선이다. 프랑스와의 전쟁 이후 목제선 도크를 전부 개조해 증기선용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목제 선과 증기선은 속도도 많이 차이 나고, 운용 교리도 다르기 때문에 같이 운용했을 때 효율이 높지 않다.
“에스파냐와 프랑스로부터 넘겨받은 구형 군함들을 싸게 넘겨버리게. 프랑스의 120문급 전열함은 남겨 두고.”
한때 프랑스 해군의 자부심이었던 슈퍼 전열함은 그 상징성이 크다. 나중엔 박물관행이 될지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지.
***
국혼을 약속하며 동맹을 맺었지만, 그간 크게 교류는 없었던 멕시코 제국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이 정도 함대를 이 가격이 준다고?”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프로이센이 아무리 육군을 중시하는 나라라지만, 이 거래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보다.
구형이 되었다고 하지만, 3년 전 기준으로 보면 단숨에 해상 강국이 될 수 있을 만한 함대가 아닌가.
“전하, 그게 끝이 아닙니다. 멕시코에서 강철을 이 가격에 팔아준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현 국제 시세의 20% 이상 할인된 가격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 가격에 팔아 줄 수 있는 거지? 정말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은 아니겠지?”
“그것은 저도 잘···.”
빌헬름 4세는 살짝 의문이 들긴 했지만, 안 살 이유는 없었다.
그는 즉시 매입 허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