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2)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2화(12/180)
사관학교 (1)
계획이 틀어진 것은 안 좋은 일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틀어지리라는 것은 예상했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어차피 캘리포니아를 직접 가려는 생각도 아니었고, 믿을만한 사람들을 데려왔으니까···.’
나는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사관학교로 들어가기 전에 하려고 했던 일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우선, 교육해달라고 부탁받은 2명은 대학으로 보냈다.
디에고 루이스는 멕시코의 가장 명문 대학인 ‘멕시코 왕립 및 교황청 대학교(Real y Pontificia Universidad de México)’으로 보냈는데, 학비를 내며 슬쩍 교육 과정을 확인한 나는 경악스러운 심정이었다.
‘경영학부는 있지도 않고, 신학, 법학, 의학, 예술학과가 전부라니. 심지어 예술학과(la de Artes) 라는 곳은 내가 생각한 예술이 아니라 중세 7대 학문인 삼학(문법, 수사학, 논리학)을 가르치는 곳이었지.’
이 중에서 그나마 쓸만해 보이는 게 예술학과라 디에고 루이스는 그쪽으로 보냈다.
‘그마저도 교육 과정의 1/3이 종교 관련 수업이라니, 더럽게 돈 아깝군. 그런 건 신학과에서나 가르치란 말이야.’
이 시기 멕시코의 대부분의 교육 기관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사제가 가르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종교적 색채가 짙을 수밖에 없었다.
기술에 관심이 있는 세르지오 오르테가는 멕시코 왕립 및 교황청 대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
찾아보니 식민지 시절에 있었던 ‘왕립 광업 신학교(Real Seminario de Minería)’가 그나마 멕시코에서 공학과 과학을 가르치던 곳이었는데, 독립전쟁 중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에게 광업은 우리 멕시코의 주요 산업이고, 재정도 조금은 여유가 있으니 이 학교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다시 열게 된 ‘광업 대학(Colegio de Minería)’에 세르지오 오르테가를 보냈다.
‘교육의 세속화는 반드시 추진해야겠군. 이걸 못하면 이 나라의 교육과 과학은 답이 없다.’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 참고 넘어가지만, 신학부도 아닌 학과들의 교육과정의 30% 이상이 종교 관련인 꼴을 보니 학비를 내면서 화딱지가 났다.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언젠가 꼭 해야 한다. 계획에 ‘교육의 세속화’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
나는 멕시코시티로 데려온 5명의 목수에게 각각 다른 과업들을 부여했다.
“이미 멕시코시티까지 이동하면서 앞으로 진행할 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긴 했지만, 본의 아니게 모든 사업을 전체적으로 감독할 예정이었던 본인이 사관학교에 가게 되었으니, 다시 한번 전달하겠네.”
이미 지난 5개월간 이동하며 이들에게 어떤 사업을 할 것이고, 어떤 전략을 사용할 계획인지 상세하게 알렸지만, 내가 감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다시 한번 내용을 상기시켜 주기로 했다.
“에밀리오. 자네는 미초아칸주의 라스 트루차(Las Truchas)라는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주게.”
“미초아칸주의 라스 트루차.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해당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서 그 지역에 철광산이 있는지 탐지하고, 광산이 있다면 채굴을 시작해 주게. 채굴된 철로 농기구와 채굴 기구를 생산해서 팔면 되네.”
“예, 알겠습니다, 전하.”
첫 번째 사업은 철도망을 깔기 위한 기반이었다.
세계 최초의 철도는 내년, 1825년에 영국에서 개통된다. 이후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순으로 2~5년 간격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시기에 개통되는데, 이는 이미 증기기관의 원리가 널리 알려진 상태인 데다, 철도라는 개념을 안다면 초기 기차는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게라도 만들 수는 있기 때문이었다.
철도는 토목공학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나도 철도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만, 철도 시스템은 대규모 자본과 제강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철광산들을 꾸준히 매입하여 개발하고, 곧 펼쳐질 골드러시 시대, 개척 시대에 엄청난 수요를 맞게 될 채굴 기구와 농기구를 만들어 자본을 만들 생각이었다.
라스 트루차는 원 역사에서 발견된 멕시코 최대의 철광산 중 하나인데,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의 철광산 중 하나다. 지금 이 시기에도 빈 땅은 아니겠지만, 아직 철광산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거다.
“라몬. 자네는 면을 지속해서 구매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해 주게. 공급망이 확보되면 전에 알려줬던 리벳이라는 물건을 사용해서 튼튼한 작업복과 텐트를 만들어 주게.”
“예, 전하”
두 번째 사업은 원 역사에서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했던 사업이다. 텐트는 개척과 골드러시 시대의 필수품이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작업복은 골드러시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알폰소. 자네는 멕시코시티부터 베라크루즈 항구 구간에 일정 지점마다 역참을 만들고, 역마차를 운용하여 운송 서비스를 시작해 주게. 물동량이 많은 도시 위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캘리포니아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예, 전하”
세 번째 사업은 원 역사에서 웰스 파고가 했던 사업이다. 이 시기의 장거리 이동은 항상 도적의 위험이 있었기에 물건 배송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웰스 파고는 골드러시 시대에 우편, 금, 식량 등의 특송 서비스와 여객 운송 서비스로 시작했다. 나중에는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며 미국 서부에서 대표적인 소매금융 은행으로 성장하여 미국 4대 은행의 자리까지 오른다.
지금의 멕시코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없었고, 소수의 도시만 연결하는 기초적인 우편 서비스만 존재했다.
나는 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멕시코 전역에 물류와 금융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에르난도. 자네는 멕시코시티에서 인부를 고용해서 새크라멘토에 식당과 숙박시설을 짓고 경영해 주게. 그리고 새크라멘토에 머물면서 근처의 내 금광 인부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지속해서 금광을 개발해 주게.”
“예, 전하”
네 번째 사업은 새크라멘토의 금광을 개발하고 상업을 선점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를 위한 대비라기보단 순전히 현금 흐름을 위한 사업으로, 골드러시 시기에는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줄 거고, 이후 점점 수익이 줄겠지만, 꾸준한 캐시카우가 되어줄 것이다.
“이시드로. 자네는 내가 이전에 말했던 샌프란시스코라는 새 개척 도시를 개척할 소규모 개척단을 모집해 개척해 주게. 샌프란시스코에 식당과 숙박시설을 짓고 골드러시로 몰려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되, 채산성이 높은 금광들을 선점하고 경영해 주게. 어차피 땅은 다 내 것이니까. 대신 채산성이 낮은 곳들을 채굴하는 것은 그냥 묵인하도록 하게.”
“예, 전하”
다섯 번째 사업은 네 번째 사업의 샌프란시스코 버전이다.
이렇게 총 5가지의 사업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온 모든 금을 탈탈 털어 넣었다.
“에밀리오, 라몬, 알폰소, 에르난도, 이시드로.”
나는 그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눈을 맞추고 악수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네들에게 했던 약속들은 내 명예를 걸고 반드시 지킬 것이니, 사업들을 잘 부탁하네. 우리 멕시코 제국 발전의 시작이 될 사업들이야.”
그들의 입장에선 기껏 힘들게 캘리포니아까지 가서 개고생하며 개척촌에 집까지 지어놨고, 가족들도 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개척촌을 떠나 다시 멕시코시티로 나와 함께 가자고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함께 일하면서 내 능력을 목격한 이들은, 내가 그들을 선택했다는 사실과, 밝은 미래를 약속한 것에 동의하여 나와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일시적이지만 가족을 떠나게 된 그들을 위해 나는 새크라멘토에 남은 호위대 1중대장과 오르테가 목수장에게 그들의 가족을 부탁했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사업 자금이 필요하지.’
나는 직접 그들의 손에 금괴가 든 자루를 쥐여주었다.
한 번에 전부 주는 것은 아니고, 초기 자금일 뿐이지만, 이것도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전하···. 저희를 이렇게 믿어주시다니.”
“크흡.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
이제부터 내가 다니게 될 학교는 헤로이코 콜리지오 밀리타(Heroico Colegio Militar). 직역하면 영웅 군사 대학.
현대의 감성으로는 살짝 유치한 이름인 이 학교는 원 역사에서도 아구스틴 1세가 황좌에 오른 1822년에 설립한 사관학교로, 여러 우여곡절을 격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현대 멕시코까지 역사를 이어 나가는 사관학교다.
‘종교재판소 건물을 학교로 쓰다니.’
사관학교는 멕시코의 식민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건축물인 구 종교재판소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 상태다.
학교를 구경하고 있자니, 옆에서 누가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흠···. 황태자 전하, 저는 이 학교의 이사장인 가르시아 콘데 준장입니다.”
“아, 콘데 준장님. 반갑습니다, 학교에서만큼은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취급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크흠. 알겠네.”
아무래도 황태자를 학생으로 가르치려니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그럼, 자네 담당 교관인 바리오스 대위에게 안내해 주겠네.”
그는 1학년 담당 교관 중 한 명인 바리오스 대위에게 안내했다.
“안녕하십니까, 전하. 저는 전하의 담당 교관인 바리오스 대위입니다. 듣기로는 학교에선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취급해 주길 바라셨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험상궂은 얼굴, 보디빌딩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근육, 거침없는 말투. 전형적인 마초다.
‘쓰읍···. 뭔가 불길한데.’
“예, 맞습니다.”
그는 씩 웃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럼 5분 안에 이 옷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집합하도록!”
“···예!”
‘뭔가 불길하더라니.’
***
연병장.
“자, 그럼. 지금부터 체력 테스트를 실시하겠다. 설마 3달이나 늦게 들어온 편입생한테 지는 것은 아니겠지? 로렌조?”
“절대 안집니다!”
“지는 놈들은 기합이다! 알겠나!”
“예!”
“출발!!”
헉! 헉!
헤로니모는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5달간 오랫동안 빠른 걸음으로 오랫동안 걸으면서 꽤 운동이 되었나 보다.
헉! 헉!
‘아니, 나보다 먼저 퍼지는 놈들이 있어?’
체력 테스트는 온갖 종목을 거치며 생도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것밖에 안 되나!”
헉! 헉!
바리오스 대위는 황당한 기분이었다. 지난 3달간 훈련받았던 생도들도 퍼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놀랍게도 황태자는 버티고 있었다.
‘무슨 황태자가 체력이 저렇게 좋아? 따로 훈련이라도 받은 건가?’
“···여기까지!”
이래선 의미가 없었다.
본인이 먼저 평범한 학생으로 취급해달라고 했으니, 제대로 훈련하기 위해 기를 살짝 눌러놓을 셈이었거늘, 오히려 다른 생도들의 기가 눌리게 생겼다.
“오늘 편입생보다 먼저 퍼진 놈들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분노한 바리오스 대위의 얼굴을 본 생도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
체력 테스트가 끝났다. 생도들은 다들 씻고 생활관에 늘어져 있었다.
“체력 좋던데? 오기 전에 운동 열심히 했나 보네.”
체력 테스트 시작 전, 교관에게 로렌조라고 불렸던 생도다.
“뭐, 그렇지.”
“나는 로렌조 토레스다. 너는?”
쾌활한 성격으로 보이는 로렌조라는 녀석은 먼저 손을 내밀며 통성명을 시도했다.
‘설마 교관이 미리 말 안 했나, 악취미군.’
나는 악수하며 이름을 말했다.
“나는 아구스틴 헤로니모 이투르비데다.”
“······뭐?”
정적이 흘렀다.
생활관에 늘어져 각자 할 일을 하던 모든 이들이 행동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
“···황태자 전하!”
악수한 채로 굳었던 녀석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똑같은 동기로 대해줘.”
“···정말?”
“그래. 임관 후엔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동기니까.”
“와···. 상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네.”
“왜? 엄청 권위적일 줄 알았어?”
“그렇다기보단, 이렇게 친근하게 대할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체력이 엄청 좋은 것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운동을 하긴 했지.’
말을 타는 것이 하도 불편해서 이동하는 동안 반 이상은 걸었다.
이동하는 동안 꽤 빨리 걸었으니,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루 5시간씩은 했다고 봐도 될 터.
캘리포니아에서도 거의 매일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지난 1년 반 동안 몸이 많이 변했다.
“너도 체력 좋던데.”
많은 생도가 퍼지는 가운데, 녀석만 아직 여유가 넘쳤다.
교관이 괜히 이름을 부른 게 아니라는 뜻. 이 녀석이 1학년생도 중 에이스일 확률이 높았다.
나와 로렌조가 생각 외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자, 다른 동기들도 다가왔다.
“말 편하게 해도 되는 거 맞지?···맞죠?”
“그렇다니까. 다른 동기들한테 하는 그대로 해줘.”
“그럼, 반가워. 나는 에두아르도 베가라고 해.”
“총에 미친 녀석이지.”
로렌조가 끼어들었다.
“총에 미쳤다고?”
멀쩡해 보이는데.
“그래. 맨날 총을 분해했다가 조립했다가 난리가 났다니까. 그러다가 고장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난 미래의 장교로서 우리 군대가 쓸 총을 개량할 방법이 없나 찾아보려고 뜯어본 것뿐이야.”
“그걸 거의 매일 하니까 문제지.”
‘호오. 이 시대의 밀덕인가.’
사관학교까지 왔으니, 무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국방력 강화는 반드시 해야 할 과제니까.
‘에스파냐가 다시 정복하겠다고 쳐들어오는 게 5년 뒤인 1829년, 텍사스 독립 전쟁이 1835년, 프랑스가 쳐들어오는 게 1838년(Pastry War), 미국-멕시코 전쟁이 1846년. 멕시코의 미래엔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외부 침탈이 기다리고 있지.’
텍사스는 이주 조건을 많이 바꿔서 독립은 안 일어날 가능성도 꽤 크다. 멕시코 출신 관료가 관리하고 있고 미국인 출신과 멕시코 출신 개척민이 섞여 살도록 만들었으니까.
프랑스가 자국민의 재산 피해를 명분 삼아 쳐들어온 페이스트리 전쟁(Pastry War)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구스틴 1세가 열 달 만에 망하고 순식간에 온 나라가 권력 쟁탈을 위한 내전에 돌입하여 치안이 나락으로 간 원래 역사와 다르게, 이 세계에선 아구스틴 1세가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지방의 통제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미국이 텍사스에 개입해서 충동질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야. 프랑스도 다른 명분을 들어서 돈 내놓으라고 깽판 부릴 수도 있으니.’
명분은 말 그대로 명분일 뿐, 외부 침탈의 실제 원인은 멕시코에 힘이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업도 좋고 국토개발도 좋지만, 멕시코 군대의 전력 강화도 중요하다는 소리다.
“나도 총에 관심 있는데, 머스킷을 개량할 방법을 찾기라도 한 거야?”
“으음···. 생각해 둔 게 있긴 한데.”
생각해 둔 게 있다고?
어쩌면 사관학교에 오게 된 것이 전화위복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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