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2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20화(120/180)
오리건 국경 분쟁 (3)
바야흐로 산업혁명의 시대다.
발명의 시대라고도 불릴 만큼 많은 발명이 쏟아졌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이 시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 되리라 확신했다.
“둘이 힘을 합쳐 발명했으니, ‘닐슨-베세머 제강법(Neilson-Bessemer Process)’이라고 부르면 되겠군.”
“저희 말고도 수많은 기술자가 함께 만들었는데, 차라리 회사 이름을 따서 에스트라다 제강법은 어떻습니까?”
제임스 닐슨은 부담스럽다는 듯 말했지만, 나는 이미 에스트라다로부터 보고를 들어서 다 알고 있었다.
“핵심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구현한 것은 자네 둘이라고 들었네. 그러니 자네들의 이름을 따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
영국에서 ‘블라스트 공법’이라는 혁신적인 제강법을 만들었던 제임스 버몬트 닐슨, 그리고 원 역사에서 ‘베세머 법’을 만들어 한 번 더 혁신을 가져온 헨리 베세머.
이 둘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1월 원 역사의 ‘베세머 법’을 원 역사보다 무려 11년이나 빠르게 발명해낸 것이다.
제강에 한해서는 당대 최고의 인재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모아 놓고 막대한 지원을 퍼부은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삼고초려를 해서 데려온 보람이 있군.’
헨리 베세머가 원 역사의 발명 당시보다 훨씬 어리고, 여러 가지 환경도 달라진 터라 제임스 닐슨이 있다고 해도 대체 언제쯤 성공할지 감이 안 잡혔는데, 이 정도면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나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실제 공정을 볼 수 있겠나?”
“예. 회사 방침에 따라 안전하게 운용하고 있으니, 직접 참관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공정의 과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공정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지만 버티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제강 공정은 먼저 용광로, 즉 컨버터에 액체 상태의 선철을 주입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선철은 이미 고로에서 제련 과정을 거쳐 얻어진 것으로, 높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의 설명대로 액체 상태의 선철이 컨버터로 주입되는 것이 보였다.
“그다음은 공기 주입입니다. 주입된 고온의 공기는 철 속에 존재하는 탄소와 다른 불순물과 반응하여 산화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주로 탄소, 규소, 망간이 산화되어 연소합니다. 공기는 컨버터 바닥에 위치한 수많은 작은 구멍을 통해 강력하게 불어넣어집니다. 이제 시작될 테니, 주의하십시오.”
제임스의 주의하라는 말과 함께 공기 주입 공정이 시작되었다. 공기와 불순물의 격렬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불꽃과 눈이 부신 빛을 뿜어냈다.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눈부심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훅 느껴졌다.
그 과정이 끝나니 철의 표면에 덩어리들이 생겨났고, 용광로 상단의 특수한 장치가 그 덩어리들을 걷어냈다.
“산화되어 슬래그 형태로 변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용광로 상단의 장치를 통해 주기적으로 제거됩니다. 여기서 공기 주입의 조절을 통해 탄소 함량을 조절하여 필요한 기계적 특성을 가진 강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이후로는 반복적인 작업인 것 같았다.
“그렇군. 잘 구경했네.”
우리는 작업 공간을 빠져나왔다.
“이 공정으로 강철의 생산비용을 80%나 절감할 수 있다고?”
“예, 전하. 이전의 공정에 비해 비용을 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방식입니다.”
“대단하군. 제임스, 헨리, 자네들의 성과에 걸맞은 보상이 내려질걸세.”
“감사합니다, 전하.”
제임스와 헨리는 내게 감사를 표했지만, 내가 더 감사하다.
이 발명으로 나와 멕시코 제국이 얻은 이익이 어느 정도일까? 수백, 수천만 페소 정도가 아니다. 수억, 수십억 단위의 이익이다.
내가 이 발명을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로 뽑는 이유는 강철은 이 시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산업의 쌀’이라는 칭호를 놓고 반도체와 겨루게 되지만 20세기까지만 해도 철강이 모든 산업의 기초라는 것을 부정하는 자가 없었다.
‘프로이센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
기존 생산비용에 비해 80%나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으면서 겨우 20% 싸게 줘놓고 생색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강철 생산량은 우리 멕시코 제국에서 쓰기에도 부족하다.
그중 일정 물량을 빼서 팔아주는 것이니 호의가 맞다.
나는 디에고와 함께 치와와로 돌아가며 말했다.
“이 제강법을 10년만 독점할 수 있다면 두려울 게 없을 걸세.”
강철이 중요한 것은 방위 산업도 마찬가지다. 육군, 해군 가릴 것 없이 강철은 중요하다. 철갑함만 해도 강철은 비싸서 대포에만 쓰고 장갑은 연철을 두르지 않았던가.
“10년이라···. 보안을 철저히 해야겠군요.”
“그렇지. 다른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발명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기술이 유출되어서는 안 되네. 군사 정보국 쪽으로 에스트라다 철강에 대한 보안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하게.”
“예, 전하.”
***
“그렇게 많은 이가 이주를 희망한다는 말인가?”
“예, 전하. 이번 달에만 8천명이 본토로 넘어왔습니다.”
도미니카 지역에서 이주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신청자가 엄청나다.
이주하면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언어까지 똑같으니, 도미니카에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다.
아이티에서는 이민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호응이 거의 없다. 도미니카 지역과는 반대로 문화적, 언어적 차이가 크고, 개혁 정부에 의해 급진적인 토지 개혁이 시행되어 대부분의 국민이 토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군사 정보국에서 개입해서 혁명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거의 전 국민이 토지를 가진 나라라니. 어찌 보면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되었군.’
“도시 이주를 신청한 사람도 많은가?”
“예, 개척 이주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좋아, 그 정도 숫자라면 제2 대학 건설도 바로 착공할 수 있겠군. 슬슬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니, 이쯤 시작하는 것이 좋겠네.”
치와와에도 대학을 지을 생각이다.
주의 ‘핵심 도시’인 만큼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모든 주에 핵심 도시가 건설될 예정이고, 주 하나의 크기는 대부분 전생의 남한 이상이다. 그러니 주마다 대학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종합 대학을 지을 생각이지만 대학 졸업자들을 너무 많이 배출하여 실업자를 양산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건설 인력이 부족해서 순차적으로 건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멕시코 제국의 인구가 어느 정도 성장한 10년 뒤에는 핵심 도시 여러 개를 병렬적으로 건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하나를 건설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부들에게 직업을 주고 이 도시로 정착시킬 예정이니 더 그렇지.’
“제2 대학이라면 이미 설계까지 끝냈으니, 바로 착공에 들어가면 되겠군요.”
“그래. 내가 직접 설계에 관여하는 것은 이게 마지막이 될 거야.”
계속 직접 하기에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다양한 건축가들에게 경험시키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번 대학의 건설 양식은 ‘에스파냐 식민지 부흥 양식(Arquitectura Neocolonial Española)’ 이다.
전생의 스탠퍼드 대학에 영향을 줬던 이 양식은 식민지 시절 건축을 재해석한 양식이기에 황립 대학에 사용한 신고전 양식이나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같은 유럽의 건축 양식보다 훨씬 멕시코다운 느낌을 준다.
물론 에스파냐가 유럽 국가이고 다른 양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니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독특한 부분도 많다.
건물에 지중해적 분위기를 더해주는 전형적인 식민지 시대 건축물의 특징 중 하나인 붉은색 기와지붕, 흰색 혹은 밝은색의 석회벽, 이슬람 건축에서 영향을 받은 아치형 문과 창문, 실내와 실외 공간을 연결하는 요소인 중정(파티오) 등이 그것이다.
내가 제2 대학 착공을 결정하자, 자재와 인력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미안,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예, 전하. 이 대학을 건설하려면 앞으로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오니 기쁩니다.”
나와 함께 황립 대학을 설계 했던 오르테가 건설의 수석 건축가, 다미안 루나였다. 나는 다시 한번 그 미적 재능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제2 대학 설계까지 같이했다.
“나도 좋다네. 대학 건설도 경험이 쌓인 만큼 저번보다는 빠르겠지?”
“예, 전하. 대학 건축을 경험한 건축가들은 물론 일을 잘했던 인부들도 따로 고용해서 데려왔으니 훨씬 빠를 겁니다.”
“빠르면 좋긴 하겠지만, 안전도 중요하다는 것도 기억해주게.”
멕시코 제국 전역에서 건설 프로젝트가 실행되다 보니, 각종 사건·사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내가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겠지만, 내가 먼저 속도 이야기를 꺼낸 만큼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치와와시 건설이 중간쯤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 대학 건설도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유학생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가? 보고서를 보니 올해는 유학생들이 더 늘었던데, 제대로 학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강의실 자리를 차지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다들 열심히 공부하긴 하는데, 언어의 한계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조선인 유학생 한명만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하더군요.”
“그렇군.”
누구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박규수겠지. 조선의 선교사들로부터 박규수가 자기 집안의 돈을 들여서 후배들을 멕시코로 초청하고 있다는 보고까지 들어왔으니, 새로운 학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 것 같다.
그의 열정이 무슨 일을 일으킬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Fifty-Four Forty or Fight!”
민주당의 대선 주자가 된 제임스 포크는 경선에서 했던 대로 오리건 영토를 내놓으라는 구호를 외치며 강경파를 자처했지만, 휘그당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멕시코에 대한 정보를 전하던 애국자, 카터 스미스의 실종을 조사해야 합니다!”
휘그당의 후보인 헨리 클레이 시니어(Henry Clay Sr.) 는 멕시코가 자기 제자인 카터 스미스를 암살한 것이 틀림없다며,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외쳤다.
명색이 대통령 후보라는 자가 아무런 증거 없는 음모론을 내세운 셈이지만 놀랍게도 미국 국민들에겐 잘 먹혔다.
물론 헨리 클레이 시니어가 정말 카터 스미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의 제임스 포크가 대영 강경파 포지션을 잡으며 민심을 휘어잡고 있으니, 대멕시코 강경파 포지션을 노린 것이다.
한쪽이 강경파이면 한쪽은 유화파이기 마련인데, 이번 미 대선에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파와 강경파가 맞붙은 것이다.
“멕시코의 짓이라는 증거도 없잖습니까!”
“그러는 당신은 정말 대영제국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두 후보는 서로에 대한 비방을 늘어놓으며 선거 유세를 이어 나갔다.
미국의 지식인들은 두 대통령 후보가 모두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나가는 것을 걱정했지만, 미국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제야 정치인 놈들이 시원시원하게 나오는구만!”
그 주장들에 동의함으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 따위는 없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곧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