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22)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22화(122/180)
멕시코의 공기가 자유를 만든다 (1)
남부의 노예가 북부로 탈출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없는 북부 주나 캐나다로 탈출을 돕는 비밀 조직까지 나타났다.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라는 조직이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여기서는 불가능하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서도 구석진 국경 근처의 대농장이었다. 비밀 조직의 사람들이 있을 법한 근처의 도시는 수십 마일이나 떨어져 있었고, 오히려 멕시코가 더 가까울 지경이었다.
이 농장의 노예들은 지하철도라는 조직이 그저 헛소문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들이라고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에 헛소문이라고 믿지 않으면 더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휘익- 촥!
그럼에도 하루 14시간 이상의 중노동도 모자라 규율을 어기거나 생산성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날아오는 채찍질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멕시코 놈들이 아이티 동부를 차지했다더군.”
농장주 첫째 아들의 말이었다. 톰은 그들의 말을 들은 척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하던 대로 물건을 나르며 지나가려 했으나, 다음 말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위선자 놈들, 정의로운 척하면서 노예제 폐지랍시고 우리 사촌 조지의 재산을 강탈하더니, 막상 자기들은 엄연히 독립국인 아이티의 영토를 집어삼키는군.”
멕시코에선 노예제가 폐지되었다는 둘째 아들의 말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톰은 태연하게 물건을 나르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기대와 희열, 공포와 두려움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분명 전에 첫째 놈이 멕시코로 이민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었지. 범죄자 빼곤 다 받아주는데 혜택까지 준다고 말이야.’
멕시코에선 범죄자만 아니면 이민을 받아준다. 그리고 멕시코에는 노예제도가 없다. 우연히 얻은 이 두 정보를 조합한 톰은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든 멕시코까지만 가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가지?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들이 들었으면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렸겠지만, 10대 후반의 청년인 톰은 그날부터 탈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같이 가자니까요! 이건 정말 가능성이 있다고요!”
혼자 달아날 수는 없었다. 그의 부모는 진작 죽어서 피가 이어진 이는 없지만,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은 있었다.
“혼자 가거라, 톰. 너라면 가능할 수도 있어. 나는 못 간다.”
10대 후반의 팔팔한 성인 남성인 톰, 그리고 아직 청년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 중반의 존은 운이 좋다면 수십마일 거리를 뛰어서 탈출에 성공할 수도 있다. 실제로 탈출에 성공하는 노예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존에게는 아내와 딸이 있다.
그들을 놓고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데려가자니 그들의 속도와 체력은 성인 남성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많은 노예가 가족들 때문에 탈출 과정에서 잡히지 않던가. 잡히면 혹독한 매질 혹은 사망이 기다리고 있으니, 존은 탈출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알겠어요.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존은 톰의 발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희망에 가득 찬 얼굴에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최대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도왔다.
멕시코가 서쪽에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았다. 그렇다면 농장주와 그 아들들의 눈을 피해 서쪽으로 빠져나갈 길이 필요하다.
농장주와 아들들이 사냥을 나갈 때면 노예들을 데려가 잡일을 시켰기에 주변 지형 정도는 알고 있었고, 기억하고 있는 지형을 이용해 탈출 경로를 계획했다. 노예들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어설픈 계획이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계획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봄에 가지.”
존은 곧바로 탈출을 감행하려는 톰을 말렸다.
“아니요. 오히려 지금 가야 합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힘들겠지만 그건 저를 쫓아올 자들도 그렇겠죠. 경비도 허술할 테고 밤도 길죠.”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깡촌이라 전문 추격꾼을 고용하려면 수십 마일이나 떨어진 도시로 가야 한다. 도시는 멕시코와 반대 방향이니, 생각이 있다면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 추격꾼을 고용해서 추격을 시작할 때쯤엔 이미 멕시코에 근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농장주 아들놈들, 그리고 직원 몇 명이겠지.’
짧은 거리가 아니다. 말을 타도 3일은 가야 한다. 이 추운 겨울에 놈들이 야영까지 감수하면서 추격할 수 있을까? 이쪽은 목숨이 걸렸지만, 농장주 아들들에게는 수많은 노예 중 한 명일 뿐이다.
놈들의 표현에 따르면 ‘비싼 돈 주고 사 온 것’이니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이쪽만큼 절박할 수는 없다.
톰은 말과 식량, 따듯한 옷을 훔쳐서 달아날 계획이었는데, 아무도 탈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오지라서 감시는 비교적 덜 했기 때문이다.
“존 아저씨, 건강하세요.”
“톰, 조심하거라.”
저녁에 미리 작별 인사를 마친 톰은 미친 듯이 두근대는 심장을 느끼며 새벽까지 기다렸다.
끼익-
존은 조심스레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겨울이라 춥다고 어디 틀어박혀 있는 것이리라.
미국에서 가장 따듯한 편에 속하는 루이지애나, 그중에서도 최남단이지만 겨울은 겨울이었다.
직원들이 개판을 쳐준 덕에 손쉽게 따듯한 옷과 식량을 손에 넣은 톰은 새벽녘,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농장 건물 사이를 조심스레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숨소리조차 겨우 들릴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여기마저 안 지키고 있다니.’
원래는 직원들이 지키고 있어야 정상일 텐데, 톰에게는 다행이었다. 톰은 그가 여러 번 여물을 줬던 말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톰은 샘 옆으로 다가가며, 그의 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샘, 일어나야 해, 친구야.”
말은 조용히 눈을 떴다. 샘의 큰 눈동자가 톰을 바라보았고, 톰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샘을 묶어 놓은 줄을 풀었다.
“가자.”
옷과 식량을 안장에 올린 샘은 조심스럽게 농장을 나섰다. 섣부르게 말을 타고 달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아직 밤은 길고, 시간은 충분하다.
***
“이 개새끼들아!”
아침부터 늙은 농장주 대신 농장의 경영을 총괄하는 첫째 아들, 조지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너희들 그러라고 월급 준 줄 알아?”
농장에서 대부분의 노동은 노예들이 담당하지만, 그들의 관리와 감시는 엄연히 임금을 받는 직원들의 몫이었다.
노예 중에서 말 잘 듣는 이에게 권한과 혜택을 주고 시키는 농장들도 있었지만, 이 농장의 주인은 흑인들을 믿지 않았다.
짝!
조지는 거침없이 직원들의 뺨을 후려쳤다.
마치 노예를 다루는 듯한 태도였지만, 이 농장에서는 그가 곧 법이었다.
“당장 찾아와!”
“예!”
“형, 내가 찾아올게.”
화난 형 뒤에서 조용히 서 있었던 둘째, 윌리엄이 말했다.
“그래. 믿을만한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지.”
직원들의 뺨을 때리고 화가 조금 풀린 조지가 말했다.
그렇게 농장주의 둘째, 윌리엄과 5명의 농장 직원이 톰을 잡기 위해 출발했다.
“하, 새벽에 도망갔으면 벌써 몇 마일은 갔을 텐데. 이걸 어떻게 한다?”
“조지, 그래봐야 놈에겐 지도가 없지 않습니까. 놈이 길을 헤맬 때 꾸준히 따라면서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음, 그렇긴 하지. 그리고 말에게 먹이나 줬지, 타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 그리 빨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관리가 좀 허술하다고 해도 지도 같은 것들은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자리에 놔두지 않았다.
‘나름대로 준비했겠지만 140마일(225km) 거리를 지도도 없이 찾아갈 수는 없을 거다.’
“어느 길로 갔는지 알 수 없으니, 두 명씩 3개 조로 나눠서 찾도록 하지. 여기,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걸세.”
“예.”
윌리엄은 가져온 지도를 나눠주고, 노예 놈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땅이 단단한데 눈도 잘 오지 않는 곳이라 추적하기 어려웠지만, 야영의 흔적은 숨길 수 없었다.
“여기서 쉬고 갔나 보군.”
“예, 흔적이 확실합니다.”
생각보단 멀리 왔지만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쪽이 더 빠르다.
곧 그 뻔뻔한 놈을 잡을 수 있으리라.
***
“드디어!”
놈들이 아침 일찍 추격을 시작했다고 한다면 8시간 거리의 격차가 있다. 그 8시간을 얼마나 따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톰은 잠도 거의 안 자고, 말이 힘들어하면 내려서 걸어왔다.
추격자들이 얼마나 가까이 왔을지는 모르지만, 이 관문만 지나면 자유다!
그가 도시로 다가가자, 누군가가 나왔다. 군인이었다.
군인은 뭐라고 소리쳤지만, 스페인어라서 알아듣지 못했다. 대신 톰은 영어로 소리쳤다.
“이민자입니다! 멕시코로 이민하고 싶습니다!”
“···흑인 혼자?”
다행히도 선두의 군인은 영어를 알아듣는 듯했다.
“일단 따라오시오.”
군인을 따라 들어간 멕시코의 국경 도시는 작지만 깔끔했다. 관청으로 안내받은 그는, 이민청 직원이라는 자와 면담하게 되었다.
“이름은?”
“톰···톰 프리맨(Tom Freeman).”
성은 없었다. 하지만 성이 없다는 것은 노예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했기에, 톰은 저도 모르게 프리맨이라고 내뱉었다.
‘제길. 프리맨이라니, 누가 봐도 탈출한 노예 같잖아.’
“흐음, 프리맨이라···.”
아니나 다를까 멕시코 이민청 직원은 프리맨이란 성이 신경 쓰인 듯했지만, 노예냐고 묻지는 않았다.
똑똑-
“면담 중입니다!”
“담당관님! 미국인들이 찾아왔습니다! 꼭 말할 것이 있다고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합니다.”
톰은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메리카노(Americano)’라는 소리는 들었다. 미국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그때부터 톰의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했다.
‘놈들이 이 멕시코 관청까지 쫓아왔다는 말인가!’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이민청 직원이라는 자는 그렇게 말하곤 문밖을 나갔다.
톰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밖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둘째 놈의 목소리.’
쿵쿵쿵-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던 그때, 잘 들리진 않았지만 뭔가 대화를 나누던 둘째 놈이 화가 났는지 소리쳤다.
“그럼 이건 어때! 놈이 우리 집의 말과 식량을 훔쳐 갔어! 그럼 범죄자인 셈이니 이민을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영어로 소리치는 둘째 놈의 목소리가 벽을 뚫고 톰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톰은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 멕시코가 이민을 잘 받아준다지만, 범죄자는 받아주지 않으니 적어도 말과 식량 등은 중간에 버리고 와야 했다. 하지만 며칠간 동고동락한 샘을 버린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끝인가.’
톰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문밖에선 그의 예상과 다른 말이 들려왔다. 영어였다.
“글쎄요. 말과 음식 같은 것은 보지 못했는데···. 대위님, 혹시 보셨습니까?”
“···아니요. 그런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샘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뒤이어 둘째 놈이 화난 어투로 쏟아내는 말들은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그는 작게 흐느꼈다.
***
“전하, 미국 전역에 이런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응도 지난 공동 성명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뜨겁습니다.”
군사 정보국의 보고였다.
“하아···.”
지금이라도 노예를 돌려보내고 이민 담당관을 징계하면 수습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가?
우리 멕시코에 노예제도가 없는 것도 맞고, 지난 인구 조사 당시 코스타리카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발견한 뒤로 국경까지 온 이민 지원자들을 잘 선별해서 이민을 받아주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 톰 프리맨이라는 자가 도둑질을 한 것도 맞으니 돌려보낼 명분은 있다.
그냥 받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냥 돌려보내면 전쟁을 몇 달은 더 뒤로 미룰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건 하나로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일어날 일이 아닌가. 고민이 끝없이 이어졌다.
“···자네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군사 정보국의 리카르도 국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로 전국적으로 기사가 나간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든 이 건을 걸고넘어지겠다는 강력한 의지겠지요. 제 소견으로는 제임스 포크는 이 건이 아니더라도 거짓말을 해서라도 명분을 만들 거라는 겁니다.”
디에고도 동의했다.
“맞습니다. 이미 전적이 있는 놈들 아닙니까. 그리고 놈들의 반응을 봐서는 이제 와서 돌려보낸다고 곱게 끝낼 기세가 아닙니다.”
“···둘 다 맞는 말이군.”
나는 결정을 내렸다.
“디에고, 멕시코 제국의 두 번째 인구조사를 실행할 예정이니, 준비시키도록 하게.”
“예, 전하.”
곧, 전에 제정한 대규모 징집법을 발동시켜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어차피 다 알아들었을 것이다.
“나는 베가 방위산업 쪽을 들릴 것이니, 행정부에 명령을 전달하고 그쪽으로 오도록 하게.”
나는 정말 오랜만에 베가 방위산업의 연구소로 향했다.
강철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단가가 비싸서 양산하지 못했던 무기들의 양산을 뜻하기도 한다.
그 결과물을 확인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