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2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26화(126/180)
멕시코의 공기가 자유를 만든다 (5)
아일랜드 대기근에 대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굶어 죽는 사람이 널린 이 시대에도 이 정도 대기근은 심각한 일이었다.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지원금을 보냈고, 그중에는 통 크게 1만 파운드를 기부하려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압둘 메지드 1세도 있었다.
“폐하, 1만 파운드는 너무 과하니 1천 파운드 정도로 조정하는 것은 어떠실지요?”
“뭐라? 내가 기부를 하면 영국 입장에서는 좋은 일 아닌가?”
영국 외교관들의 만류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여왕인 빅토리아가 2,000파운드를 기부했던 것이다.
대영제국에서 아일랜드는 본토가 아닌 식민지나 다름없는 취급이지만 어찌 되었든 대영제국의 일부다.
그 주인인 여왕보다 타국의 왕이 더 많은 액수를 기부한다면 여왕의 체면의 손상될 여지가 있었다.
“흐음···. 알겠소. 천파운드로 변경하는 대신 곡물들을 보내도록 하지.”
영국에서도 곡물을 보내겠다는 것 까지 막을 이유는 없었기에 이 제안은 통과되었다.
멕시코 제국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있었다.
멕시코 제국 황제의 이름으로 지원금 1천 파운드와 곡물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역시 영국이 곡물 지원까지 거절해서 오스만의 구호선들이 힘들게 영국의 해상 봉쇄를 뚫고 아일랜드로 도착했다는 말은 와전된 이야기였군.’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다. 오스만이 영국 해군의 눈을 피해서 아일랜드까지 배를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 때문에 곡물은 받아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반면 기부금은 그 금액이 명확하게 보이기에 이 시대의 분위기를 따져보면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멕시코의 제안이 허가되자, 멕시코의 언론들은 아일랜드의 대기근 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밀한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
“예? 이민회사요?”
“명목은 이민회사지만, 실제로는 구호 활동이 주 업무가 될 겁니다.”
“···그러면 그냥 구호 활동 지원자를 모집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아무리 구호 활동이라고 한들, 외국인이 자국 영토에서 활개 치는 것을 좋아하는 국가는 없죠. 그래서 아일랜드 출신인 제럴드 씨에게 제안하는 겁니다.”
멕시코의 이민자 중 아일랜드계는 독일계와 더불어 가장 많은 상황. 황태자의 이민 회사는 은밀하게 아일랜드계 사람들을 모집했다.
대기근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민 회사에는 기회였다. 인센티브는 이전에 비하면 거의 티끌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티끌이 미친 듯이 모이고 있었다.
이민회사의 직원들은 멕시코 황태자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국적은 영국이었고 아일랜드를 돌아다닐 권리가 있었다.
딱 봐도 아일랜드인처럼 생긴, 아일랜드어를 하는 사람이 이민회사의 직원 신분으로 들어가면 구호 활동을 해도 문제가 생길 일이 없었다.
“아일랜드어는 잘 기억도 안 나는데, 괜찮은가요?”
“문제없습니다. 배에서 이야기 좀 하다 보면 다시 기억날 겁니다.”
아일랜드계 멕시코인들을 대량으로 모집한 구호 선단이 출발했다.
***
오랫동안 탈출 문제를 겪지 않았던 남부 지역에서 많은 노예가 탈출하고 있었다.
멕시코로 탈출을 성공한 자가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서 인증해 준 셈이 아닌가.
“그 입, 함부로 놀리면 죽여버릴 줄 알아!”
농장주는 뒤늦게 직원들의 입을 단속했지만, 이미 모든 노예가 알게 된 뒤였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그들에게도 알고 보니 탈출 경로가 존재했고, 실제로 성공한 자까지 있다는 사실은 노예들에게 엄청난 용기를 주었다.
그들은 심지어 탈출에 성공했다는 자의 이름도 알았다.
“우리도 그 톰처럼 할 수 있을까?”
“그래 네 이름도 톰이잖아.”
노예들의 이름은 다 비슷했다. 이름을 짓기 귀찮은 농장주들이 제임스, 톰, 헨리 같은 흔한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름이 겹쳤지만 그들의 주인인 농장주는 이름을 부를 일이 없어 불편할 일이 없었다. 직원들은 그들을 젊은 톰, 늙은 톰, 작은 톰 등으로 구분하여 불렀다.
5월에 들어 본격적으로 노예들이 탈출하기 시작하자, 농장주들은 단속을 강화함은 물론, 주변 농장주들끼리 모여 순찰대도 만들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멕시코와의 국경은 터무니없이 길었으며, 이 지역의 농장에선 노예들이 탈출할 염려가 없었기에 직원 수에 비해 노예의 수가 과도하게 많았고, 탈출 노예들을 잡아본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릴 고용하시겠다?”
‘노예 사냥꾼(slave catchers)’ 혹은 ‘노예 추적자(slave hunters)’ 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었다.
그 실상은 깡패와 양아치들의 모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농장주들도 알았지만,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었고, 그들은 실적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탈출 노예 하나당 50달러에서 150달러 사이로 쳐주지. 어떤가?”
모든 노예가 같은 값은 아니었다. 노예의 가격도 나이, 성별, 체격,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농장주들은 북부의 시세를 조사한 후 비슷한 가격을 불렀지만, 노예 사냥꾼 잭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남부에서도 노예 탈출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북부를 떠날 만큼 그 수가 많을지는 의문이군. 막상 갔는데 탈출하는 노예가 없거나 적다면 우리로서는 손해가 아닌가.”
“···그 말은 돈이 부족하다는 소리인가?”
“아니, 고용 기간에 따른 기본급이 있어야지. 대신 인센티브는 좀 줄여도 좋아.”
“···잠시 생각 좀 해보겠네.”
농장주들은 노예 사냥꾼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수락했지만, 노예 사냥꾼은 생각했다.
‘걸렸군, 이 호구 자식들.’
계약을 체결한 잭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다 비슷하게 계약하라고 전해. 인센티브는 손해라고 말이야.”
“대장, 말만 잘하면 인센티브를 더 올려줄 기세던데, 높게 받으면 그것도 그거대로 괜찮은 것 아냐?”
“야, 이 멍청한 자식아. 이 일 한탕하고 끝낼 거야? 그러다 초장부터 다 잡아버리면 누가 탈출하냐고.”
초기 성공사례가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예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모두가 실패해버리면? 당연히 탈출 시도를 포기하지 않겠는가.
일종의 담합이었다.
어차피 기본 보수가 있으니, 적당히 잡고 적당히 보내주자는 노예 사냥꾼들 간의 담합. 그래야 꾸준한 돈벌이가 될 것이었다.
농장주들로서는 속이 터지는 상황이지만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니니 어떻게 알겠는가.
“이번에도 절반은 놓쳤다고?”
“놈들이 영악하게 일행을 둘로 나눴더군. 그래도 더 많은 쪽을 잡아 왔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그제야 농장주들도 이 노예 사냥꾼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다.
“이거 완전히 당했군.”
“그래도 우리가 직접 잡으러 나가는 것 보다는 많이 잡아 오지 않나.”
“그래도 그렇지. 돈을 받아놓고 노예들을 그냥 보내주는 것이 말이 되나?”
“말이 안 되지. 하지만 저 깡패놈들에게 직업윤리를 기대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 정신이 똑바로 박힌 놈들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을 하진 않았겠지.”
“그것도 그래.”
그 답답한 상황이 바뀐 것은 9월 말이었다.
“대통령이 국경에 군대를 보낸다더군.”
“드디어!”
“이제야 뽑아준 값을 하는구먼!”
국경 지역에만 수천 명의 기병대가 배치되었다. 소대 단위의 정찰대는 각자의 영역에서 탈출 노예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계약은 끝났으니, 다시 북쪽으로 떠나든 말든 알아서 하시오.”
“뭐, 그러시던가.”
노예 사냥꾼들의 태업에 이를 갈고 있던 농장주들은 곧바로 계약을 종료했지만, 모두가 남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탕 치고 북부로 떠나는 건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떠날 준비를 하던 노예 사냥꾼 잭은 정찰 소대를 맡은 소위, 중위들의 이야기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
‘경쟁이라고?’
탈출 노예를 많이 잡는 정찰 소대에 포상이 내려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군대에서의 포상은 곧 진급이었다.
‘돈 냄새가 난다.’
***
“실력은 확실한 거겠지?”
보통의 사람들은 얼굴만 해도 대여섯개의 흉터가 있는 잭에게 겁을 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위는 당당하다 못해 고압적이었다.
물론 한낱 깡패 따위가 미합중국 군대 소속 장교를 건드렸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보복을 당할테니 당당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그 깡패가 눈앞에 있으면 느낌이 다른 것이다.
이 자의 자신감은 양옆의 덩치들, 그리고 본인의 장비에서 나오는 것일 터. 소위와 그 옆 덩치들의 삐까뻔쩍한 장비는 한눈에 봐도 새것이었다.
‘잘 골랐군. 부잣집 도련님이 확실해.’
양옆의 덩치들도 그렇지만, 소위 놈도 키가 크고 살집이 붙은 것이 잘 먹고 자란 게 틀림없었다.
“실력은 확실합니다. 저를 고용하시면 누구보다도 많은 탈출 노예를 잡게 해 드리죠.”
농장주들 앞에서도 껄렁거리던 잭이 나름 공손하게 답했다. 소위는 그 자신감 넘치는 말에 픽 웃고는 말했다.
“그래? 그럼 1등을 놓칠 경우 보수는 없는 것으로 하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
그 황당한 소리에 잭이 대답하려고 하자, 소위는 말을 끊고는 소리쳤다.
“대신! 1등을 할 경우 두당 150씩 주지. 어떤가?”
‘애송이 녀석이···.’
나름대로 교육도 잘 받은 것인지 마냥 호구는 아니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조건이었다.
“···좋습니다.”
1등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잭과 부하들은 전문가였다. 이제 막 임관한 소위, 중위들이 탈출 노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그렇게 미합중국군 소위 루카스와 노예 사냥꾼 잭의 기묘한 협업이 시작되었다.
“이쪽입니다!”
노예들의 흔적을 발견한 잭이 외치자, 루카스의 소대가 즉시 그쪽으로 달렸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군인이 임무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민간인을 고용한 것도, 그들과 같이 다니며 지시를 받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신임 장교 루카스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미군은 제임스 포크와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아직 전시상황이 아닌 만큼 장교와 부사관을 위주로 상비군을 키우고 있었고, 그 말은 루카스의 위에 까마득하게 많은 선배 장교들이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급속도로 늘어난 장교의 대부분은 사관학교가 아닌 다른 경로로 모집된 어중이떠중이들이었지만 장교는 장교다. 경쟁자라는 소리다.
좋은 집안에 사관학교 출신인 그가 훨씬 유리하겠지만, 군인에겐 전공이 최고인 법이다. 대통령이 직접 포상하겠다고 말한 이 기회를 놓쳤다가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
‘내 선택은 옳았어.’
그가 지휘하는 정찰 소대는 노예 사냥꾼들의 도움을 받아 10월 내내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계속 이렇게만 하면 포상을 차지하는 자는 그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소대장님! 30명이 탈출했다고 합니다! 당장 가야 합니다!”
“뭐?”
“잘못 들은 거지?”
“지금 30명이라고 했나?”
소대원들은 물론, 노예 사냥꾼들까지 깜짝 놀란 그 소식에 루카스는 침착하게 되물었다. 소대원이 숫자를 착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여태까지의 탈출은 대부분이 5명 이하였고 정말 많은 경우가 10명이었다. 그런데 30명이라니?
“예. 30명이 확실합니다.”
병사는 종이에 숫자까지 쓰면서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심지어 루카스가 지휘하는 정찰 소대의 영역 안이었다. 그러나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부에서 일부러 정찰 영역을 겹치도록 배정했기에 옆 소대의 영역이기도 했다.
“하, 군대가 배치된 후로 농장주들이 보안을 소홀히 한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나 보군. 이 일이 끝나면 보고를 올려야겠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소대원들과 노예 사냥꾼들 사이에서 루카스는 젊잖은 척 한마디를 내뱉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다들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루카스는 그 기대에 화답하듯 외쳤다.
“바로 출발 준비를 하도록!”
“예!”
30명이라면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6번이나 출동해야 잡을 수 있는 수다. 한번 출동 할 때마다 이틀에서 일주일까지 걸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단숨에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숫자이고, 타 소대에게 빼앗기면 단숨에 격차를 따라 잡힐 수 있는 숫자이기도 했다.
두당 150달러를 받기로 한 노예 사냥꾼들도 군침을 흘리며 재빠르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무리라면 어린이나 노인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상태와 관계없이 모두 150달러다. 최상급의 기준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루카스와 정찰 소대와 노예 사냥꾼들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