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29)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29화(129/180)
멕시코-미국 전쟁 (2)
1846년 2월 3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제임스 포크 대통령은 체면도 잊은 채 소리쳤다.
보좌관과 같이 들어온 국방부 장관 윌리엄 마시의 보고가 충격적이었다.
“1, 2만도 아니고 8만 명? 그게 말이 되나? 그만한 대병력이 벌써 준비를 완료해서 국경을 넘었다니?”
그가 열흘 만에 보고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전시 대통령’으로서 빠른 대응을 하겠다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주도 컬럼비아까지 내려와서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이 전쟁을 결정한 것이 1월 13일, 선전포고가 멕시코로 전달된 것이 19일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제국은 미국으로부터 선전포고를 전달받은 지 겨우 5일 만에 8만 명을 준비해서 출병했다는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소식에 제임스 포크는 살짝 패닉에 빠졌다.
“멕시코 제국 측에서 미리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시 장관은 뻔한 대답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분쟁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즉시 전쟁을 준비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멕시코와의 분쟁이 시작된 것은 1년 전쯤이지만, 그건 분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겨우 노예 한 명이 걸린 일이었다.
작년 11월 말에 터진 사건은 1년 전의 일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었지만, 겨우 2달이 좀 넘은 일이었다.
전쟁이란 것은 인원수만 채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겨우 2달 만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제임스 포크 본인이 했듯이 1년 이상을 준비했어야 이 속도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멕시코가 애초부터 전쟁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제임스 포크는 상황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전쟁 준비를 해놓고, 정말 미국의 노예들을 조직적으로 훔쳤던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잖아?’
저 역겨운 멕시코 제국 놈들이 건수를 잡아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 속도는 그래야만 말이 된다.
“대응을 위해 우리 군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지만, 미시시피···.”
혼자 정신없이 생각하던 제임스 포크는 마시 장관의 말을 끊고 딴소리했다.
“북부 지역에서 징병이 잘 안된다고 했었죠?”
“예? 아, 맞습니다. 남부에서는 수많은 지원자가 모이고 있지만, 북부에서는 반응이 상당히 시원찮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대책을 마련해줄 테니.”
다른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제임스 포크는 이미 제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제임스 포크 특유의 자극적인 문구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선동 능력은 좋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국가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멕시코 제국의 무려 8만 명이나 되는 대군이 선전포고를 전달받고서, 겨우 다섯 날 만에 우리의 국경을 넘어섰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는 전례 없는 속도로 이루어진 움직임이며, 멕시코 제국이 이 전쟁을 미리 계획하고, 우리의 안보와 주권을 침해할 의도로 가득 차 있었음을 분명히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군사적 행동은 단순히 순간의 결정이 아닙니다. 멕시코 제국 정부의 조직적인 준비와 의도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그 재산을 되찾으려는 우리의 애국자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행위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전략의 일환임을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는 우리 모두에게 시급히 대응해야 할 도전입니다. 이 순간, 우리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우리가 세대를 거쳐 이어온 가치들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은 단결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연합된 힘은 간악한 멕시코 제국의 야욕을 분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때문에, 나는 모든 미합중국 시민에게 호소합니다. 우리의 땅, 우리의 가족, 그리고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서 주십시오.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모으고, 우리의 결단과 용기를 세계에 보여줄 때입니다. 간악한 멕시코 제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고, 우리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전투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의 단결된 의지는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 미합중국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와 함께 할 때입니다. 우리의 자유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함께 싸웁시다!”
먼저 전쟁을 결정하고, 먼저 선전포고를 전달해놓고선 적이 먼저 공격해왔다는 황당한 호소였지만, 제임스 포크의 절박함이 담긴 선동은 미국 대중에게 큰 효과가 있었다.
지지부진했던 북부 주에서의 징병과 전쟁 준비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선 팽창주의를 지지하긴 했지만, 이 전쟁 자체는 ‘노예제를 지키기 위한 부도덕한 전쟁’ 혹은 ‘명분이 부족한, 다소 억지스러운 전쟁’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많았다.
멕시코 제국의 발 빠른 움직임과 대통령의 선동이 이 전쟁에 대한 합리화를 도와준 것이다.
이제 전쟁에 나서는 이들은 노예제의 수호자, 혹은 억지스러운 팽창주의적 전쟁의 옹호자가 아닌, 멕시코 제국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애국자가 된 것이다.
***
아서 웰즐리.
한때 전 유럽을 떨게 했던 나폴레옹을 몰락시킨 거인이자, 대영제국의 전쟁 영웅으로서 총리를 두 번이나 지낸 그는 이제 영국 내에서 반멕시코파의 선봉에 서 있었다.
“우리 영국은 이 전쟁에 반드시 개입해야만 하네. 적어도 멕시코가 더 커지는 것만은 막아야 해.”
영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멕시코를 견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처음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멕시코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아서 웰즐리가 오랜 시간을 들여 여러 의원을 설득하며 영국 내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는 지난날 헤로니모 이투르비데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범인들이라면 그저 건장한 청년을 봤겠지만, 그는 좀 다른 것을 봤다.
‘결국은 내가 승리하리라. 그런 눈빛이었지.’
나폴레옹을 이기고 대영제국의 총리가 되었던 자신 앞에서, 일개 신생 독립국의 후계자 따위가 그런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표정과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겨우 20대 초반이 아니던가. 많은 젊은이가 본인이 젊은 사자인 줄 아는 시기다. ‘진짜’가 아니라면 그 자신감은 여러 장애물을 만나며 철저히 부서지리라. 세계 최강국의 총리는 이런 애송이에게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
1839년, 멕시코가 프랑스의 침공에 직면했을 때, 아서 웰즐리는 예전에 봤던 그 젊은이의 자신감이 부러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영국 해군도 놀랄만한 철갑함을 동원하여 세계 2위의 해군력을 지닌 프랑스의 함대를 박살 낸 것이다.
‘헤로니모 이투르비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조사하게! 사소한 것 하나도 빼놓지 말고!’
대영제국의 총리까지 지내고 보수당의 당수로 재임 중인 이가 타국 황태자의 뒷조사를 시킨 것이다.
1841년.
무려 1년을 기다린 보고서가 도착했다. 이제는 노쇠한 그에게는 너무나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아서 웰즐리는 즉시 보고서를 손에 들었다.
’15세부터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라···.’
지나칠 정도로 긴 보고서였다. 아서 웰즐리는 중간부터 손을 떨기 시작했다.
‘에스파냐인 재산 몰수부터 시작해서, 금광, 각종 사업, 방산 회사, 주식회사, 에스파냐와의 전쟁, 이민회사, 철도···.’
그의 행적은 끝이 없었다.
‘어찌 한 사람이 이런 업적들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어느새 등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러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어찌 겨우 한 사람이 한 국가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아서 웰즐리는 문뜩 위화감을 느꼈다. 과거에 이런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전쟁의 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적이지만 그의 행적을 보며 전율을 느꼈던 적이 있지 않았나.
말년에 그런 괴물이 한 명 더 나타난 것이다.
보고서를 전부 읽은 아서 웰즐리는 결심했다.
‘헤로니모 이투르비데와 멕시코를 꺾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국의 패권은 20년 안에 끝나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한때 위대했던 프랑스인들의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꿈을 꺾은 것도 바로 대영제국이었다.
***
“속도를 더 올릴 수는 없겠나?”
“보급선이···.”
그 갑작스러운 말에 옆에서 말을 타고 가던 부관은 당황하여 설명하려 했지만, 안토니오 중장은 손을 내저었다.
“알지. 아쉬워서 한 소리네.”
지금 행군 속도가 최대치라는 것은 이미 안다. 지금 이 제1군단은 엄청난 물자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8만이 먹을 식량, 더욱 크고 무거워진 강철 대포, 대포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들고 다닐 무게는 아닌 기관총, 그리고 참호와 야영지, 보급소 등의 건설 작업을 위한 공병대 장비 등을 엄청난 수의 말과 수레를 이용하여 운반하고 있었다.
이제 막 징집되어 한 달간의 약식 훈련을 끝낸 신병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속도가 느려지는 요인이었다.
하루 25km 속도로 진군하는 와중에 가끔 정찰병이 슬쩍 보일 뿐, 전투다운 전투는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진격한 날이 하루 이틀을 넘어 2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수백 킬로미터를 진격했을 때, 드디어 정찰병들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전방 30km 지점에서 5만 명 규모의 미합중국군을 발견했습니다.”
“5만?”
적들도 이쪽의 전력을 확인했을 텐데 겨우 5만이라?
“미시시피강은 사수하겠다는 거로군.”
설마 미시시피강을 그냥 넘겨주나 했는데, 그 정도까지 바보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바보는 맞나. 먼저 선전포고하고 먼저 공격당해 300km가 넘는 영역을 그냥 내줬으니.’
세상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안토니오 중장은 그대로 직진했고, 하루쯤 더 가자 저 멀리 미시시피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군대의 출병 소식에 깜짝 놀라서 급하게 일단 모아놓은 군대를 보낸 것 같습니다.”
이제 양 국가의 군대는 미시시피강을 경계로 마주 보게 되었다. 멕시코 제국군은 미시시피강의 서쪽, 미합중국군은 동쪽이었다.
부관의 말에 안토니오 중장은 망원경으로 적의 동태를 살피며 대답했다.
“그렇겠지. 딱 봐도 정돈되지 않은 군대로군.”
이쪽이 병력부터 무기의 질과 양, 훈련도까지 모든 면에서 압승이었다.
“강 너머에 진을 쳐놓고 들어오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는군.”
아무리 이쪽이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군대라고 하더라도, 진을 치고 있는 적 군대 앞에서 도하를 시도하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이라는 것이 항상 수비자에게 이점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바다와 연결된 강은 더더욱.
“이렇게 되면 전쟁의 첫 전투는 해군에서 맡게 되겠군요.”
부관의 말처럼, 이 작전은 처음부터 육군과 해군의 합동작전으로 기획되었다.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후방 보급로를 철저하게 유지하도록 하게. 지금 상황으로 봐선 미시시피강 서쪽에는 아무것도 없긴 하겠지만, 우리가 깊이 들어온 것도 사실이니.”
“예!”
곧 제국의 함대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