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38)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38화(138/180)
멕시코-미국 전쟁 (11)
콜롬비아 방면의 멕시코 제국 제3군단은 파죽지세로 남하했다.
목표는 누에바그라나다의 수도 보고타.
“설마 국경에서 마주친 그 허접한 군대가 다야?”
당시 적의 규모가 2만명 정도로 추정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전투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 오히려 투항한 포로만 잔뜩 잡았다.
멕시코 제국군의 피해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쳐 500명 미만. 장교들은 물론 병사들도 황당해할 정도로 약해빠진 군대였다.
허억-허억-
군대는 산맥을 오르고 있었다.
“허억-. 나는 누에바그라나다의 군대보다 이 등산이 더 무서워.”
“흐, 그러니까.”
멕시코 제국의 멕시코시티와 비슷하게 고지대에 위치한 누에바그라나다의 수도 보고타는 해발고도 2.6km에 달하는 지점에 있었다.
국가 자체가 적도 선과 매우 가까워 더운 만큼 이 안데스산맥의 ‘사비아나 데 보고타’라고 불리는 넓은 고원 지대는 수도가 위치하기에 아주 좋은 입지를 가졌다.
이 고원의 온화한 기후는 거주하기에 적합하며, 일 년 내내 비교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급경사는 아니고 수도로 연결되는 길은 닦여 있었기에 말도 오를 수 있었지만, 말도, 사람도 힘든 길이었다.
파나마 지역에서 보고타까지는 직선거리로도 상당히 긴 거리지만 이 산맥을 오르느라 더욱 긴 시간이 걸렸다.
6월 중순.
고생 끝에 산맥을 오른 멕시코 제국군은 누에바그라나다의 수도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이 산맥의 유리함까지 포기하지는 않는군.”
“···포기하지 않았다기엔 병력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누에바그라나다 군은 수도 앞 고지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병력의 수가 터무니없었다.
“2만명도 못 채운 것 같은데.”
“영토는 넓어도 인구는 2백만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
“···2백만? 생각보다 적긴 하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 군대가 수도의 코앞까지 진격했는데 지방에서 지원이 안 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넓은 국토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구수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도가 공격당하기 직전이다. 멕시코였으면 전국에서 애국자들이 모여들어 결사 항전을 했을 것이다. 그게 국민으로서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나. 멕시코 제국군 장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누에바그라나다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독립 직후 시몬 볼리바르의 지도 아래에서 남미를 통일하겠다는 야심에 찬 꿈을 꾸던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여기 사람들조차 콜롬비아와 누에바그라나다라는 국명을 혼용해서 쓰더군. 그만큼 정체성이 희박하다는 거겠지.”
시몬 볼리바르는 광대한 영토에 걸쳐 다양한 지역적,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줄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 실패했고, 본인의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국가 정체성(Identidad nacional)’이라는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가치야말로 국가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국가에 대한 개인의 정체성 또는 소속감을 뜻하는 국가 정체성이 없다면 애국심이라는 것도 생길 수가 없다. 그렇기에 1819년에 시몬 볼리바르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에서 딴 국명 ‘그란 콜롬비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에콰도르, 누에바그라나다, 베네수엘라가 된 것이다.
멕시코 제국군은 한 줌밖에 안 되는 누에바 그라나다 최후의 수비군을 단박에 뭉개버렸다.
“···대포를 열 발도 못 쐈어.”
“이런 씨. 이것들을 가져오려고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힘들게 산맥 위로 가져온 대포와 기관총들이 이번에야말로 활약을 하나 했는데, 누에바그라나다 군은 지난번 전투와 마찬가지로 전투 시작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도의 시민들을 강제로 징집해 훈련도 안 시키고 세워놨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누에바그라나다의 수도 ‘보고타’가 정복되었다.
***
승전, 또 승전!
육지에서, 바다에서, 미국에서, 콜롬비아에서 연이어 들려온 승전 소식은 멕시코 제국 국민들을 들뜨게 했지만 그뿐이었다.
“뭐, 미국과 콜롬비아 쯤은 쉽게 이길 거라고 믿고 있었잖아?”
“당연하지. 황태자 전하께서 전방에 나가 지휘하고 계시는데.”
국민들은 물론 의회의 의원들까지 겁에 질렸던 프랑스와의 전쟁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반응이었다.
국민들이 아는 것은 미국의 대외적인 인식이지, 실제 체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미국은 열강은커녕 강대국으로 분류하기에도 애매하다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반면 멕시코 제국은 바다에만 싸웠지만, 세계 2, 3위권이라고 평가받는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거기에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고,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알려진 천재 황태자가 직접 지휘를 하고 있으니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실제로 제1, 2군단은 멤피스를 점령한 채 요새화를 시도하고 있었고, 해군은 미군의 모든 항구를 봉쇄했으며, 제3군단은 순조롭게 콜롬비아를 정복하고 있었기에 전황은 매우 유리했다. 하지만 나는 멕시코 제국의 이런 분위기를 염려했다.
“···이건 조금 걱정스럽군.”
디에고는 내 의중을 읽기 위해 잠시 고민했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 때문입니까?”
“그래.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언론과 지식인이라는 자들마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란 말인가.”
나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아주 오랫동안 무시하고 있던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해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카스티요 제독의 일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가 자만으로 인한 위기를 경험하고 써낸 보고서는 한동안 해군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강대한 멕시코 제국의 함대, 그리고 거기에 비교하면 너무나 약한 미국의 함대. 그 둘의 압도적인 격차를 믿고 ‘고민 없이’ 밀어붙이는 식의 전술을 채택한 본인의 실책을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고민이 없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네. 단순히 해군이나 이 전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황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함께 황제파의 세력도 점점 성장해 의회의 과반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네. 그 모든 사람이 ‘고민 없이’ 내 말만을 맹목적으로 따른다고 생각해보게.”
“···그런.”
디에고도 나만큼이나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내 항상 자네에게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거나 내가 지시한 것들에서 의문점이 있는 것들은 말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예, 제가 스스로 생각하길 바라신 거지요.”
내가 실제로는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지 않았으며, 미래 지식으로 인해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믿느냐이다. 이제는 멕시코 제국의 많은 이들이 나를 믿고 있으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믿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자네도, 나도 이제 40이네.”
“···”
나는 내 사후를 걱정하는 것이었고, 디에고도 그것을 알아들었기에 침묵을 지켰다. 나도 당장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였기에 주제를 돌렸다.
“후우. 이 문제는 차근차근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은 현안에 집중하는 게 좋겠군. 또 일이 잔뜩 밀려있으니 말이야. 다이너마이트 건은 어떻게 되었나?”
지휘관으로 트리니다드 시에 있지만, 군대의 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벌여놓은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아직 안전하게 생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토목쟁이 입장에서 정말로 만들고 싶은 물건이었지만 그동안은 여건이 되질 않았다. 내가 외부에서 초빙해오기 전까지 멕시코에는 화학 전문가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룰 환경도 없었다.
나는 유럽 각국에서 화학 전문가를 여럿 스카우트하여 내 회사로 데려왔고, 대학에 실험실을 건설하며 얻은 노하우를 통해 내 화학회사 ‘가이탄’의 연구소에 더욱 안전한 실험실을 건설했다.
내 명령에 의해 니트로글리세린, 그리고 니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에 흡수시켜 만들 수 있는 ‘폭발 화약’을 개발했지만 나는 내게 익숙한 상표명인 다이너마이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역시 그런가. 조금 늦어도 좋으니, 조급하게 하지 말고 안전에 주의하라고 전하게.”
극도로 불안정한 화합물인 니트로글리세린을 다루는 일이다. 원 역사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의 공장도 니트로글리세린 폭발로 많은 작업자가 사망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장 대량 생산을 시도하기보단 안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었다.
“예, 전하.”
디에고와 여러 현안을 처리하며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전쟁의 상황도 점검했다.
“전하, 콜롬비아 방면의 제3군단이 6월 말까지 보고타를 정복할 수 있다고 확언했으니, 7월 안에 제3, 4군단을 이용한 상륙작전을 실시하고자 합니다.”
페르난도 참모총장의 보고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목적지는 정한 것인가?”
미시시피강을 틀어막고, 항구를 봉쇄하고, 동북부로 상륙을 개시한다는 큰 틀 자체는 전쟁 전부터 계획했다. 하지만 동북부 해안의 어떤 도시를 노릴지는 계속 토론하고 있었는데, 항구를 봉쇄해놓고 상세한 조사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제4군단의 준비가 끝날 때 맞춰서 결정을 완료한 모양이다.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최대 항구인 뉴욕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도시를 노리는 것은 각각 장단점이 있었는데, 먼저 뉴욕을 노릴 경우 미국에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해안 방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이었고, 워싱턴 D.C.는 수도인 만큼 상징성이 크고 뉴욕에 비해 해안 방어가 약하지만, 경제적 타격은 거의 줄 수 없었다.
“예, 워싱턴 D.C. 입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실행하도록 하게.”
“예!”
제임스 포크 대통령이 수도에 없는 지금, 워싱턴 D.C.를 함락시킨다고 해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뉴욕을 공격하려면 우리 함대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영국이 개수작을 부리는 움직임이 포착된 지금 함대를 더 잃는 것은 위험했다.
***
“대통령님!”
윌리엄 마시 장관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항의했지만, 제임스 포크 대통령의 고집은 꺾일 줄을 몰랐다.
“사령관을 교체하시겠다니요! 그는 우리 미합중국의 전쟁 영웅이자 군부 내에서 큰 존경을 받는 지휘관입니다.”
윈필드 스콧 중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패전의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었다. 제임스 포크 대통령도 많은 조건이 불리했던 것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멤피스를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니, 그건 사실상 이 전쟁은 졌으니 포기하라는 소리 아닌가. 자네는 미합중국의 장군이 그딴 말을 하는 게 용납된다고 생각하나?”
상황이 많이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제야 많은 공장이 무기 공장으로 전환되었고 해안 봉쇄로 막힌 무역도 캐나다 쪽을 통해 재개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반격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나약한 소리를 하다니?
제임스 포크 대통령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반전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지만 아직은 미국 국민들도 완전히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
“···스콧 중장은 멕시코 제국이 만들고 있는 멤피스의 방어선을 공격하기보다는 그들이 장악한 영토에서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게릴라전을 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멕시코 제국군은 미시시피강을 통해서도 보급받고 있었지만, 육지에도 광범위한 보급망을 만들어 보급을 충당하고 있었다.
그 육지의 보급망과 미시시피강을 통해 다니는 보급선을 지속해서 괴롭히면 멕시코 제국군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대체 그렇게 해서 언제 전쟁에서 이긴단 말인가? 결국은 멤피스와 뉴올리언스를 되찾아야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니냔 말일세. 영국 놈들이 공급해주는 물자는 공짜가 아니야. 오히려 빌어먹게도 비싸게 팔고 있지. 이 상태를 무한정 지속할 수가 없다는 말일세.”
“하지만 멤피스의 방어선을 뚫으려고 하다간 이전 전투 이상의 거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육군 장성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저 흉악한 멕시코 놈들은 철조망, 참호, 기관총으로 이루어진 수비선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겹으로 만들고 있었다.
먼 거리에서 그 모습을 정찰하고 나서야 우리도 저렇게 해야 했다는 탄식이 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듣기로는 멕시코 놈들은 추가 징병을 거의 하지 않았다더군. 놈들이 아주 크게 방심하고 있다는 거지. 거기다 점령지 관리에 많은 병력을 할당하고 있으니, 멤피스를 지키는 병력은 이전보다 훨씬 적다는 이야기네.”
제임스 포크 대통령은 윌리엄 마시 장관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놈들보다 훨씬 많은 20만의 병력. 거기에 총기, 총알, 대포, 기타 군용품까지 공장에서 막 나온 것들로 넘치도록 보급해주지. 설마 이래도 못 이기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
눈을 희번덕거리며 묻는 제임스 포크 대통령의 모습을 본 윌리엄 마시 장관은 체념했다. 여기서 반대 의견을 피력해 봐야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앉은 사람만 바뀔 뿐, 작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미합중국군의 ‘대반격’ 작전이 준비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