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4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43화(143/180)
멕시코-미국 전쟁 (16)
“출진!”
볼티모어시는 워싱턴 DC처럼 파괴되지는 않았다. 윈필드 스콧은 도시가 본격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하자 병력을 멀찍하게 물렸고, 멕시코 제국군은 그대로 볼티모어에 입성했다.
놈들은 볼티모어 항구를 통해 추가 병력과 물자를 보급받고 북부로 진군했다.
1846년 9월 15일.
미국 북동부, 필라델피아시.
멕시코 제국의 대군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참호에 배치된 헨리는 떨고 있는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들 형제는 필라델피아시의 시민들이었다.
“이번에는 더 열심히 준비했잖아.”
“응. 병력도 훨씬 많아졌고.”
둘은 서로를 위로하며 전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멕시코 제국이 볼티모어를 함락한 후에도 민병대는 미친 듯이 불어나 20만 명을 돌파했다. 참호도 한 줄이 아니라 3줄이나 팠고, 이 3줄의 1차 방어선이 뚫리면 더 후방에 하나의 방어선이 더 있었다.
“온다!”
쾅! 콰쾅! 콰쾅! 콰쾅!
어김없이 포격을 퍼붓기 시작하는 멕시코 제국군이었다.
“숙이지 마라! 적의 돌격을 저지해!”
그 말대로였다. 멕시코 제국의 보병들은 돌격하기 시작했고, 민병대는 이전과 다르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컥!
전과는 많은 것들이 달라진 전장,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았다.
여전히 윤형 철조망을 비롯한 장애물 지대는 존재하지 않았고, 기관총은커녕 군용 소총과 대포의 수도 턱없이 적었으며, 병사들을 지휘할 장교도 구하지 못해 윈필드 스콧 장군은 늙은 몸을 이끌고 현장에서 지휘해야 했다.
쐐애애액-
“어이! 피해!”
“어?”
퍼걱!
참호 바로 앞을 조준한 포탄이 튕겨 나가며 총을 쏘고 있던 병사의 얼굴에 직격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본 이들의 마음속에는 공포가 자라났다.
그런데도, 참호의 방어력이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다. 반나절에 만에 뚫렸던 저번과는 다르게, 전투가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차 방어선에서 3일을 버텼군.”
“예, 장군님. 사상자 수도 이전보다는 적습니다. 반면 적들의 사상자 수는 많아졌지요.”
부관은 그렇게 보고했지만, 종이를 든 윈필드 스콧의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2:1의 교환비를 보고 좋아하다니···.’
물론 상당히 개선된 것은 맞았다. 이전까지의 전투를 생각해보면 교환비 3:1을 넘어서 4:1에 다가간 전투도 많았다.
문제는 멕시코 제국 놈들이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듯이 강경하게 나오며 징병까지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오대호가 타격 당하면···. 영국이 세인트로렌스를 통해 원자재를 지원한다고 해도 끝장이다.’
그의 걱정처럼, 서부의 멕시코 제국군은 빠르게 북진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멕시코 제국이 유리한 싸움이었다.
멕시코 제국의 황태자도 그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협상장에 찾아온 황태자는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 야만스러운 노예제도, 폐지하는 것으로 하시죠.”
“무슨!”
“전하, 협상은커녕 조건을 더 추가하시다니요!”
슬리델 대사와 파켄햄 대사는 기겁했다. 파켄햄 대사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협상할 마음이 없으신 겁니까?”
“전황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서쪽에서 미시시피강을 따라 북상하며 400km가 넘는 영역을 더 정복했고 동부에서는 필라델피아 공략이 아주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하!”
파켄햄 대사는 황태자가 영국의 위협에 전혀 겁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주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본국의 이익과 위신, 그리고 미국과의 약속도 그의 협상 능력에 달려있었다.
그가 말을 가다듬고 있는 동안, 황태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오리건 영토를 받기로 했나?”
그건 비밀리에 진행한 약속이었다. 황태자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건 그들을 낚기 위한 유도심문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파켄햄 대사였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한 그 눈은 파켄햄 대사의 표정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대사는 순간적으로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슬리델 대사는 아니었다.
파켄햄 대사의 표정을 확인한 황태자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가며 슬리델 대사의 표정을 확인했다. 눈에 띄게 동요한 얼굴이었다.
파켄햄 대사도 그 모습을 봤고 황태자가 심증을 굳혔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전하, 오리건은 대영제국과 미국, 두 나라 간의 일입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지. 오리건도 미시시피강 이서 쪽에 있지 않나. 어떤 약속을 했건 무효네. 우리 멕시코 제국과 새로 협상해야 할 거야.”
미국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황태자는 감히 대영제국에 말한 것이다. 약속받은 영토를 토해내라고.
협상 내내 이어진 긴장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파켄햄 대사도 황태자의 그 요구에는 분노하며 말했다.
“전하! 정녕 선을 넘으시려는 겁니까! 현명하게 생각하십시오!”
“자네가 저번 주에 그랬지. ‘영국은 영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럼 나도 말하겠네. 우리 멕시코 제국도 멕시코 제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강 대 강의 대치가 벼랑 끝까지 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정말로 전쟁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존 슬리델 대사는 내심 그런 상황을 바랐지만, 영국의 리처드 파켄햄 대사는 그렇지 않았다. 혹시라도 전쟁은 절대 금지라는 확실한 지시를 받은 것이다.
“···”
침묵이 이어졌다. 파켄햄 대사는 신중하게 말을 골라야 했다.
황태자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더 이야기하기 전에, 본국과 소통을 좀 더 하게. 그러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테니.”
드르륵-
황태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
영국 의회는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멕시코 제국과 신경전을 이어가는 와중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멕시코 제국의 대함대가 도버 해협을 지나 프로이센 쪽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대, 대함대?”
“그걸 두고 보기만 한 것이요!”
“두고 보지 않으면? 동맹국으로 간다는데 공격이라도 합니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들이 왜 갑자기 그들의 동맹인 프로이센으로 함대를 보냈겠는가.
위협이었다.
프로이센 왕국은 멕시코 제국의 편으로 전쟁에 참전한 상태였고, 병력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국도 프로이센이 병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입수하고 있었다.
북미로 보낼 줄 알았더니, 지금 보니까 여차하면 런던을 후려치려고 준비 중인 것이 아닌가.
천하의 대영제국 의원들에게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한 수였다.
“멕시코 제국이 드디어 미쳤군!”
“이번 기회에 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콧대를 부숴버려야 하오!”
그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도 있었고, 진지하게 전쟁을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 위협은 우리 대영제국에 대한 도전이자, 협박입니다. 저 건방진 멕시코 놈들에게 한번 굴복하기 시작하면 우리 대영제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것이고, 우리의 패권을 위협할 것이요! 미국이 전쟁을 포기하기 전에 참전합시다! 내가 직접 육군을 지휘하겠소!”
아서 웰즐리였다.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헤로니모 이투르비데라는 이름의 괴물 놈을 잡을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그가 진지하게 전쟁을 주장하자, 오히려 분위기가 애매해졌다.
“하지만 정말 전쟁을 하기엔···.”
저 정도면 멕시코 제국 함대 전력의 5할 이상이 프로이센으로 집결한 것이었다. 이는 영국 본국의 ‘홈 함대(Home Fleet) 함대’와 그다음으로 가까운 ‘북해 함대(North Sea Fleet)’를 합친 것보다 큰 전력이었다.
태평양의 일부를 제외한 모든 함대가 카리브 지역에 있는 멕시코와는 다르게 영국의 함대는 정말로 전 세계에 퍼져있었다.
멕시코 제국의 함대를 상대로 이기려면 영국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함대의 절반은 집결시켜야 할 것이다.
“함대를 데려오면 식민지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이오. 그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자는 것이오?”
“맞소. 전쟁에 참전해도 미국에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격이지. 겨우 북미 식민지, 그것도 사람도 살지 않는 영토를 얻겠다고 멕시코 제국과 전쟁을 하자고?”
자유당 의원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우리가 멕시코 제국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멕시코 제국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보장이 어디에 있소? 80척이 넘는 함대에 프로이센이 몇 달간 준비한 대군이 대기하고 있소. 우리 대영제국이라도 이렇게 방심하고 있다간 큰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는 소리요.”
“멕시코의 선제공격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맞소.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멕시코 제국은 대영제국에 항상 협조적이었지 않소. 양 국가 간의 교역량도 어마어마한데, 멕시코가 무슨 이익이 있다고 대영제국을 선제공격한다는 말이오.”
전쟁 전, 미국과 멕시코 제국은 서로가 최고의 무역 파트너였다. 둘 다 빠르게 산업화 중인 신흥 강국이었고, 거리도 가까웠기에 무역 상대국으로 최적이었다.
영국은 그다음 무역 파트너였다. 미국과의 교역이 끊긴 지금, 멕시코의 최대 교역국은 영국이었다. 그렇기에 멕시코 측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다.
‘이 겁쟁이 자식들이···.’
아서 웰즐리는 어떻게든 전쟁하지 않을 이유만 찾아내는 이 겁쟁이들에게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노망났냐는 소리나 듣고 끝날 것이었다.
잠시 침묵에 빠진 의회에 누군가 들어왔다. 자유당 의원의 보좌관인듯한 그는 제 주인에게 다가가 뭔가를 속삭였다.
“···”
“···여러분. 또 하나의 중요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비밀리에 추진했던 식량 수출에 관한 소식이 본국과 아일랜드에 퍼져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은 식량 수입국이었다.
아일랜드인들의 90% 이상이 감자만 먹고 살게 된 것도 잉글랜드인들이 다른 곡물들은 싹 쓸어가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들 때문에 가난해지고, 감자만 먹고 살게 된 아일랜드는 지금 대기근이 들어 수많은 사람이 아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식량을 지원해주진 못할망정 수출이라니?
“제길···. 그러게 입단속을 잘하라니까.”
“대체 어디서 흘러나간 건지 확인은 되었습니까?”
“아니요.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놈들이 또 난리겠군요.”
1800년의 합동법(Act of Union)으로 아일랜드를 합병한 후 아일랜드 독립 세력의 저항은 끝없이 이어졌다. 20년대에는 다니엘 오코넬(Daniel O’Connell)이 주도한 가톨릭 해방 운동이 있었고, 30년대와 40년대에 들어서는 더욱 강경한 접근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 아일랜드 협회(Young Irelanders) 라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지금 이 소식에 영국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었다.
“아일랜드도 잘 단속해야 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본국 시민들의 반응이 우려스럽군요.”
어느 보수당 의원의 말처럼 본국의 시민들도 분노할 만한 소식이었다.
본국 사람들이 아일랜드인들을 걱정해서는 아니었다.
영국이 식량 수입국이고, 아일랜드에서 착취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영국 본토 내에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본토의 농장이 감당할 수 없어졌기에 생긴 일이었다.
영국의 하류층은 지금도 하루 한 끼를 겨우 먹고 살았으며, 굶어 죽는 이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 식량을 수출하다니.
물론 영국 정부도 생각이 있었기에 본국에 있던 것이 아닌, 아직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을 유지 중인 다른 국가들에 추가로 구입한 것을 미국으로 수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본국의 시민들은 정부에 분노했고, 아일랜드인들은 분노를 넘어 증오했다. 아일랜드 곳곳, 그리고 런던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리기 시작했다.
“멕시코 건은 적당히 넘어가는 것으로 하시죠.”
“그래요. 식민지 경영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러시아와 오스만의 상황도 골치 아픕니다. 우리는 그쪽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
집안 단속도 힘든 상황에 이미 벌려 놓은 것이 많은 영국이다.
여차하면 정말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듯 뒤통수를 후려칠 준비를 마친 멕시코 제국과의 전쟁은 대영제국에도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잠시나마 전쟁을 지지해줬던 보수당 의원들도 다시 돌아섰고, 아서 웰즐리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것은 날아갔다.
영국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리처드 파켄햄 대사에게 본국의 상황과 명령을 전달했다.
그렇게 미국의 마지막 동아줄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