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4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47화(147/180)
남과 북 (1)
1846년 11월 30일.
뉴욕.
“허. 사람의 얼굴이 일 년 만에 저리도 달라지는군.”
“뭐,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제 정당에도 버림받았으니.”
휘그당 의원들의 말이다.
제임스 K. 포크 대통령은 일 년 전, 아니 올해 초만 해도 담당하고 강단 넘치던 사내였다. 반쯤은 광적인 야망에 사로잡힌 모습이긴 했지만, 그 에너지만큼은 미국을 움직일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사과문을 낭독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온 사람의 몰골은 참혹했다. 얼마나 잠을 자지 못했는지 눈은 충혈되었고, 몸은 빼빼 말랐으며, 표정은 죽지 못해 사는 사람과 같았다.
“멕시코 놈들이 그렇게 요구하는데 민주당도 별수 없었겠지. 에잉, 그러게 왜 전쟁을 일으켜서는.”
동료 의원은 분명 전쟁을 찬성했던 그가 그렇게 말하자 황당한 심정이었지만, 모른 척했다. 본인도 똑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제국이 피츠버그 조약을 통해 요구한 대통령의 책임 인정과 사죄는 뉴욕에서 진행되었다.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이 있었던 워싱턴DC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 이전 정치적 중심지 역할을 하던 필라델피아시도 길어진 전투로 인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포크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멕시코 제국 및 미합중국의 국민 여러분.”
첫 마디는 흔한 시작이었지만, 미합중국보다 멕시코 제국이 앞에 왔다. 그들에게 하는 사과였고, 멕시코 제국의 외교관이 제일 앞에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듣고 있었다.
“이 자리에 선 오늘, 저는 깊은 책임감과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저희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비극적인 충돌로 인해 발생한 깊은 상처와 피해에 대해, 저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진실한 마음으로 사죄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 재임 기간 동안, 저는 미합중국과 멕시코 제국 간의 국경 분쟁과 관련하여 심각한 오류를 범했습니다. 평화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양국은 전쟁이라는 참혹한 길을 걷게 되었고, 수많은 삶이 소실되었으며, 두 나라의 국민들 사이에 깊은 상처와 애도가 남겨졌습니다.
저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류 공동의 가치인 평화와 상호 존중을 소홀히 했습니다. 제가 취한 정책들이 우리 미합중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제국에도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를 이제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무엇보다도 저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저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이 양국 간의 관계 회복과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임스 포크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긴 사과문을 쭉 낭독했다.
낭독이 끝난 실내에는 환호성도, 야유도 없이 침묵이 흘렀지만 멕시코 제국의 외교관만이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
치욕스러운 광경이었다.
그렇다.
멕시코 제국은 조약에서는 ‘책임 인정과 사죄를 할 것’이라고 적었지만, 실제 요구는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의 의미로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전쟁통에 당선된 일라노이주의 젊은 하원의원,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그 치욕스러운 광경을 두 눈으로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치욕의 시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임스 포크 대통령이 내려가고 나서, 부통령이자 미국 상원의 의장인 조지 M. 댈러스(George Mifflin Dallas)가 올라왔다.
그는 침묵 속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멕시코 제국과 미합중국의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미국 상원의 의장으로서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멕시코 제국에 대한 사과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결의안은 과거 미국과 멕시코 제국 간의 갈등과 불필요한 전쟁으로 인해 양국 간에 발생한 오해와 상처를 인정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깊이 사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결의안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사과를 넘어, 양국 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상호 이해를···(중략)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미국 의회는 미국-멕시코 전쟁 기간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둘째. 우리는 미국의 행동으로 인해 멕시코 제국과 그 국민이 겪은 고통과 손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셋째. 이 결의안은 미국이 국제 관계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것을 다짐하며, 향후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합니다.
넷째. 미국은 멕시코 제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평화, 우정, 그리고 상호 존중의 정신 아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약속합니다.
오늘 우리가 취한 이 역사적인 조치는 우리 두 나라가 공동의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결의안은 양국 국민 모두에게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의 자손들에게 더 밝고 협력적인 미래를 약속하기 위한 조치임을 믿습니다.”
이번에도 멕시코 외교관만이 손뼉을 쳤고, 멕시코 기자들은 열심히 받아적었다.
그들은 미국 의원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지, 서로 ‘중간에 뭐라고?’ 따위의 말을 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실로 치욕이었다.
독립 전쟁, 그리고 1812년의 미영 전쟁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치욕.
그러나 그 치욕을 준 주체인 멕시코 제국에 대한 원한을 불태울 시간도 없었다.
“후우, 이제 끝났나. 어서 가세.”
“음, 남부 의원들은 끝까지 참석하지 않았군. 예상하긴 했지만.”
“···그렇군.”
많은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휘그당 의원들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치욕스러운 자리가 고역이라 불참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나라가 쪼개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
즐거웠던 승전 기념 파티도 잠시.
오랫동안 쉬기엔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새로 얻은 북부 영토, 남부 영토도 잘 정비해야 하고, 북쪽의 오리건 영토와 남쪽의 콜롬비아도 처리해야 하며, 미국의 북부와 남부 문제도 계속 신경을 써야 했다.
“남북문제가 심각하군.”
“예?”
내 혼잣말에 디에고가 반응했다.
“아니네. 일단 새로 얻은 영토에 관한 문제부터 보도록 하지.”
“예, 전하.”
남부와 북부에 행정부 공무원과 경찰관들이 파견되었다. 파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수많은 문제에 관한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었다.
“행정력 부족은 당연하고, 원주민 부족도 남아있고, 살인자와 갱단이 많아서 치안도 개판에, 토지도 각자 근거도 없이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자들이 많아서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라···.”
“한마디로 무법지대로군요.”
“그래. 치안 문제는 경찰청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지만, 신규 영토에 대해서는 군대와 협력해서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는 것으로 하지. 원주민 부족에 대한 정책은 기존처럼 최대한 잘 설득해서 멕시코 제국의 신민으로 만드는 것으로 하고.”
“예, 전하.”
북부에서 얻은 영토만 200만 제곱킬로미터가 넘었다. 남부에서도 7만 5천 제곱킬로미터를 얻었으니, 우리 멕시코 제국이라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행정력도 그렇고, 인력 때문에라도 최대한 기존 미국인들을 받아들이려고 한 건데, 토지 소유권 문제라···. 이런 경우들은 재산권을 보장해주기 어렵겠군. 멕시코 제국에서는 명확한 소유권에 대한 근거가 없는 땅은 전부 정부 소유라는 것이 원칙이야. 이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친히 미국으로 데려다 줄 수밖에.”
“예,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전하.”
피츠버그 조약에서는 기존 미국 시민들의 민권과 재산권을 지켜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알고 지켜주겠나. 멕시코 제국의 법을 따르기 싫다면 미국에서 살고 싶은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그렇다고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면 남아나는 자가 없겠지. 새로 멕시코 제국으로 편입된 시민들에게도 ‘개척 이주’와 ‘도시 이주’, 그 외 행정이나 기술, 사업 이주 등에 대해 잘 설명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게.”
“예, 그런데 이것도 행정력 부족이 문제 될 것 같군요.”
행정력 부족은 멕시코 제국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 맞닿아 있는 문제였다.
“그것도 어느 정도 완화할 방법이 있네.”
***
이제는 멕시코 제국의 영토가 된 캔자스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여기까지가 우리 집안 땅이라니까요! 저희 할아버지가 직접 개척한 땅입니다!”
“글쎄요. 법적 근거가 있는 땅 외에는 전부 정부에서 회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 근거는 무슨! 다들 그렇게 사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사내의 말대로였다. 미국의 정식 주(state)가 아닌 영토(territory)는 거의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여러 사람이 각자 땅에 금을 긋거나 사다리를 치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지간히 큰 마을이 아니면 보안관도 없이 알아서 자경단을 조직해서 도적질 등의 범죄에 대항해야 했다.
“맞소! 여기 이 마을은 전부 우리가 개척한 거야! 그걸 무슨 권리로 빼앗겠다는 거야!”
갑자기 찾아온 멕시코 제국 관료의 통보에 마을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게 멕시코 제국의 법입니다. 지키기 싫다면, 미국 영토로 보내드리죠.”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음 같아서는 이 멕시코 놈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겉보기엔 정규군 기병대나 다름없어 보이는 ‘경찰’이라는 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멕시코 관료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쏠 것처럼 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
꿀꺽-
마을 사람들도 무기를 가지고 나왔지만, 대항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해보고 모든 것을 빼앗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두 무리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긴장감 속에서 멕시코 제국의 관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멕시코 제국에는 ‘개척 이주’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당신들이 이 마을의 토지를 개척한 것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으니, 각 가구당 64만 제곱미터, 그러니까 160에이커의 토지는 인정해드리죠. 이게 멕시코 제국 정부의 마지막 제안입니다. 어떻습니까?”
“배, 백육십 에이커면···.”
웅성웅성-
멕시코 제국 관료의 제안에 마을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상의할 시간을 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제 생각엔, 160에이커라도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에도 그래. 아니면 맨몸으로 미국으로 쫓아낼 기세니까 말이야. 160에이커면 적은 것도 아니고.”
마을에서 영향력이 큰 두 사내가 그렇게 말하자, 대부분의 주민이 동의했다. 160에이커 이상의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집들도 많았지만 수백 에이커씩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벽지의 정착촌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이는 없었다. 거의 전부가 소규모 자영농이었고, 별다른 기계도 없이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 그래. 공무원이랑 경찰도 보내준다고 하잖아. 순회 판사도 가끔 들린다고 하고.”
멕시코 제국의 영토에서는 기본적인 일이었지만 완전 방치나 다름없던 미국 정부에 비하면 이 정도도 큰 혜택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여론이 모이자, 촌장은 말했다.
“좋소. 당신이 말한 대로 각 가구당 160에이커만 받도록 하겠소. 대신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확실히 인정해 주는 거겠지?”
“당연하지요. 문서로 발급해드릴 테니 잘 보관하십시오.”
토지의 분배는 전적으로 멕시코 제국의 관료가 결정했다. 그게 법이었기 때문이다. 촌장을 포함한 모든 가구에 공평하게 토지가 분배되었다.
토지 분배를 완료한 관료는 촌장에게 말했다.
“계속 촌장 역할을 하고 싶으시다면, 빠르게 에스파냐어를 익히십시오.”
“에스파냐어 말입니까?”
“예. 저는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앞으로 부임할 공무원은 영어를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찰은 물론 판사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이 마을에도 신규 이민자나 이주자들이 할당될 텐데, 그중에 영어와 에스파냐어를 둘 다 할 줄 아는 자가 있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확실히···.”
멕시코 제국은 강력한 융화 정책을 실행하고 있었고, 마을의 촌장 같은 작은 지위조차도 에스파냐어를 할 줄 아는 이들에게만 몰아주었다. 하지만 기존에 자리잡힌 관계를 완전히 뒤집는 것도 비효율적이기에 촌장에게 먼저 조언한 것이다.
“거기다, 에스파냐어에 더해 간단한 산수를 할 줄 알면 저와 같은 공무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이를 먹고 농사를 짓는 것이 힘들어진다면, 지금 받은 토지는 다른 이에게 빌려주고 공무원 일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우리 아들에게도 교육해야겠군.”
“좋습니다.”
관료는 마을 사람들에게 멕시코 제국이 겪고 있는 극심한 행정 부족 현상에 대한 힌트를 알려주었다. 현지에서 최대한 행정 인력을 충원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목격한 멕시코 제국 관료의 힘은 대단했기에 많은 이들이 에스파냐어를 공부하거나, 자식에게 에스파냐어를 가르치기 위해 책을 구하기 시작했다.
리오스 익스프레스는 새로운 마을로 출발할 때마다 에스파냐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싣고 출발했다
그렇게 멕시코 제국은 새 영토를 안정시키기 시작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여럿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