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49)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49화(149/180)
남과 북 (3)
1847년 1월.
프로이센의 킬(Kiel) 항구에 세 척의 철갑함이 입항했다.
“이것이···.”
“예, 이제 프로이센 왕국의 것입니다. 전하.”
프로이센 왕국이 보여준 동맹에 대한 헌신의 보답이었다.
“결국 싸우지도 않고 해산시켰는데, 이런 것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군.”
프레드리히 4세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양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싸우진 않았어도 군대를 징집하고 훈련하느라 쓴 비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제국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프로이센 왕국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번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 선물을 받아주신다면, 큰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흠···. 혈맹인 멕시코 제국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 이상 사양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 선물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네.”
겨우 세 척의 철갑함이지만, 그 가치는 거기에 든 건조비로 판단할 것이 아니었다.
멕시코 제국이 처음 철갑함을 건조하고 영국이 1년 만에 따라 하긴 했지만, 그 이후 몇 년이 지났는데도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의 극소수 국가들만 의미 있는 수준의 철갑함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에서 작년에 겨우 한 척을 건조했다고 했던가.’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수년간 예산을 쥐어짜내서 건조한 6척의 철갑함을 고스란히 멕시코 제국에 빼앗겼으니, 프로이센보다 해군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멕시코 제국, 대영제국, 프랑스 공화국, 러시아 제국, 4곳뿐이었다.
프레드리히 4세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지 며칠이 지나고, 오스트리아 제국도 프로이센 왕국이 멕시코 제국에게 철갑함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불쾌하군.”
오스트리아 제국의 총리이자 외무장관인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 후작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금방 찾아냈다.
그가 빈 회의를 통해 구축해놓은 유럽의 균형과 평화가 무너지고 있었다.
주재자였던 그의 이름을 따서 메테르니히 체제라고도 불리는 빈 체제는 명목상으로는 ‘나폴레옹 이전 시대로의 복원’, 그러니까 구체제로의 복원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유럽 국가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그 의도는 잘 먹혀들어서 지난 30년간 유럽 주요국 간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소중한 평화가 무한히 이어지지는 못하리라는 것은 빈 체제를 설계한 메테르니히가 가장 잘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유럽 외부의 세력이 유럽에 개입해서 균형이 깨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멕시코 제국. 아니, 헤로니모 이투르비데.”
메테르니히는 이 상황을 만든 원흉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프랑스의 혼란과 프로이센의 약진은 둘 다 어느 정도 필연적인 일이었다. 프랑스의 루이 필리프는 시민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었고, 프로이센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메테르니히의 예상을 초월했다.
‘멕시코 제국을 움직이는 것은 황태자.’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교차검증한 정보였다. 경험 많은 정치인인 메테르니히는 멕시코 제국 황태자의 행동 원리를 파악했다.
“인간이 이 정도로 사심 없이 국가의 발전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메테르니히였지만, 그는 이런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천하의 나폴레옹도 본인의 사적인 욕망과 감정 때문에 수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 멕시코 황태자라는 녀석은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국가 발전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어차피 대서양 건너의 일이니, 그냥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되었을 일이다. 하지만 멕시코 제국이 성장하고, 유럽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프로이센을 견제해야 할 프랑스가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정부가 전복되어 공화국이 되었다. 거기서부터 빈 체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는 무너지면 안 됐다.’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제국, 그리고 독일 연방이 힘을 합쳐 프랑스의 성장을 견제하는 그림이 되었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이센이 헛된 야망을 품지 않을 것이기에. 하지만 프랑스는 멕시코에 졌고, 프로이센은 멕시코와 혼인 동맹을 맺었다.
강력한 경쟁자가 잠시 주춤한 지금, 빠르게 성장하는 프로이센은 뭘 노릴 것인가.
메테르니히는 그것이 두려웠다.
“빈 체제가 유지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랄 국가와 힘을 합칠 수밖에.”
빈 체제로 유럽의 균형이 유지되는 동안, 전 세계에 식민지를 늘려나가고 있는 대영제국이야말로 이 사태를 해결할 열쇠다.
빈 체제로 이득을 보고 있는 만큼, 빈 체제를 지키는 데 힘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애초에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도 영국이 자신의 이득만을 쫓으며 멕시코의 성장을 견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지만 영국도 이번에 자존심에 아주 큰 상처를 입었지.’
전쟁에 개입한다면 프로이센이 모아 놓은 군대로 영국 본토를 후려치겠다고 협박한 셈이니, 이전과는 여론이 다를 것이다.
멕시코와의 갈등이 영국에게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특히나 자존심을 소중히 여기는 영국 놈들이라면 더더욱.
오스트리아 제국 내의 여론은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다. 프로이센의 동맹이라는 것 하나만 해도 멕시코 제국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Deutscher Bund)의 의장국이라는 자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메테르니히는 자신의 생전에 그 위치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전쟁이 필연이라면···.’
메테르니히는 늙은 몸을 일으켰다.
***
“황태자에게 제위를 물려주려고 하네.”
연초부터 총리와 행정부 대신들, 그리고 의회 파벌의 수장들을 집무실로 불러 모은 황제는, 갑작스럽게 선언했다.
“폐하!”
“아직 정정하신데 양위라니요!”
모인 이들은 일단 반대하고 봤다. 진심이건, 아니건 양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해서 나쁜 것은 없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거기에, 어느 신하의 말처럼 황제는 아직 정정했다. 나이는 6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살이 찌거나 마르지 않았으며 병에 걸린 것도 없었다.
미리 계획을 전해 들은 황제파의 수장만이 덤덤했다.
“정정하기는 무슨. 전에 쓰러졌던 것 생각 안 나나? 나도 이제 쉴 때가 되었어.”
그건 단순 과로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심으로 보이는 황제의 말에 반론을 제기할 자는 없었다.
“당장 양위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야. 황태자의 능력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출중하지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황제는 제국의 수많은 업무에 관여하고 있었다. 인수인계를 해야 할 것도 많았고, 각 부서도 새 통치자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관식을 준비해야 한다. 황가의 결혼식만 해도 준비에 몇 달이 걸리는 대형 행사였다. 대관식은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터.
“그렇다면, 폐하, 대관식을 언제쯤으로 예정하고 계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1848년 1월 1일. 거의 1년이 남은 셈이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할테지?”
“예, 폐하.”
양위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곧 제국 전체, 그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어차피 제국 신민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기에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폐하께서 물러나신다니···.”
“으음? 너 우냐?”
황제 폐하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던 그와는 다르게 친구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렇다곤 해도, 사내놈이 눈물을 흘릴 정도라니···.’
친구가 황가를 경애하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한 명의 멕시코인으로서, 황가를 경애하지 않기에는 그들이 이뤄낸 업적이 너무나 위대했다. 독립과 건국, 발전과 진보, 승리와 확장의 역사를 쓴 주역은 누가 뭐라고 해도 황가였다. 하지만 황제도 불로불사는 아니다. 엄연히 인간인 만큼 그가 늙는 것, 그리고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폐하께서도 이제 조금 쉬셔야지.”
“그래. 오히려 축하할 일이야. 믿음직한 후계자인 황태자 전하께서 있으니까, 폐하께서도 쉬실 수 있는 거지.”
부자지간에도 권력은 나누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유럽에도 많았고, 대부분의 왕은 권력을 움켜쥐고 죽었다. 이렇게 평화롭게 양위가 진행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신민들은 충격은 받았을지언정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나, 고위층은 달랐다.
“황태자가 즉위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황태자 시절에도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황태자가, 제국의 황제가 되면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우리에게 좋을 확률은 없을 것 같군요.”
지주와 가톨릭교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다.
***
“고무적인 결과로군.”
“예, 전체 인구가 증가하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성인 남성 인구마저 전쟁 전보다 증가했군요.”
디에고가 말했다.
“인구 증가도 좋지만, 사회에 잘 녹아드는 것도 중요하지. 해방한 이들은 잘 적응하고 있나?”
“예, 전하. 멕시코 제국에 대한 충성심도 높고, 업무 의욕도 높으며, 에스파냐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도 뜨겁다고 합니다.”
디에고는 보고서를 보며 내게 보고했다.
“아주 좋은 소식이군.”
미국과의 전쟁 중에 점령지에서 해방한 흑인들의 이야기였다. 그 수는 30만 명에 달했는데, 그중 99%가 멕시코 제국으로 넘어오는 것에 동의했다.
이민청 공무원들의 권유에 의해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도시 이민’을 택한 그들은, 노예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인력을 확보해서 좋고, 흑인들은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서 좋았다.
‘조금 아쉽군.’
남부를 좀 더 점령해서 흑인을 더 해방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빠르게 이기려면 전략적 거점 위주로 움직여야 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들까지 계산하면, 올해 인구 증가율은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딱 적절한 타이밍의 인력 충원이라고 할 수 있겠군.”
치와와시의 건설이 마무리되었으니, 새 핵심 도시 건설도 시작해야 하고, 새로 얻은 북부와 파나마 영토에도 철도를 개설해야 했다.
“다시 경제 호황이 찾아오겠군요.”
전쟁을 위해 수많은 준비를 했고, 징집도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소 한도로만 실행했지만, 결국 전쟁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846년엔 임금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그 결과 전쟁 전 투자 열풍으로 생겨났던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내실 없이, 투자금으로 몸집만 불린 기업들이었다.
“징집도 해제했고, 이민으로 인한 인구 유입도 대단하니, 지켜봐야지.”
나는 거기까지 하고 책상에 펼쳐진 서류를 모아 파일에 넣고 덮었다. 전부 경제와 기업 관련 서류들이었다.
평소라면 내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거기다 썼겠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할 일이 늘어난 것이다.
“아버지.”
“왔느냐.”
황제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