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51)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51화(151/180)
151화 남과 북 (5)
독립 후부터 계속 북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아메리카 연합국 정부였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대로 독립하게 놔둘 리는 없을 테고, 전후 수습을 하겠다는 건가? 거참 한가하군.”
제퍼슨 데이비드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가입을 망설이는 주들을 설득할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북부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남부에서 선공할 명분은 없다. 북부가 남부에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지, 남부가 북부에 뭔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니까.
후-
“그래. ‘미합중국 정부는 전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다면 도움이 되겠군.”
담배 연기를 내뿜은 데이비드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보좌관이 받아 적었다.
가입을 망설이는 주들이 많이 있었다. 북부와 직접 닿아있는 경계 주(border states)들이 특히 망설이고 있었는데,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그들의 고향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립 따윈 필요 없어. 중립이란 곧 연방에 남겠다는 것이고, 선량한 시민들의 재산을 강탈하겠다는 선언이지.”
데이비드는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남부는 피해자라는 것이었다. 남부는 높은 세금을 강요했던 영국에게서 독립한 미합중국처럼, 노예제 해방을 강요하는 미합중국에서 독립한 것뿐이다. 북부가 남부를 침공한다면, 이는 압제자인 영국과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 논지의 기사들을 매일 내보내며 미국인 특유의 반골 기질을 자극했다.
2월이 되자 앨라배마주(Alabama)와 조지아주(Georgia)가 추가로 가입하며 아메리카 연합국의 세력은 빠르게 불어났다.
여론 자체가 반반으로 갈리고 있는 일부 경계 주를 제외하면, 다른 노예주들이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멕시코 놈들만 개입하지 않는다면 싸워볼 만합니다.”
어떤 이는 그런 만용 섞인 말을 내뱉었다. 노예주와 자유주의 숫자는 정확히 14대 14였다. 얼핏 보면 동등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었다.
“인구는 그렇다 치고, 공업지대가 북부에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합니다.”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었다. 남부의 산업화 정도는 북부와 비교하면 어린아이 수준이었고, 전쟁에 필요한 물자는 모두 북부가 생산하고 있었다.
심지어 남부는 농업 위주의 경제를 꾸리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목화 등의 상품 작물이라 북부에 식량난을 유도할 수도 없었다.
“다행인 것은 북부는 당장 올해부터 멕시코와 영국에게 진 막대한 채무를 갚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연체했다가는 막대한 이자를 물어 내야 할 테니까요.”
“맞습니다. 남부에서도 멕시코 놈들이 멋대로 노예 중 일부를 해방해 데려가긴 했지만, 북부가 입은 피해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이니, 재정적으로는 훨씬 안정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북부 놈들이 얼마나 시간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군용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남부 인사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며, 남부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 시작했다.
***
“국가보훈청이라···.”
내가 더 밀어붙였다면 ‘국가 보훈부’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정도가 적절했다.
“재정을 아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받을 자격이 있는 자에게 정확히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길 바라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이번 전쟁을 계기로 신설한 국가보훈청의 업무는 다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혜택을 받을 자를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다. 전쟁에 참전했다고 해서 다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훈련만 받다가 전쟁이 끝난 자도 있고, 전투에 나간 자도 있고, 전투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거나, 유의미한 전공을 세운 자도 있으며, 전사한 자도 많다.
그들 모두에게 동일한 혜택을 지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차등해서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혜택의 종류 자체는 거의 비슷하다. 연금, 토지, 대출, 교육, 치료 등이 그것이다. 다만 그 크기와 순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전에 말했듯, 많은 자들이 도시로 오도록 설득하도록 해주게. 그렇다고 절대 강요하지는 말고.”
전부터 눈여겨본, 유능한 자에게 맡겼으니 잘할 거라 믿지만, 노파심에 계속 조언했다.
그만큼 참전용사에 대한 대우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의 기반이 될 자들이었다.
***
멕시코 제국은 병력을 국경과 신규 영토에 배치했다가, 순차적으로 전역시키고 있었다.
“아이작. 도시로 간다고?”
이제 그들의 차례였다.
“그래. 너는?”
“나는 집으로.”
데콴 토레스가 말하는 집은 그의 혈통인 코만치족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멕시코 제국 정부에 의하여 그의 가족이 배정된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산 지가 벌써 거의 4년이었다. 군대에서 만난 인연들을 제외하면, 그의 모든 인연이 거기에 있었다.
데콴은 거길 떠날 생각이 없었다.
“대학은?”
“별로. 나중에 결혼하고, 마을에 학교가 생기면 거기나 보내지. 넌?”
“난 내년에 갈려고.”
“이욜. 그 정도면 손가락 두 개 날린 값은 했네.”
아이작은 전투에서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하하, 그러게.”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일 년간 함께했던 전우와의 마지막이었다.
“치와와 대학에 있을 테니, 가끔 놀러 와. 겨울엔 놀잖아?”
농사의 이야기였다. 아이작도 전엔 농사를 지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기차를 타면 그리 먼 것도 아니니, 꼭 가도록 할게. 대학에서 기죽지 말고.”
어린 시절엔 코만치 전사로 키워졌던 데콴은 아이작의 순한 면이 걱정되었다. 군대에서야 다들 반강제로 친하게 지냈지만, 사회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 뻔했다.
“하, 전쟁까지 겪었는데 기죽고 다니겠어? 대학에 간 흑인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가끔 말했던 톰 프리맨의 이야기였다.
“그럼 다행이고.”
이제 갈라질 때였다. 아이작은 치와와주에 있는 치와와시로, 데콴은 동텍사스주 북부에 있는 마을로 떠나야 하기에 같은 기차를 타지 않았다.
“잘 지내.”
“너도.”
둘은 마지막으로 뜨거운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
***
약 일 년 3개월 만에 돌아온 마을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데콴 뿐만 아니라 마을의 다른 젊은이들도 자원입대했던 것이다.
“아들!”
어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의 몸이 멀쩡한지 살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사지는 잘 달려있는지.
부산스럽게 여기저기를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가가 뜨거워질 뻔했지만, 꾹 참고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여기저기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쟁에 나간 아들이 없는 가족들도,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예전에는 거만하게 굴었던 백인 아저씨도 잘 돌아왔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잘 돌아왔다.”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 돌아오지 못한 이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멕시코 제국은 전사자에 관한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해주었기 때문에 눈물바다의 분위기도 아닌, 애매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미국 놈들은 많이 죽였고?”
전쟁에 참전하려다 가족의 만류로 못한 아버지는 그렇게 물었다.
“네.···너무 많이 죽여서 문제죠.”
처음에는 복수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참호 앞에서 수도 없이 죽어 나가는 앳된 얼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은 점점 지워졌다.
아들의 복잡한 얼굴을 보며 아버지는 그 심정을 짐작한 듯,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주제를 돌렸다.
“크흠. 그러면 가족의 농장이 늘어나는 건가?”
“아 맞아요. 그런데, 옆 농장들 때문에 붙여서 늘릴 수가 없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좀 떨어진 곳에 두 번째 농장을 만들던가, 정부에 농장을 팔고 합쳐서 새 농장을 만들던가.”
“음···. 마음 같아선 지금 농장에 붙이고 싶은데, 그럴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정부에서 제값을 쳐줄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4년간 가꾼 농장인데.”
“보훈처 공무원 말로는 제값에 사준다고 했어요.”
“보훈처? 처음 듣는 곳인데. 뭐, 정부에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4년 전에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멕시코도 증오했던 아버지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멕시코 제국의 정책은 놀랄 정도로 유화적이었고, 농사를 지어보니 약탈 경제로 먹고살았던 코만치 부족을 주변 부족과 국가들이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알 수밖에 없었다.
인제 와서는 가진 땅에 착실하게 농사를 짓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면 마을에 가까운 땅 중 괜찮은 곳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그래. 마을에 너 말고도 참전한 아이들이 좀 있으니, 먼저 찾는 것이 임자다.”
곧, 지난 4년간 비슷했던 마을 사람들의 토지 소유 현황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참전한 자들은 훨씬 큰 토지를 가지게 되었다.
***
“뭐? 문학? 문학이라고?”
아이작의 생각을 들은 공사 현장의 아저씨들이 전부 말렸다.
메스티소, 흑인, 원주민 할 것 없이 전부.
“기껏 대학에 보내준다는데 문학을 배우겠다고?”
“그래. 제발 다시 생각해봐라. 손가락까지 날려가면서 얻은 기회인데, 문학은 진짜 아니야.”
아이작은 대학에 가기 전에 생활비도 마련할 겸, 공사 현장에 취직했다. 대학 학비는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연금도 나왔지만 큰 액수는 아니기에 생활비 정도는 벌어놔야 했다.
그는 치와와시에서 다가구 주택을 짓고 있었는데, 마침 이 건물에 그에게 지급될 집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래 도시 이주로 받을 거였던 24제곱미터(7.2평)에 더해 참전 보상으로 48제곱미터(14.5평)를 더 받게 되었으니, 화학과에 가서 저기 ‘가이탄’에 취직하면 딱 좋은 것 아닌가.”
“그래그래. 졸업하고 결혼까지 하면 딱 맞겠구먼.”
그들은 자식에게 조언하는 아버지처럼 그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진로까지 짜 주었다.
“그래도 저는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아이고야.”
“에헤이.”
아이작이 고집을 부리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금 짓고 있는 이 집, 네 것 같지만 다 대출인 것은 알지? 집을 주는 게 아니라 무이자 대출이라고.”
“아, 저는 토지 보상을 안 받는 대신 주택 건축비 중 일부를 지원받기로 해서 절반만 갚으면 되긴 해요.”
“···그래?”
아이작에는 꿈이 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농사를 짓거나, 공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슴 한쪽에 박혀있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꺼내놓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아이작의 결심이 확고해 보이자, 어른들도 물러났다.
“그래 뭐, 소설이 잘 안 된다고 해도 멕시코에 일자리가 없을 리도 없으니까.”
“그렇긴 하지. 절반이지만 집도 있고.”
같은 흑인들조차, 흑인이 쓴 소설이 잘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이번 기회에 공학을 배워서 황태자의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흑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이었다. 그 정도면 백인 못지않은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문학이라니. 공사 현장의 수많은 흑인 중 단 한 명도 아이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작의 의지는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톰은 흑인도 배워야 한다고 했어.’
최근, 황태자 전하의 은혜를 입어 황립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톰 프리맨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흑인들은 기껏 참전을 해서 배움에 대한 기회를 얻었음에도, 공부는 백인과 메스티소나 하는 것이라고 기회를 걷어찼는데, 그런 짓을 하지 말라는 거였다. 물론 공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것도 배우는 것이지만, 톰의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마라.’ 그게 톰의 메시지였다.
아이작은 톰 프리맨보다 먼저, 텍사스에서 해방된 흑인 가정 출신이었기에 멕시코 흑인들의 심리를 잘 알았다. 그들은 실제로 한계를 정해놓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의 한계마저도. 그렇기에 그는 더욱 어려운 길을 택하고 싶었다.
그렇게, 황태자가 톰을 통해 뿌린 통합의 씨앗이, 무사히 움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