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5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53화(153/180)
153화 남과 북 (7)
누에바그라나다 중앙정부는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
그럴 역량이 없었다.
수도 보고타의 시민들조차 집권 3년 차인 토마스 시프리아노 데 모스케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정부는 책임을 져라!”
“언제까지 전 대통령의 탓만 할 거야? 전쟁을 결정한 건 너희잖아!”
반쯤 억지에 가까운 주장이었다. 군사동맹을 체결한 상태에서 전쟁이 터지기 직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터진 상태에서 동맹을 배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누에바그라나다라는 국가가 가진 최소한의 신용이 없어져 버릴 것이며, 그건 곧 외교와 무역의 고립을 뜻했다. 그뿐만 아니라, 확률은 낮지만 배신당한 미국이 나중에라도 무력으로 보복할 가능성까지 존재했다.
이런 주장들은 대부분 현 대통령을 몰아내고 중앙 정계를 차지하려는 야심가들의 모략에 의해 흘러나왔다.
수도와 그 인근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누에바그라나다 정부가 지방을 통제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이 나라도 끝물이군.”
“이번엔 어떤 나라 이름이 뭐로 바뀌려나.”
지방 주민들은 공공연하게 그런 말까지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란콜롬비아 시절에 비하면 양팔이 잘린 듯한 형상의 누에바그라나다였지만, 그래도 국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수도 보고타에 힘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독립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그나마 수도에서 가까운 지방들이 선을 넘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힘.
시몬 볼리바르가 죽고 나서는 오직 힘만이 국가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애정도,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없었다.
그런데 그 힘을 행사할 중앙 정부가 혼란에 빠졌으니, 지방 권력자들이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어느 지역이라고 특정할 필요도 없었다. 수도 주를 제외한 모든 지방의 엘리트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독립해야 합니다! 대체 중앙 정부가 우리에게 해준 게 뭡니까! 세금이나 걷고, 쓸데없이 참견이나 했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정부도 언젠간 혼란을 수습할 겁니다. 그다음은 어쩌시겠습니까.”
그다음은 당연히 내전이었다.
중앙 정부는 더 이상의 독립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존립의 문제이고,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지방 통제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 뻔했다.
하나의 지방만이 독립하는 것은 독립이 아니었다. 반드시 연합을 통해 중앙 정부에 대항해야 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해안 지방과 연합을 하긴 싫겠지. 대통령 자리를 내놔야 할 테니까.’
일부 사업가와 지식인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거의 전부가 대농장(아시엔다)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대농장주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었고, 대농장주 사이의 서열은 농장의 크기와 직원의 수, 농작물의 산출량 등으로 정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독립을 주장하는 저자가 최고였지만, 이웃 지역과 연합하는 순간 이인자도 못 된다.
지방 엘리트들이 서로 협력하고, 반목하고, 연합하고, 분열하는 동안, 일반 민중의 의견은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또 독립이야. 그게 누에바그라나다 정부랑 뭐가 다르다고.”
그들이 사는 바로 그 동네가 수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대중에게는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방안은 따로 있었다.
“차라리 파나마처럼 멕시코로 합류해야 한다니까?”
“지주 놈들이 그러겠냐? 중앙 정부의 간섭이라면 치를 떠는 놈들인데.”
멕시코 제국 정부가 아시엔다를 비롯한 지주들의 재산을 보전해준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중앙 정부의 지시는커녕 세금도 내기 싫어하는 것이 지방 대농장주들의 공통된 심리였다.
지금 대농장주들은 본인의 농장에서 영지를 가진 영주처럼 살고 있었다. 파나마의 사례처럼 반강제가 아닌 한, 그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중앙 정부가 파견한 관료의 지시나 들으면서 살고자 하는 자는 없었다.
“그러면 우리만 이대로 살아야 한다고? 저기 파나마는 벌써 한창 철도라는 것을 건설 중이던데?”
“그러니까. 거기 지주들이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잖아.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이 임금이 높은 철도 건설 현장에 가버려서. 강제로 잡아놓으려고 해도 멕시코 제국 정부가 막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임금까지 올려주고 있대.”
“햐~. 그것참. 꿈같은 일이구만!”
멕시코로 합류한 파나마의 소문은 누에바그라나다 전역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임금이 오르고 식량과 생필품의 가격도 올라갔지만, 임금이 훨씬 많이 올랐기에 모든 것이 풍족해졌다.
경제적 혜택만 있는 게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치안의 확립과 정치적 안정이었다. 권력자들의 분쟁에 고통을 받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그런데, 공화국이라는 건, 시민이 주인인 나라 아니었느냐고. 우리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니야?”
차라리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같은 나라에서 살던 사람들의 운명이 확연하게 뒤바뀌자, 많은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그래. 지주 놈들만 결정하라는 법 있어? 투표로 정하라 그래!”
36년 전, 독립 직후만 해도 상상도 못 했을 발상이다. 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세상이 달라졌다.
독립 이후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한 국민들은 이전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평생 아시엔다에서 노동만 하다가 늙어 죽던 농노와 같은 존재들이 아니었다.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퍼져 나간 자유주의 사상은, 36년 전만 해도 콜롬비아 지역에서는 일부 고위층만이 아는 사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에스파냐에서 독립하면서 공화국이 건국되었고 일반 국민들도 투표, 반란, 내전, 지방 독립, 혁명 등의 사건을 거치며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사상에 대한 것을 한 번쯤은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독립 이후 꾸준히 외부에서 지식인이 유입된 것도 국민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에 한몫했다. 외부에서 유입된 지식인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신문사였다.
먹고 살기 힘들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지만, 정부에 대한 불만,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이 시민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시를 중심으로 시위가 시작되었다.
“우리에게도 결정권을 달라!”
***
대영제국에서는 멕시코 제국에 대해 적대감을 표하는 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보수당만의 일이 아니었다. 멕시코가 무력으로 영국을 위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는 휘그당은 물론, 시민들의 여론도 완전히 뒤집혔다.
“멕시코를 견제하긴 해야 합니다.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맞습니다. 저 영토를 보십시오.”
세계지도에 나타난 멕시코 제국의 영토는 거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심지어 러시아처럼 쓸모없는 것이 대부분인 것도 아니었다. 사막이 좀 있다고는 들었지만, 거길 제외하면 다 쓸만한 영토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카리브와 남미 영토들을 넘기지 않았을 텐데···.”
“넘기더라도 거점 역할을 할 섬 하나 정도는 남겨놨어야 합니다.”
그들은 멕시코 제국이 감히 대영제국에 협박을 가했던 일을 잊고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영국이 실용주의적 외교를 지향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은 나폴레옹 이후 감히 대영제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같이 나폴레옹을 대항했던 러시아만이, 영국의 심기를 살짝이나마 건드릴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날 멕시코가 행한, 프로이센의 육군과 멕시코의 함대로 대영제국 본토를 후려치겠다는 협박은 대영제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뭐, 당시에는 양국의 관계가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의원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뚱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아서 웰즐리가 소리쳤다.
“뭘 몰랐다는 말입니까! 내가 결국은 이렇게 될 거라고 목이 쉬도록 말했는데.”
“아니, 그건···.”
아서 웰즐리는 군인으로서는 일류였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삼류였다.
나이를 먹은 그는 평소에 보수당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측에 속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는 소위 ‘꼰대’라고 불릴만한 발언을 자주 내뱉으며 이미지를 잔뜩 깎아 먹은 상태였다.
그의 강경 발언이 무시당한 것은 전부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지만, 웰즐리는 그걸 몰랐고, 인제 와서 몰랐다는 듯이 구는 의원들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원망스럽다고 조국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미국을 계속 지원해야 합니다. 그들이 빨리 회복해야 제대로 된 견제를 할 수 있어요.”
대영제국 단독으로 멕시코와 싸울 수는 없다. 대서양을 너머로 해군을 보내는 것과 육군을 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미국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육군을 담당해주고, 영국이 해군을 담당해야만 멕시코 제국과 싸워볼 만했다.
“미국인들도 멕시코에 대한 원한은 남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전쟁하려고 하겠습니까? 저 정도로 처참하게 졌는데?”
현 휘그당 당수인 존 러셀 경(Lord John Russell)이 회의적인 어투로 물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두려워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영국이 함께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미국인들은 아직도 멕시코가 전쟁을 다 준비해놓고 분쟁을 유도했다고 생각하니, 그걸 잘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서 웰즐리가 차분하게 답변하자, 보수당 의원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맞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믿음이 틀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멕시코가 분쟁을 고의로 유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멕시코에서도 강경 대응을 한 것은 사실이고, 특히 미국과 전쟁할 준비를 미리 다 해놓았다는 것은 절대로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그게 뭘 뜻하겠습니까.”
전쟁 전개에 경악한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멕시코의 재빠른 움직임은 멕시코의 초반 강세를 이미 예상하던 영국마저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흠, 그 부분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미국은 지금 전쟁 피해를 복구하긴커녕 내전이 일어나기 직전입니다. 물론 북부가 이길 것은 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피해까지 회복하려면 대체 몇 년이 걸릴지 기약이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더 지원해야지요. 그리고, 애초에 당장 전쟁하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멕시코에 입은 치욕을 갚아주기 위해 인내가 필요하다면, 인내해야지요. 의원님에겐 멕시코가 우리 대영제국에 했던 건방진 협박이, 금방 잊을 수 있을 만큼 별거 아닌 일입니까?”
“···그건 아니지요.”
전 보수당 당수였던 아서 웰즐리가 휘그당 당수인 존 러셀 경을 찍어누르자, 이번엔 휘그당에서 지원 사격이 들어왔다.
“멕시코는 그렇다 치더라도, 놈들의 동맹인 프로이센 문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놈들을 그냥 놔두기에는 후방이 너무 위험합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멕시코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휘그당 내부에서는 아직 전쟁까지 논하는 것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영제국의 위신이 상한 것도 맞고, 멕시코 제국의 성장세가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멕시코 제국은 만만한 국가가 아니라는 증거다. 대영제국은 잃을 게 많았고, 전쟁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맞습니다. 이번에 멕시코에서 프로이센에 철갑함까지 줬다고 하더군요. 아마 저번 일에 대한 보답이겠지요.”
“하! 보상이라면 돈으로 줘도 충분했을 텐데, 참으로 건방진 발상 아닙니까? 우리가 한번 참았기에 저런 건방을 떠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계속 저럴 텐데, 계속 참으시겠다는 겁니까?”
철갑함은 비싸기도 하지만, 단순히 돈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건조할 수 있는 나라가 전 세계 5곳도 안 되는, 국가 해군력의 척도와도 같은 물건이었다.
대영제국의 심기를 건드려놓고 태평하게 철갑함을 넘기다니, 그들로서는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프로이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전쟁을 논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멕시코 제국의 성장세가 대단하다지만, 그건 우리 대영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습니다! 멕시코 놈들이 영토를 늘린다면, 우리는 식민지를 늘리면 됩니다. 굳이 싸워서 러시아 좋은 일만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휘그당 의원들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세계 최강인 영국은 아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산업화의 최선두에 있었고, 거대한 식민지를 통해 원료와 시장을 확보했으며, 거기서 얻은 부를 통해 다시 군사력과 식민지를 늘리는 선순환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리건 영토는 어쩌실 겁니까. 놈들이 달라는 대로 분할해 주시겠습니까?”
“···”
지난날, 영국과 미국이 맺었던 조약에서는 분명 공동으로 통치하기로 했었다.
멕시코는 미국 서쪽 지역 영토를 가졌으니, 오리건에 대한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주장을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결국 영국에 의지에 달린 것이다.
문제는 영국이 멕시코의 오리건 컨트리에 대한 공동 통치 권리를 인정하는 순간 또 한 번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다는 거다.
프로이센 문제와 오리건 문제.
양측의 주장은 둘 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고, 그날의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그러나 곧,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무너뜨릴 소식이 도착했다.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 후작님이, 영국을 방문했다고?”
“아니, 그냥 외무장관도 아니고 총리까지 겸하시는 분이 직접 오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