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55)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55화(155/180)
< 남과 북 (9) >
단순한 싸움인 줄 알았는데 덩치들이 몰려오더니 총까지 꺼내 가며 사내를 데려가 버렸다.
“···따라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가서 뭘 하려고? 꺼낸 총을 봐서는 아마도···.”
사내는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도시라지만 카르타헤나 주의 주지사이자, 대지주 중의 대지주, 호아킨 포사다 구티에레즈의 이름이 주는 무게는 함부로 언급하기 힘들었다. 특히 방금 그 장면을 봤으니 더더욱.
자유주의 사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지가 30년이 지났지만, 이것이 1847년 누에바그라나다의 현주소였다.
그는 사실상 대귀족과 다름없는 이였다.
그 대화를 듣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시각, 감히 호아킨 구티에레즈에 대한 뒷말을 떠들고 다니던 안토니오 마르케즈는 덩치들에 끌려가고 있었다.
“들어가!”
덩치는 마르케즈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그를 마차도 아닌, 조금 큰 수레에 밀어 넣은 덩치들은 말에 올라탔다.
그의 수레는 말이 끌게 되어 있었다. 구티에레즈의 수하 10명 중 5명은 그의 앞에 있었고, 5명은 그의 뒤에서 그를 감시하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크···으.”
온몸이 다 아팠다.
구티에레즈의 수하들이 화풀이 삼아 집단으로 구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어디가 찢어졌는지 핏물이 그의 눈을 가렸지만, 그는 눈을 쓱 닦고, 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어두웠다.
술집에서 이미 저녁쯤이었기에 날이 완전히 저물어 어두컴컴해진 것이다.
구티에레즈의 수하들은 멕시코 제국산 등유와 등유 램프를 꺼내 불을 밝혔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벌써 절반쯤 도착했다. 호아킨 구티에레즈는 대농장을 여러 개를 소유했고, 누에바그라나다에서 수도 보고타 다음으로 번영하는 도시인 카르타헤나시의 바로 옆에도 농장이 있었다.
‘산탄데르와 동지들을 믿는다.’
살짝 초조해지려는, 나약한 마음도 들었지만 산탄데르가 분명히 잘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후우···.”
“벌써 겁먹은 것 좀 봐라. 도착하면 더 지옥이 기다리고···.”
탕!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첫 사격 이후 여러 개의 총소리 연이어 울려 퍼졌다.
타타타타탕!
히히히힝!
“습격이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수하 중 대장으로 보이는, 마르케즈가 턱에 한 방 먹여줬던 녀석이 명령했다.
마르케즈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둘밖에 안 죽었나. 적어도 20발 이상의 사격이었는데.’
“저, 저쪽!”
한 사내가 오른쪽의 적을 발견하여 소리쳤다.
“왼쪽에도 있어!”
적은 양옆에서 튀어나왔다.
“사격 개시!”
어느 쪽을 노리라는 명령도 없었다. 당황했기에 일단 쏘라고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
탕!타타타탕!
마르케즈가 수레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는 사이, 2차 사격이 쏟아졌다.
구티에레즈의 수하들은 전의가 꺾여버렸다.
“이런 씨발! 저놈만 데리고 전방으로 달려!”
하지만 움직이는 이의 수는 겨우 셋이었다. 나머지는 이미 바람구멍이 생겼거나, 말이 총에 맞아서 쓰러진 것이다.
“램프도 버려!”
어둠 속에서 램프의 불빛은 그들의 모습을 확인시켜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왕 버릴 것, 저놈들에게 던지자고 생각만 한 사내가 힘껏 던졌지만, 힘이 부족했다. 달리느라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살았다!”
매복했던 적들은 쫓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함정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거기다 목표물까지 챙겼으니, 오히려 더 신임받으리라.
“···목표물?”
“씨, 씨발! 어디 갔어!”
두 손과 두 발을 묶어놨는데, 대체 언제 빠져나갔단 말인가.
“아이 씹. 그러게, 수레에 고정해놔야 한다고 말했잖아!”
옆에서 소리치는 대장의 말이 들렸지만, 그는 억울했다. 실컷 두들겨 맞아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놈을 두 손과 두 발까지 묶어놨으면 충분하지 않았나. 다들 동의했었다.
“아니!”
그가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할 때였다.
“대, 대장! 앞에! 바닥! 바닥!”
살아남은 다른 한 명의 대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마름쇠였다. 놈들이 마름쇠를 뿌려 놓은 것이다. 대원들은 즉시 말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겼지만 이미 늦었다. 어둡고, 램프도 던져버린 탓에 너무 늦게 발견했다.
히히히힝-!
말들의 고통 섞인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깜짝 놀란 말들은 순간 휘청거렸지만, 다행히도 바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대신, 절뚝거리기 시작했고,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 멈추어 섰다.
“말을 버린다. 발 조심하고.”
“···대장,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여기도 적들이 있었다. 눈이 밝은 부하가 알아차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 버려.”
“···”
그들은 이미 총구를 겨눈 채였다.
“···총 버려.”
구티에레즈의 부하들은 총을 내던졌다.
***
간밤의 카르타헤나시에는 아주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백 명이 넘는 목격자가 각자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그들이 본 것을 말했고, 소문이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러니까, ‘그 지주’의 부하들로 추정되는 놈들이 마르케즈를 잡아갔다는 거지?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그래.”
정확하진 않았지만, 얼추 맞는 말이었다.
마르케즈는 도시의 유명인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아온 가정의 장남이었고, 당연히 아는 이들도 많았다.
“지주 놈들이 누에바그라나다에서 독립해서 자기들만의 국가를 세우려고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지. 우리가 그놈을 욕한 것이 처음도 아니고.”
그 말대로였다. 항구도시인 카르타헤나시의 시민들은 누에바그라나다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가장 외국 문물이 먼저 들어오는 곳이었고, 자연스럽게 자유주의 사상도 퍼져있었다.
사실상 유럽의 귀족, 영주나 다름없는 누에바그라나다의 아시엔다 소유주들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네들, 조심 좀 하게. 그러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여기 우리 셋밖에 없는데 뭘 그리 걱정하나? 하비에르, 자네는 겁이 많은 게 문제야.”
분노와 불안감이라는 전염성 높은 감정이 단 하루 만에 카르타헤나시를 물들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마르케즈가 납치된 다음 날 저녁이었다.
“으응? 우리 마르케즈가 돌아왔다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마르케즈를 모르던 이였으나, 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는 반색했다.
“···근데 어떻게 벌써?”
“아이참,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도시 광장에서 이번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같이 가보면 될 것을.”
1847년 3월 28일 저녁.
카르타헤나시의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무사히 돌아왔다던 안토니오 마르케즈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옷은 피에 물들었고, 곳곳에 멍이 들었으며, 상처가 난 곳도 많았다. 기본적인 처치만 하고 단상에 오른 것이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마르케즈가 입을 열었다.
***
대영제국의 외교관, 리처드 파켄햄 대사는 멕시코 제국에 통보했다.
“대영제국은 멕시코 제국이 제안한 오리건 컨트리에 대한 협상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유감스럽게도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양국 간의 지속적인 우호 관계와 상호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대영제국은 오리건 지역에 대한 멕시코 제국의 권리 주장에 대해 공식적인 인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말투는 공손했으나, 내용은 강경했다. 너희 멕시코 제국엔 오리건 컨트리에 대한 권리가 없으니 협상을 시도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파켄햄 대사답지 않게 상당히 강경한 태도로군.”
나는 외교부로부터 전달받은 보고서를 읽으며 말했다.
“예, 전하.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더 있다고?”
과연, 보고서의 뒷면에는 파켄햄 대사가 한 말의 전문이 추가로 적혀있었다.
———
또한, 대영제국은 멕시코 제국과의 사이에서 내년, 1848년에 만료 예정인 불가침 조약에 대해서도, 깊은 숙고 끝에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양국 간의 미래 관계 구축에 있어 새로운 단계를 모색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현재와 미래의 국제 정세 및 양국의 국익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대영제국은 멕시코 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이번 조치가 양국 간의 평화롭고 건설적인 대화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불가침 조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평화롭고 건설적인 대화라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군.”
아무리 외교적 수사라지만 개소리를 줄줄이 늘어놓다니.
“사실상 적대국으로 선포한 셈입니다.”
디에고가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건 내년에 갱신 직전에 통보했어도 될 이야기···. 정치 문제겠군. 대영제국 시민들 사이에서도 우리 멕시코 제국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으니.”
막말로 불가침 조약은 만기 하루 전에만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해도 된다. 그런데 굳이 일 년이나 남은 지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실익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짓거리지만 대중의 인기가 중요한 정치인들에겐 이쪽이 더 합리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예,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대영제국의 강경한 태도는 내게 어떠한 두려움도 안겨주지 못했다.
“우습군. 미국이 없는 지금, 무슨 수로 우리와 싸우겠다는 건지. 별다른 대책도 없으면서 큰소리로 짖기만 하는 꼴이라니.”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에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는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핏줄이라 그런지, 하는 짓이 미국이랑 똑같군요.”
“하하하, 그렇군.”
그러나, 마냥 대책이 없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자,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오스트리아 제국이라···. 군사동맹까지 맺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수로군.”
균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대영제국이 유럽 내 국가, 그것도 열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제국과 정식 동맹이라니, 놀랄 만한 일이다.
이것도 실용적인 접근이라기보단, 우리 멕시코 제국에 경고를 보내며 위신을 세우기 위한 수에 가까웠다. 원 역사의 대영제국이었다면 좀 더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취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긴 했지만, 참전한다고 해도 전쟁 직전이나 직후에 대영제국이 설득해서 움직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메테르니히 후작이 먼저 움직였다니···.’
내가 아는 빈약한 유럽사 지식으로는 굵직한 사건이나 알 수 있을 뿐, 이 시기의 메테르니히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까지 예측하는 것은 무리였다.
‘과연 빈체제를 만든 이 다운, 균형을 위한 적절한 한 수로군.’
“하지만 영국 놈들이 우리 멕시코에 대량의 육군을 보내고, 유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정말 전쟁이 터지면 오리건은 물론 영국의 북미 식민지 전체가 우리에게 점령당할 겁니다.”
디에고는 그렇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달라진 것은 있었다.
“···다른 대륙으로 대량의 육군을 보내고, 유지하는 것이 힘든 것은 우리 멕시코 제국도 마찬가지야. 특히 상대가 대영제국이라면 더더욱. 우리가 바다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의 전방을 막고 영국이 프로이센의 해안을 치면 어떻게 되겠나.”
“···버틸 수 없겠군요.”
“그래. 프로이센의 성장률은 대단하다지만, 아직은 오스트리아 제국과의 일대일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
프로이센이 당하는 동안 영국의 북미 식민지를 점령한다? 대영제국의 북미 식민지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고는 하나, 그래봐야 식민지다. 유럽의 강국인 프로이센의 가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프로이센을 버리고 둘을 교환한다면 우리 멕시코엔 겉보기엔 이득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 제국과 프로이센 왕국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결혼으로 맺어진 혈맹이다. 당장 내 아들의 약혼자가 아직 프로이센에 살고 있다.
멕시코 제국이 프로이센을 포기한다면, 멕시코 제국과 황가의 위신은 처참하게 박살 날 것이고, 프로이센인들은 본국을 돕지 않은 멕시코를 영원히 증오할 것이다.
“일단은···. 후일을 기약하도록 하지. 원래 그러려고 하기도 했으니.”
“예, 저쪽도 우리가 더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당장 전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우리는 우리 계획을 따라 가면 될 일입니다.”
원래 계획대로 간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