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5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56화(156/180)
< 남과 북 (10) >
단상에 선 마르케즈는 마른 입술을 열었다.
“친애하는 카르타헤나시의 이웃 여러분,
오늘, 제가 자리에 선 것은 항간에 퍼진 흉흉한 소문이 사실임을 여러분께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네, 맞습니다. 호아킨 포사다 구티에레즈를 포함한 대지주들이 우리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우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이들의 계획은 겉보기에는 공화국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거대한 토지를 소유한 지주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 지주 위주의 국가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첫 대통령은 이미 내정되었으니, 그 인물이 바로 나를 납치하려 했던 호아킨 포사다 구티에레즈라는 것을 여러분은 상상이나 하셨습니까?”
충격적인 폭로였다.
카르타헤나시의 시민들이 내심 불안해하던 바로 그것이 현실이라는 소리였다.
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누에바그라나다와 다를 것 없는 국가가 아니라, 누에바그라나다보다도 못한 국가가 된다는 소리였다.
“확실한가? 근거가 있냐는 말이야.”
마르케즈라는 청년이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웃이라고 하더라도 납치당했던 듯한 몰골만으로 그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었다.
“물론 믿기 어려우시겠죠. 저도 이 사실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소문의 진상을 감추기 위해 납치까지 시도하고, 저를 수레에 태우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마르케즈는 누가 묻기도 전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모두, 제가 납치되는 도중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궁금하시겠지요. 사실 저는 지주들의 이 음모를 밝히고, 막기 위해 노력하는 ‘자유 시민연합’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사실들을 비교적 빠르게 알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구티에레즈의 부하들에게 구타당하고, 끌려가는 것을 목격한 동료가, 즉시 동지들에게 이를 알려 매복 작전을 실행한 끝에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와의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 단체가 있었다고?”
구티에레즈가 무서운 것은,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도 있지만, 그가 가진 무기에도 있었다. 그는 카르타헤나 주의 주지사인 만큼, 이 항구도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총기류를 철저하게 통제하여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케즈의 말을 들어보니, 저 ‘자유 시민연합’이라는 단체는 무기를 구할 방법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실제로는 ‘자유 시민연합’의 총인원수는 50명에 불과했다. 은밀하게 조직을 키워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기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 동지가 빼돌려 준 것이지만, 마르케즈는 시민들에게 조직의 실상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마르케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여러분, 이들은 대지주만이 권리를 가지는 유사 봉건제 국가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자유 시민들의 의지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음모가 실현된다면 대지주들이 모든 권리를 독점하게 될 것입니다. 정말로 귀족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자유 시민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역겨운 자식들···.”
“시대가 어느 땐데, 귀족 놀이를 하겠다는 거야?”
마르케즈의 연설은 선동적이었지만, 이미 가슴에 뜨거운 분노가 조금씩 쌓여있는 카르타헤나시의 시민들을 자극하기엔 딱 알맞았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호소합니다. 용기를 내어 이 음모에 맞섭시다. 우리 모두의 자유와 미래를 위해 싸웁시다!”
“싸우자!”
자유 시민연합의 대원들이 싸우자고 소리치자, 동조하는 이도 있었고 눈치를 보는 이도 있었지만, 그날, 자유 시민연합의 단원 수는 몇 배로 증가했다.
***
“우와! 이게 그 ‘공공학교’라는 거예요?”
“그래, 아들. 어떠냐. 멋있지?”
“네!”
카를로스가 모형을 보고 감탄했다.
‘모형을 제작한 보람이 있군.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나는 카를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공사 현장을 구경시켜주었다.
“여기선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 옆에 꼭 붙어있어.”
“네!”
카를로스는 아직 11살이지만, 후계자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내가 아버지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대관식을 거쳐 황제가 되면 카를로스도 자연스럽게 황태자가 될 텐데, 그때가 되면 이런 시간을 내기도 힘들 것이다.
“아버지, 그런데 저 공터는 왜 있는 거예요?”
“저건 운동장이란다. 체육 시간에 저기서 각종 운동도 배우고, 쉬는 시간엔 축구도 하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이야.”
“우와···. 친구들이랑 축구라니, 부럽다.”
역사의 여러 사례처럼 삐뚤어질 것을 염려해서 아이들을 너무 빡빡하게 교육하는 것은 지양하기로 합의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황가의 일원인지라 멕시코의 여러 지식인에게 개인 교습을 받아온 카를로스였다.
내가 사관학교에서 처음 시작한 축구는 그 특유의 재미, 그리고 황태자인 내가 도입했다는 점 때문에 순조롭게 멕시코 사회에 안착했다. 카를로스도 놀이 친구가 있긴 하지만 당연하게도 축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고, 축구는 구경만 해봤다.
아직 한창 놀고 싶은 나이인 만큼, 친구들과 축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부러워 보였나 보다.
“학교에 다니고 싶니?”
내 질문에 카를로스는 살짝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다녀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으음.
현대에는 유럽 왕가의 자녀들도 일반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시기엔 그런 사례가 없었다. 전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가정교사를 붙여 교육한다.
‘그래도···. 안전만 신경 쓰면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은데.’
일부러 쓸데없는 권위 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서 교육을 해오기도 했으니, 학교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더 넓은 시야를 기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음. 아마 이 멕시코시티의 공공학교는 내후년쯤 완공될 테니, 그다음 년도에 입학한다고 하면···.’
“2년은 다닐 수 있겠구나.”
“정말요?”
카를로스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럼, 정말이지.”
신나 하는 카를로스를 데리고, 공사장을 돌며 앞으로 건설될 공공학교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혈통(?)은 어디 가지 않은 것인지, 카를로스도 건축 이야기를 나름 재미있게 들은 것 같다.
“이런 학교가 많이 생기면, 우리 제국이 더 발전할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1순위이지만, 이렇게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단다.”
“네!”
그렇게 장남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황궁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
“···또 말라리아인가. 사망자가 끊이질 않는군.”
“전하께서 말씀해주신 사항들을 적용해서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보고서를 읽은 나의 살짝 불쾌한 어투에 디에고가 말을 흐렸다.
“아니, 자네가 잘못한 일은 아니야. 오르테가 건설의 잘못도 아니고. 하지만 대책은 세워야 해.”
전쟁 직후부터 새로 얻은 영토에 철도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북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영토의 95% 이상이 정부의 것이고, 공사도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남부, 파나마 최남단까지 철도를 연장하는 공사에서 발생했다.
‘아시엔다 소유주들을 잘 달래서 철도 경로의 토지를 팔게 만드는 것은 좋았는데, 말라리아라니···.’
“이러다간 정말 여태까지 철도를 건설하면서 나온 사망자보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아지겠어.”
그동안 인부들의 안전을 상당히 신경 써온 오르테가 건설과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였지만, 말라리아엔 속수무책이었다.
현대에도 전염병 사망자 수 1위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말라리아는 정말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은 놀랍게도 전염력과 치사율 둘 다 높았다.
이는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은 숙주가 금방 죽어 벼버려 전염력이 낮아진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현상인데, 이는 말라리아의 종속주가 인간이 아닌 모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중간 숙주에 불과하니 빠르게 죽어버려도 전염력이 줄어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미리 경고하긴 했지만, 모기라는 게 막기가 쉽지 않았다.
“공사가 늦어져도 좋으니, 모기가 증식할 수 있을만한 모든 구덩이를 전부 메워버리면서 진행하라고 전하게.”
“예, 전하.”
사실 이미 한번 내린 명령이었다. 하지만 치료제가 완성되기 전까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이탄의 연구는 어디까지 진척되었나?”
“기나나무(Cinchona)의 껍질에서 퀴닌(Quinine)을 추출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지난 보고와 마찬가지로 기나나무 자체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나 나무 껍질은 17세기에 유럽의 선교사들에 의해 알려진 말라리아 치료제다. 원정에 나섰다가 말라리아(학질)에 걸린 강희제를 치료하기도 한 이 물질은 너무 유명해져서 남미의 기나나무가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1820년엔 기나나무의 껍질에서 말라리아에 약효가 있는 화학물질인 퀴닌을 추출하는 방법도 개발했지만, 그 역시 기나나무의 공급에 달렸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인공 합성물인 클로로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원 역사에서는 1900년이 넘어서야 만들어진다.
‘역시, 아직 파나마 운하는 무리인가.’
화학이나 의약품엔 문외한인 내가 클로로퀸을 알고 있는 것도 이 모든 게 결국은 파나마 운하에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는 1880년에 프랑스가 한번 시도했다가 2만 명이 넘는 인원이 죽고 나서 실패하고, 미국이 엄청난 미군을 투입하고 나서야 1914년에 완공했는데, 미국도 약 6천 명이 죽었다.
총 2만 6천 명이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다가 죽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전쟁도 아니고 건설 현장에서 무려 2만 6천이 죽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갑자기 자연재해가 일어났다고 쳐도 대재앙이 일어난 급이 아닌가.
파나마 운하가 우리 제국에게 가져다줄 이익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억하는 2만 6천 명이라는 수를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무리하게 운하를 건설하지 않고 철도만 놓으면서 모기의 개체 수를 최대한 줄이는 밑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사상자가 나오고 있긴 했지만, 원인이 모기라는 것을 안 상태에서 시작하여 프랑스나 미국과 같은 피해를 보고 있진 않았는데, 운하를 건설하려고 땅을 파기 시작하면 다시 증식할 것이다.
‘클로로퀸이 없는 한 파나마 운하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그렇게 다짐하고서 디에고에게 말했다.
“아일랜드에서 한창 바쁘겠지만, 화학과 병리학에 관심 있는 자들을 최대한 빠르게 모아달라고 전달해주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한다고 말이야.”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유럽의 이민회사를 맡은 레지날드에게 전하는 명령이었다. 그는 아일랜드의 구호 활동과 이민 장려에 집중하고 있지만, 유럽 대륙에 만들어놓은 네트워크는 그대로 남아있으니, 곧 성과를 낼 것이다.
아는 이름 몇도 적어서 보냈는데,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와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라는 인물들이었다.
솔직히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는 잘 모르지만, 나도 이름을 알 만큼 유명한 사람들이라면 말라리아가 아니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시점 기준, 세계 최고의 환경과 지원을 제공할 테니, 원 역사 이상의 업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하자, 차근차근.’
길은 알고 있으니, 꾸준히 나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