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5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57화(157/180)
< 남과 북 (11) >
“얼굴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지 않나?”
“예, 전하. 참으로 빠릅니다. 그래도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사옵니다.”
박규수가 대표로 대답했다.
1843년 2월에 멕시코로 왔던 첫 유학생들이었다. 4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모두 무사히 졸업하고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그래. 다들 열심히 했다는 보고는 잘 받았네.”
에스파냐어를 배운 지 1년 만에, 대학 교육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에스파냐어를 알았던 필리핀인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머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해낸 것이다.
조선인 3명, 일본인 3명, 필리핀인 5명, 청나라인 1명.
총 12명의 인원에게, 나는 물음을 던졌다.
“지난 4년간 뭘 느꼈나?”
이 질문을 위해 굳이 만나자고 한 것이다.
박규수가 먼저 대답했다.
“여러 가지를 느꼈지만···. 하나를 꼽자면, 저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전하.”
짧은 대답이었지만, 나머지 11명의 인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구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대학에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청나라 유학생의 대답이었다.
“위기감이라···. 그래. 그게 정상이겠지.”
그들의 복장에서부터 그 위기감이 느껴졌다. 처음 왔을 때는 각 국가의 전통 복장을 하였던 그들이, 이제는 서양식 복장을 하고 있었다.
라몬이 디자인한, 이 시기 귀족 복장과 현대 정장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듯한 정장은 내가 입고 다니기 시작하자 빠르게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대학생 등 젊은 층에 인기였다.
“자네들은 좀 수월하겠군. 가르시아가 잘하고 있다고 들었으니.”
“예,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리핀 유학생들에게 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갈 길이 먼 동아시아 3국과는 다르게, 멕시코 제국의 지원을 통해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한 필리핀 공화국은 호세 가르시아 대통령의 지휘 아래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다들 고국에 돌아가서도 잘할 것이라고 믿네.”
위기감을 느꼈다면, 내가 굳이 세세한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세세한 이야기는 휘하 관료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위기감을 느꼈다면, 개혁에 대한 열망이 생길 수밖에 없지. 그렇다면 우리 멕시코 제국의 지원을 거절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나는 박규수의 표정을 천천히 읽었다.
사명이 있는 자의 눈빛.
그가 집안 재산을 팔면서까지 후배들을 잔뜩 데려온 이유가 뭐겠는가. 후배들에게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세력을 형성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박규수뿐만이 아니었다.
일본과 필리핀의 유학생도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유일하게 청나라의 유학생만 소폭 증가했는데, 아마 예전에 말했듯이 영국 등 유럽으로 갔을 것이다.
‘조선, 일본, 필리핀은 우리 멕시코 제국의 세력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청나라는 아니니까.’
저들은 친멕시코 세력을 형성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지원할 것이다.
그들의 국가를 우리 멕시코의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다.
이미 개항 조약을 통해 교역을 하는 상황이고, 식민지로 만들어서 지금 이상의 이익을 뽑아내려면 엄청난 반발을 찍어누르고, 엄청난 돈을 들여 그들의 국가에 인프라를 만들고 자원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럴 돈과 인력이 있으면 우리 멕시코 제국의 국토를 개발하는 것이 낫다.
‘우리 영토와 자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굳이 지도에 색칠 좀 하겠다고 힘을 뺄 필요는 없다.
개혁과 산업화 등의 힘들고 돈 드는 짓은 그들이 자체적으로 하라고 하고, 우리는 그들이 유사시에 우리 편을 들도록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교역만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노하우를 쌓는 과정이지.’
노하우를 쌓아서 기존 식민지의 반란과 독립까지 성공시킬 수 있다면, 독립을 갈망하는 식민지인들의 입장에서도 좋고, 우리 멕시코 제국도 전략적 이점을 가질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
1847년 여름.
“정부는 뭘 하는 거야? 저 반란군 놈의 새끼들을 그냥 놔두겠다고?”
미합중국 정부는 여러 요소를 고려한 끝에 1848년 6월이 되어서야 남부의 아메리카 연합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여름이 되자 거의 모든 노예주가 아메리카 연합국에 가입했지만, 경계주에선 갈등과 불만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었다.
“우리는 노예도 없는데, 이게 무슨···.”
“그러니까. 동부 노예주 놈들 때문에 우리까지 휘말려야 한다는 거야?”
일찌감치 아메리카 연방에 가입한 버지니아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이 터져 나왔다.
버지니아의 동부지역은 노예주답게 전형적인 남부의 노예주들처럼 노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서부지역은 그렇지 않았다.
버지니아의 서부지역은 노예제도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적었고, 연방주의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무시되었고, 주 정부는 연방을 탈퇴하여 아메리카 연합국에 합류해버린 상태, 불만이 없을 리가 없었다.
“씨발. 우리도 독립해! 너희도 미합중국에 불만이 있어서 정당하게 독립한 거라며? 우리도 버지니아주에 불만이 있다 이거야!”
기어코 사건이 터졌다.
버지니아의 서북쪽 절반이 독립해서 다시 연방으로 합류하겠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미친 소리! 버지니아주는 하나의 국가라고!”
“반란이다!”
당연히 버지니아주 정부는 펄쩍 뛰었다.
“우리가 싫다는 데 누구 마음대로?”
“억압자다!”
두 세력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버지니아 전역을 지배했다.
버지니아주뿐만이 아니었다.
버지니아같이 연방을 탈퇴하고 아메리카 연합국으로 합류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이 있는데 주 정부가 강행한 경우가 있는가 하는 반면, 그 반대의 사례도 있었다.
켄터키주와 미주리주였다.
둘 다 노예주였고, 각각 20만, 10만이 넘는 노예 인구가 존재했으며, 이에 의존하는 농장들도 꽤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들이 더 많았고, 연방이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연방주의자의 세력이 강했다.
인구의 대부분이 반대하는 연방 탈퇴와 연합국 합류를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의미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곧바로 주 정부가 전복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합중국에 남아있겠다는 것은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탕!
“이 개새끼들아! 데려갈 수 있으면 데려가 보던가!”
미합중국은 수정헌법 개정을 통해 노예 해방을 강요했지만, 농장주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멈춰! 우리는 미합중국의 정당한 법을 집행하러 온 것이다! 이 이상 저항해봐야 범법자가 될 뿐이니, 당장 무장을 해제해!”
“닥쳐! 사유 재산을 강탈할 거면! 보상이라도 하던가! 얼마를 주고 사 온 줄 알아?”
탕!
농장주는 하늘로 총을 쏘며 경고했다.
미주리주와 켄터키주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순순히 노예를 내놓는 농장주들도 있었지만, 그 수는 적었고, 대부분의 농장주는 악을 써가며 법을 집행하려는 자들을 막았다.
그런데도 연방은 연방군을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그냥 주 민병대를 소집해서 다 쓸어버려야 합니다.”
“그랬다가는 바로 내전이야.”
직원들까지 죄다 동원했는지 일개 농장 주제에 50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저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간 화약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어휴. 연방 놈들은 뭘 하는 거야. 이런 건 연방에서 처리해줘야지.”
“연방에서 처리해도 내전인 것은 똑같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
북부와 남부의 정부가 직접 군대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주민들의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전쟁 때처럼, 곳곳에서 민병대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총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자기 가족은 자기가 지키는 자경 문화는 일반적이었다.
노예제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충돌은 시간문제였다.
***
“남부에서 가장 먼저 지은 게···. 총도 아니고 철조망 공장이라고?”
“예, 비교적 만들기 쉽기도 하고, 효과가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군사정보국의 보고를 들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수비를 하는 입장인 남부 놈들은 지난 전쟁에서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써먹으려고 하고 있다.
“완전히 개싸움이 되겠군. 하지만 기관총 없이 참호전을 하는 건 무리일 텐데?”
단순히 참호만 파놓으면 무적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 시대 기술로는 참호전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우리 멕시코 제국은 돈을 펑펑 쓰며 더 많은 대포와 개틀링건으로 찍어눌렀지만, 사실 개틀링건 정도의 기관총만으로는 제대로 된 참호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실제로 저번 전쟁에서 참호가 돌파당하거나, 돌파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는데, 당연한 일이다. 아직 무기의 저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멕시코 제국이 현시대보단 한 세대 앞선 무기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1차 세계대전기의 열강과 비교하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데 그 개틀링건도 없이 참호전을 하겠다고?
“주워 놓은 기관총이 좀 있었는지, 프랑스 공화국에 기관총을 제공하고 함께 기관총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총은 몰라도 기관총은 최대한 빠뜨리는 것 없이 회수하라고 지시했었는데, 결국 놓고 온 것이 있었나 보다.
“프랑스?”
“예. 영국에 먼저 접촉했는데, 비협조적이었는지 재빠르게 프랑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합니다.”
“음, 영국은 북부를 지원할 테니, 당연히 비협조적이었겠지. 프랑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테고.”
“예 맞습니다. 프랑스는 굳이 한쪽을 지원하지 않고, 양쪽 모두와 교역하면서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 건설한다는 건가? 프랑스가 그렇게 해줄 이유까지는 없을 텐데?”
“영국에 팔던 목화를 프랑스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조건으로 총기 공장까지 지어준다고 합니다.”
“···화끈하군. 양쪽 다.”
프랑스 공화국은 예전의 성세를 빠르게 회복했다. 기본적인 체급은 어디 가지 않는 데다, 집권 세력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원하긴 했지만, 혁명이 너무 성공적이었지.’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루이 블랑과 동료들이 혁명의 주역이 되어 대통령과 주요 직위를 독점했다.
사회주의자답게 노동자 친화적이었기에 국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고, 당연히 의회로도 대거 진출했다. 덕분에 부르주아들과 보수 세력은 원 역사보다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는 오히려 프랑스 사회의 갈등을 봉합시키는 치료제가 되었다.
‘이거 골치 아프군.’
미국이 회복하는 것을 늦추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더 많은 미국인이 죽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남북 전쟁 자체는 반쯤 필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상자 수는 조금이라도 적었으면 한다.
원 역사의 남북전쟁도 4년이 걸렸는데, 원 역사와 다르게 우리 멕시코에 입은 상처가 낫지도 않았고, 해군까지 빼앗긴 북부가 참호전을 시도하는 남부를 끝장내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까.
“이렇게 되면···. 개입을 할 수밖에 없겠군. 적절한 타이밍에 준비한 작전을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주게.”
“예, 알겠습니다.”
남북 전쟁이 끝나는 시점은 멕시코 제국이 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