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6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66화(166/180)
< 세속화 (3) >
“···정말 할 거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군대가 아니라 군사 정보국이오.”
대지주 안토니오의 말이었다.
그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바예스테로스 대주교가 불안감을 느꼈던 것처럼, 지주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오랫동안 황태자의 행보를 지켜봐 오면서 그 성향과 행동 패턴을 대략이나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면 그다음은 지주들의 차례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지주들을 덮쳤다.
‘안 그래도 황가의 힘이 너무 강한데, 교회까지 없으면···.’
대항할 방법을 완전히 잃게 된다. 그런 두려움이 무모해 보이는 계획에 동참하게 했다.
바예스테로스 주교는 안토니오의 반응에 놀랐다.
“그 말씀은?”
“예. 동참하겠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포섭할 때 좀 더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겠군요. 정보국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게 끝장입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중앙 정계에서 지주들이 지원하는 지주파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지주들의 영향력은 겨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적어도 중앙 멕시코에서만큼은 교회와 지주가 힘을 합하면 지방을 통째로 장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제가 계획에 동참할만한 지주들을 모아볼 테니, 이 근처는 제게 맡기시면 됩니다. 더 많은 지방이 참여할수록 거사의 확률이 올라가니, 최대한 많이 포섭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지방의 대지주분들도 동참했다는 것을 알면 설득이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그에게 황가는 오래전부터 적이나 다름없었다.
안토니오는 지주 중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 지주파와 황제파와는 한때 보수파로 같이 묶였던 사이지만, 사실 황제파는 전혀 보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공화파보다도 진보적인 것이 황제파, 아니 황태자였다.
그는 평소에도 황가에 대항하는 것을 꿈꿔왔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바예스테로스 대주교에게 조언했다.
“북부 영토, 그리고 중부에서도 수도와 모렐리아, 그리고 라스 트루차스 지방에서는 지주들에게 접선 시도조차 하지 마십시오. 곧바로 정보가 흘러나갈 겁니다.”
북부 영토는 현 황제가 청소년이었던 시절부터 공을 들여 개발한 곳이다. 지주들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며, 자영농이 주류를 이루는 곳이니, 이런 곳은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바로 정보 유출이다.
황가가 꽉 쥐고 있는 중앙군은 물론 두려운 상대지만, 멕시코 중앙 지방들이 일제히 봉기하고, 대영제국과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원까지 받는다면 승산은 꽤 높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나 험난하다는 것.
지주라고 다 이런 위험한 반란에 참여할 정도로 강심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심정적으로는 반란을 하는 사람들의 편이었지만, 실제로 동참하진 않을 것이다. 거기까진 괜찮다.
더 문제는 대의에 동참하라는 권유를 받자마자 황가에 정보를 팔아먹고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자들이 무조건 나오리라는 것이다.
‘황가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지.’
정보가 유출되면 봉기를 해보기도 전에 끝장날 수 있다. 꼬리를 자른다고 하더라도 인근 지주들은 겁을 먹어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멕시코에서 손에 꼽히는 대지주인 안토니오의 가문이 합류하고, 계획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
과나후아토 교구의 사제인 알레한드로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해망상이려니 했지만, 그의 직감은 맞아떨어졌다.
일부러 여러 갈림길을 지나왔건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 때, 마주오던 검은 인영이 대뜸 알레한드로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제님, 저 이그나시오입니다.”
뒤쪽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던 알레한드로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익숙한 얼굴에 이내 낯빛이 조금 밝아졌다.
이그나시오는 오랜 시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신부였다.
“음? 이그나시오 신부, 자네가 여긴 어쩐 일로?”
그가 자신의 교구를 벗어나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그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설마 그새 생각이 바뀌었나?’
가까이 다가온 이그나시오 신부가 작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신부님에게 꼬리가 붙은 것 같습니다.”
“꼬리라니?”
“최근, 주요 신도들에게 정보를 캐려는 시도가 포착되었습니다. 그게 딱 신부님께서 우리 교회에 다녀간 날짜부터입니다.”
“···그게 사실인가?”
정말로 정보국 요원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설마 벌써 나한테까지 요원을 붙였다고?’
뒤따라온 이그나시오 사제에 의하면, 요원들은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조사했고, 대화 내용도 캐내려 했다고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레한드로가 지방을 돌아다니는 진짜 목적을 캐내려는 듯했다.
대주교, 주교도 아닌 사제한테까지 요원들을 붙이다니. 알레한드로 신부는 소름이 돋았다. 멕시코 가톨릭 전체의 수장인 대주교는 한 명이고, 각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는 100명이 좀 넘는다, 하지만 일반 성직자인 사제는? 무려 수천 명의 사제가 이 멕시코 제국에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정보국인 것 같군. 나한테까지 사람을 붙일 정도면 그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 모양이야.”
“그런···. 하긴, 그 엄청난 예산 규모에 모두가 경악하지 않았습니까.”
알레한드로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반란을 모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다.
‘놈들을 어떻게든 따돌려야 해. 안 그러면 큰일 날 것 같은데···.’
하지만 정보국 요원들은 전문가인데다, 절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알레한드로는 초조해져만 갔다. 알레한드로 신부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이그니시오 신부가 말했다.
“신부님, 이렇게 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오, 어떤 방법인가?”
“일단, 변장을 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기차역 대신 한적한 곳에서 역마차를 타시고요. 제가 역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기차의 시대가 오고 예전 같진 않지만, 멕시코 제국은 넓었고, 기차가 모든 마을까지 가지는 않았다. 리오스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역마차 사업체들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그니시오 신부의 제안을 들은 알레한드로의 눈이 반짝거렸다.
“훌륭한 제안이오. 그렇게 하면 녀석들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겠구려.”
“예, 역마차는 대로를 피해 시골길로 우회할 것입니다.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안전할 겁니다.”
알레한드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변장 준비에 들어갔다. 성직자 복장을 벗고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가짜 수염을 붙여 얼굴을 가렸다.
‘이 정도면 알아보지 못할 거야.’
그는 자기 모습에 만족하며 살며시 웃었다. 숙소 뒷문으로 나와 이그나시오가 준비해준 역마차에 몸을 실었다.
“멕시코시티로 출발해 주시오. 절대 큰길로 가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역마차는 압도적인 점유율 1위인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역마차 서비스를 이용했다.
말채찍이 공중을 갈랐다. 역마차는 시골길로 방향을 틀어 나아갔다. 덜컹거리는 차체에 몸을 맡기며 알레한드로는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후유···. 이제야 안심이 좀 되는구만.’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과 초록의 숲이 지나갔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자 마음마저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멕시코시티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의문의 인영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탄 사내 몇 명이 역마차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쓰고 있는 모자며 복장이 뭔가 불길했다.
‘설마···. 정보국 요원들?!’
차가운 식은땀이 알레한드로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변장하고 시골길로 향했건만, 저들은 자신을 쫓아온 모양이었다.
“제기랄! 어떻게 찾아온 거지? 마부 양반, 속도를 높여주시오!···어어? 속도를 왜?”
순간 알레한드로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마부는 속도를 높여달라는 요청을 받고, 오히려 속도를 늦췄다. 그제야 알레한드로 사제는 깨달았다.
정보국의 감시망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치밀했다. 이런 정보전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의 요원들이, 한낱 사제의 꾀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정보국 요원들의 말발굽 소리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알레한드로는 이를 악물며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다.
“주여, 부디 저를 지켜주소서. 이 위기의 순간에 힘을 실어주시고, 억압자의 손아귀에서 구해주소서···”
***
“기껏 국교의 지위를 보전해줬건만, 결국 반란이라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군사 정보국은 반란의 낌새를 탐지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것과 다름없는 시도였지만 세상에는 그걸 진짜 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참으로 어리석어. 그냥 받아들이면, 여태까지의 모든 죄악을 덮고 넘어가려 했건만···.”
성직자들의 법적 특권을 폐지한다고 명시한 것은 이전의 죄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는 암묵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성직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교회법(Canon law)에 의해 세속 재판이 아닌 교회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성직자 특권(Fuero eclesiástico)을 가지고 있었고, 당연하지만 그 교회 재판이라는 것은 성직자들에게 아주 유리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특권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있었다. 페온 제도처럼, 수백 년간 내려온 일종의 관습일 뿐, 법으로 정해진 명시적 특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태까지 그 특권 아래에서 저지른 모든 죄를 다 꺼내 성직자들을 철저하게 단죄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이 봐준 것이다.
“폐하의 은혜를 입을 자격도 없는 자들입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그래.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 그렇게 해 줘야지.”
내 차가운 말에, 이번엔 군사 정보국의 리카르도 국장이 대답했다.
“철저하게 분쇄하겠습니다, 폐하.”
“믿겠네.”
정보국은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성직자들, 그리고 그들과 만난 자들 위주로 조사하고 있었다. 성직자들은 매우 정형화된 행동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작업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기회 삼아 내게 이를 드러낸 성직자, 지주, 장교들을 제거해야 한다.
“전에 지시하신 대로 온건한 성향의 성직자들에게 미리 접촉해서 경고와 회유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성과가 나오는 대로 상세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폐하.”
“그래.”
멕시코 대교구의 바예스테로스 대주교가 황제에게 대항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모든 성직자가 순순히 따르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지주들도 다 반란에 참여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성직자들도 각 교구, 그리고 교구 내에서도 교회별로 의전이 다를 수 있었다.
멕시코 가톨릭이 썩은 구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범적인 성직 생활을 하는 사제들도 많다.
애초에 수천 명이 넘는 멕시코의 사제들이 다 대농장을 소유하고, 저택에서 페온을 거느리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교급 정도 되면 모를까.’
숫자로 따지면 부패한 성직자보다 모범적인 성직자가 더 많다. 그들은 앞으로도 우리 멕시코 제국의 신앙을 지킬 것이다.
새 시대로 나아갈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