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6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67화(167/180)
< 세속화 (4) >
누에바그라나다의 항구도시, 카르타헤나시에서 일어난 혁명은 곧 내전이 되었다.
카르타헤나주의 주지사이자 최대 지주인 호아킨 포사다 구티에레즈는 분노하여 군대를 조직해 카르타헤나시의 ‘자유 시민연합’라는 이름의 혁명군을 공격했지만, 이미 시민 대부분이 혁명군에게 가담한 상황이었다.
결국 카르타헤나시를 탈환하지 못한 구티에레즈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수개월이 흘렀다.
혁명군은 점점 더 강해졌다.
다른 지방에서도 혁명군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지방의 지주 놈들도 여기 지주 놈들이랑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어.”
“으음? 그러면 거기서 저항을 해야 할 텐데, 여기까지 와서 도와줘도 되는 건가 ?”
“저항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이 도시의 절반만 한 도시도 없거든. 지주 세력에 저항할 힘이 부족하다는 소리지.”
누에바그라나다가 남의 전쟁에 참여했다가 민심과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자, 지방 권력자들이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한 것은 동부지역 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주의 권력자들이 본인들만의 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헛된 마음을 품었으니, 그 지방에 사는 자유인들의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누에바그라나다의 도시는 몇몇 항구 도시와 수도를 빼면 지주 세력에 대항할 만한 힘이 없다는 것.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가장 큰 도시이자, 가장 성공적으로 지주에게 대항 중인 카르타헤나시의 혁명군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그 설명을 들은 혁명군 소속 카르타헤나시 토박이는 생각했다.
‘잠깐, 그렇다는 건, 카르타헤나 주를 전부 장악하더라도 거기서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주까지 진출해주길 바란다는 건데···.’
눈앞의 동지에게 차마 말은 못 하겠으나, 일이 너무 커지는 느낌이었다.
지난 몇 달간의 치열한 전투로 카르타헤나 주의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이다.
동지 중 무역업을 하던 이가 있어 멕시코 제국의 구형 무기들을 값싸게 사 올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자금은 구티에레즈와 기타 카르타헤나 주 지주들의 창고에서 나왔다.
지주들의 재물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소리를 했다.
– 이 개새끼들은 이렇게 풍족하게 살았으면서도 만족을 못 하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만들려고 했단 말이야?
멕시코 제국에서 사 온 무기들은 구형이긴 하지만, 지주들이 주로 가지고 있던 미국제 무기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혁명군의 전력에 지주들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개새끼들, 끝까지 지원을 안 오겠다 이 거지?”
구티에레즈는 이를 박박 갈았다.
동부 연합이 결성되고, 회의에서 대통령으로 내정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미래는 휘황찬란 영광으로 빛나고 있었건만, 겨우 몇 달 만에 그의 상황은 시궁창에 처박혔다.
“내가, 우리가 패배하면 너희는 안전할 줄 알아?”
그가 이끄는 카르타헤나 주 지주연합은 여러 주가 모인 동부 연합에서 왜 그가 대통령으로 내정되었는지, 그 힘을 똑똑히 보여줬다.
수상할 정도로 잘 무장한 수천 명의 혁명군을 상대로 몇 달이나 버틴 것이 그 증거였다.
동부 연합의 다른 지주들이 도와주기만 했으면 진작에 혁명군을 분쇄했으리라. 하지만 명색이 ‘연합’이라는 작자들은 지원군을 보낸다고 말만 할 뿐, 실제로는 보내지 않았다. 그들은 남 일 보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
동부 연합 지주들은 새로 건국하기로 했던 국가의 대통령으로 내정되었던 자가 몰락하는 꼴을 지켜보며 힘을 비축했다.
구티에레즈와 카르타헤나 주의 지주들이 무너지는 순간 동부 연합군을 구성해 혁명군을 공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역겨운 자식들. 내가 네놈들 생각대로 해주나 봐라. 다 실어!”
구티에레즈는 미련을 버렸다.
혁명군만큼이나 동부 연합의 지주들이 미웠기에, 그는 더 싸우지 않고 남은 재산을 다 싸 들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혁명군에게 많은 재산을 잃었지만, 동부 연합에서뿐만 아니라 누에바그라나다 전체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그의 재산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어딜 가도 가문을 재건할 수 있을 정도로.
“출발하게. 아르헨티나로.”
“예! 출항하라!”
사실 이민을 하려면 멕시코 제국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지만, 거긴 싫었다.
혁명군 놈들은 말은 자기들의 운명은 자기들이 결정하고 싶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들 멋대로 멕시코 제국에 합류해서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속셈이라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멕시코 제국은 혁명군 놈들에게 구형 무기를 팔아주기도 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내전 중이니, 갈만한 곳이···.’
결국 후보는 둘이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구티에레즈와 그를 따르는 지주들의 선택은 아르헨티나였다. 같은 언어인 데다 인구가 적어 아직 기회가 많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멕시코만큼은 아니지만, 이민자들에게 꽤 인기 있는 국가였다.
그렇게, 혁명군을 붙잡아두던 카르타헤나의 구티에레즈와 지주들이 떠났고, 혁명군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
멕시코 제국의 대지주, 안토니오는 성실하게 돌아다니며 지주들을 설득했다.
그의 전략은 간단했다.
황제파로 전향하지 않은 지주들이라면 누구나 쌓여있는 분노를 자극해서 터뜨리는 것이다.
분노와 증오라는 강력한 감정이 아니라면 이 멕시코 제국에서 반란이라는 미친 짓을 하자고 설득하기는 정말 힘들었다.
“예전에는 아시엔다에서 무슨 일을 하건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래. 그랬던 때가 있었지. 요즘엔 무슨 일이 있으면 경찰 놈들에게 쪼르르 달려가니, 배가 불러서 미친 거지.”
멕시코 제국이 발전하며 지주들도 물질적으로는 더 잘살게 되었다. 각종 농기구와 농기계들, 댐과 관개시설의 힘으로 농장의 효율과 수확량은 급격히 올랐다.
인구가 급증하며 농산물의 수요도 급증했으나, 아쉽게도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수요가 증가한 것 이상으로 공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폭락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지주들의 소득은 확실히 증가했다.
소득뿐만이 아니었다. 지출에서도 전에는 없던 과일과 같은 각종 식품, 다양하고 품질 좋은 의복, 외국에서 수입해야만 했던 사치품 등 각종 분야에서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주는 예전을 그리워했다. 그들의 가문은 독립 전부터 수십 년, 혹은 수백 년간 지주였으며, 그 당시에는 작은 영주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것이 바뀐 것은 독립 후 철도가 깔리고 멕시코 제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이 전국에 미치기 시작하면서였다.
“그 철도나 각종 부동산 정보도 자기들끼리만 공유하지 않던가. 그러면서 정의로운 척은 다 하는 것을 보면 참 어이가 없네.”
“내 말이 그 말이네. 수도도 아니고 모렐리아에 떡하니 대학을 짓는 것 봤나? 그 뒤로 그 주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지?”
“그래, 그런 것들을 국민들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야. 그야말로 돈에 미친 것이 저 황제 놈 아닌가. 그러면서 뭐?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했으니 재산을 빼앗겠다고? 이게 말이 되나?”
안토니오의 수법은 교묘했다. 황제에 대한 분노를 세속화법에 대한 분노로 이어 붙인 것이다.
“말이 안 되지! 결국 황제와 황제파 놈들의 배만 불려 줄 것 아닌가.”
교회가 가진 거대한 농장에는 엄청난 수의 페온이 딸려있었다. 보나 마나 황제는 페온들을 전부 풀어주고 기존 국영 농장들처럼 대량의 농기계를 도입해 운영할 것이다.
그러면 농장에서 풀려난 인력들은 자연스럽게 노동자가 될 텐데, 그 수혜자는 기업들이었다.
“그래. 황제가 가장 큰 이득을 챙기고, 그다음이 황제파 놈들이겠지.”
황제파 인사들은 대부분 지주 출신이었고, 지금도 지주지만, 황제의 강력한 권유 아래 사업과 투자 활동을 시도하고 있었다. 멕시코 산업계의 인력 부족 현상은 이미 만성화된 지 오래여서 지주들도 잘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게 결국 황제와 황제파 놈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거군.”
지주파도 그들을 따라 투자 활동을 시도해봤지만 투자 수익률은 처참했다. 정보나 노하우 면에서 아주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도한 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자, 안토니오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교회 특권도 법안 하나에 날려버릴 수 있는데, 페온 제도라고 안 없애겠나? 없애면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텐데?”
페온이 없다면 정당한 임금을 주고 농장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이는 농기계를 더 도입해도 똑같다. 결국 지주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겠지. 그놈이라면 그럴 거야.”
안토니오의 치밀한 빌드업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지주는 당장 자기 일이 아님에도 분노했고, 심지어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 느꼈다.
설득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겁이 많거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득 대상을 아주 신중하게 골랐기에 정보가 유출되는 불상사는 없었다. 반란에 동참하지 않았어도 지주는 지주다. 황가와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똑같았고, 심정적으로는 교회의 반란을 응원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기로 한 것이다.
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도 한 명을 설득한 안토니오는 계획이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
“슬슬 시간이군. 작전을 시작하게.”
황제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으나, 방 안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군사 정보국의 국장, 그리고 여러 명의 장군이 전쟁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긴장한 채 명을 받들었다.
척-
“음.”
모두가 칼 같은 타이밍에 절도 있게 경례했고, 황제도 경례를 받아주었다.
몇 분 뒤, 전국에 깔린 전신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딸깍.
규칙적이고 빠른 템포로 전신기 키가 두드려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용은 ‘-.-. .- … – .. –. —’
‘Castigo(징벌)’
작전을 실행하라는 신호였다.
1848년 4월 31일 새벽 2시.
반란군의 거사 일이 겨우 하루 남은 시점이었다.
성직자들은 너무 급하게 움직였다.
실시간으로 재산이 몰수당하며, 그들의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급하게 움직이느라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정보를 유출해버렸다.
정보국 요원과 군인들이 여러 지주의 저택을 습격했다.
쾅-
쐐애애액-
쾅! 콰쾅!
두꺼운 철장으로 되어있는 정문, 그리고 그 일직선에 있던 저택의 현관문이 단박에 박살 났다.
-허억!
안토니오는 새벽에 터져 나온 거대한 포격음에 혼비백산하여 깨어났다.
“뭐, 뭐야?”
당황한 것도 잠시, 누군가가 저택으로 진입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한 명이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 명이 그의 저택에 침입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안토니오는, 창밖을 살폈다.
그 순간이었다.
탕! 타타탕!
총격전이 벌어졌다.
안토니오의 부하들이 뒤늦게 정체불명의 세력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불빛이 비치며,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군대였다.
그것도 지방군이 아닌, 중앙군.
그들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타타타타타탕!
총알의 비가 매섭게 쏟아졌고, 안토니오의 부하들이 죽어 나갔다.
‘미친.’
안토니오는 창문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거사 일이 하루 뒤였으니 무기와 병력을 구해놓긴 했지만, 이 저택에 있는 것은 일종의 장교 역할을 해줄 직속 부하들 뿐이었다.
창고에 대량의 무기가 있었으나, 그건 오히려 반란의 증거가 될 터.
터벅, 터벅, 터벅.
병사들이 저택의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 여보.”
아내가 불안에 떨며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 보챘지만, 안토니오도 딱히 답이 없었다.
이 야심한 새벽에 습격당했는데, 뭘 한단 말인가.
반란을 준비해왔으니, 저택의 문도 보강하고 보안도 철저하게 했었거늘,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안토니오는 정신이 아늑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씨발. 경비 놈들은 대체 뭘 한 거야. 갑자기 대포를 쏘는 게 말이 돼?”
경비들은 성실하게 일을 한 죄로 정보국 요원들에게 암살당했으나, 안토니오는 그들에게 화풀이했다.
안토니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창문 근처를 서성이기만 하던 그때, 침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안토니오 가브리엘 데 라 크루스 산타마리아(Antonio Gabriel de la Cruz Santamaría)! 널 반역 혐의로 체포한다! 이미 증거가 나왔으니, 헛짓거리하지 말고 엎드려!”
“···씨발.”
그의 헛된 꿈은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렸다.
안토니오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설득한 이들을 포함해 여러 지주, 성직자들, 군 장교들도 새벽에 일제히 기습당해 반역 혐의로 체포되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이어진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정보국이 미리 조사한 대로 멕시코 중부의 무려 8개에 달하는 주에서 반란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중 단 한 곳도 봉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5월 1일 아침.
명단에 없던 단 한 곳.
황제와 정보국마저 놓친 곳이 있었다.
멕시코 제국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