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69)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69화(169/180)
< 세속화 (6) >
“거절하지.”
사내는 냉정했다.
“거절이라니? 당신들이 꼬드겨놓고, 말이 다르지 않소.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물자를 준다며?”
사내는 흥분하여 따지는 멕시코 제국 반란군 놈을 보며 픽 웃었다.
“그러는 당신은 최소 5개 주가 반란에 동참할 거라고 하지 않았소? 당신들도 말이 다른데 우리라고 약속을 지켜야 할 이유는 없지.”
소령은 뺀질거리는 영국 놈의 코를 뭉개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영제국과 오스트리아 제국은 동맹으로서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상 놈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원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도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겠지. 당신들이 멕시코 제국의 반란을 지원했다는 폭로가 전 세계를 강타할 거요. 감당할 수 있겠소?”
사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물증도 없는 주장 따위, 묵살하면 그만이야.”
“하, 그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게 통하는 것은 당신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국가들이겠지. 멕시코 제국은 그렇지 않으니 지금 이렇게 반란까지 지원하는 것 아닌가? 물증이 없어도 멕시코 제국은 여러 증언을 교차검증할 거고, 당신들이 부추겼다는 것을 확신할 거요. 그 증언들은 동맹국인 프로이센 왕국, 그리고 기타 유럽 국가들에도 흘러 들어가겠지.”
소령의 말은 그럴듯했다. 그렇게 되면 평판이 더럽혀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더럽혀진 평판은 언젠가 업보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대영제국이었다.
“흠, 그 정도는 감수하도록 하지.”
“···그걸 감수하겠다고?”
“그렇소.”
소령의 주장이 그럴듯하다고 하더라도, 대영제국에는 그리 위협이 되는 협박은 아니었다. 심증 따위가 무서웠으면 사략선 면허 발급 같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행할 엄두도 못 냈을 거다.
속으로는 영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건, 직접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었고, 멕시코 제국과는 이미 적국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상관없었다.
소령에게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패가 없었다. 소령이 입을 다물자, 사내는 흡족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신 이렇게 하지. 지금 베라크루즈 항구에 입항해있는 우리 무역선들을 당신들이 압류하는 거요.
“···압류라고?”
“그래. 거기엔 멕시코 제국과의 교역 물품도 있지만, 미합중국에 비싸게 팔아넘길 예정이었던 무기들도 들어있소. 그걸 당신들이 전부 압류하시오. 대신, 우리가 이에 대해 멕시코 제국 정부에게 정식으로 항의해도 어떤 해명도 하지 마시오.”
소령은 사내의 제안이 무슨 의미인지 즉각 파악했다.
비열한 제안이었다.
멕시코 제국의 반란군이 대영제국 상인들의 물자를 강탈했으니, 멕시코 제국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원래 계획대로 물자를 지원하면서 명분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물자를 빼앗긴 대영제국이 항의하고, 멕시코 제국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반란군을 다 잡아들인 후 최후의 순간에 폭로가 나와도 영국이 항의했을 당시엔 아무 해명도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강요된 증언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멕시코 제국이 영국을 비난하기는커녕, 영국이 멕시코 제국을 비난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물자의 값에 더해 배상금까지 물어줘야 할 수도 있었다. 반란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멕시코 제국에 짐이 될 것이다.
소령도 그의 조국이 싫어서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황제가 지금 실행하는 개혁, 그리고 미래에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수많은 개혁이 싫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반란을 일으킨 이상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그러려면 영국과 오스트리아의 물자가 필요했다.
소령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 시간을 더 줄 수 있겠소?”
“내일 이 시간까지 시간을 주지.”
단 하루의 시간.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긴 시간은 아니었다. 소령은 늦은 시간에도 산타 안나의 저택을 찾았다.
“수락하게.”
소령의 걱정이 무색하게, 산타 안 나는 소령의 말을 듣자마자 결정했다.
‘···이렇게 고민 없이 결정한다고?’
그가 나라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견까지 전달했음에도 한 치의 고민도 없었다.
소령은 미약한 실망감을 느끼며, 결정을 전달했다.
그 물자가 있어야 군대를 먹이고, 더 모집할 수 있었다.
***
“반란군에게 물자를 빼았겼다라, 이걸 누가 믿겠습니까? 누가 봐도 우리를 견제하려고 반란군에게 물자를 준 거 아닙니까!”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놈들의 의도가 어떻든, 반란군이 대영제국과 오스트리아 제국의 배를 점거하고, 물자를 가져간 것은 목격자가 많습니다. 두 국가에서 정식으로 항의했으니, 우리도 대응해야 합니다.”
외교부 관료들은 대영제국과 오스트리아 제국의 갑작스러운 항의에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이런 헛짓거리를 더 이상 못하게 베라크루즈 항구를 봉쇄해야 합니다.”
제국의 함대는 반란군에게 넘어가지 않았으니, 봉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후폭풍이 좀 있을 것이다.
“무역에 차질이 좀 있겠군요.”
“당분간은 그렇겠지만, 제4 조선소가 있는 캄페체(Campeche)와 제6 조선소가 있는 탐피코(Tampico) 등으로 분산시키면 곧 정상화될 겁니다.”
두 도시도 조선소를 건설하며 항구 전체를 증축하거나 새로 건설한 탓에 멕시코 제국에서 중요한 항구로 기능하고 있었다.
“···대영제국과 오스트리아 제국의 항의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무역보단 이 항의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욱더 문제였다. 무역 문제는 외교부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처리할 것이다.
외교부 대신이 결단을 내렸다.
“억울하지만, 일단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와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는 것으로 하지.”
영국과 오스트리아가 의도적으로 물자를 반란군에게 넘겨주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현 상황에선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황제는 외교부의 제안을 허가했다.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했으며, 그와 함께 무역선은 베라크루즈가 아닌 캄페체와 탐피코로 향할 것을 당부했다.
제국의 함대는 베라크루즈 항구 방어 시설의 사거리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채 항구를 봉쇄했다.
마음을 먹는다면 해안 방어시설을 무력화하고 항구에 진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가 파괴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베라크루즈를 철저하게 고립시켜. 쥐새끼 한 마리도 못 들어가도록.”
“예!”
바닷길뿐만이 아니었다.
황제의 군대는 철도는 물론이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길목까지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이미 망한 반란 아닙니까? 거기에 합류할 사람이 누가 있다고 이런 산골의 길까지 지킨답니까.”
어느 병사는 이해를 못 하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며칠째 사람은 비슷한 것도 보지 못했다. 슬슬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이미 다른 곳에선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잖아.”
“그래. 세상엔 이해 못 할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법이야. 선임들도 가만히 있는데 조금 힘들다고 불평이나 하는 너처럼 말이지.”
고참병사가 싸늘하게 말하자, 정신을 차린 신참병사가 놀라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산타 안나 장군의 ‘베라크루즈 계획’이 멕시코시티와 인구가 많은 몇몇 도시에 퍼지자, 놀랍게도 그 뜻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가톨릭도 엄연히 종교인 만큼 광신자들이 존재했다. 소수도 아니었다. 그들은 황태자 시절부터 교회도 거의 나오지 않던, 불신자 황제가 교회를 탄압한다는 성직자들의 선동에 속아 넘어갔다.
성직자들이 부패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꺼이 반란이라는 미친 짓에 가담하는 이들을 보는 것은 상당히 기괴했다.
“어? 어어?”
“또 뭐?”
잠시 조용했던 신참이 얼빠진 소리를 내자, 고참이 짜증을 냈다.
“저, 저기 300명 규모의 사람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벌떡-
편하게 누워서 쉬던 고참들이 벌떡 일어났다.
“삼, 삼백 명? 무기는?”
“무기도 있습니다!”
“제길! 소대장님!”
고참은 소대장에게, 소대장은 중대장에게 그들이 지키는 길목으로 무기를 지참한 채 올라오는 무리의 존재를 알렸다.
“광신도 계열인가? 아니면 지주 쪽?”
“표정을 보면 지주 쪽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광신자들만 반란에 합류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 아시엔다의 농민들을 동원한 중소형 지주들도 있었다.
얼마 전, 그들도 참여했던 ‘징벌’ 작전은 반란에 동참한 각 주의 거물들을 잡아들이는 작전이었다. 거물이란 대지주나 주교급 인사들을 뜻했다.
평시의 중앙군에겐 수천 명이나 되는 사제와 지주들을 한 번에 다 잡아들일 역량까지는 없었다.
원래라면 ‘징벌’ 작전 이후 반란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체포하는 작전이 실행되었어야 했으나, 예상치 못한 베라크루즈의 반란으로 계획이 무너지고 말았다.
반란을 진압할 징집이 실행되는 동안, 중앙군 중 절반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체포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베라크루즈를 고립시키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제가 내려가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니, 자리를 지키게. 놈들이 과연 베라크루즈가 봉쇄된 것을 몰랐을까? 총까지 들고 온 놈들이야.”
중대장은 혼자 가서 말로 잘 타일러 보겠다는 소대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 길목을 지키는 중대의 병력은 200명.
반면 적은 300명이었다.
소대장을 함부로 내려보냈다간 소중한 장교를 잃을 수도 있었다.
“신참 한 명, 그리고 적당히 짬 먹은 믿음직한 병사 한 명 골라서 중대 쪽으로 상황을 알리고 지원 요청해.”
“예!”
1소대장은 곧바로 두 명을 골라 중대로 보냈다. 이로써 병사 198명, 장교 5명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베라크루즈로 향하려는 정체불명의 무리도 그들을 확인했다. 그들이 다가오자, 중대장이 외쳤다.
“거기! 멈춰! 베라크루즈는 봉쇄되었으니, 돌아가시오!”
중대장은 배에 힘을 주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으니, 이 거리에서 못 들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멈춰서 숙덕거릴 뿐 대답이 없었다.
대열의 뒤쪽에 위치한 한 남자가, 그들 중대의 인원수를 가늠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확률을 높여갔다.
“—!”
거리가 좀 있어 잘 들리진 않았지만, 인원수를 가늠하던 자가 뭔가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에 따라 놈들의 대형이 달라졌다.
산길에서 벗어나, 산의 숲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노, 놈들이 엄폐하고 있습니다!”
소대장이 말하지 않아도 잘 보였다.
곤란했다.
적의 수가 더 많지만, 이쪽은 고지를 점령하고 있고, 무기와 훈련도가 좋다는 압도적인 어드벤티지가 있다. 하지만 산으로 산개해서 엄폐한 채 올라온다면? 난전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다고 문답 무용으로 사격을 개시할 수는 없었다.
중대장은 황급하게 경고했다.
“멈춰! 셋을 셀 동안 멈추지 않으면 쏘겠다! 멈춰! 삼!···이!···일!”
적은 멈추지 않았다. 길의 양옆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중대장은 결단을 내렸다.
“제길! 사격 개시!”
“···사격 개시!”
탕! 타타타타탕!
오악사카(Oaxaca)와 베라크루즈 사이에 위치한 시에라 마드레 델 수르(Sierra Madre del Sur) 산맥의 한 산길.
여기까지 지켜야 하나 싶었던 그곳에서 기어이 전투가 일어났다.
전투는 중대가 제때 지원을 온 덕에 승리했으나, 베라크루즈 주로 가는 모든 길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소장인 산타 안나 장군의 군대는 징집병까지 포함해 18,000명 규모의 사단이었으나, 3주가 지나자 25,000명으로 불어났다.
반란군으로 합류하려던 수천 명을 길목에서 사살하거나 체포했음에도 7천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5월 25일.
멕시코시티에서 10만 명의 추가 병력이 출발해 베라크루즈를 봉쇄하던 7만 5천의 병력과 합류했고, 토벌군이 베라크루즈 주를 신속하게 탈환하기 시작했다.
이제, 산타 안나는 독 안에 든 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