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7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70화(170/180)
< 세속화 (7) >
“지금부터 모든 병력과 물자를 움직일 준비를 하게. 일주일 안으로 베라크루즈 시를 떠나야 하니.”
모든 장교를 소집해놓고 산타 안나 장군이 꺼낸 말은 충격적이었다.
좌중이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최선임자인 모레노 대령이 입을 열었다.
“우리의 유일한 기반이 이 베라크루즈 시인데 여길 떠나겠다니, 저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설명을 좀 더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멕시코 제국 최대 항구 도시이자, 경제 규모와 인구로만 봐도 수도 다음가는 도시가 베라크루즈 시다. 그런 곳을 포기하고 떠나자니?
그 당황스러운 반응을 예상했던 산타 안나는 시나를 피우며 차분하게 물었다.
“대령. 자네 생각엔, 지금 이대로 있으면 어떻게 될 것 같나?”
18만에 달하는 중앙군이 베라크루즈 주 전체를 포위했다. 그들은 베라크루즈 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며 그들을 천천히 조여오고 있었다.
방어를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이 가진 3만 명도 안 되는 병력으로는 베라크루즈 주 전체를 막으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베라크루즈 주의 면적은 무려 7만 제곱킬로미터로 어지간한 소국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대령이 말을 고르고 있자, 산타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여기 베라크루즈 시에서 방어전을 하게 되겠지. 아무리 참호전이라도 겨우 이만 팔천으로 18만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 승산이 없는데 저항하는 것은 애꿎은 사람만 더 죽게 만드는 꼴 아닌가. ”
산타 안나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너무 적나라한 그의 말에, 장교들은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희망을 봤네. 멕시코 제국이 베라크루즈 전체를 철통같이 봉쇄하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틈을 찾아내 우리에게 합류한 애국자들을 보게. 그들이 우리의 희망이야.”
무리하게 징집하지 않았음에도 산타 안나의 군대는 2만 8천까지 불어났다. 신앙심의 힘, 그리고 기득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분노와 원한은 그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합류하는 인원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거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방법 단 하나. 멍청한 중앙군 놈들이 봉쇄한답시고 병력을 흩뿌려놓은 지금 일점돌파하고, 게릴라전을 시도하며 최대한 넓은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병력을 받아들이는 거네. 그래야만 승산이 있어.”
그제야 장교들은 산타 안나의 주장을 이해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 시에도 병력을 어느 정도 남겨놔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진 유일한 항구 도시입니다.”
“베라크루즈는 잊어. 이미 항구는 봉쇄되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영국과 오스트리아는 우리에게 더 투자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우리가 여기를 빠져나가서 승산을 조금이라도 보여줘야 더 투자할 가능성이 있을 걸세.”
산타 안나의 승부사 기질은 도박장에서는 최악 도박꾼이 되게 만들었지만, 지금 여기서 만큼은 그의 전략적 능력과 결합하여, 돌파구를 마련하도록 도와줬다.
“우린 이길 수 있네. 나와 함께 계획을 꾸렸던 이들은 멍청하게 봉기도 못 해보고 잡혔지만, 아무리 정보국과 중앙군이라도 해도 그 많은 지주와 사제들을 한 번에 다 잡아들일 수는 없었을 거야. 지금도 체포 작전이 진행 중이겠지. 지금부터 우린 베라크루즈를 빠져나가서, 그들을 돕고 우리에게 합류시키는 거야. 우리의 세력이 불어나면 영국도 우리를 다시 볼 거고, 그들의 지원을 받으면 정말 싸워볼 만 할 거야.”
산타 안나 장군에겐 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계획이 있었다. 잠시 의문을 가졌던 모레노 대령도, 산타 안나에게 조금 실망했던 디아스 소령도 다시 그를 믿게 되었다.
“알아들었으면 바로 작전을 준비하게.”
“예!”
장교들의 우렁찬 대답 소리에 산타 안나의 저택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 참, 이동 중에 위험할 수 있으니, 레안드로 님과 그 가족들은 마차에 태워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장군님.”
***
1848년 5월 26일.
베라크루즈 주 초입에 설치된 2군단 임시 작전본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긴급한 소식이 날아들어 왔다.
“산타 안나가···군대를 데리고 베라크루즈를 떠났다고 합니다.”
“뭐? 그럴 리가. 다시 확인해봐!”
“정말이라고 합니다! 해군 측에서도 군대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해 줬습니다.”
정보를 확인하기 무섭게, 다음 정보가 들어왔다.
“북쪽입니다! 산타 안나가 북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북쪽? 하필···.”
포위망이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 참모들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쪽을 포위한 사단에서 불길한 소식이 전신을 타고 전해졌다.
“6사단에서 전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적의 병력 규모는 2만 8천!”
“제길. 그 새 3천이 더 늘었나. 북쪽의 사단들은 최대한 빠르게 지원을 하러 가도록 하게.”
6사단은 만 팔천 명 규모였다. 아무리 중앙군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숫자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산타 안나의 군대는 잘 무장한 데다가 영국과 오스트리아의 물자까지 지원까지 받았으니 무장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힘들었다.
“산타 안타의 군대가 방어선을 돌파했습니다! 6사단은 궤멸적 피해를 입고 물러났습니다.”
“···기어코.”
로메로 중장은 자책했다. 1군단이 멕시코 중부 전역에서 반란자들을 체포하고 있는 와중에, 산타 안나를 토벌하는 토벌군의 총지휘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였다. 2군단장인 그, 그리고 군단 참모들은 산타 안나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했다.
전쟁을 여러 번 격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산타 안나가 베라크루즈 시를 버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베라크루즈 시는 수도 다음으로 중요한 제2 도시라고 할만한 도시다. 베라크루즈 시를 가진 산타 안나의 군대는 멕시코 제2의 도시를 점령한 세력이었지만, 거길 버리고 나서는 그냥 2만 8천 명의 떠돌이가 되는 것이다.
‘전쟁에 참여한 적도 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단이 가능하단 말인가···.’
산타안나보다 한 살 어린 로메로 중장은 반란을 일으킨 발칙한 선배, 산타 안나를 무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이유로 전쟁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에게 완전히 당한 것이다.
더구나 베라크루즈 주의 북쪽은 바로 탐피코 항구였다. 베라크루즈 항구를 봉쇄하고 탐피코로 분산시킨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군단장님, 산타 안나의 군대가 곧 탐피코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참모가 알려왔다.
“지금 당장 탐피코에 연락해서 무역선들을 내보내라고 하게. 해군 쪽에도 연락해.”
“예!”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고 영국이나 오스트리아 제국과의 무역을 멈출 수는 없었다. 미국에서 격렬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영국은 멕시코 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오스트리아 제국은 그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산타 안나의 군대가 탐피코를 점령하면, 다시 한번 물자가 보급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아니, 거의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탐피코를 지키는 허약한 지방군은 산타 안나의 군대를 당해낼 수 없다.
“제길. 안 그래도 무역에 차질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군인이긴 하지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참모들과 상의한 로메로 중장은 작전을 수정했다.
“남쪽의 사단은 급속 행군하여 베라크루즈 시를 접수하고 무역을 재개시키도록, 나머지 사단은 철도를 이용해 빠르게 재배치한다.”
베라크루즈 전체를 포위하고 조여 들어가려던 작전이 산타 안나의 한 수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다.
‘곧바로 베라크루즈 시 공략전을 해야 했나. 하지만 봉쇄하지 않았다면···.’
반란군은 겨우 한 달이 좀 넘는 시간 동안 만 명이 불어났다. 이런 현상을 경계했기에 봉쇄했던 것이다. 봉쇄를 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7~8천은 더 늘었을 것이다. 그들이 주 경계에서 잡은 반란군이 그 정도 수였다. 봉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더 용기를 얻었을 수도 있으니 시도하는 자들도 더 많았을 것이다.
봉쇄 자체는 옳았다. 문제는 속도였다. 그들은 반란군이 웅크리고 참호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최대한 꼼꼼하게 길을 틀어막으면서 베라크루즈 주를 점령하고 있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후-
로메로 중장은 잠시 쿠바산 시가를 피우며 머리를 어지럽히는 생각을 털어냈다. 한번 당하긴 했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산타 안나의 반란군은 포위망을 빠져나갔지만 대신 기반을 잃었고, 토벌군의 군대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잠시 기지를 발휘해 빠져나가긴 했지만, 압도적인 전력 앞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친히 알려줄 수밖에 없겠군.”
***
산타 안나의 군대는 그동안 나름 선전했다.
베라크루즈 주 전체를 포위한 포위망을 돌파하고, 바로 탐피코로 진격했다.
탐피코에서 물자를 보급하고 병력을 충원할 생각이었다.
“탐피코의 수비대는 우리의 상대가 못 된다! 공격하라!”
탐피코 시는 조선소도 있고 항구도 증축한 곳이어서 해안 방어 시설은 단단했지만, 후방의 방어는 부실했다. 병력, 무기의 질, 훈련도 모두 산타 안나의 반란군에 뒤처졌다.
산타 안나의 군대는 하루 만에 도시의 방어선을 돌파해 탐피코 시를 점령했다. 하지만 원하던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놈들이 무역선과 창고를 다 비워놨습니다.”
“놈들도 머리가 달렸으니 그 정도 조치는 해놨겠지. 아직 물자는 충분하니, 병력을 모집하도록.”
“예!”
가는 곳마다 합류하는 이가 있었다. 탐피코를 떠난 산타 안나의 군대는 레안드로 이투르비데와 그 가족들을 끌고 다니며 타마울리파스주(Tamaulipas) 전체를 돌아다녔다.
6월 초가 되자 반란군의 수는 3만 2천이 되었지만, 산타 안나는 불안했다. 합류하는 이들의 수가 그의 기대 이하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습니다. 놈들이 이미 타마울리파스 주도 포위하고 있더라고요.”
소령은 새로 합류한 이들이 병사들과 떠드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봐! 그게 사실인가?”
“예.”
“이건 장군께 알려야겠군.”
소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산타 안나에게 알렸다. 산타 안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상황을 파악했다.
“철도로군. 우리를 쫓아오지 않고 곧바로 병력을 재배치한거야.”
중앙군은 반란군이 이용하지 못하는 두 가지 기반 시설, 전신망과 철도망을 이용해 다시 한번 포위망을 펼친 것이다. 놈들은 전신망을 이용해 산타 안나의 군대가 도달하기 전에 기관차를 다 빼놓고, 철도의 일부를 끊어놨다.
이는 산타 안나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주요 항구라고 할 수 있는 탐피코를 지키기 위해 다급하게 쫓아올 줄 알았다. 그는 쫓아오는 사단들을 상대로 게릴라 전술을 펼치려고 했는데, 적장은 당황하지 않고 철도로 모든 부대들을 재배치해버린 것이다.
산타 안나는 순간 위기감을 느꼈다.
‘이번에는 전처럼 느긋하게 포위망을 조여오지 않을 터.’
“당장 이동할 준비를 해라!”
산타 안나 장군은 신속히 명령을 내려 군대를 이동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멕시코 제국의 토벌군은 더 이상 느긋하게 포위망을 조이지 않았다.
“장군님! 장군님!”
정찰병 하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산타 안나 장군 앞에 급히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이냐?”
산타 안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장군님, 큰일났습니다! 아군 전방 20킬로미터 지점에서 제국군 부대를 발견했습니다. 2개 사단 규모로 추정됩니다.”
산타 안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정찰병들의 보고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다른 정찰병이었다.
“장군님, 뒤쪽에서도···.”
“뒤라고?”
“네···. 아군 후방에서도 적 부대가 포착되었습니다. 병력은 전방의 적과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타 안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압도적인 전력 앞에서 그의 작은 발버둥은 무의미해졌다.
생각보다 빨리, 최후의 순간이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