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74)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74화(174/180)
< 콜롬비아 (3) >
혁명군과 교회-지주연합군의 첫 전투는
몸폭스 계곡(Mompos Valley)에서 벌어졌다.
카르타헤나시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이 지역은 마그달레나강 유역의 비옥한 평야로, 농업이 발달한 요충지였다.
연합군은 전에는 교회와 지주들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기도 했던 이곳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연합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던 혁명군은 먼저 몸폭스 계곡으로 밀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지역 교회의 성직자들은 병력을 데리고 후퇴했다.
“남아있는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해.”
“맡겨줘.”
마르케즈의 말에 산탄데르가 말했다. 마르케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7월 초.
병력을 집결시키는 데만 한참을 쓴 연합군은 드디어 카르타헤나 주 몸폭스 계곡의 마을 근처까지 도달했다.
25,000명의 교회-지주연합군이 몸폭스 계곡으로 진군했다. 마을의 정면에서는 약 18,000명의 병력이 포병의 엄호를 받으며 혁명군 진영을 향해 천천히 전진했다.
양 측면에는 기병대 2천 명과 보병 5천 명이 혁명군의 측면을 위협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었다.
“옵니다! 적의 병력과 무기 상황은 변동 없습니다!”
“좋아. 숫자만 믿겠다. 이거로군.”
혁명군의 병력은 15,000으로 적보다 훨씬 적지만, 마르케즈는 승리를 자신했다.
마르케즈는 1만 명의 보병과 포병을 몸폭스 마을의 외곽에 배치하여 방어선을 형성하고, 나머지 보병은 몸폭스 계곡 남쪽의 구릉지에 배치했다.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는 거다!”
“사격 개시!”
혁명군의 대포가 먼저 발사되었다.
쾅! 콰쾅! 쾅! 콰콰쾅!
멕시코 제국에서 사 온 대포는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적 대포보다 긴 사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곧 적 포병대가 반격했지만, 포격음의 수가 적었다.
“그럼 그렇지. 이동 거리 때문에 대포를 많이 가져오지 않은 거야.”
적은 전국의 지주와 교회가 연합한 연합군이다. 카르타헤나 주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이들도 있었고, 먼 이들도 있었다. 집결하기로 한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아직 거리가 멀다면?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느려지게 하는 주범인 대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미 여러 번의 전투를 겪은 혁명군은 참호를 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물이 없어도 방어 효과는 있었다.
쾅! 콰쾅! 쾅! 콰콰쾅!
포탄이 땅을 갈라놓으며 폭발했다. 섬광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고, 불길한 검은 연기가 전장을 뒤덮었다.
– 크아악!
적의 비명도 들려오는 거리가 되자, 정면의 보병들부터 사격을 개시했다.
“사격 개시!”
탕! 타타타타탕!
정면에서 병력 수가 2배인 군대가 맞붙었지만, 혁명군은 밀리지 않고 참호 안에서 철통같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보다는 결연함이 가득했다.
무기의 차이도 있었지만, 경험의 차이도 컸다.
혁명군에겐 거의 1년간 카르타헤나 지주연합과 싸우며 얻은 경험과 훈련도가 있었지만, 연합군에겐 전혀 없었다.
경험을 전달해줘야 할 카르타헤나 지주연합은 단체로 아르헨티나로 떠나버렸다.
철컥-탕! 철컥-탕!
혁명군 병사들은 볼트액션 라이플을 미친 듯이 쏘아댔다.
반면 연합군의 병력은 일부 미국제 무기, 그리고 완전 구형인 플린트락 소총으로 무장했다.
“압도적인 화력이군.”
“예상대로야. 이쯤이면 버티지 못하고 들이박겠지.”
이쪽의 병력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쯤은 적도 알 것이다. 1, 2천 명도 아니고 무려 5천 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좌우의 병력을 대기시키기엔 인내심에 한계가 올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정면 힘 싸움에서 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측의 기병대가 출발했습니다!”
“우측의 보병 5천 명도 접근해옵니다!”
예상대로였다.
적의 지휘관도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명색이 장교라는 이들이, 국가 대 국가의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의 소속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주와 교회였기 때문이다.
“들어온다! 대비해!”
기병대가 돌진했지만, 이쪽은 참호였다. 기병대라도 좀 더 빨리 접근해서 위에서 아래로 쏠 수 있을 뿐, 곧바로 총검에 찔려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 좁은 곳에 뛰어내릴 순 없었다.
“한 번만 막으면 이긴다!”
마르케즈도 참호에서 같이 버텼다.
지금이 적의 뒤를 잡기 딱 좋은 타이밍이지만, 구릉지에 숨겨놓은 병력에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알아서 보고 와주길 바랄 수밖에.
“뒤, 뒤!”
“적이 뒤에서 나타났다!”
산탄데르는 이번에도 마르케즈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가 이끄는 5천 명의 보병이 북쪽으로 깊게 파고든 연합군의 후방을 후려쳤다.
“우리 포병대가!”
얼마 있지도 않았던 대포들이 다 점거당했다. 그 대포들은 그대로 연합군에게 겨눠졌다.
“사격 개시!”
산탄데르의 부대가 점령한 적의 대포로 사격했다. 화염과 연기가 총구를 뒤덮었고, 귀청을 찢는 폭음이 계곡을 메웠다.
쾅!콰콰쾅!
가까운 거리에서 직사로 쏘아진 대포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 번의 일제사격에 거의 백 명의 연합군이 산산조각이 났다.
“뒤의 적을 공격해!”
“아니야! 후퇴해야 해! 이대로면 포위된다!”
연합군이 가진 또 하나의 단점이 발휘되었다. 혁명군 리더인 마르케즈와 부리더인 산탄데르를 중심으로 일원화된 지휘체계를 가진 혁명군과 다르게 연합군은 각자 데려온 병력을 지휘했다. 지휘체계는 존재했지만 최고 사령관마저도 둘이었다. 지주대표 디에고 산체스, 그리고 교회 대표 페드로 모랄레스가 각 세력을 대표했다.
“추격해! 항복하지 않는 자들에겐 죽음뿐이다!”
산탄데르의 부대는 연합군의 퇴각로를 끊으며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다. 혁명군 병사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적의 전열을 무너뜨렸고, 연합군은 혼비백산하여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혁명군의 전술적 능력과 단결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연합군은 무려 66%나 많은 병력을 가지고도 대패했다.
***
쾅!
“이게 무슨 창피요! 혁명군 놈들은 오합지졸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러는 당신도 압승을 자신했잖소!”
카르타헤나 주 경계 바깥으로 도망친 모랄레스와 산체스는 서로의 탓을 했다. 한참 동안 싸우던 그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고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병력을 절반이나 잃었으니, 다시 보충해야겠군요.”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무기지요.”
모랄레스는 뒤통수를 호되게 맞고 나서도 장교들의 전술과 병력의 훈련도의 문제보다는 무기의 탓으로 돌렸다.
교회-지주 연합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아직 한참 남았다. 한참 농사일을 해야 했기에 일부만 데려온 것이다.
“놈들은 멕시코 제국에게 무기를 받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빌어먹을 매국노 자식들.”
독립국을 세울 생각이 만만인 산체스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놀랍게도 하늘, 아니 바다에서 구명줄이 던져졌다.
“안녕하십니까. 전 대영제국의 존 스미스라고 합니다. 무기가 필요하십니까?”
누에바그라나다 제2의 항구 도시인 산타 마르타(Santa Marta).
카르타헤나시가 혁명군의 손에 떨어진 뒤로 무역과 외교는 이곳을 통해 이루어졌다.
대영제국인이라고 밝힌 존 스미스는 정확한 신분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타고 온 배에 무기와 물자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것만 있으면 혁명군 측에 뒤지지 않는 무기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산체스와 모렐레스의 답은 뻔했다.
“필요합니다.”
“그럼 적절한 가격에 팔겠습니다. 필요한 만큼 팔아드리죠. 가격표는 여기.”
존 스미스는 그렇게 말하며 가격표를 건넸다. 그는 자신의 제안이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거기에 쓰여 있는 가격은 누가 봐도 비쌌다. 바가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들도 짧은 동맹 기간 동안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 봤기에 국제 시세를 잘 알고 있었다.
산체스와 모랄레스는 당황하여 서로를 쳐다봤다.
“이 가격은···.”
놈은 연합군에게 무지막지한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이 틀림없다. 대영제국이니 빚을 받아낼 자신도 있겠지. 하지만 무기는 필요했다.
이미 싸움을 건 이상, 그냥 혁명군을 놔둘 수는 없었다. 이젠 혁명군이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격이라면 사고 싶어도 얼마 사지도 못한다. 당장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존 스미스도 그 낌새를 알아차린 듯 말했다.
“아. 외상도 괜찮습니다. 담보만 있다면요.”
“담보라면?”
“당연히 여러분께서 소유하신 농장이지요. 물론 두 분이 다 부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스미스가 말했다.
“카르타헤나 주의 지주들이 전부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혁명군만 치우면 그 넓은 카르타헤나를 전부 여러분이 나누어 가지는 것 아닌가요? 이 정도는 투자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디에고 산체스와 페드로 모랄레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둘은 똑같은 표정이었다.
***
1848년 8월.
작열하는 태양이 대지를 숨 막히게 했다.
숲속의 매미들조차 지쳐서 울음을 멈춘 것 같았다. 모두가 더위에 축 늘어져 쉬고 싶어 했지만, 전쟁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연합군이 다시 움직였다.
“설마 이 여름에 싸우겠다고?”
“어휴. 총알이 아니라 햇빛에 죽겠군.”
“놈들의 경로를 보니, 빨리 끝내고 가을 수확 철까지 돌아가고 싶은 듯합니다.”
혁명군 간부진의 대화였다.
연합군은 카르타헤나 주의 요충지들을 전부 지나치고 카르타헤나 데 인디아스, 즉 카르타헤나시로 직진하고 있었다.
“더위를 처먹었나.”
“···정말 저번에 한 번 당하고 정신이 나가버린 것 아닌가? 또 지는 순간 모든 게 끝장일 텐데?”
이미 카르타헤나 주의 주민들은 혁명군의 편이나 다름없었다. 직접 혁명군에게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형제나 친척 중 한 명은 혁명군에 있을 정도였다.
카르타헤나 주에서도 북쪽에 있는 항구인 카르타헤나시에서 지는 순간 그들은 모든 병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잠깐, 놈들이 병력을 산타 마르타로 물렸었지.”
“그랬지.”
“남쪽에서 패배하고 굳이 북동쪽 해안까지 병력을 물렸다? 뭔가 수상한데···. 무기라도 수입한 것 아니야?”
“흐음···. 의심해 볼 만한 가정이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군.”
“그렇지 않고서야 놈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카르타헤나시로 직진할까?”
“음, 확실히.”
“병력을 다시 충원하고, 무기까지 보급했다면 이런 오만을 보일만 해. 평생을 오만하게 살아왔을 테니.”
“본대를 움직여 마중 나가기 전에, 정찰병을 더 풀어서 최대한 정보를 모아야겠어.”
마르케즈가 정리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
몸폭스 계곡 전투 후에 한 달.
혁명군도 병력을 보충하긴 했다. 승전 소식에 자극된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병력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17,000명의 병력에 도달했다. 하지만 연합군의 병력 동원력은 대단했다.
“3만 5천? 지금 3만 5천이라고 했나?”
25,000명 중 거의 만 명을 잃어놓고도 병력을 보충해 3만 5천 명에 달하는 군대를 만든 것이다.
“예···. 거기에 무기도 어디선가 볼트액션 라이플을 대량으로 구입한 듯합니다. 심지어 대포도 꽤 추가되었습니다.”
혁명군에겐 우울한 소식이었다.
“병력을 뒤로 물러야겠군. 방어전을 해야겠어.”
산타 마르타 항구에 머물렀던 연합군의 병력은 그대로 해안선을 따라 카르타헤나시로 직진하고 있었다.
혁명군은 적절한 지형을 찾아 회전을 벌이려고 했으나, 전보다 더 압도적인 병력 차이, 그리고 무기 문제까지 해결한 적을 상대로 회전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래. 카르타헤나에는 전부터 만들어놓은 방어 시설도 있으니까, 할만해.”
도시가 망가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방어전을 해야만 한다. 그게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