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78)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78화(178/180)
< 콜롬비아 (7) >
합병파의 공개적인 제안에 건국파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크게 양보해서 여성과 메스티소까지는 몰라도 원주민, 심지어 노예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옳소! 그 짐승 같은 것들이 뭘 안다고!”
“크흠. 그런 말씀은 조금···.”
“아, 이런. 내가 너무 흥분했군.”
“아무튼, 우리도 원주민과 노예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 투표권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입니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투표를 준비하는 동안 건국파와 합병파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다.
투표에 관해 결정할 사항들이 많았는데, 양측의 의견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건이야말로 정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었다.
합병파에 합류한 호세 일라리오 로페스는 여성, 원주민, 노예를 포함한 누에바그라나다의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건국파에 불리한 일이었기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발언에 주의했어야 했다. 기자들은 수도에 상주하며 회의에서 나온 말들을 기사로 써냈기 때문이다.
건국파의 반발은 백인을 제외한 모든 계층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짐승이라니. 이런 미친 새끼들.”
“그럼 우리도 절반은 짐승이라는 소리인가?”
로페스는 정확히 이런 반응을 원했다.
“보십시오! 역시 건국파가 주장하는 혁명은 빈껍데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들은 이미 기존 질서에 순응하여 권력을 얻고 싶은 변절자들일 뿐입니다!”
건국파는 당황했다.
“이는 치졸한 정치공작입니다! 우리 국가는 엄연히 노예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나라인데, 그들이 국민이라니요? 그렇게 주장하실 거면 정식으로 의회를 구성해서 법을 바꾸시지요.”
“원주민들의 투표권은 인정하신다는 겁니까?”
“···”
법적으로 노예는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인만큼 국민이라고 부르긴 어려웠다. 하지만 원주민 인구는 다르다. 그들 중 많은 이가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페온이라고 할지라도 법적으로 노예 신분은 아니었다.
멕시코 제국이 400만이 넘는 페온을 해방했다는 것은 이미 누에바그라나다 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였다. 혁명군 시절부터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인구의 25%에 달하는 원주민 인구.
그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대답해주십시오. 원주민은 엄연히 누에바그라나다의 국민입니다. 법적으로 노예도 아닌 그들을 투표에서 제외할 명분은 없습니다. 혹시 에스테반님도 그들을 ‘짐승’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능숙한 정치인인 로페스는 에스테반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에스테반은 실언한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 미웠지만, 그를 끌어들인 것도 에스테반의 선택이었다.
***
누에바그라나다는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투표를 준비하다 보니 해가 넘어갔다.
1849년 1월 11일.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투표가 시작되었다.
“저런 것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다니.”
백인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대놓고 말했다. 혁명군 군인들이 투표소를 지키고 있지 않았으면 매질이라도 할 기세였다.
“대체 어떤 놈이 단속을 못 한 거야? 투표장까지 기어 나오게 만들고.”
혁명군이 나라를 장악한 것은 사실이고, 수도까지 장악한 다음에는 누에바그라나다 정부의 인력까지 흡수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구석구석에 투표소를 설치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애초에 누에바그라나다 중앙정부는 전국을 통제할 군사력이나 행정력을 가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투표소는 도시와 각 지역의 큰 마을들에 차려졌다. 여유가 있는 백인과 메스티소는 참여하는데 어렵지 않았지만, 농장주에게 구속된 상태인 원주민들은 투표에 참석하기 어려웠다.
혁명군은 군대를 풀어 각 농장을 순회하며 투표 참여를 지시했지만, 농장주들이 꼼수를 부리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각 농장에 정확히 몇 명의 원주민이 있는지 혁명군은 모른다. 혁명군 병사가 오더라도 절반은 숨겨놓거나 하는 일이 빈번했다.
투표소에 도착한 원주민들은 겁에 질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 그들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백인들이 모여서 그들을 노려보며 무언의 압박을 해댔기 때문이다.
“위쪽이 건국, 아래쪽이 합병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위쪽이 건국, 아래쪽이 합병입니다!”
병사들은 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반복해서 설명했다.
원주민들은 움츠린 채로 투표소에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슥-
아래쪽에다 체크 표시를 했다.
“쯧쯧, 이미 다 끝났는데 저 꼰대들 헛짓거리하는 것 좀 보라지.”
백인이라고 다 기득권층은 아니었고, 자유주의 사상에 빠진 이들도 많았다. 도시의 상인들은 경제적인 기회를 위해 합병을 찬성하기도 했다. 합병 쪽으로 몰표가 나온 원주민과는 다르게 백인들의 표는 갈린 것이다.
“뭐?”
“저, 저 어린놈의 새끼가. 너 어디 농장에서 일해!”
“전 여기 도시에서 일하는데요, 이 꼰대 자식아.”
“자자!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십시오! 소란 피우는 분은 줄의 가장 마지막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소란을 피우던 이들은 총을 든 채로 외치는 혁명군 병사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
“폐하, 베라크루즈에서 전신이 들어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시간.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나조차도 긴장되었다.
승리할 거라고 확신하긴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마음이 있었다.
“바로 해독해보게!”
나는 참지 못하고 전신병의 옆까지 다가갔다. 내 재촉에, 황궁의 전신병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한 글자씩 해석해나갔다.
– 승리. 득표율 60%.
“드디어!”
잠시 기쁨에 차 소리치긴 했지만,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누에바그라나다의 합병이 제국에게 좋은 일임은 분명했다. 하나 한편으로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 내 의도가 어떻든 급진적 팽창주의자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 급격한 확장이 가져올 동요, 기존 신민들과의 융화, 지방 통치권의 재편 등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을 터였다. 업적 뒤에 도사린 그림자를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고생했네. 나가보게.”
“폐하, 축하드립니다.”
리카르도 국장은 전신병을 내보내고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그 큰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가져오시다니, 엄청난 업적입니다, 폐하.”
디에고도 기뻐하며 축하했다.
“둘 다 고생 많았네. 나도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했는데, 일이 이렇게 잘 풀린 것은 자네들이 잘 해줘서야.”
사실이었다. 처음 요원들을 투입할 때만 해도 이 정도 결과는 바라지도 않았다.
타국에 합병을 요청하는 것은 역사 전체로 보면 없던 일은 아니었다. 원 역사에선 텍사스가 미국으로 합병을 요청했고, 하와이도 외세의 침략에 미국에 합병을 요청했었다. 멀리 가지 않고 우리 멕시코만 봐도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이 합병을 요청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렇게 큰 국가가 국민 투표를 통해 합병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지.’
누에바그라나다의 총면적은 약 13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남한 면적의 13배에 달하는 것이다.
우리 멕시코 제국으로서도 함부로 삼키기 부담스러운 크기지만, 감당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이제 협상을 요청해오겠군.”
“예. 건국파 쪽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투표 결과가 나온 시점에서 명분을 잃은 셈이니 별다른 수는 없을 겁니다.”
디에고의 말이었다.
“2차 내전을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멕시코 제국의 지원을 받는 쪽이 이기리라는 것은 뻔한 것이니, 순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카르도 국장도 동의했다.
그 말대로 건국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라지만, 이미 한번 패배한 기득권 세력이다.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다시 한번 싸울 생각은 없을 것이다.
“계획했던 대로 요구사항을 보내도록 최대한 유도하게. 다음 개혁까지 바로 진행해야 하니.”
“예, 폐하.”
***
거의 한 달에 걸친 개표 결과, 합병파가 승리했다.
지주와 교회는 망연자실했다.
생각한 것보다도 투표 결과가 나빠서, 반발도 해보지 못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들이 실의에 빠져있는 사이, 합병파는 빠르게 움직였다.
로페스는 마르케즈에게 조언했다.
“합병이라고 해서 우리가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전쟁에 패해서 합병당하는 것이 아닌, 국가 간의 결합을 요청하는 겁니다. 당연히 우리의 권리도 찾아야지요.”
“맞습니다. 어느 정도의 자치권도 있어야겠지요. 아무리 중앙 집권 국가라 한들 지금의 멕시코 제국은 너무 수도 중심적입니다.”
“으음? 그, 그렇지요. 산탄데르, 너까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마르케즈는 그의 조언자가 된 로페스는 그렇다고 쳐도, 친구이자 이인자인 산탄데르까지 멕시코 제국에 여러 권리를 요구하자고 하는 것에 놀랐다. 그는 항상 멕시코 제국의 편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지.”
산탄데르는 단호했다. 그 모습에 로페스도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페스와 산탄데르는 머릿속에 다 들어있었다는 듯, 재빠르게 멕시코 제국 측으로 전달할 요구사항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낡아빠진 페온 제도는 없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산탄데르의 말이었다.
“나도 동의하네. 그리고 자네 말대로 각 주의 자치권도 확대할 필요가 있어. 지금은 주 의회마저 없고, 황제가 임명한 주지사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으니.”
“맞습니다. 그리고 양원제도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 멕시코 제국의 단원제 의회도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대표성이 부족하고 다수당의 일방적 의사결정 문제가 심각합니다.”
“잠깐잠깐, 산탄데르. 그건 너무 간 것 같은데? 너무 심한 내정간섭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어.”
로페스와 산탄데르의 대화를 듣던 마르케즈가 다급히 제동을 걸었다.
“아니야, 우리도 이 정도는 요구할 권리가 있어. 그렇지 않습니까?”
산탄데르는 로페스에게 물었다. 로페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맞습니다. 만약 저들이 이건 너무 과하다고 한다면 협상을 할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멕시코 측에서는 외교관을 통해 누에바그라나다 국민들의 결정을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거대한 영토를 확장할 기회였다.
“으음, 그렇다면 좋습니다. 계속하시죠.”
***
1849년 2월 1일.
“죄송하지만 여기서부턴 작은 배로 갈아타야 합니다.”
“괜찮습니다. 항구도 아닌 곳이니 어쩔 수 없죠.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십시오. 옆의 호주에도 들르셔야 하니 갈 길이 바쁩니다.”
뉴질랜드 북섬의 와이카토(Waikato) 지방에 한 무리의 남자들이 상륙했다.
근방의 포트 와이카토(Port Waikato)나, 카우히아 항구(Kawhia Harbour) 등의 정식 항구가 아닌, 아무도 없는 해안가였다.
큰 배에서 내린 작은 배로 갈아타 육지로 상륙한 그들은, 멕시코 제국이 보낸 탐험가들이었다.
“그들이 다짜고짜 공격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총을 든 사내였다. 탐험가가 아니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그는, 옆의 학자에게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마오리족도 유럽인과 접촉한 지 거의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여러 차례 싸우기도 했던 만큼 백인들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긴 하겠지만, 다짜고짜 공격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들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그들과 교류하기 위해 멕시코 제국에서 파견된 이들이었다.
아직은 초기 식민지인 뉴질랜드의 백인들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수를 유지하고 있는 마오리족은 1840년 영국과 조약을 맺었다.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
영국 총독 윌리엄 홉슨과 약 500명의 마오리족 추장들 사이에 체결된 조약으로, 마오리족이 영국 여왕에게 뉴질랜드에 대한 주권을 양도하는 대신, 영국이 마오리족의 토지와 자원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문제는 이 조약의 영어본과 마오리어본 사이에 번역의 차이가 있었고, 이는 이후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인데, 이미 지난 1845년 북부 전쟁(Flagstaff War)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상황이다.
“흐음, 그렇다면 대화할 때 저도 같이 앞으로 나서는 것이 낫겠군요. 저는 백인이 아니니 덜 경계할 것 아닙니까.”
그는 메스티소였다.
“크흠. 나쁘지 않은 생각 같습니다.”
“배에선 말을 못 했는데, 우리 쪽이 훨씬 쉬운 것 아닙니까? 호주 쪽은 원주민 수와 백인 수가 거의 비슷하다면서요?”
리더인 델가도가 분위기를 풀 겸, 질문을 던졌다.
“하하, 뭐, 추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인구수도 그렇지만 땅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원주민 부족들도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니, 지원한다고 해도 영국인들에게 대항하기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군요. 하지만 우리 태평양 함대가 은밀히 지원할 테니, 결국은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델가도의 말에 학자, 페랄타도 끄덕이며 말했다.
“태평양에서 영국을 치우라는 지엄한 명령이 내려졌으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