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79)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79화(179/180)
< 콜롬비아 (8) >
“보고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폐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걱정 말게. 작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민을 왔는지 내 잘 알고 있으니. 그걸 다 집계하려니 쉽지 않았겠지.”
이민청장 로돌프 누네스가 1848년의 이민자 총계를 보고하러 왔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작년엔 엄청나게 많은 이민자가 쏟아졌다. 너무 많이 와서 이민청으로 승격하고 담당 공무원을 2배로 배치해야 할 정도였다. 덕분에 로돌프 누네스는 차관급 인사가 되었다.
그의 승진은 이민청의 업무량 증가와 더불어, 누네스 자기 능력과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그는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는 동시에, 제국의 인구 증가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가장 중요한 정보, 총계부터 말했다.
“작년, 1848년에는 총 38만 4천 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우리 멕시코 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중 32만은 유럽, 그리고 6만 4천은 미국과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 들어왔습니다.”
38만 4천. 이 수는 원 역사의 미국이 이 시기에 받은 것보다도 훨씬 높았다. 진정한 이민 대국이 된 것이다.
“호오, 기대 이상이로군. 유럽은 대부분 아일랜드와 독일 지역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아일랜드는 우리 멕시코 제국의 구호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기근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
그럴 수밖에. 이번 아일랜드 대기근은 아일랜드의 식량이 전부 한 품종의 감자라는 것에서 비롯된 재앙이다.
이 감자 역병이 일 년 만에 없어질 리도 없으니, 대기근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감자 대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인도주의적 관점, 그리고 멕시코 제국의 식량 가격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아일랜드에 대량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당장 굶어 죽을 지경이니 종자를 남겨서 내년을 도모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내년까진 해결될 것으로 보이니, 대기근을 2년은 줄인 셈이군. 사망자 수도 획기적으로 줄었어.’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뿌듯함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누네스에게 계속하라고 손짓했다.
“독일 지역에서는 작년에 있었던 자유주의 혁명이 실패하고 이민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작년엔 유럽 곳곳에서 자유주의 혁명이 있었다. 독일은 원 역사처럼 혁명이 터졌지만, 프로이센 왕실과 중앙정부는 원 역사보다 훨씬 강했고, 혁명은 단번에 분쇄되었다.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 많은 자유주의적 성향의 독일인들이 조국을 버린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원 역사에서는 그들 중 대부분이 미국으로 가버렸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게 멕시코 제국이었다.
“입헌군주제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이상에 부합하는 자유주의적이고 공화주의적인 국가는 미국일 텐데, 우리 멕시코로 몰려온 이유가 있나?”
이미 짐작이 가지만, 우리 이민청이 얼마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민청의 주 업무는 이민자들을 규칙에 따라 배정하는 것이지만, 면담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전이 아니었으면 미국으로 갔을 거라고 말한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우리 제국에서 제공하는 이민 혜택, 그리고 이민 가기 좋은 국가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좋군. 이민 회사가 일을 잘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어.”
“예, 그리고 오히려 노예제 문제로 내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보다 우리 멕시코 제국을 더 선진적인 국가라고 인식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저번 전쟁에서 우리가 미국에 압승을 거둔 것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하하, 어차피 떠날 거면 강국으로 가겠다는 건가. 재미있군.”
이민청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수고 많았네.”
내게 이민 정책에 대해 건의했던 젊은 공무원, 로돌프 누네스는 거대해진 이민청의 수장이 되어서도 잘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치하하고 돌려보냈다.
‘내년 인구조사가 기대되네.’
지난 1845년의 임시 인구조사 결과가 1,480만 명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만 38만 명이 이민을 왔다. 출산율도 폭발적인 상황이니 인구가 대체 얼마나 증가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이들이 대거 유입되었으니, 공화파가 어느 정도 성세를 회복하겠군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디에고가, 누네스가 나가고 나서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쁜 현상은 아니라고 보네. 권력이 너무 집중되는 것도 좋지 않아.”
그 권력이 바로 내가 쥐고 있다고 해도 그렇다. 내가 영원히 살 것도 아니고, 하나의 파벌이 너무 오래 권력을 잡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썩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권력의 집중과 독점은 필연적으로 부패와 타락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나는 이를 경계하고 있었다. 건강한 정치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야당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선거가 끝났으니, 다음 선거는 1852년이 아닌가. 그전까지 개혁을 마칠 생각이니, 자유주의자들도 혼란스러울 거야. 자기들이 불만이었던 것들이 저절로 바뀔 테니까.”
“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요.”
반란이 있었던 작년, 1848년에도 선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이 황제파의 압승.
지주파는 내가 통과시킨 세속화 법으로 인해 총집결해 의석을 어느 정도 지켰고, 오히려 공화파의 의석이 떨어졌는데, 그들이 원하는 공립학교와 세속화 등의 이 시대 기준으로 진보적인 정책들을 내가 선수 쳐서 실행해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지주파 의원들의 1/3이 반란에 연루되어 체포되었으니 황제파는 나조차 살짝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의석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야 할 개혁을 안 할 수는 없지.’
나는 책상 위의 문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누에바그라나다에서 보내온 요구사항들이었다. 처음 이 문서를 전달받았을 때, 외무부 장관과 관료들은 경악했다.
“합병으로 저 거대한 영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업적이 되겠지만, 이 요구사항은 거절하셔야 합니다. 욕심이 너무 과합니다. 누에바그라나다는 이미 투표를 통해 합병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외무부 장관은 살짝 분노한 얼굴로 내게 그렇게 조언했었다.
나는 그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 있는 내용들은 내가 누에바그라나다 혁명군의 이인자인 산탄데르로 활약하고 있는 세르반테스 요원에게 요청사항으로 넣으라고 지시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외무부는 몰랐다. 정보국의 작전은 장관급에게도 기밀로 붙여졌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순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지. 어차피 언젠간 하려고 했던 내용들이야.”
“···예, 알겠습니다. 폐하.”
세속화법은 그 시작이었을 뿐, 개혁은 이어져야 한다.
현대인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내게는 아직도 뜯어고칠 곳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제국 내의 많은 사람이 세속화법 하나만으로도 너무 거대한 개혁을 밀어붙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반발이 커서 반란까지 일어나지 않았는가.
누에바그라나다의 요구사항은 합병을 추진할 명분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개혁이든 밀어붙일 수는 있지만, 이왕이면 내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단 명분이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에서 나온 요구사항들이었다.
“나, 아구스틴 2세의 명예를 걸고, 이 요구사항들을 순차적으로 실행하겠네.”
누에바그라나다의 혁명군은 내 말을 믿고 정식으로 합병을 요청했다.
나는 당연히 요청을 즉각 받아들였다.
마침내,
누에바그라나다의 133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영토, 그리고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우리 멕시코 제국의 품에 안긴 것이다.
***
“몸조심하시오.”
“음. 자네들도 행운을 비네.”
탐험대는 배에 남아있는 이들과 악수하고는 상륙할 준비를 했다.
멕시코 제국의 태평양 함대는 뉴질랜드를 떠나 곧장 호주로 향했다.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는 함선들의 모습은 웅장했다. 선원들은 돛을 조정하고, 갑판을 청소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저 멀리 호주 대륙이 보이기 시작했고, 탐험대원들의 가슴은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찼다.
겨우 열댓 명이 내렸던 뉴질랜드와는 다르게, 호주 대륙 곳곳에 다수의 탐험대가 내렸다.
매우 위험한 임무였다.
기반도 없고, 지원해 줄 사람도 없으며, 식량마저 가방에 넣을 수 있는 만큼만 들고 가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 원주민과 접촉해야 하는 것이다. 재수 없으면 호주의 오지에서 허무하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이제 마지막 팀만 남았군.”
“예, 함장님. 가장 남쪽으로 갈 팀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은 영국인들이 많이 정착한 남쪽 해안이었다. 영국인과 마주할 가능성도 있고, 원주민들도 백인들에 대한 적대감이 강할 것이다.
“행운을 비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해낼 겁니다.”
마지막 탐험대도 상륙했다.
저들 중 얼마나 살아남아서 본국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함장은 무사히 상륙에 성공하는 탐험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출발을 명했다.
“출발하도록 하지. 우리도 갈 길이 바쁘니.”
함선은 곧 다시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태평양의 제해권을 두고 영국과 겨루어야 할 운명이었지만, 그들에겐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태평양 함대는 태평양을 돌아다니며 영국 놈들이 꽂아놓은 깃발을 치우고, 멕시코 제국의 깃발을 꽂아 넣고 있었다. 태평양에서 영국을 치우라는 황제 폐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사는 섬도 예외는 아니었다.
“태평양은. 우리 멕시코 제국의 것이 되어야 해.”
***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핏케언 제도(Pitcairn Islands).
영국 반란군들, 그리고 타히티 여성 원주민들의 후손이 사는 이 섬에도 멕시코 제국 태평양 함대의 군함이 도달했다.
“구, 군함이다!”
“노브스 씨를 불러와! 어서!”
자급자족을 하며 나름 평화롭게 살고 있던 섬의 주민들은 당황하며 조지 노브스(George Hunn Nobbs)를 찾았다. 성직자인 그는 섬의 영적, 세속적 지도자였다.
“저 깃발은···. 모르겠군. 배의 크기나 무장을 봐서는 유럽인 것 같은데.”
1820년대부터 핏케언 제도에 살아온 조지 노브스는 멕시코 제국의 깃발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이곳, 핏케언 제도에서 태어난 이들이었다.
그들이 거대한 군함을 보며 떨고 있을 때, 정체 모를 국가의 군대가 섬에 상륙했다. 그 모습을 보며 노브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무기와 제식, 둘 다 완벽하군. 이건 유럽 국가의 정예병이 틀림없어.’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겨우 150명이 살아가는 이 핏케언 제도는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저들이 누구든, 대영제국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
노브스는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영국이 강대국이긴 했으나 이 먼 태평양의 작은 섬까지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배가 이 섬에 온 것도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만약 저들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그는 섬 주민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외쳤다.
“멈추시오! 여기는 대영제국의 영토고, 우리는 대영제국 여왕 폐하의 신민이오! 어느 나라의 군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시오!”
충분히 들릴만한 거리.
하지만 그들은 계속 걸었다.
몇 자루밖에 없는 총을 들고 엉거주춤하게 있는 주민들에게, 바로 앞까지 다가온 지휘관이 영어로 선언했다.
“아니, 이제부터 여기는 멕시코 제국 태평양 영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