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8)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8화(18/180)
주식회사 (1)
“자자, 마지막으로 테스트해 봅시다.”
“예, 전하.”
졸업 직후 기계식 수확기 리퍼(Reaper)를 완성했다. 거의 라이플링 머신만큼이나 시간이 걸렸다.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대 기술로 기어와 레버를 고장 안 나게 하는 게 쉽지 않았지.’
이 기계는 기본적으로 말이 끌도록 설계되어 있다.
말이 움직일 때 생기는 운동 에너지로 바퀴가 굴러가고, 그 에너지가 기어와 레버를 통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칼날로 전달되어, 칼날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진행 방향에 있는 옥수수는 칼날에 의해 잘려 나가고, 잘린 옥수수 줄기는 기계의 경사진 부분을 통해 플랫폼 위로 올려진다.
기계를 뒤따르는 농부들은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옥수수 줄기들을 묶어서 가져가면 끝이다.
나중에는 이 묶는 작업도 자동으로 해주도록 만들겠지만, 지금은 거기까진 못 만들었다.
‘낫 들고 옥수수 줄기 하나하나 베는 것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다.’
수확 철에 직접 테스트해 봐서 안다. 이게 보급되기 시작하면 농장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실업자를 만드는 건데, 내 사업이나 개척에 참여하도록 잘 유도해야지.’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기술자 여러분들은 이전에 말씀드린 대로, 에스트라다 철강에서 고용할 예정입니다. 거기서 이 리퍼를 대량 생산할 준비를 해 주시면 됩니다.”
아직 본인에겐 말 안 했지만 에밀리오 에스트라다가 이끄는 회사의 이름을 에스트라다 철강(Estrada Aceros)이라고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하.”
지난 2년간 같이 고생한 기술자들은 에스트라다 철강에 소속되었다.
‘에스트라다 철강이 좀 더 커지면 농기구나 채굴 기구 만드는 회사는 따로 분리해야겠는데, 철강회사는 철강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좋겠지.’
기술자들이 전부 떠난 뒤, 나는 완성된 리퍼를 쓰다듬었다.
‘이걸로 농업 효율화의 첫 단계가 시작된다.’
강대국이 되려면 산업화와 근대화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큰 고통을 수반하는 급진적인 방법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다.
‘멕시코 제국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중남미 사람들을 원래 세계의 선진국 사람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잘 살도록 만들려는 것이지, 단순히 미국을 때려잡고 세계 최강국을 만들려는 게 아니야.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되지.’
나를 여기로 보낸 멕시칸 할아버지도 그걸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주들을 농업 효율화가 주는 단맛에 서서히 길들여서 인력을 빼낸 다음 그 인력으로 개척, 산업화, 국토개발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거다.
‘그렇게 만들려면 이걸 잘 팔아야겠지.’
***
사업이라는 도구를 통해 멕시코 제국의 산업화와 국토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할 생각이지만, 나는 이 제국의 황태자다.
사업은 어디까지나 여러 도구 중 하나라는 거다.
사관학교를 졸업했어도 사업을 직접 운영할 시간은 없다. 직접 참여하는 건 그때그때 필요한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도 대리인들은 나 대신 사업을 운영해 줘야 한다.
‘도시 설계, 상하수도 시스템, 철도 시스템 구축이나 거대 댐 건설 같은 경우를 빼곤 직접 참여할 일은 많이 없겠지. 애초에 전공이 아닌 분야에 직접 참여해봤자 크게 의미가 있는것도 아니고.’
거시적인 사업 방향만 알려주고 사업 자체는 계속 대리인들이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대리인들은 내가 사관학교에 다녔던 지난 4년간 잘해줬기 때문이다.
‘애국심, 충성심, 그리고 믿음에 보답하는 자들에겐 반드시 보상한다.’
그들에게도 에두아르도에게 약속한 것과 비슷하게 높은 임금, 10%의 지분, 그들의 성이나 이름을 딴 정식 회사명 등으로 보상할 것이다.
이 사업들은 내가 자금을 대고, 역사 지식을 통해 매우 높은 확률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전략을 알려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잘 수행한 공로도 크고, 무엇보다 앞으로 오랫동안 사업체를 이끌어 갈 것은 바로 그들이다.
‘현대의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월급만 받고 일하는 것과 지분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
지금 이들은 자신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실질적인 일을 전부 하고 있으면서도, 회사 지분 같은 건 기대도 안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대가 그랬기 때문이다.
유사 중세인 멕시코 제국은 평민들도 과감하게 사업에 뛰어드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와 다르다.
아직도 재산을 가진 귀족이나 대지주들이 대리인들에게 농장이나 사업체를 통째로 맡기는 것이 흔한 시대다.
그 보상으로는 일반 노동자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이 전부다.
‘어차피 이런 구조는 멕시코 제국에서도 오래가지 못할 거고, 경영자의 주인의식이나 동기부여도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구조지. 하지만 이런 시대라서 내 보상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거다.’
이 회사들을 주식회사로 등록하고 정식으로 지분을 나눠주려는데, 문제가 있었다.
“아니 이런, 아직 멕시코엔 주식회사 제도 자체가 없구나.”
내 기억으로는 1820년대 후반쯤이면 영국, 프랑스, 미국엔 주식회사는 등록은 물론이고, 증권거래소에서 다양한 기업 주식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역시 아직 한참 멀었군.’
아무래도 주식회사 제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주식이라는 게 단순히 제테크 수단만은 아니지.’
주식회사과 증권거래소는 혁명적인 발명품이다. 기업들은 주식발행을 통해 사업 확장, 연구 및 개발, 기타 투자를 할 자본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 투자자들은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며 자산을 다양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은 특정한 물건이 아닌 주식회사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리인들에게 보상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식과 증권거래소는 꼭 도입해야 한다.
‘이건 행정명령으로 될 일이 아니야. 정식으로 입법을 해야한다는 건데.’
주식회사 제도는 공화파와 보수파 모두에게 크게 반대가 나올만한 제도는 아니지만, 굳이 따지면 공화파가 선호하고 보수파는 태클을 걸어볼 법한 제도다.
‘보수파 쪽에서 나온다면 큰 반대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아버지에게 부탁하면 보수파 의원에게 시켜서 아주 쉽게 법을 만들 수 있겠지만, 나는 직접 보수파 쪽 의원에게 접촉하기로 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계속 대가 없이 부탁할 수는 없는 법이지.’
사관학교에 강제로 가게 되면서 느꼈다. 이걸 아구스틴 1세에게 부탁하면 별말 없이 들어주겠지만 반대로 나도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
차라리 직접 움직여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낫다.
황태자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쉬웠다.
“전하, 늠름해지셨군요.”
베니토 카마초 의원.
보수파 의원 중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 중 한명이다. 예전에 내가 의회에서 공화파 의원들이 반도인 재산 몰수 조치에 대해 태클 거는 것을 전부 반박했을 때 봤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네.’
“오랜만입니다. 벌써 6년이나 되었군요.”
그동안 키가 꽤 커서 예전과는 눈높이가 다르다. 꾸준한 운동으로 만든 근육들도 있으니, 상당히 달라 보일 거다.
“예, 그때 의회에서 공화파 놈들을 단체로 침묵시킨 전하의 냉철한 논리와 화려한 언변에 감탄했었죠. 15세 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든 대단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때 카마초 의원님이 적절하게 지원사격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었는데, 이제야 감사 인사를 드리네요. 감사합니다.”
“하하하, 당연한 것을요.”
“오늘은 의원님께 부탁드릴 게 있어서 만나 뵙자고 했습니다.”
본론이 나오자 카마초 의원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께 부탁드리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아는데, 저를 찾아주시다니 놀랍군요. 어떤 부탁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영국, 미국, 프랑스에서 실행하고 있는 주식회사라는 것은 들어보셨죠? 그것과 증권거래소에 대한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흐음···. 그 건은 제가 힘을 쓰면 어렵지 않게 통과시킬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너는 뭘 해줄 거냐 이거구만.’
아구스틴 1세의 이름을 팔아 압박하면 그는 순순히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하겠지만 그럴 거라면 애초에 굳이 그를 찾지도 않았을 거다. 카마초 의원도 그 정도는 알테니 대가는 지급해야한다.
“제가 이번에 발명한 게 있습니다. 곡식을 아주 쉽고 빠르게 수확할 수 있는 기계지요. 카마초 의원님도 훌륭한 농장을 여러 개 소유하신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도와주시면 제가 이 기계 25대를 선물로 드리지요. 참고로, 곧 이 기계 한 대당 200페소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무려 5천 페소에 해당하는 물품을 제시했다.
현금으로 줄 수도 있지만 리퍼로 지급해야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호. 그것 참 신기하군요. 안 그래도 대리인한테 듣기로는 소작농 놈들이 자꾸 금을 캐러 가겠다고 도망가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었는데···. 죄송하지만, 기계를 한번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200페소에 팔 거라는 말만 듣고 덥석 물 수는 없다는 건가.’
“당연히 보여드려야지요. 아예 수확철에 직접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신, 다른 분들도 초대해도 되겠습니까?”
‘확실하게 보여줄 테니, 나도 영업 좀 하자.’
“그 정도는 저도 양보해야지요. 그럼, 저도 다른 지주들을 데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달 뒤 뵙지요.”
“예, 저도 감사합니다, 전하.”
***
늦은 저녁, 나는 아구스틴 1세의 집무실을 찾았다.
지친 얼굴로 빽빽한 서류와 씨름하고 있었던 예전과 다르게 조금은 여유로워진 표정.
“···그래서 에스파냐가 곧 공격할 거다?”
“예, 에스파냐가 혼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독립한 식민지들을 가만히 둘 리가 없죠. 특히 우리는 그쪽 왕가와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나도 에스파냐 놈들이 공격할 것을 대비해서 전력을 증강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네 회사에 신형 라이플 5천정을 발주하지 않았느냐.”
방산 회사를 만든 후 2년간 기존 플린트락 머스킷 2만정을 개조했고, 5천정의 에두아르도 라이플을 납품했다.
“그건 감사합니다. 문제는 공격 시기와 위치인데, 우리 멕시코 제국에는 해군이 없지 않습니까. 해상에서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해군은 있다. 배가 없을 뿐.”
“크흠···. 그러면 지상에서 싸워서 물리쳐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상륙 지점을 미리 알면 훨씬 수월하겠죠. 쿠바에 정보원들을 보내놓으면 공격 시기는 거의 확실하게 알 수 있고, 높은 확률로 위치까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에스파나 놈들이라면 공격하기 전에 쿠바에 정박해서 물자를 보급할 테니, 그걸 이용하자는 소리구나.”
“예, 하바나에 정보원을 2명 보내서 한 명은 에스파냐 함대가 보이는 즉시 그 규모만 파악해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고, 다른 한 명은 공격 위치까지 파악해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는 겁니다.”
“좋은 생각이구나. 알았다, 그렇게 조치해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것으로 에스파냐군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충돌은 필연, 더 많이 준비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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