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18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180화(180/180)
< 태평양 패권 (1) >
“멕시코 제국의 태평양 영토라니, 그게 무슨···.”
조지 노브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멕시코 제국이라면···. 에스파냐에게서 독립한 아메리카의 국가를 말하는 건데, 그 국가가 벌써 이렇게 태평양까지 함대를 투사한다고?’
조지 노브스는 1828년에 이 핏케언 제도에 도착했다. 교육받은 이였던 만큼 세계정세가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대영제국이나 프랑스만큼 해군력이 강하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아메리카 국가라고 가까워서 만용을 부리는 건가?’
조지 노브스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여기 핏케언 제도는 대영제국의 영토이며, 저는 영국 성공회에서 정식으로 파견된 사제입니다. 대영제국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 겁니까?”
조지 노브스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이미 한번 무시당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사제의 말에, 멕시코 제국 해병 지휘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영제국의 배가 여길 방문한 게 몇 년 전이지? 이 남태평양의 외딴섬을 자주 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
그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핏케언 제도가 어디 근처 동네도 아니고, 대영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용건 없이 단순 순찰만을 위해 배를 보낼 일 따윈 없다.
핏케언 제도와 영국 본토의 거리는 직선거리로만 14,900km에 달하며, 실제 항로를 통한 거리는 무려 32,000km에 달한다. 멕시코 제국의 서해안 항구에서는 8,000km 정도 떨어진 것을 생각해보면 무려 4배나 먼 거리를 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영제국은 아주 특수한 용건이 있어야만 핏케언 제도에 배를 보낼 거다. 그리고 그 말은, 당장 멕시코 제국이 핏케언 제도를 점령해도 대영제국이 발견하는 것은 수년 뒤라는 뜻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조지 노브스에게 지휘관은 강요했다.
“선택해라.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황제 폐하께 충성을 맹세할 것인지, 거부하고 포로가 될 것인지.”
조지 노브스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주민들을 바라봤다. 두려워하는 얼굴들이었다. 싸운다는 선택지는 없는거나 다름없다. 싸워봐야 개죽음일 뿐이다.
그렇다면, 포로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대영제국을 적국처럼 대하고 있었다. 들키는 데 몇 년이 걸릴 거라고 하지만, 반대로 그 말은 결국은 들킬 수밖에 없다는 말. 그런데도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세계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설마··· 대영제국이 몰락하기라도 한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독립한 지 30년도 되지 않은 저 멕시코라는 놈들이 겁도 없이 이런 무도한 짓을 저지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가정하면 그의 조국은 멕시코에 잡힌 그와 주민들을 되찾아줄 힘이 없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노브스는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충성을···맹세하도록 하겠소. 그러면 우리는 계속 여기서 살아갈 수 있는 것 맞겠지?”
“그래. 나중에는 공무원이 파견될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살던 대로 살게 될 거야.”
주민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영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다 알아들었다. 이를 꽉 깨물고 멕시코 제국의 군대를 노려보는 이도 있었지만, 노브스의 결정에 반발하는 이는 없었다.
핏케언 제도에 사는 150명의 주민이 무릎을 꿇고 멕시코 제국의 황제에게 맹세하는 동안, 군함에 타 있는 해군 함장은 갑판에서 핏케언 제도의 환상적인 자연환경을 구경했다.
3월의 핏케언 제도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따사로운 적도의 햇살이 섬을 감싸 안았고, 청명한 하늘은 깊고 푸른 남국의 바다와 맞닿아 있었다.
섬을 둘러싼 투명한 바닷물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산호초가 만들어낸 하얀 모래사장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었다.
“황제 폐하께 여길 바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군.”
***
혁명군의 리더, 안토니오 마르케즈와 그의 조언자 호세 일라리오 로페스는 당황했다.
“그 요구 사항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이건 확실히, 놀라운 일이군요···.”
로페스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멕시코의 황제는 절대군주나 다름없는 권력을 가진 자였다. 그런데 이런 개혁을 수락하다니.
이게 멕시코를 발전시켜온 결단력인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결단력이었다. 그의 스승인 시몬 볼리바르가 말년에 추태를 보이고 권력을 잃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였다.
“내가 가능하다고 했잖아. 황제 폐하께서는 정말 국민들을 사랑하신다고.”
산탄데르는 싱글벙글하며 역시 황제 폐하라며 찬양했다.
산탄데르가 밀어붙여서 넣긴 했지만, 그들이 생각해도 과한 조건들이었다. 길고 힘든 협상을 치를 각오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황제는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조건을 달고 수락해버렸다. 그 순차적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일시나 계획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무려 황제가 명예를 걸겠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이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쁜 일이었다.
당장이라고 전 국민에게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합병 요구사항은 기밀이었다. 개혁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특정 계층의 반발을 불러오는데,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의 개혁에 대한 내용을 대중에게 다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르케즈는 당연히 합병을 최종 승인했고, 두 국가의 합병은 실현되었다.
누에바그라나다라는 국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와 함께 ‘자유 시민연합’도 기쁘게 해체되었다.
혹시 멕시코 제국 황제가 합병을 거절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지주와 성직자들은 낙담했다.
“···끝났군.”
“이거, 재산을 싸 들고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구티에레즈 일당이 현명한 거였나.”
“안 그래도 성직자들은 재산을 챙겨서 이주하려고 분주하더군.”
누에바그라나다의 지주들은 우울했지만, 당장 전 재산을 몰수당하게 생긴 성직자들은 우울할 시간도 없었다.
“허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성직자라는 놈들이 저래도 되는 건가? 엄연히 주어진 교구와 교회가 있는데, 재산을 들고 도망치겠다니. 사실 따져보면 엄연히 교회 재산 아닌가.”
“뭐, 그래봐야 농장을 통째로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귀중품이나 조금 가져가겠지.”
“그렇긴 하지.”
이제는 물릴 수도 없었다. 멕시코 제국의 군대와 공무원들이 콜롬비아로 들어오고 있었다.
합병의 실행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멕시코 제국은 파나마 지역의 도보, 카르나헤나와 산타 마르타 등 대서양 방면 항구, 부에나벤투라(Buenaventura) 등의 태평양 방면 항구의 3 방면으로 대량의 병력과 공무원을 보냈다.
멕시코 중앙정부의 법안은 콜롬비아 전역에 즉각 적용되었다. 유예 기간 따윈 없었다.
“콜롬비아 지역의 모든 노예를 즉각 해방하라.”
멕시코에서는 텍사스를 빼면 흑인은 극소수였지만, 콜롬비아 지역은 사정이 좀 달랐다.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흑인 노예 수입이 있었다. 총인구 중 10%가 흑인 노예였다.
“목회 건물과 토지를 제외한 교회의 재산은 전부 멕시코 제국 정부의 것이오.”
노예 소유주와 성직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대항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혁명군에게도 졌던 그들이 무슨 수로 멕시코 제국 중앙정부에 대항하겠나.
“곧 여기까지 멕시코 제국군이 당도할 것이오.”
“뭐, 방법이 있나. 받아들일 수밖에.”
“아니, 이럴 바에는 재산을 정리해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고 말지.”
재산을 챙겨서 타국으로 이주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이민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하진 않지만, 남미에는 문화도 비슷하고, 언어도 똑같은 나라가 많았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한 국가였다고 독립한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도 있었다.
“어디로?”
“아르헨티나.”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는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누에바그라나다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혼란으로 개판인 국가들이었다. 남미는 칠레를 제외하고는 다 비슷했다. 그나마 아르헨티나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롭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 항구가!”
배를 구하려고 갔던 항구는 멕시코 제국 함대에 봉쇄되어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나오리라는 것을 예측했다는 듯이.
지주들과 성직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신생국인 아르헨티나로 도망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단 말인가.
“육로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소.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제국군이 먼저 틀어막을 거야.”
제국은 거대한 힘으로, 콜롬비아 전체를 단번에 움켜쥐었다.
***
“그러게, 내 말하지 않았소! 경고는 무슨! 그놈들이 그딴 것을 들을 리가 없잖아!”
대영제국 보수당 의원들은 이때다 싶어서 휘그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좀 더 확실한 액션을 취했어야 했소.”
“은퇴하신 웰즐리 공작님마저도 분노의 편지를 보내오셨더군.”
대멕시코 강경파인 웰즐리 공작은 노령을 이유로 정계를 은퇴하고 한가로운 말년을 즐기고 있었지만, 멕시코가 콜롬비아를 합병했다는 소식은 쉬고 있던 80세의 노인마저 격노하게 했다.
휘그당 의원들도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니 이게 우리 잘못이오? 비판할 때는 당신들도 좋다고 찬성해놓고 무슨!”
“옳소! 그리고 확실한 액션이라니. 뭐 전쟁이라도 해야 했다는 소리요? 작년 혁명으로 우리 동맹국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는데, 결과론적인 헛소리나 하고 말이야!”
“뭐? 헛소리?”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제국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었던 메테르니히 후작은 지금 영국에 있었다.
외교를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무려 망명을 온 상태였다.
혁명을 단번에 밀어버린 프로이센과 다르게, 오스트리아는 1848년 3월 빈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큰 몸살을 앓았다.
빈 체제를 구축하고 절대 왕정과 보수적인 가치를 수호하던 메테르니히가 물러나고, 황제는 헌법까지 제정하는 치욕을 맛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내부 상황이 말이 아닌 오스트리아 제국이 멕시코 제국을 상대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는 힘들었다. 그런 결정을 했다가는 황제 자리도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오스트리아도, 미국도 도울 수 없는 상황이니, 영국은 강경한 수를 선택할 수 없었고, 결국 멕시코는 콜롬비아를 집어삼켰다.
“···이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칩시다. 하지만 더는 안 됩니다. 이 지도를 보세요.”
멕시코 제국의 영토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심지어 저 넓은 영토가 식민지도 아니고 다 본토였다. 이는 대영제국의 패권을 위협할 만한 규모였다. 의원들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동의합니다. 이제는 러시아와 동급, 아니 그 이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독립할 당시에도 거대하던 멕시코 제국은 카리브해를 잡아먹더니, 미국 서부를 잡아먹었고, 이제는 남쪽까지 그 영토를 넓혔다.
영국인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왕가와 자본가 등 상류층의 거의 모든 사람이 멕시코의 영토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며 불쾌감을 표했다.
***
콜롬비아의 합병 소식을 접한 베네수엘라의 권력자들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섬뜩함을 느꼈다.
“왼쪽과 오른쪽이 멕시코 제국의 영토가 된 셈이로군.”
베네수엘라의 호세 타데오 모나가스(José Tadeo Monagas) 대통령이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초록색으로 칠해진 멕시코 제국의 영토가 마치 베네수엘라를 집어삼키려는 듯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오른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이제는 왼쪽마저 저들 것이 되어버렸으니. 독립을 쟁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국으로서는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름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국내 상황이 좀 괜찮아진다 싶으니 벌어진 이 대참사에 당황하고 있었다.
영국이 가지고 있었던 영국령 가이아나가 멕시코 제국으로 넘어갔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실제로 멕시코 제국은 그 땅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국토개발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항구만 관리할 뿐이었다. 하지만 멕시코 제국의 영토 사이에 낀 상황이 된 지금은 누가 봐도 베네수엘라 영토를 탐내게 생기지 않았는가.
“시몬 볼리바르의 명분을 꺼내 들다니. 그 망령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는 말인가.”
멕시코 제국 황제는 시몬 볼리바르의 제자로 알려진 호세 일라리오 로페스를 자신의 정부로 끌어들이며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명분일 뿐이지.”
타데오의 동생, 호세 그레고리오 모나가스(José Gregorio Monagas) 상원의원이 대답했다. 현 베네수엘라는 모나가스 형제의 통치 아래에 있었다.
“멕시코 제국은 시몬 볼리바르가 라틴 아메리카 통합으로 얻고자 했던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도 시몬 볼리바르를 꺼내 들었어. 이게 무슨 뜻일까?”
“남미로 확장하기 위한 명분이로군.”
“그래. 그리고 그건 실제로 통하고 있지. 벌써 시몬 볼리바르를 지지했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으니.”
동생이 몇몇 이름이 담긴 보고서를 건넸다.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갈수록, 타데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볼리바르의 동지들, 그의 이상을 함께 꿈꿨던 이들이 하나둘 멕시코 제국에 동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늙은이들이···.”
독립 전쟁의 영웅을 내세운 저들의 선전·선동에 넘어간 것일까, 아니면 거대한 세력에 빌붙어 안전을 도모하려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베네수엘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부 밟아버려.”
***
콜롬비아 합병 소식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는 사이, 뉴질랜드 북섬의 오지에서는 멕시코 제국 탐험대가 며칠을 헤맨 끝에 마오리족과 접촉했다.
그들의 표정과 시선은 좋은 말로도 곱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을 노려보는 마오리 전사들. 그 모습에서는 경계심과 적대감이 뚝뚝 묻어났다.
탐험대원들은 저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은 명확했다. 남태평양의 이 미지의 땅을, 어떻게든 제국의 동맹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 태평양 패권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