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2)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2화(2/180)
몰수 (1)
아구스틴 1세의 가장 큰 실책은 말할 것도 없이 의회 해산이다. 그리고 그 의회 해산은 반대파 의원들을 체포한 후 오히려 더 많은 의원이 더 격렬하게 반발하여 일어난 일이다.
‘벌써 반대파 의원들을 체포했다면, 상황이 몇 배는 어려워진다. 의회와 화해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바로 내전을 준비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아버지를 막는 게 가장 우선순위인 상황이지만, 나는 곧장 아버지를 찾지는 않았다.
이 몸이 장남이라고는 하나, 상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채로 찾아가서 다짜고짜 황제가 하려는 일에 훼방을 놓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상황 파악부터.’
***
나는 문 앞에서 심호흡하고 노크했다.
똑똑똑.
“어머니, 헤로니모입니다.”
“들어오렴. 우리 아들.”
‘음···. 일단 목소리로 봐선 이 몸에게 호의적인 것 같군.’
몸의 주인인 헤로니모 이투르비데의 기억이 없는 상황이라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대부분의 어머니는 자식에게 호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이왕 보내줄 거면 서비스로 기억도 좀 넣어주시지. 다른 신들은 잘만 넣어주던데.’
나는 멕시칸 할아버지에 대해 불평하며 문을 열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방 안에는 기품 있게 생긴 여성이 보였다. 이 몸의 어머니인 아나 마리아였다. 미국식 발음으론 안나 마리아지만, 에스파냐어에 익숙해져야겠지.
‘현대의 36세 여성같이 보이는군.’
엄청난 미녀는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곱게 자란 부잣집 여식이라는 느낌이었다. 아구스틴 1세가 그녀가 가져온 지참금으로 대농장주가 되었으니, 그녀의 원래 집안은 얼마나 부자겠는가.
“아들, 무슨 일이니? 오랜만에 엄마를 다 찾아주고?”
그녀는 내가 찾아온 게 의외라는 듯 말했다. 나는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으니 적당히 대답했다.
“그야 어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뭐? 너 내 아들 맞니?”
‘응?’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웃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냥 농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연히 어머니 아들이죠. 그럼, 누구겠어요.”
“요즘 엄마랑 대화도 잘 안 해주더니, 벌써 철이 들었나?”
‘아.’
이 몸은 사춘기가 올 만한 나이였다. 말하는 것으로 봐선 상당히 속을 썩이고 있었나 보다.
“하하, 그런가 봐요. 그건 그렇고 아버지는 요즘 많이 바쁘시죠?”
나는 자연스럽게 주제를 돌렸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는 매일 의원들이랑 싸우느라 바쁘시지. 명색이 황제인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으니.”
‘그나마 최악의 타이밍은 피했군.’
아구스틴 1세가 의원들이랑 싸우며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아직 반대파 의원들을 체포는 하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그래, 이 정도는 해주셔야지.’
과거의 인물에게 빙의되었을 뿐, 빙의한 인물의 기억도 없고, 힘이 세지거나 머리가 좋아지는 능력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쉬운 와중의 그나마 시기라도 적절해서 다행이다.
반대파 의원들의 체포가 1822년 8월 26일, 의회 해산이 1822년 10월에 이뤄지니까, 현재 날짜는 1822년 7월에서 8월 중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몸의 나이는 15살, 딱 사춘기가 올 나이긴 하네.’
나는 궁금한 점을 더 질문했다.
“요즘 국내 정세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15살짜리가 어머니한테 하기엔 이상한 질문이지만, 나라가 독립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은 상황이니 괜찮겠지.
“이제 보니 엄마를 보러 온 게 아니구나. 나랏일에 관심이라도 생긴 거니?”
“네. 저도 이제 황태자니까요.”
“호호, 갑자기 철이 든 것 같아서 조금 어색하구나. 그래도 네 말대로 이제 황태자니까 나랏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겠지. 어떤 게 궁금하니?”
“반도인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들은 독립 전쟁 중에 대부분 에스파냐로 돌아갔단다.”
반도인들이란 이베리아반도 출신 귀족들을 말하는 것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계급 중 최상위에 위치했던 이들이다.
페닌술라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에스파냐 본국에서 식민지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한 이들이다. 에스파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독립에 반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남아있는 이들은요? 얼마나 남았나요?”
“거의 안 남았고, 남아있는 이들도 순차적으로 추방하기로 했단다.”
‘이런. 생각보다 빨리 추방이 시작되고 있었나 보군.’
반도인들은 식민지의 고위급 직위들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들이 전부 빠져버리면 제국의 행정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이 식민지의 최고 지식인 계층이기도 했는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각종 지식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계층이었다.
멕시코에도 대학이 있고 반도인들의 후손인 크리오요들도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 많지만, 유럽산 최신 지식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을 텐데요.”
“재정 상황이 안 좋긴 한데, 아버지 알아서 하실 거란다. 너무 걱정하지 말렴.”
어머니는 내 걱정에 기특하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지만, 멕시코의 현실을 아는 나는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독립 직후의 멕시코는 그야말로 개판이다. 오랜 독립전쟁으로 국가 재정은 파탄 상태이고,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으며, 행정조직은 와해되서 세금도 걷히지 않고, 지방은 중앙의 통제를 거부하고 있다.
아구스틴 1세와 의원들은 정치적 경험이 부족했다. 의회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고, 의회 정치를 할 건지 말 건지도 결정 나지 않았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각자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쟁만 하고 있었다.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막장 국가가 유지되는 것은 독립했으니,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낙관주의 덕분이었다.
“공무원들과 군인들의 급료도 못 주고 있지 않나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진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럴 거란다.”
‘아구스틴 1세가 군대를 잃은 이유가 있었군.’
지금 이 몸의 아버지가 가진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대중의 지지. 어쨌든 아버지는 멕시코의 독립을 이끈 주인공이다. 이후 빠른 속도로 인기를 잃지만, 아직까진 독립 영웅으로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둘째는 군대의 지지. 아버지는 군인으로서 빛나는 경력을 가졌으며, 황제가 되기 한참 전부터 멕시코의 군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셋째는 보수파의 지지. 교회와 대지주들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대지주이자 근왕주의자이자인 아버지를 지지하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군대의 급료는 줘야 해. 군대의 지지를 잃으면 끝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의 지지다.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대중과 보수파의 지지도 얻은 것이다.
아구스틴 1세는 뛰어난 군재를 가지고 있기에 군대가 더 중요하다. 중앙군의 지배력만 남아있으면 공화파와 지방이 반란을 일으켜도 때려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급료를 지급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지급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군인들은 아구스틴 1세에 대한 지지를 점점 접고 있을 것이다.
‘결국 돈이 문제구나.’
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진 않다. 캘리포니아의 금을 캐면 된다. 골드 러쉬는 20년도 더 남았고, 아직 캘리포니아엔 엄청난 양의 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떤 지역은 강이 금빛으로 보일 정도로 사금이 많았다고 하니, 캐기만 하면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 이 상황은 즉각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철도도 없는 이 시기에 캘리포니아를 가려면 편도로만 최소 5개월이 걸린다.
‘다른 수가 필요해.’
즉석에서 돈 나올 구석을 찾으려니 머리가 아프다.
“어머니, 반도인들의 재산은 어떻게 되었죠?”
“귀중품은 가져갔겠지만, 토지나 농장은 대부분 그대로 있지. 애초에 에스파나 본국에서 대리인만 보내서 농장을 구매한 사람들도 많았으니.”
“에스파냐는 지금 군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으로 아는데, 맞나요?”
맞다.
적어도 이 시기의 에스파냐는 멕시코가 무슨 짓을 해도 군사력을 투사할 수 없다. 나폴레옹 전쟁과 이후 이어진 내전으로 혼란을 격는 시기이며, 외부로 군사력을 투사할 힘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에스파냐가 어느 정도 혼란을 극복하고 독립한 멕시코를 재정복하겠답시고 공격하는 게 7년 뒤인 1829년이니까, 적어도 그때까진 안전하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질문한 이유는 이 시대 사람들도 이걸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더구나.”
‘역시.’
이 시대 사람들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애초에 아버지가 에스파냐 군대 출신이었으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애초에 힘이 있었다면 멕시코 독립부터 막았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에스파냐 왕가를 비롯한 반도인들의 재산을 전부 몰수해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겠네요?”
“음..그럴 것 같긴 하지만, 그건 너무 급진적이지 않니? 그렇게까지 한다면 에스파냐의 보복은 절대 피할 수 없을 텐데.”
‘어차피 멕시코와 에스파냐는 몰수와 상관없이 싸우게된다.’
“지금 당장 정부가 무너지는 것보단 낫죠. 어머니도 알고 계시잖아요. 지금 상황이 위태롭다는 거.”
“···”
“아버지의 힘은 군대에서 나오죠. 그 힘이 없어지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아버지는 지금 의원들과 싸움에 지쳐서 극단적인 수를 고려 중이실 거예요. 제가 아버지를 설득할 테니, 어머니도 거들어 주세요.”
고작 15살인 나 혼자 가서 설득하는 것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것이 몇 배는 효과적일 것이다. 그도 그럴게, 아구스틴 1세는 애처가였다.
‘둘 사이에서 자식을 10명이나 낳았으니.’
이 당시는 아직 영아 사망률이 높던 시기라 자식을 많이 낳는 편이라곤 해도, 10명은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특히 귀족들은 상속 문제 때문에 후계자와 예비 후계자 정도만 있으면 애를 더 낳길 꺼리는 경우도 많았다.
어머니가 내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면 아구스틴 1세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
나는 어머니와 함께 멕시코 제국 황가의 거주지이자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소재지인 국립 궁전(Palacio Nacional)을 걸었다.
‘아구스틴 1세를 설득할 논리도 논리지만, 장남인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데.’
이 몸은 대지주의 아들답게 잘 먹고 자랐는지, 15세에 키가 175cm 정도는 되는 것 같지만, 아까 어머니의 반응을 봐선 아구스틴 1세도 나를 그저 철없는 사춘기 소년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생각이 없다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시간이라도 많다면 아구스틴 1세의 입맛에 맞게 군입대라도 해서 신뢰를 쌓겠지만, 망해서 쫓겨날 날까지 몇 달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럴 시간은 없었다.
‘대화했던 기억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괜히 초조해져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실까요?”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내가 같이 말한다면 완전히 무시하시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렴.”
대화하는 사이 집무실에 도착했다. 집무실 앞은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나는 군인에게 말했다.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와 어머니를 확인한 군인은 집무실로 들어가 우리가 왔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아구스틴 1세, 현 멕시코의 정점을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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