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22)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22화(22/180)
에스파냐의 귀환 (3)
‘성공이군. 기병대가 성공한 게 분명해.’
저 멀리 에스파냐군의 모습이 보인다.
탐피코 북서쪽 지역의 숲으로 진입하고 있는 에스파냐 군.
“···정말 왔군요. 전하, 대체 어떻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내신 겁니까.”
잠복해있던 지난 몇 시간 동안 안절부절못하던 호르헤 소장이 이제야 안심된다는 듯 말했다.
“제가 잘한 게 아니라, 기만 작전을 잘 수행해준 충성스러운 우리 장교들과 남쪽에서 정찰병을 잘 잡아준 기병대가 잘 한 겁니다. 공은 그들에게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작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하.”
“아직 전투 시작도 안 했습니다. 벌써 끝난 것처럼 방심하지 마세요.”
“예.”
담담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나도 긴장되어 죽는 줄 알았다.
적군이 우리와 거의 차이가 안 나는 1만명 규모라는 것을 알고 나서, 정면에서 힘 싸움을 하려는 생각은 진작에 버렸다.
“기습의 묘리는 언제나 유효하단다, 아들아.”
아구스틴 1세가 강조했던 말을 따랐다.
‘저들이 에스파냐 충성파가 합류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컸지.’
충성스러운 자들을 뽑아서 에스파냐 충성파로 위장시켜 적 진영으로 보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속진 않을 거다.
적 지휘관이 정상적인 자라면 정보에 대한 확인을 해볼 것이고, 우리가 남쪽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들려면 남쪽으로 온 정찰병들을 전부 잡아야 한다.
‘기병대 2천명을 전부 투입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는데, 결국은 투자한 값을 해주는군.’
그들은 정찰병을 전부 잡아내고 충분한 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이상한 낌새가 없으면 이쪽으로 합류하기로 했으니, 지금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옵니다.”
“저희도 천천히 이동하도록 하죠.”
적 지휘관은 신중한 편인지, 이동하면서도 계속 정찰병들을 끊임없이 운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습을 가할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저쪽도 생각보다 대포를 많이 가져왔군요.”
“예, 50문은 되어 보입니다.”
“포병대 쪽을 먼저 제압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예.”
우리 군은 천천히, 조용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방포 준비.”
“예.”
포병 장교는 포병대를 준비시키기 시작했다.
양 군대의 거리가 사거리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적 정찰병들이 우리를 발견해서 신호를 보내는 그 순간.
“방포하라!”
쾅! 콰앙! 쾅! 콰앙! 쾅!
이끌고 온 야전포 중 절반인 약 20여문에 이르는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대지가 흔들리고 전장이 연기로 뒤덮이기 시작하는 가운데, 전열 보병들에게도 사격을 명했다.
“보병들도 사격 실시.”
원래라면 훨씬 더 접근한 후 사격해야 하지만, 에두아르도 라이플과 탄은 이 거리에서도 사격을 가능하게 했다.
타타타타탕!!
쾅! 콰앙! 쾅! 콰앙! 쾅!
1차 사격이 가해진 직후, 나머지 20문의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완벽한 기습이었다.
***
피슝!
“엇, 장군님! 정찰병의 신호입니다!”
정찰병이 적을 발견했다는 신호가 올라온 지 겨우 2초쯤 되었을까.
쾅! 콰앙! 쾅! 콰앙! 쾅!
갑자기 대지가 흔들리며 엄청난 포격이 쏟아졌다.
“크아악!”
“내 팔!”
날아온 포탄에 적중당해 쓸려나가는 보병들.
방금까지 함께 걷던 전우들이 으깨진 고깃덩이로 변해버린 것을 보며 패닉에 빠진 자들.
타타타닥!
그와 동시에 빠져나가는 일련의 무리들.
에스파나 충성파라며 군대에 합류한 멕시코인들이었다.
‘당했다.’
바라다스 소장도 순간 패닉에 빠졌지만, 도망치는 자들을 보이자 오히려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역시 기만책이 맞았던 거다. 제길, 어쩐지 계속 찜찜하더라니.’
바라다스 소장은 고함을 질렀다.
“다들 정신차렷!! 전열을 전비하라!!”
그의 천둥 같은 목소리에 에스파냐 군은 베테랑답게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바라다스 장군은 전황을 살펴보며 바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3보병사단은 포병대를 지켜라! 급속 전진!”
적 전열보병들이 지원사격을 받으며 우리 쪽 포병대 쪽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포병대부터 제압하려는 생각이다.
바라다스 소장의 빠른 대응에 에스파냐 군의 전열 보병들도 후방의 포병대를 지키기 위해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아직 이쪽의 보병들은 유효사거리에 진입하지도 않았건만 빗발치기 시작하는 적군의 총알.
‘벌써 쏜다는 말인가.’
이 거리라면 쏴도 거의 맞지도 않는 게 정상인데, 이쪽의 전열 보병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계속 전진하라!”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 가운데서도 에스파냐의 베테랑 전열 보병들은 묵묵히 전진했다.
타타타타탕!!
‘대체 사거리가 왜 이렇게 길단 말인가. 저 거리에서 이 정확도는 뭐냔 말이다.’
이쪽의 유효사거리에 도달하기도 전에 2할에 달하는 병력이 사라졌다.
엄청난 희생 끝에 포병대 앞에 전열을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포병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방포 준비를 완료했다.
“방포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즉시 방포하라!”
일제히 발사되는 50문의 대포.
쾅! 콰앙! 쾅! 콰앙! 쾅!
크아악-
포병 장교의 명에 따라 적절히 조준된 각 대포의 포탄은 적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혔다.
“준비되는 대로 계속 방포하라!”
기습당했기에 순차적인 방포같은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둘러싸인 듯한 전장 상황이었다.
‘좋지 않다.’
“장군님! 저희를 출격시켜 주십시오! 전황이 불리합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전우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구경만 하는 것은 불명예입니다. 저희의 명예를 지키게 해주십시오, 장군!”
‘이 애송이들이···.’
“상대도 기병대를 아끼고 있어. 자네들을 먼저 투입하면 뒤를 잡히는 건 우리 쪽이야. 조금만 참게!”
에스파냐 군 보병들도 유효사거리까지 접근해 전체적으로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상당히 불리한 상황.
유리한 지점이라고는 조금 더 많은 대포 수 뿐이었다.
절망적인 전장 상황이었다.
***
타타타타탕!!
아구스틴 1세가 아끼는 정예 연대는 확실히 달랐다.
모두 15년 이상 근무한 군인들로 구성된 2개의 정예 연대는 에두아르도 라이플을 들고 적을 갈아버리고 있었다.
타타타타탕!!
영국의 레드 코트들과 같이 단 2줄의 전열로 넓게 펼쳐져서 끊임없이 연속 사격하는 정예 연대.
“전하, 전장 상황이 많이 기울은 것 같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확실한 승리입니다.”
“···끝까지 집중하시오.”
헛소리는 아니지만, 내가 원했던 전장 상황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들은 목숨을 던져가며 기어코 포병대를 지켜냈다.
그 대포들은 우리에게도 큰 피해를 강요하고 있었다.
‘기병대는 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지?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저쪽에서도 기병대를 아끼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두두두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장 상황을 살피고 있을 때, 불렀냐는 듯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기병대가 도착했다.
“전하! 기병 1, 2연대가 도착했습니다.”
“기병대장! 바로 출격하세요! 목표는 적 포병대입니다. 우회해서 타격하세요!”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겠지만, 지금은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이다. 여유가 없었다.
“예!! 기병대! 전원 출격한다!”
두두두두-
멕시코 제국 기병대가 우회 기동해서 에스파냐군의 포병대를 노리기 시작하자, 에스파냐군도 아껴놨던 기병대를 꺼내 들었다.
쾅!
양쪽 기병대가 굉음을 내며 충돌했다.
일차적 충돌로 수십명에 달하는 이들이 낙마하고, 본격적인 근접 전투가 시작되었다.
챙!채챙!챙!
서걱-
“으아악!”
동수의 기병대는 서로 비등하게 싸우는 듯했으나,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서걱-
“으···으아아!!”
“이건 아니야!!”
제대로 싸워본 경험도 없이 군대에 입대한 귀족 청년들이 시작이었다.
명예를 외치며 출격시켜 달라고 건방지게 장군에게 직접 건의하던 이들이, 눈앞에서 수 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것을 보자 패닉에 빠졌다.
‘나···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단 말인가? 저 무지렁이들처럼?’
아군 보병이 대포에 맞고 죽는 것도 체스의 폰이 튕겨 나간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알고 지내던 동료 귀족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그제야 전장의 잔혹함을 처절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멈춰라!”
“후퇴하지 마라! 동료들을 지켜라!”
기병대장들이 호통을 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두두두두-
한명이 전장을 이탈하자, 순식간에 400명에 달하는 기병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전선을 지켜라!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
자신들의 뒤통수를 지켜주던 기병대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포병대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바라다스 소장까지 직접 나섰다.
“탈영하는 자는 신분과 관계없이 즉결 처형하라!! 거기! 멈춰라! 이 버러지 자식!”
타앙!
“컥!”
도망치는 자를 쏴 죽이기 시작했지만, 한번 퍼지기 시작한 공포라는 전염병은 쉽게 진압되지 않았다.
기병의 이탈은 잡기도 힘들었다.
쾅! 콰앙! 쾅! 콰앙! 쾅!
에스파냐군이 혼란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황에서도 적의 폭격은 쉬지 않았다.
‘끝났나.’
아직 많은 병사가 살아있지만, 후퇴는 불가능했다.
교전을 위해 상대 쪽으로 접근한 상황, 상대의 무기는 우리 쪽보다 사거리가 몇 배나 길다. 거기다 추격하는 기병대는 뭐로 막을 것인가.
병사들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라다스 소장은 눈을 질끈 감고 부관에게 말했다.
“···백기를 올리게.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니.”
“···예. 크흑···.”
***
전투는 단기 결전으로 결판이 났다.
총 2만 2천명이 싸웠던 치열한 현장.
“옳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흥. 조롱이라면 그만두게. 자네의 그 불명예스러운 기만술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니까.”
“진심입니다. 빠른 판단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리셨습니다.”
“···”
“포로들도 성심성의껏 치료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적 지휘관이 바라다스 소장이 고집을 부리지 않고 빠르게 항복해준 덕에 인명피해가 적었다.
양 군이 가진 총의 성능은 차이가 컸지만, 구식이라도 대포는 대포다.
상대측이 가진 50문의 대포는 단 몇번의 발포만으로 수백명의 사상자를 만들어냈다.
‘그대로 계속 싸웠으면 우리도 3~4천명은 죽었겠군.’
그렇게 되었으면 승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전투의 결과로 우리 쪽은 900명의 사망자와 150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에스파냐군은 1900명의 사망자와 280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단 몇시간의 단기 결전 치고는 꽤 많은 사망자다.
“전하! 대승입니다! 전하의 신묘한 계책 덕에 적은 피해로 승리했습니다!”
“···호르헤 소장도 고생 많았습니다. 아버지에겐 잘 말해두겠습니다. 일단 전반 수습부터 하시죠.”
“예! 전하! 감사합니다!!”
호르헤 소장은 이 정도 피해는 가볍다는 듯 대승을 외쳤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전장을 수습하고 포로를 치료하고 관리하던 중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다.
“뭐? 도망간 그놈들이 다 귀족이었다고?”
“예···. 싸우기 전에는 명예를 입에 담더니만 막상 싸우니까 도망가더라고요. 그 개자식들.”
치료받던 포로 중 한명이 울분 섞인 어투로 폭로했다.
‘아하. 그런 거였나. 어쩐지 적 기병대가 갑자기 무너지더라니.’
“기병대장, 고생스럽겠지만 지금 당장 출격해서 탈영한 적 기병들을 한명도 남김없이 잡아주세요.”
“예, 전하. 걱정 마십시오. 그 실없는 놈들쯤이야, 얼마 가지도 못했을 겁니다. 산책하러 나가듯 다녀오겠습니다.”
기병대장은 걱정 말라는 듯 금방 잡아 오겠다고 장담하고 막사를 나섰다.
‘도망간 놈들이 정말 귀족 집안 아들놈들이라면 포로로서는 아주 쓸모가 많다. 병사로서는 쓰레기나 다름없지만.’
아주 맛깔난 협상 카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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