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2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23화(23/180)
에스파냐의 귀환 (4)
“벌써 탐피코로 들어간 자들이 있다고?”
“예, 전하. 대부분 잡아들였지만, 일부는 전력으로 탐피코까지 질주해버린 탓에 놓쳐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병대장은 내게 패잔병 추격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괜찮습니다. 탐피코는 지키고 있던가요?.”
“예, 전하. 탐피코 근처에 가보니, 아직 일부 병력들이 남아서 총을 쏘더군요. 병력은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본대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탐피코에는 최소한의 전력만 남겨뒀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패잔병 추격까지 하느라 지쳤을 텐데, 쉬세요.”
300명이 넘는 귀족이다.
단순히 귀족 혈통 300명이라면 크게 협상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전부 멕시코에도 대농장을 소유하고 있던 집안의 후손으로 에스파냐 귀족 사회에서도 어깨 좀 피고 다니던 집안이다. 거기다 고위 귀족 가문의 자제들은 기병대가 아니라 보병 장교로 입대한 터라 도망치지도 못하고 전부 잡혔다.
이들이 포로로 잡힌 것을 알면 에스파냐 귀족 사회가 뒤집어지리라.
2일 뒤.
나는 전장의 수습을 마치고 포로와 전리품을 챙겼다.
“출발하시죠, 호르헤 소장.”
“예, 전하.”
수비군의 포병대는 90문의 대포를 보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탐피코를 향해 천천히 행군했다. 고작 수백명 수준의 적들이 그동안 뭘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급할 것은 없다.
탕-
다 철수해버린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했지만, 아직 남아있나 보다.
정찰병은 탐피코 항구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바로 방향을 돌려 돌아왔다.
“군대를 더 접근시키죠.”
“예, 전하. 전진하라!”
“전진하라!”
1만명의 군대가 탐피코를 포위했다. 그제야 백기가 올라온다. 애초에 탐피코에선 수성이라는 게 불가능하다.
‘성벽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벽이 드문드문 있을 뿐이니.’
탐피코 항구를 수복했다.
***
‘어휴 저 얄미운 자식들.’
가장 먼저 도망친 배신자들은 이미 에스파냐 함대에 승선했단다.
전투에서 싸우다 말고 도망친 비겁자들임에도 귀족 혈통 덕분인지 처벌받기는커녕 함대에 탑승한 것 같다.
에스파냐 함대는 탐피코에 입성한 우리 군대를 공격하진 않았지만, 그대로 배를 내주지도 않았다.
그들의 함대는 탐피코 앞바다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발 빠른 기수를 보내 아구스틴 1세에게 전투 결과를 알리고 종전 협상권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외교와 국방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황제에게 있기 때문에 황제의 허락만 있다면 의회의 허락은 필요 없다.
아구스틴 1세는 승리 소식에 기분이 좋았는지, 고민도 하지 않고 네 승리니까 네가 마음껏 해보라며 에스파냐와 협상 권한을 내줬다.
에스파냐 함대는 인질 때문인지 철수하지도 못하고 한참을 탐피코 앞바다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 에스파냐 함대에 연락선을 보냈다.
대화를 하고싶다는 우리쪽 의도가 전해지자, 곧 상대 쪽 연락선이 다가오더니 제독이라는 자가 내렸다.
“···반갑다는 인사치레는 무의미하겠지. 나는 원정군 함대 제독인 후안 모랄레스 소장이오. 이렇게 빨리 결판이 날지는 몰랐군.”
“그러면 이쪽도 인사치레는 생략하지. 나는 멕시코 제국의 황태자이자 수비군 사령관인 아구스틴 헤로니모 이투르비데요. 당신이 에스파냐 군에 남은 이들 중 최고 선임자 맞소?”
“그렇소.”
“그렇다면 먼저, 우리 멕시코 제국에선 공식적으로 에스파냐측의 침략 전쟁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군.”
“···에스파냐는 멕시코의 독립을 승인한 적이 없으니, 침략 전쟁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군. 아무튼, 나는 포로에 관한 협상을 하러 왔소. 그쪽에서 관대하게 우리측 포로를 석방해 준다면, 우리 국왕께서도 관대하게 멕시코의 독립을 승인해주실 것이오. 어떻소?”
‘미친 소리 하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군. 멕시코 제국은 이미 독립했고 에스파냐의 승인 따위는 필요 없소. 당신들은 선전포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침략 전쟁을 시작한 것이고, 이에 대해 적절한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으면 포로 석방은 없을 거요.”
모랄레스 제독도 별 기대를 안 했는지 크게 반응 없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사죄와 배상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거요?”
나는 준비해 온 문서를 내밀었다.
—
1. 에스파냐 국왕 페르난도 7세는 침략 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멕시코 제국에게 사과할 것.
2. 에스파냐는 전쟁 배상금 일천만 페소를 멕시코 제국에게 지급할 것.
3. 에스파냐는 쿠바섬 전체를 멕시코 제국에게 할양할 것.
4. 에스파냐는 침략에 쓰인 함대를 그대로 멕시코 제국에게 양도할 것.
5. 에스파냐는 1급 조선 기술자 50명을 멕시코 제국으로 이주시킬 것.
—
내가 건넨 문서를 받아서 들고 읽어 내려가던 모랄레스 제독은 항목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점점 얼굴이 시뻘게졌다.
“미친 소리! 이딴 조건을 받아들일 것 같소? 쿠바를 달라고? 그럴 바엔 전쟁을 안 끝내고 말지. 전투 한 번 이겼다고 객기를 부리는 것 같은데, 후회할 거요. 제대로 된 함대도 없는 주제에 이딴 욕심이라니!”
소리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모랄레스 제독의 등 뒤로 말했다.
“그렇다면 포로들은 탄광 노동자로 보내지겠군. 멕시코 제국의 탄광 중 가장 힘들고 위험한 곳으로 보내야겠어. 탄광 일을 하다 보면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모랄레스 제독은 등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지금 비겁하게 포로들을 인질 삼아 협박하는 거요? 일국의 황태자라는 자가?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멈추시오.”
“불명예라? 일방적으로 침략을 해놓고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도 없이 넘어가려는 것이 더 불명예스러운 것 아닌가. 에스파냐가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로서는 포로들에게 일이라도 시켜서 손해 본 것을 메꾸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정말 이대로 전쟁을 지속할 셈이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군. 보아하니 포로들의 정체를 파악한 모양인데, 그들을 건드리고 나서 전쟁에 패하면 당신의 목숨은 무사할 것 같소?”
어떻게든 적당히 마무리하고 싶은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나를 협박하는 모랄레스 제독.
‘같잖은 협박이군.’
“다시 한번 원정하러 올 수 있으면 와보시오. 에스파냐에 얼마 남지도 않은 전력을 아득바득 끌어보아 원정 온 것임을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소? 언젠가는 우리 멕시코 제국도 함대를 건조할 거고, 그렇게 되면 쿠바는 물론이고 푸에르토리코까지 점령할 거요. 아니면 에스파냐에서 받을 배상금을 담보로 영국에게 함선을 구매할 수도 있고. 그럼 당신네 포로들은 평생 광산에서 노역하다가 죽을 것이고 덤으로 쿠바와 푸에르토리코까지 뺏기는 거요. 그러니 해볼 수 있으면 해보시오.”
협박에는 협박으로 되돌려준다.
외교적 수사 따위는 일찌감치 집어치운 내 직설적인 협박에 모랄레스 제독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나는 진짜 배를 째 버릴 거다.
“···국왕께선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거요. 이 조약은 정치적 사형이나 마찬가지니까.”
“모든 걸 투자한 베팅에 실패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당신은 돌아가서 페르난도 7세에게 우리 쪽 제안을 전하기나 하시오. 오늘부터 12주 안에 답이 오지 않으면 거절한 것으로 알고 포로들을 광산에 배치하겠소.”
“···”
모랄레스 소장은 인사도 없이 떠났다.
***
우리가 승리하긴 했지만, 이 당시 국제사회의 전쟁이라는 게 당사자 간의 승리와 패배라는 요소만으로 그 성과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여기저기 끼어들어 사사건건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국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부추기고 손해가 되는 것은 방해한다. 당사국의 의사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전쟁에서 이겼어도 제대로 배상을 뜯고싶으면 영국이나 프랑스에 기름칠을 해야 한다는 소리지.’
모랄레스 제독이 떠나는 것을 확인한 후, 수비군을 호르헤 소장에게 맡기고 빠르게 멕시코시티로 귀환했다.
아구스틴 1세는 성대한 연회를 열겠다며 난리를 피웠지만, 나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렸다.
기름칠을 해야 할 대상은 영국이다.
이 당시 프랑스는 에스파냐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당장 에스파냐 국왕 페르난도 7세의 권력을 되찾아 준 것도 프랑스다.
프랑스는 어디 변방의 멕시코라는 촌놈들이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에스파냐에게 삥을 뜯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영국 대사를 황궁으로 초대했다.
“워드 대사님. 처음 뵙는군요.”
헨리 조지 워드, 원 역사에서도 멕시코의 영국 대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이번에 에스파냐의 공격에 대한 소식은 들었습니다. 전하께서 계책을 발휘하셔서 대승을 거두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그는 찻잔을 들며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를 꺼냈다.
“하하, 별것 아닙니다. 마침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 대사님과 의논하고 싶어서 초대 드렸습니다.”
“좋습니다. 말씀해보시죠.”
“대사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에스파냐는 프랑스와 밀접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저희가 서로 협력한다면 영국에서도 에스파냐에 목줄을 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어떤 제안인지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군요.”
소작농에게 빚을 지게 만들어 농노로 전락시키는 지주처럼, 영국도 갖은 방법을 써서 여러 국가들에 빚을 지게 만든다.
일단 한번 빚을 지게 되면 갖은 명분을 붙여 부풀리고, 그 빚보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게 만든다. 그게 영국의 전략이고 우리 멕시코 제국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저희 멕시코 제국의 채무 2500만 페소 중 1500만 페소를 탕감해주시면, 에스파냐에게 받을 1000만 페소의 채권을 영국에게 넘기겠습니다. 어떻습니까?”
1500만 페소의 부채를 탕감해주고 1000만 페소의 채권을 받는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제안 같지만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영국이 멕시코에 빌려준 돈의 원금은 1000만 페소도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에스파냐에게 빚을 받을 권리다.
이 제안은 지주에게 새로운 빚노예를 만들게 해줄 테니, 내 빚의 일부만이라도 탕감해 달라는 제안과 같다.
‘나라에 힘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에스파냐가 지금 당장 빚을 갚을 여유가 없다는 것쯤은 영국도 알 터. 그렇다면 에스파냐도 엄청난 복리 이자에 허덕이는 신세가 될 거다.
“에스파냐에서 배상 조약을 승인하겠습니까? 프랑스의 견제 정도는 처리할 수 있겠지만, 조약에 서명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워드 대사는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멕시코 제국에 제대로 된 함대가 없다는 것은 안다. 어떻게 에스파냐에 배상 조약을 강요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그들은 승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쪽에서 에스파냐 귀족 가문의 인질 수백명을 잡고 있거든요. 그것도 꽤 고위 귀족 가문들을요.”
“수백명이라···. 그렇다면 페르난도 7세도 어쩔 수 없겠군요.”
에스파냐도 어찌 보면 우리 멕시코 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기세는 죽었지만 지방에서 숨죽인 채 기회를 노리고 있는 자유주의자들과 중앙의 국왕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귀족)들이 대치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페르난도 7세가 끝까지 배상 조약을 거부하면 보수주의자들의 상당수가 등을 돌리게 된다.
워드 대사도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래도 1500만 페소는 좀 많은 것 같군요. 1150만 페소는 어떻습니까?”
머릿속에서 셈을 하던 워드 대사는 화끈하게 350만 페소를 후려쳤다.
‘하아···. 1250만도 아니고 1150만이라니. 정말 지긋지긋하군. 절반으로 협상하는게 국룰 아니었냐고.’
영국의 탐욕에는 치가 떨렸지만 이것이라도 감지덕지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대신 프랑스 쪽은 영국에서 확실히 해결해주시는 겁니다.”
“예, 그쪽은 걱정하지 마시죠. 다만, 에스파냐가 배상 조약을 승인해야만 발동되는 겁니다.”
대화를 마치고 워드 대사를 배웅했다.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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