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28)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28화(28/180)
철도 (1)
1829년 3월.
몇 주간의 항해 끝에 베라크루즈에 도착한 이민자들.
그들의 마음은 불안감보단 희망으로 가득했다.
“황태자가 직접 이민자들에게 연설하다니···. 보기 힘든 일이군.”
“맞아요. 그분의 말이 전부 사실일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우리한테 신경을 써주시는 건 확실해요.”
“음···. 봐야 하지만, 거짓말은 없을 것 같군. 느낌이 그래.”
부부와 비슷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황태자는 영어로 연설했기 때문에 못 알아들었던 가족들도 있었지만, 여러 개의 언어를 아는 사람들은 국가마다 있었다.
그들은 황태자의 연설이 어떤 말이었는지 전달했다.
베라크루즈 항구.
항구에서 하루 정도 대기한 이민자들은 곧 기본적인 농기구와 공구, 식량을 받았다.
“여기 타시면 됩니다.”
좁다.
리오스 익스프레스라고 쓰여있는 이 역마차는 원래라면 10명 정도 타야 할 크기다.
이민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짐을 한 보따리씩 가지고 있었다.
역마차 하나당 2가족, 즉 8명에서 12명씩 끼어서 탔다.
“말이 살짝 힘들어하는군. 중간 역참에서 교체해줘야겠어.”
이 가족을 샌프란시스코까지 데려다주기로 되어있는 마부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출발했다.
“다들 조금 좁지만 참으시오. 이 먼 길을 걸어가려면 정말 힘들고 오래 걸릴 테니.”
마부는 승객들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마차까지 태워서 데려다 줄지는 몰랐는데,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군.”
그렇게 하나의 역마차가 출발했다.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남은 이민자들에게 소리쳤다.
“먼 곳으로 가는 사람들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불만 가지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뭐, 걸어가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아무도 걸어가지 않았다.
100가구의 사람들은 약 7일간 순차적으로 역마차를 탔다.
‘그냥 한 곳으로 싹 보내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지 말라고 하니.’
이 이민 정책을 밀어붙인 황태자는 국적별 이민 구역 배분에 대해 강조했다.
서로 친척관계에 있는 이들은 같은 곳으로 보내주지만, 정착지에 최대한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한 마을에 하나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만 모여있으면 에스파냐어를 배우지 않아도 모국어만 쓰면 된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빠르게 에스파냐어를 배우고 멕시코 사회에 녹아들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무원은 가족의 국적을 감안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여러 개척촌으로 나눠서 보냈다.
‘으음···. 이 가족이 가는 개척촌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곳이니까, 땅을 조금 더 줘야겠군. 새크라멘토로 가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개발된 곳이라 땅값도 높은 편이고 농지도 좋은 곳이니 좀 적게 주고···. 하, 머리 터지겠군. 오늘도 야근인가.’
멕시코 제국 전역의 행정 수요는 끝도 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독립을 맞이한 후 정부의 각 부서는 끊임없이 인력을 요구했고, 광대한 멕시코 제국의 지방 행정부 또한 행정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에스파냐어를 읽고 쓸 줄 알고 간단한 산수만 할 수 있으면 다 공무원으로 뽑는다는 소리까지 나왔는데도 슬슬 신입 공무원 수가 말라가고 있었다.
행정인력을 수급할 방법이 절실한 시기.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니 황태자님은 상당히 열려있는 성격이신 것 같던데···. 에스파냐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자들의 이민도 빠르게 추진하자고 건의해 봐도 괜찮을까?”
에스파냐는 멕시코 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다시 한번 끝없는 정치적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었다.
보수파는 분열했고 자유주의자들은 다시 동력을 얻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혼란기가 조금 수습되는가 했는데, ‘범죄 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국왕 놈이 말도 안 되는 도박 수를 던져서 나라를 말아먹은 것이다.
정치적 혼란은 곧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졌고, 에스파냐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라면 에스파냐에서 아일랜드인들 이상으로 이민자들을 많이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젊은 공무원, 로돌포 누네스는 이민자들과 동일하게 베라크루즈 항구에 입항한 황태자를 찾아갔다.
그는 애국심 반, 행정 인력 확충에 대한 욕심 반으로 건의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야! 인제 보니 우리 제국의 이민청을 맡을 인재가 여기 있었군!”
“···예?”
“이민청이라는 하위 부서를 만들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자네가 딱 맞아! 어차피 지금 이민 업무는 자네가 다 하는 것 아닌가!”
아직 이민자가 적고 인력도 부족해서 혼자 관련 행정 업무를 전부 하고 있긴 했다.
“어···. 감, 감사합니다?”
“하하하! 수고해주게!”
퍽퍽!
산만한 덩치의 황태자는 격려를 해주려는 건지, 그냥 때리는 건지 모를 강도로 어깨를 두드려주고 떠났다.
일주일 뒤.
멕시코시티에 있다가 막내라는 이유로 베라크루즈의 현장에 배정된 공무원 로돌포는 파격적인 승진을 경험했다.
파격적인 업무량과 함께.
***
“에밀리오. 전에 이미 말했던 것처럼 에스트라다 철강에서 농기구, 채굴 기구, 기계식 수확기를 만드는 부분만 분리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들려고 하네. 혹시 섭섭한가?”
주식회사를 만들었을 때부터 말해놓긴 했지만, 회사를 쪼갠다는데 섭섭할 수도 있을 터. 나는 에밀리오의 의중을 물었다.
“전혀 아닙니다, 전하! 안 그래도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철광산 개발, 채굴, 제강만으로도 아주 바쁩니다. 오히려 분리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이군. 앞으로 철의 수요는 끝없이 증가할 테니, 철강만으로도 회사의 규모는 끝없이 커질 거야. 잘 부탁하네.”
“예, 전하.”
“아 참, 석탄 채굴은 잘 진행되고 있나?”
멕시코 최대 철광산은 내가 알고 있어서 위치를 짚어줬다.
지난 4년간 끊임없이 개발해서 지금은 높은 채굴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석탄 광산의 위치까지는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에밀리오에게 맡겨놨었다.
“예, 꾸준히 찾아서 현재는 멕시코 제국 각지에서 5개의 석탄 광산을 찾았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멕시코 제국은 석탄이 풍부한 나라는 아니지만 당장 쓸 것도 없는 나라도 아니었다.
지금은 멕시코 제국 내에 있는 걸 쓰고, 곧 남미 국가들에서 수입할 예정이다.
에밀리오와 만나서 이야기하자 마침 다가오는 제임스 닐슨과 조셉 로크.
같은 처지에 있는 영국인이라 그런지, 나이 차이에도 배에서 꽤 친해진 듯하다.
나는 그들에게 손짓했다.
에밀리오에게 제임스를 먼저 소개해줬다.
“아, 마침 잘되었군. 에밀리오, 여긴 제임스 닐슨, 철강에 일가견이 있는 기술자일세. 영국에서 모셔 왔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될 것이네. 제임스, 이쪽은 앞으로 자네가 일할 철강회사의 사장인 에밀리오 에스트라다일세.”
“안녕하십니다. 에스트라다 철강을 이끌고 있는 에밀리오 에스트라다입니다. 함께 일하게 되었군요.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사장님. 함께 철강 제국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철강 제국이라니. 포부가 좋은데요? 좋습니다. 철강 제국을 만듭시다.”
옆에서 그들이 악수하는 것을 보고 있던 조셉 로크도 소개해줬다.
“이쪽은 조셉 로크, 기관차에 일가견이 있는 기술자라네. ‘로크 정밀 기계’라는 회사를 맡게 되었지.”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에밀리오에게 조셉과 제임스를 소개한 뒤, 그들을 보내고 멕시코시티에서 라몬을 찾았다.
그의 회사 ‘라몬’은 멕시코시티 외곽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라몬, 청바지는 잘 팔리고 있나?”
“전하,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면 생산량이 너무 적습니다. 이대로라면 영국산 면의 비중을 80% 이상으로 늘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흐음. 역시 그런 상황이군.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들을 데려왔다네. 바로 직조기와 방적기 기술자들이지.”
“예? 그게 정말입니까? 안 그래도 기계를 구하고 싶어서 영국 쪽에 문의해봤는데, 영국 놈들이 구닥다리를 엄청나게 비싸게 팔겠다는 심보가 눈에 보여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수익금은 전부 재투자해도 좋으니, 우리 멕시코 제국의 면 산업과 의류 산업을 영국을 뛰어넘도록 키워보게.”
“감사합니다, 전하!”
청바지와 텐트 사업은 원 역사의 리바이스처럼 대박을 터트렸다.
그 수익금이 상당하니, 기술자들을 붙여주면 면화 농장부터 시작해서 면 공장, 의류 공장까지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데려온 기술자들을 각 회사에 배치했다.
***
기술자들을 데려오긴 했지만, 이제부터 철도망을 건설하자! 하고 시작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 전에 해결해야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정부를 설득하는 거다.
‘철도라는 게 뭔지부터 알려줘야 하지만.’
“···그래서 그 선로라는 것은 광산에 있는 레일 같은 거고 기관차라는 것은 레일 위를 지나다니는 마차 같은 것이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느냐?”
“예, 아버지. 정확합니다. 대신 그 마차에 증기기관이 달려서 스스로 움직이도록 되어있는 겁니다.”
“그게 어느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시간당 29마일(47km/h) 정도의 속도는 될 겁니다.”
“흐음···. 빠른 건 좋은데, 그 정도 속도라면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구나. 안전한 것 맞느냐?”
“안전하게 만들겠습니다. 이미 영국에서 개통해서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을 직접 보고 왔습니다.”
나와 아구스틴 1세가 대화를 나누고 있자 가만히 듣고 있던 재무대신이 끼어들었다.
“그 철도라는 것과 기관차의 비용은 어느 정도 하는지 알 수 있습니까?”
“철도는 마일당 1만 페소 정도 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철도만 깔면 되고, 기관차는 각 사업자가 비용을 대서 도입할 겁니다. 그리고 철도도 각 회사에 독점권을 주는 조건으로 철도 건설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1마일(1.6km)당 1만 페소라는 것은 순전히 내 추정치에 불과하다.
영국에선 마일당 1만파운드가 들었다. 즉, 마일당 5만페소라는 엄청난 금액이 쓰였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건 영국이다.
이미 여러 건물이 들어차 있는 비싼 땅들, 비싼 인력, 험난한 지형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겹친 것이다.
‘30~40년대 미국은 마일당 1만 달러 정도로 건설했었지. 그럼 나도 충분히 가능하다.’
스페인 탈러에서 유래한 미국 달러는 우리 제국의 페소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멕시코도 멕시코시티를 제외하면 땅값이 비싸 봐야 농지 수준으로 싸다. 도시화가 꽤 진행된 영국과는 사정이 다른 것이다.
노동력도 미국보다 싼데다 곧 이민자들도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거기다 앞으로 신공법을 적용해서 대량 생산될 철도 있다.
멕시코의 지형은 미국보다 험난하지만 내 토목 공사 능력이라면 단가를 맞출 수 있을 거다. 아니, 맞춰야 한다.
“흐음···. 적은 돈은 아니군요. 우리 멕시코 제국은 광대하니까요.”
재무대신은 살짝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장점을 설명했다.
“확실히 적은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면 어떨까요? 먼저, 철도가 깔리면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농산물과 광물이 역마차보다 최소 6배 이상 빠르게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거기다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양은 수십 배에 달합니다. 물류 이동이 얼마나 빠르고 싸질지 생각해 보십시오. 제국 가장 끝에서 재배된 농산물도 썩기 전에 멕시코시티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싼 수송비로요.”
이 점이 실제 미국 대평원의 농업 붐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흐음. 확실히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군요.”
철도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력을 언급하자, 재무대신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철도는 우리 멕시코 제국의 확장과 지방 통합을 가속해 줄 것입니다. 우리 공무원들과 군대가 중앙과 지방을 엄청난 속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척을 나가거나 상업을 위해 돌아오는 자들의 이송도 빨라질 것이고요. 거기다 전쟁이 나면 신속한 병력 이동과 보급에도 좋을 것입니다.”
확장, 지방 통합, 전쟁에서의 이점을 이야기하니 아구스틴 1세도 혹한 표정이다.
“···그래서 건설한다면 어디부터 연결할 것이냐?”
“라스 트루차스(Las Truchas) 입니다.”
“라스 트루차스? 베라크루즈가 아니고?”
“앞으로 우리 멕시코 제국은 엄청난 길이의 철도를 건설하게 될 겁니다. 조금이라도 싸게 건설하려면 물류비도 최대한 아껴야겠죠. 라스 트루차스에는 멕시코 제국 최대 철광산과 제철소가 있습니다. 여기부터 시작하는 게 결국엔 총공사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택이 될 겁니다.”
수입산 철은 전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멕시코 제국 최대의 철광석 산지이자, 유일한 대규모 제철소가 있는 라스 트루차스에서 철을 가져와야 한다는 소리다.
철도를 건설해야 하는데, 그 많은 철을 역마차에 실어서 멕시코시티까지 가져와서 건설을 시작한다? 건설비가 단번에 두배로 증가할 것이다.
“나는 철도를 건설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재무대신?”
“철도는 장기적으로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산에도 여유가 있긴 합니다. 헌데···.”
에스파냐와의 전쟁으로 단번에 총부채의 1/4 정도를 갚았다. 거기다 쿠바에서 엄청난 규모의 농장을 몰수했다.
재무대신은 예산은 여유가 있다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아구스틴 1세는 바로 알아들었다.
“의원 놈들이 반대할 거라는 소리로군.”
재무대신을 비롯한 행정부의 각 부처 대신들은 대부분 보수파에 가깝다.
총리가 이들의 인선을 황제에게 상신하긴 하지만, 황제가 공화파는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파 중에서 최대한 중도에 가까운 사람을 찾아서 상신하는 게 총리와 공화파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예, 폐하. 수백만 페소 규모의 예산이 의회와 상의 없이 집행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기에 철도가 건설될 구간의 토지 소유권 문제도 있습니다.”
“흠. 일단 시작하도록 하지. 내가 행정명령을 내리도록 하겠네. 뒷 일은 네가 알아서 수습하도록 해라, 헤로니모.”
온갖 불만을 뭉개고 밀어붙이는 식의 파격적인 의사 결정.
왕권이 강한 왕정이나 독재정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예, 감사합니다, 폐하.”
‘이런 큰 건을 꼼수로 통과시켰으니, 대가는 치러야겠지.’
멕시코 제국의 첫 철도 건설 허가가 떨어졌다.
무려 수백만 페소짜리 인프라 건설 사업이다.
앞으로 벌일 수많은 인프라 건설 사업의 시작이 될 사업.
늦은 밤, 나는 집무실로 돌아와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 손에 국토 개발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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