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3화(3/180)
몰수 (2)
“어쩐 일로 집무실까지 오셨소, 부인?”
그는 피곤한 얼굴로 인상을 서류를 보다가 우리가 들어오자 일어났다. 그는 어머니와 포옹하고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린 후 소파에 앉았다.
살풍경한 집무실에 쌓여있는 수많은 문서는 아구스틴 1세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황제의 집무실답지 않게 별다른 장식 없이 크기만 한 공간에 큰 책상이 있었는데, 책상에는 서류가 빽빽히 쌓여있었다.
어머니는 직접 가져온 디저트와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하시길래, 얼굴도 볼 겸 잠시 쉬시라고 왔어요. 우리 큰아들이 할 말도 있다고 하구요.”
“큰아들이?”
아구스틴 1세는 나를 바라봤다.
“실없는 말을 하려고 업무시간에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아구스틴 1세가 장남을 바라보는 표정은 나쁘진 않았지만, 크게 신뢰하는 것 같진 않았다.
‘쉽진 않겠군. 직구로 간다.’
나는 아구스틴 1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아버지의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황태자로서 아버지를 돕고 싶습니다.”
아구스틴 1세는 황당하다는 듯 콧웃음쳤다.
“돕는다? 네가? 나랏일에 관심이 생긴 건 기특하지만, 넌 15살이다. 아직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지.”
“요즘 의원들이 사사건건 반대해서 제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는 살짝 놀란 눈치였으나, 곧 침착하게 말했다.
“네 엄마가 힌트를 줬나 보구나. 그거라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가서 공부나 하거라.”
“공무원과 군인들의 급료도 못 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해결할 방법이 있는건가요?”
“의원놈들만 처리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아. 부딪히지 않으면 내 말을 듣지 않을 사람이다. 나는 일부러 더 당돌하게 말했다.
“아버지, 처리하신다는 게 증거를 조작해서 반대파 의원들을 체포하는 건 아니시겠죠? 의회는 물론 시민들까지 반발할 겁니다.”
“뭐?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냐!”
아구스틴 1세는 내 말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미 계획을 하고 있었군.’
“반대파 의원들을 체포한다고 다른 의원들이 잠잠해질까요? 오히려 아버지를 지지하던 의원들마저 격렬하게 반대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럼, 아버지는 의회를 해산해 버리려고 하시겠죠, 아닌가요?”
“···계속 말해봐라.”
“시민들의 지지는 멀어질 것이고, 지금 중앙의 지배력이 닿지 않는 지방의 군대들이 다른 생각을 시작하겠죠.”
아구스틴 1세는 내 말에 반박했다.
“군대를 보내서 쓸어버리면 그만이야. 지방군 따윈 중앙의 군대가 압도한다.”
“시민들의 지지도 없고 몇 달째 급료도 제대로 못 줬는데, 중앙의 군대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상대 쪽에서 독재자를 타도하자고 설득하면 지휘관이고 병사고 다 흔들릴 수밖에 없죠.”
쾅!
“독재라니! 백성들이라면 황제에게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 것을!”
그는 내가 말하는 시나리오에 분노했다. 나는 그 분노가 오히려 기꺼웠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분노할리가 없으니까. 그냥 비웃거나 한심하게 쳐다보고 꺼지라고 하겠지.
‘3부 능선을 넘은 셈이군.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럴 리가 없다고 우기면 답이 없을 뻔했는데, 생각보단 현실 파악이 되고 있어. 이제 살살 달래면서 설득하면 되겠군.’
“아버지. 지금이 저희 황실의 권위가 가장 약할 때입니다. 제국의 많은 백성들은 아직 황제의 존재도 모르죠. 아버지를 지지하는 보수파와 왕당파조차 기간으로 치면 몇 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지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지를 철회하기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이 가장 지지를 철회하기 쉽다는 소리지요. 저희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도박할 게 아니라, 버티며 지지자를 늘려가야 합니다.”
“황제마저 백성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라는 건가···. 문제는 지금 멕시코의 상황이 엉망진창이라 버티는 것도 힘들다는 거다. 헌법을 이제 작성하고 있으니 당연히 제대로 된 법도 없지. 재정은 파탄이고 반도인들이 떠나거나 추방된 탓에 지방 행정조직은 와해돼서 세금도 제대로 안 걷히지. 네 말대로 공무원과 군대의 급료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이 한계에 이르면 누군가는 결국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건 바로 내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원들은 정쟁만 일삼고 있으니. 아니, 이런 상황이라 일부러 정쟁만 하고있는건가? 아무튼,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없지않느냐.”
아구스틴 1세는 골치아프다는 듯, 눈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 최악의 선택을 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던 건가. 하긴, 맨손으로 황제까지 오른 사람이 이유 없이 멍청한 선택을 할리는 없지.’
현대에서 온 나와 다르게 이 시대의 사고방식, 황제라는 입장, 그리고 무력으로 상황을 돌파해온 그의 성향을 보면 싹 쓸어버리는 게 정답으로 보였을 거다.
정답처럼 보이는 선택지가 있는 이상 다른 방법은 잘 보이지 않았을 거다.
‘이런 생각을 깨려면 직언을 해줄 충신이 필요한 법인데, 아구스틴 1세의 부하들은 다 그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군인들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멍청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게 가까이서 보니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군···.’
“가장 시급한 것은 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한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고?”
“예. 방금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반도인들은 떠나거나 추방당했죠. 그들을 포함한 에스파냐인들의 재산을 정부가 몰수하면 됩니다. 어차피 에스파냐는 아무것도 못 할 것이지 않습니까?.”
“흠! 에스파냐인들의 재산을 몰수한다고···. 에스파냐는 지금 내전 중이라 개입할 여유가 없을 테고,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지.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알겠지? 아까 말했듯 의원들은 내가 뭘 하려고 하든 일단 못하게 막는 판이다. 황제와 의회의 권한에 대한 법이 없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론 지금 헌법을 작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리한 선례를 만들기 싫은 거겠지. 어쨋든 그 명분을 뚫으려면 무력 충돌을 각오할 수 밖에 없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충직한 부하 장교들이 지휘하는 군대를 움직이는 것뿐이야.”
“아니요, 아버지는 의원들에게 실행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실 필요가 없어요. 아버지는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죠. 광장으로 나가서 공개적으로 제안하면 됩니다. 에스파냐인들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루기위한 조치라는 명분과 현재 재정이 파탄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재정을 확보한다는 실익까지 제시하면 시민들은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흠···. 근데 그것도 결국 의원들과 적대하는 것 아니냐?”
“감정적으로는 불편하더라도 반대할 명분은 없죠. 황제가 국가를 위해 제안한 게 죄는 아니니까요. 그들은 싫더라도 결국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거에요. 시민들의 뜻이 명백한데도 의회가 거기에 따르지 않는다면, 의회라는 조직의 힘과 명분을 잃게 되니까요. 이게 성공한다면 아버지는 현 멕시코 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게 되는 거고 덤으로 군대에 대한 지배권도 다시 단단해질 겁니다.”
“에스파냐의 자산을 몰수하는 건 다른 국가들에게 안 좋은 신호를 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외교는 물론이고 무역도 힘들어지겠지.”
“명시적으로 에스파냐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위한 것이며, 타국인들의 자산은 안전할 것이라고 대놓고 신호를 주면 됩니다.”
“보수파한테도 똑같이 하면 되겠군, 그들도 불안해 할 수 있으니. 현재 멕시코에 사는 멕시코인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야겠군.”
“네. 반도 출신이지만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1,2 세대들도 꽤 많으니까요.”
크리오요 계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멕시코인은 반도인들을 재수 없다고 여기는 상황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반도인(페닌술라르) 계층과 크리오요 계층은 명확하게 분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아직 많은 반도인이 크리오요인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로서 멀쩡히 살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약한 멕시코인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계기도 되겠지.’
그 뒤로도 아구스틴 1세는 내 계획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금방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능력으로 황제의 오른 자 답게 아구스틴 1세는 날카로웠다.
그의 질문 중 일부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꽤 있었지만, 결국 다 해결할 수 있거나 큰 문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아구스틴 1세는 긴 토론 끝에 내 계획을 승인했다.
‘휴···. 예상보단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군.’
“아버지, 만약 이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제가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좋다. 대신 너도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도록 도와야한다.”
이 일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는 내 말에 아구스틴 1세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는 기분이 좋은 듯 했다.
***
아구스틴 1세는 몇 시간에 걸친 대화가 끝나고 집무실을 나가는 장남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다.
‘겨우 몇 년 사이에 이 정도로 달라졌을 줄이야.’
지난 몇 년간 바빠서 아들놈과 대화를 거의 못 했다. 독립을 쟁취하느라 너무 바빴고, 독립 이후에도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안 되는 휴식 시간은 소중한 부인과 대화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랐기에, 자식들에 관한 일은 부인에게 맡기고 어떻게 지내는지 건너서 듣는 편이었다.
‘분명 얼마전에 부인이 요즘 사춘기인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조금 쉬라고 찾아온 부인은 반가웠지만, 장남녀석이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했을 땐 솔직히 귀찮았다.
사춘기 소년이 할 말이라고 해봐야 별것 없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지.’
주제가 나랏일에 대한 것임을 알았을 때는 그냥 조금 기특한 기분이었지만, 대화가 점점 진행될수록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대파 의원들의 체포를 준비 중인 걸 예측했을때도 깜짝 놀랐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지.’
아들인 헤로니모는 반대파 체포가 어떤 연쇄작용을 가져올지 말했고, 그 내용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은 했었지만, 도무지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에 반대파 체포를 강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
‘에스파냐 자산 압류라···.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아들의 제안은 언뜻 보기엔 위험한 도박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리스크는 낮고 리턴은 큰 계획이었다.
그가 준비한 계획과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는 상당히 정교해서, 의원들이 이걸 반대하는 순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우리 정부의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아직 시민들은 기대감에 차 있지. 이 기대감을 내가 채워주는 순간 흐름은 내게 넘어온다.’
아구스틴 1세는 시민들 중 극소수를 제외하면 전부 이 제안을 매우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명분, 실익도 중요하지만, 그런것보다 중요한 것이 감정이다. 오랫동안 우리를 착취했던 자들을 몰아냈으니, 그들의 재산을 빼앗자는 주장은 과격하지만 통쾌했다.
시민들이 이를 지지한다면 의원들이 이를 거부하는 순간 명분이 된다.
‘기습의 묘리는 언제나 유효하지. 결정했다면 빠르게 실행한다. 의원들도 내가 뜬금없이 대중 연설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터.’
아구스틴 1세는 페르난도 소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자네에게 맡길 중요한 일이 있네. 지금부터 에스파냐 왕가를 포함한 모든 반도인들의 모든 재산 목록을 철저하게 조사해 주게.”
“멕시코에 사는 반도인들도 조사 대상입니까?”
“멕시코에 정착한 사람은 제외하고 반도로 돌아갔거나 추방된 사람, 혹은 추방 예정인 사람만 조사하도록. 멕시코 독립에 반발하는 자는 전부 추방 예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오후 7시에 헌법 광장에서 대중 연설을 할 테니 준비해 주게. 5시부터 병사들을 풀어서 최대한 많은 시민이 올 수 있도록 해.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옛.”
페르난도 소장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구스틴 1세의 명령에 대답하고는 나갔다.
‘그럼, 한번 써 볼까.’
아구스틴 1세는 간만에 좋은 예감을 느꼈다.
그는 군 시절의 경험을 살려 경쾌하게 연설문을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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