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3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33화(33/180)
철도 (6)
‘이걸 무료로 지어줄 순 없지.’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한다.
아니 국가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왜 국가 예산으로 안하고 개인한테 돈을 받냐고?
상식이란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법.
여기 있는 의원과 대지주들은 멕시코 제국 토지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나라에서 철도가 건설되면 혜택을 받는 건 99.9%의 국민들이 아니라, 0.1%의 지주들 뿐이다.
물론 국민들도 철도를 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혜택을 보긴 하겠지만, 부동산을 가진 지주와는 그 이익의 규모가 차원이 다르다는 거다.
철도 개통식이 끝난 다음 날, 국립 궁전(Palacio Nacional)에서는 ‘철도 건설 설명회’가 열렸다.
“의원님들, 그리고 대지주님들. 제가 만든 철도와 기관차의 위력을 확인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 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멕시코 제국의 모든 영토는 근처에 철도가 깔렸느냐, 깔리지 않았느냐로 나뉘게 될 겁니다. 철도가 깔린 지역의 물건은 언제나 싸고 빠르게 멕시코 전역으로 이송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언제나 싸고 빠르게 멕시코 전역으로 여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철도가 없는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나는 강조를 위해 일부러 철도의 혜택을 풀어서 설명했다. 지주들은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전처럼 역마차에 물건과 사람을 운송시킬 수밖에 없겠죠. 그마저도 목적지까지 역마차를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니, 근처의 철도역까지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는 건 결국 철도가 없는 지역의 물건과 사람들은 철도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보다 잘 아시겠죠.”
물자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은 토지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철도를 건설하는데 너무 큰 돈을 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자, 여기서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정부의 돈은 거의 쓰이지 않을 것입니다. 첫 철도 구간은 시범 케이스일 뿐, 이런 엄청난 기물을 정부 돈으로 무료로 지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금액도 너무 크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테니까요. 그래서 지역별로 철도 건설비를 받아서 건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철도가 건설되면 너희들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것은 서로 아는데, 이걸 무료로 해줄 순 없다. 철도 가지고 싶으면 돈 내라. 이걸 돌려서 말한 거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우리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Ferrocarriles Reales de México)’는 철도의 노선과 역의 위치, 건설 순서를 정할 때 철도 건설비의 금액을 참고할 예정입니다.”
돈 많이 낸 순서로 편의를 봐줄 수도 있지만 확답은 줄 수 없다.
“앞으로 계속 철도 건설비를 받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약속해주시는 분들은 특별히 더 참고할 예정입니다.”
지금 바로 건설비를 약속하면 좀 더 참고해보겠다.
“긴 설명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
긴 질문 답변 시간이 이어졌지만, 철도 건설비 최소 금액, 건설 기간, 건설 순서, 역의 위치 등에 대한 자질구레한 질문들이었다.
중요한 질문은 시간이 좀 지나고 나왔다.
“전하, 철도라는 것이 큰 혜택을 가져다줄 것임은 확실하지만, 이 넓은 멕시코 제국 전역의 철도를 단 하나의 회사가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화파 의원이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쓰는 것에 대한 공격이 막혀버렸으니, 마지막 남은 독점 공격 카드를 쓴 거다.
“제 회사 말고 철도를 건설할 수 있고, 기관차를 개발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철도를 운영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하려면 최소 몇년간은 고생해야 할 겁니다. 설마 외국에서 수입하자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아닙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자, 더 질문할 분 없으시면, 이만 발표를 마칩니다. 건설비를 약속해주실 분들은 여기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두리번-
처음에는 서로 살짝 눈치를 봤지만, 누군가가 가장 먼저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황제파인 로베르트 의원이었다.
“오! 첫 투자금 약속 감사합니다. 첫 번째시니 특별히!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그 모습을 본 황제파 의원들을 시작으로 각 지역의 지주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집었던 신청서잖아!”
“거기 지주분! 줄 제대로 서주십시오!”
“여기! 신청서가 부족하오!”
철도회사 직원은 황급히 신청서를 더 가져왔다.
***
황제파, 지주파 의원들과 지주들이 신나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 공화파 의원과 지주들은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우리도 작성하는 게 좋지 않겠나.”
“크흠···. 그래도 황태자한테 돈을 주는 것은 조금···.”
“이미 기계식 수확기는 잔뜩 사놓고서 무슨.”
“아 정말! 그 이야기 좀 그만하게나! 안 산 사람이 없는데 무슨! 그리고 그것과는 다르단 말일세, 여기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황태자의 철도 회사에 동의하는 꼴이 되어버린다고!”
“그럼 이대로 우리 땅에만 철도가 없게 되는 것을 받아들이자, 이 소리인가?”
“아니면 건설비 모집은 계속한다고 했으니, 오늘 말고 나중에 살짝 넣는 것은 어떤가?”
“···크흠. 그건 너무 치졸해 보이지 않은가.”
막대한 정부 예산을 쓰는 것에 대한 공격은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막혔고, 회심의 공격이었던 독점에 대한 공격도 너무나 쉽게 막혀버렸다.
“어어? 저 사람, 자네 대리인 아닌가! 자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 와중에 본인은 가만히 있고 같이 데려온 보좌관을 시켜서 신청서를 쓰려는 사람이 있었다.
“무슨 소리. 난 모르는 일일세.”
모두가 신청서에 서명하고 싶지만,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
결국 라파엘 의장이 나서서 상황 정리를 했다.
“···여기서 우리 공화파만 신청 안 한다고 황태자를 견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 영향력만 줄어드는 꼴이 될 테니. 다들 실속이라도 챙기세.”
의장이 상황 정리를 해준 것이 내심 고맙지만 고맙다고 말하기에도 뭣하고 역정을 내기에도 애매했다.
“···”
그들은 조용히 신청서를 집어 들었다.
***
철도 건설 설명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주들은 서로 경쟁하듯 투자금을 써냈다.
‘여기까지라면 뒤통수를 쳤다고 볼 수 없지.’
내가 큰 이익을 본 것은 맞지만, 저들도 큰 이익을 볼 것이다. 부동산은 미래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아니, 지금은 비중이 훨씬 크다.
애초에 멕시코 전역에 거미줄 같은 철도망을 까는 것이 목표였으니, 건설비를 잔뜩 받아놓고 철도 건설을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종의 거래에 가깝지.’
철도 자체는 지주들에게 공사비를 받아서 건설해준다. 여기까지는 서로 윈윈이 되는 거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증권거래소의 개장일을 딱 이 시기에 맞춰 준비했다.
국립 궁전에서 건설비 신청서를 쓴 지주들에게 말했다.
아직 하나의 행사가 더 남아있으니, 떠나지 말고 기대하고 있으라고.
멕시코 시티의 중앙, 핵심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신축 건물이 있다. 바로 얼마 전 완공된 ‘멕시코 증권거래소(Bolsa Mexicana de Valores)’다.
“여기 계신 분들이라면 모두 이 주식이라는 것과 증권거래소가 뭔지 아실 겁니다. 멕시코 제국을 끌어내 가는 분들이시니 말이죠.”
주식이 뭔지 내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알 거다. 몰랐어도 오늘 행사가 증권거래소 개장식이라고 미리 알렸으니, 체면치레는 해야 하니 공부를 해왔겠지.
내 말에 지주들의 얼굴에 설마? 하는 기대감이 떠올랐다.
나는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줬다.
“긴말은 필요 없겠죠. 이 증권거래소에서 바로 지금!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를 상장하겠습니다!”
“오오오!”
여기저기서 숨기지 못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Ferrocarriles Reales de México)’의 사장은 바로 나다.
실질적인 경영은 역시 대리인에게 맡기겠지만, 이 회사만큼은 내가 명목상 사장을 맡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저는 여기에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의 사장으로서 나왔습니다. 본격적인 상장 전에, 앞으로 우리 회사의 비전에 대해 말씀드리죠.”
바로 내 이미지와 명성을 이용하는 것.
주식 제도가 정착되고 수많은 정보가 풀린 현대에도 매출이라곤 쥐뿔도 없는 회사가 경영자의 이미지나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 하나로 엄청난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일도 생기지 않던가.
나는 둘 다 가지고 있다.
그나마 유럽의 국가들이라면 이 시기에도 튤립 파동, 미시시피 거품, 남해회사 거품 사태등의 사건을 겪으며 경험을 조금이나마 쌓았겠지만, 증권거래소가 오늘 열린 멕시코 제국이라면 어떨까.
‘적어도 주식 시장에 있어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와 같지.’
상장이라는 예상 밖의 상황에 수백명이나 되는 멕시코 제국 최고의 부자들이 눈을 빛내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멕시코 황립 철도 회사는 제 사적인 재산으로 설립된 철도 회사입니다. 독점 회사는 아니지만, 멕시코 제국에 유일하게 철도를 건설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오르테가 건설과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기관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로크 정밀 기계도 제 소유입니다.”
웅성웅성-
“···저거 그냥 독점이라는 소리 아닌가.”
“쉿. 말소리 안 들리겠네.”
나는 이어서 말했다.
“앞으로 제국에 건설될 엄청난 길이의 철도 중 대부분을 우리 회사가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어제 여러분들도 철도 투자금을 약속하셨으니 아신 거겠지요. 이 철도라는 새로운 기물이 가져다줄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파급력을.”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줬다.
“철도는 운송 혁명을 의미합니다.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 자는 철도를 이용하는 자를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즉, 물건을 운송하려는 모든 사업가는 철도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먼 거리를 여행하려는 모든 사람은 철도를 이용할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 모든 철도망을 지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이 철도 회사의 소유권의 30%. 즉, 주식의 30%를 오늘부터 단 3일간 팔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사실 황제파를 제외한 의원들과 지주들은 조금 불편한 기분이었다.
철도라는 게 없으면 도태되는 기분이라 일단 투자금을 넣긴 하는데, 이 모든 게 다 황태자 회사의 규모를 불려주는 격이지 않나.
결국 철도를 운영하며 얻는 수익은 황태자가 먹는 것 아닌가.
“황태자 전하께선 뭘 좀 아시는군. 역시 머리가 좋으신 분이야.”
“예, 잘 지내보자는 신호 같습니다.”
주식을 판다는 것은 이 모든 이익을 혼자 먹지 않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이익 공유를 하겠다는 소리다.
“30%인 것은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꽤 크게 양보를 한 것 아니겠습니까.”
황가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지주파는 그래도 황가가 우릴 신경 써준다고 착각했다.
공화파의 입장은 다시 한번 애매해졌다.
탐난다.
저 머리 좋은 황태자 놈이 운영하는 회사의 소유권이라니. 여태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자가 아닌가. 아무리 봐도 성공은 따놓은 당상 같다.
단순 손익만 따졌을 때는 사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까지 주주가 되면 황태자는 누가 견제한다는 말인가. 이것만큼은 안되네.”
라파엘 의장은 공화파 의원들과 지주들 앞에서 단단히 으름장을 놨다.
철도 건설비 투자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건 일종의 거래라고 볼 수 있고, 여전히 견제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주가 된다면? 이익이 상충하게 된다.
“맞습니다. 우리 공화파는 절대 이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굳게 결심했다.
황태자가 연설대에서 내려가고, 증권거래소의 직원이 올라왔다.
“자, 지금부터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의 주식 3만주를 10주씩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주식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합의해서 제게 거래 내용을 전달해주시면 되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선 판매자가 단 한명이므로, 특별히 경매 형식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분께 판매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 바로 외쳤다.
“나! 내가 사겠소! 500페소!”
“저, 저런! 교양 없이 손도 안 들고 다짜고짜 금액부터 외치는 게 어디 있나!”
“싫으면 당신은 빠지쇼!”
“···510페소!”
멕시코 제국의 증권거래소는 첫날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황태자는 그 열기를 느끼며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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